아방스 칼럼

「호러」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선택입니다.

 

호러 장르는 사람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게임시장에서 해가 갈수록 판매량이 떨어지며 지금은 거의 사양길에 접어들었습니다.
현재 두 개 남은 메이저 브랜드인 데드스페이스, 레지던트 이블은
호러요소를 줄이고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을 최대한 가미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호러틱을 원했던 초기 시리즈 팬들한테 아직도 욕을 먹고 있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액션스타일로「개조」하지 않으면 판매량이 안나오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개발사로써는 어쩔 수 없는 결정입니다.

 

실제로 액션성이 낮고 여전히 어드벤처 스타일을 취하는 사일런트힐, 어둠속에 나홀로, 사이렌, 령 시리즈는
판매량의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브랜드를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에 이르러
언제 시리즈 공식중단을 발표해도 이상할 게 없으며,
데드스페이스와 함게 차세대 호러게임으로 기대를 모았던 컨뎀드도 2편만에 시리즈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고,
암네시아같은 건 우리나라에 한글패치가 나왔으니까 약간 이름이 탔을 뿐이지,
원래 전세계적으론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마이너 게임입니다

 

미국에서는「좀비」가 여전히 무량한 떡밥을 낳는 소재 중 하나지만
정작「호러」라는 장르는 어드벤처처럼 점차 다른 장르에 흡수되면서 사라져가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피어, 레프트 4 데드, 바이오쇼크, 메트로2033, 다크니스같은 게임들이
「호러」를 흡수한 대표적인 타 장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러」가 FPS나 TPS 장르에 흡수되어가는 이유는, 짧게 삽입될 경우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수 시간의 플레이타임 내내 호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이제 세상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즉, 호러라는 장르를 선택한다는 것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힘든 현실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며,
아무리 잘 만들어도 여러 사람들에게 엔딩까지 즐겨질 확률이 낮은 현실을 감수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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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호러」를 선택했다는 것?

 

그건 내 게임이 전하는 메세지가,
반드시 호러란 장르를 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 메세지는 다른 장르가 아닌,
반드시 호러라는 매개를 통해야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메세지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호러를 선택하여 비록 잃는 게 많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만들 수 있는 메세지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 정도까지 철저히 준비된 기획이 아니라면
호러라는 장르는 그냥 남들보다 불리함만 안고 시작하는 장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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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힘든 일을 기피하고 지름길로만 가려는 얄팍함에 의한 선택이겠죠.

 

< 쉽게 구조쌓기 >
호러는 전통적인 모험물에 비해

게임완성을 위해 필요한 세계관/사회관 구성의 과정을 비교적 간략화 할 수 있는 장르이다보니,
쉽게 발을 들일 수 있고, 아주 즉흥적인 컨셉으로도 게임을 만들 수 있겠죠.

 

▶ 결과적으로 알맹이 없는 게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 쉽게 맵배치하기 >

호러는 보통 폐쇄되고 제한된 공간에서, 매우 정적인 진행방식으로 게임이 이뤄지다보니
딸랑 집 한채 맵배치하고도 게임으로써의「요건」이 완성됩니다.

 

▶ 결과적으로 플레이타임 내내 똑같은 배경만 들여다보고 있게 되니,
 2회차는 커녕 1회차 하기도 싫은 게임이 됩니다.


< 쉽게 충격주기 >

어두운 조명 깔아놓고, 갑툭튀 연출, 무서운 그림 보여주기만 하면 가슴이 철렁해지니
게이머에게 충격을 주기가 매우 쉽습니다.

 

▶ 결과적으로 게이머에겐 두려움, 불안함, 막연함, 징그러움, 소름끼침같은 부정적 에너지만 계속 쌓여가고,
 한도초과에 이르면 게임을 접게 됩니다.


< 쉽게 플레이타임 늘리기 >

추리/탐구 요소는 별 수고없이 스위치와 아이템만 갖고 너무나도 쉽게 플레이타임을 주구장창 늘려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러와 추리물 모두 비교적 한정된 공간안에서 미지의 요소를 찾아나간다는 목적이 서로 부합하기 때문에
호러란 장르는 추리/탐구 요소를 끼워넣기가 참 쉽습니다.

 

▶ 결과적으로 게이머는 버라이어티 없고 시행착오만 많이 겪어야하는 플레이방식에
 짜증과 싫증만 가증됩니다.


< 쉽게 유명세 누리기 >

아프리카TV 게임방송계에선 멘붕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BJ들이 인기가 많고
BJ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멘붕시킬 수 있는 게임이 호러이기 때문에
BJ들이 방송의 인기를 위해 호러게임을 많이 찾고, 제작자들은 BJ들 방송을 이용해 유명세를 누리기 쉽습니다.

 

▶ 그 멘붕당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건 참 재밌지만, 만약 직접 겪게 되면 그건 과연 재미있을까요?

Who's Roam

?

아방스 2012년 우수작「악마의 안구」개발자입니다.
제 게임이 아방스 우수작에 선정되어 매우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현재 완전신작인「천사의 유실품」을 개발중이며
2013년 연내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Comment '8'
  • profile
    JACKY 2013.04.26 13:05
    저랑 약간 비슷한 생각을...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호러게임 그닥 안좋아하는 터인데..
    더군다나 입문하면서 쉬워서인지 호러 만드시는분도 꽤 많고..
  • ?
    구름인간 2013.04.26 14:08
    저도 처음에는 호러겜을 좋아하고 만들려고 했지만
    매번 같은 분위기,거기서 거기인 스토리,공포감<짜증남
    등등의 이유로 싫어졌죠
  • profile
    파치리스 2013.04.26 18:59
    알만툴로 만드는 호러게임들중에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패턴이 인터넷에서 무서운 픽쳐 대충 주워다가 갑툭튀 시키는거... 진짜 이런거보면 긴장감보다는 짜증이 먼저 앞섭니다.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플레이어에게 공포감을 줄까'에 대한 고민을 안해봤다는 느낌이 들어요
  • ?
    페렐 2013.04.26 22:00
    대공감합니다!!
  • ?
    구름인간 2013.04.26 22:06
    저도 공감입니다.
    제가 안무섭다고 지적해주니 그렇게 하신분 진짜있어요...ㄱㅡ
  • ?
    모쟁 2013.04.27 21:07
    그냥 '어 이거 재밌네/유명하네 나도 만들어봐야지!'가 알만툴에서는 특히 만연한거 같습니다.
    게다가 알만툴은 진입장벽이 낮아서
    어린분들도 많이 게임을 만들기때문에 그런점이 더 두드러지지요.
  • profile
    2013.05.02 10:22

    이렇게 수많은 오니 패러디물이

  • ?
    칸슐츠 2013.06.21 04:11
    저는 호러라는 장르를 접했기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되었는데요...
    물론 지금은 호러 사양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성기를 누릴 날이 언젠간 또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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