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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12.31 23:31

無題

조회 수 755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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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미 시간에 대한 감각은 무너진지 오래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렸다. 지겨울 정도로, 지독히도 나타나는 귀신인지 뭔지는 이제 이골이 다 날 정도였다. 뭐 같아. 이미 수십번이고 내뱉었던 말을 다시 토해내며 인상을 구겼다. 한기가 맴도는 이 쓸모없이 거대한 저택 안에서 나는 뭘 하고 있는걸까. 여긴 왜 왔더라? 이미 목표 의식은 저 멀리로 날아가 어디에 걸렸는지 잊은지 한참이었다. 재수 옴 붙었네, 붙었어. 사지 멀쩡히 살아만 돌아가도 이건 가히 기적이었다. 이미 속은 뒤집히겠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걷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면 다다랐다. 이 상태에서 또 괴물같은 귀신이랑 마주치면 도망은 칠 수 있을까. 차라리 먹힐까? 먹히면 이렇게 뭐 같이 앓으면서까지 빨빨댈 필요는 없을거 아니야. 그러다 정말 귀신과 마주쳤을 때, 깨달았다. 나는 의외로 살고싶어 한다는 사실을.

 

 나는, 살아서, 이 같은 곳을, 나갈 것이다. 몇 번이고 마라톤 뛰듯, 귀신과 마주쳤을 때 뛰고. 올림피아드라도 나가는양,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문제를 풀었다. 이런 상황은 게임에나 일어나리라 믿었것만, 내 믿음은 이미 갈가리 찢어져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폐부 깊숙히 들끓는 한기가 익숙해졌다. 물, 물 마시고 싶다. 물 안 마신지 얼마나 됐더라? 겨우 7시간동안 물 안마신거 가지고 나는 갈증을 느꼈다. 겨우? 발, 겨우? 이런 같은 곳에만 안왔어도 지금쯤 평범히 집에서 편안하게 있었을거 아니야. 게임에서나 멀쩡히 빨빨대지, 이건 실제라고! 숨이 막혔다. 한참을 뛰어서 그럴까,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사람이 다량으로 뒤졌다고 했을 때부터 알았어야 했다. 사람이 죽는 이유가 그냥일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카펫 접힌거에 걸려 넘어졌는데 뇌진탕으로 뒤질 확률이 얼마나 될지 계산해 보면, 왜인지 답이 나오리라. 그런데도 쫄래쫄래 같이 온 나도 참 신인거다. 왜? 왜 하필 나랑 같이 오자고 한거지? 이런 같은 곳에서 힘겨워 하는 나라도 보고 싶었나? 그나마 안전하리라 생각되는 곳에 숨어 자리해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명치 부근이 꽉 막힌게 더부룩했다. 토 나올거 같아. 하도 오래된 저택이라 먼지가 장난 아니었다. 덕분에 내 폐부는 담배피는 사람만치 먼지로 꽉꽉 찼을테다. 뛸 땐 몰랐는데, 드럽게 춥다. 시간 개념이 없어서 그랬지, 아무래도 지금은 저녁인듯 싶었다. 딱딱딱,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이빨이 내가 얼마나 추위를 타고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춥고, 목마르고, 배고프고, 힘겹고, 졸려. 이 악재 다섯가지가 모두 일어나니 미쳐버릴거 같았다. 이 곳에 오지만 않았어도 이 다섯가지 모두를 느낄 필요는 없었을 텐데. 한참을 궁시렁 거리다가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 들어왔다.

 

 

 누구지? 누구지¿ 숨어있던 장롱 문틈사이로 밖을 내다봤다. 아. 아아. 아아아. 입에선 소리없는 탄식만 흘러나왔다. 아까 따돌렸으리라 믿었던 목 돌아간 귀신이 여기까지 쫓아 와 그로테스틱하게 꺾인 목을 분주히 두리번 거리며 나를 찾고있었다. 됐다. 분명, 저 귀신은 한국인일테다. 아니라면 저렇게 근성이 좋을리가 없다. 조용히, 숨소리도 나지않게 입을 꾹 다물었다. 저 귀신이 청각이 좋은지, 시각이 좋은지 나는 모르겠다. 그런데도 본능적으로 모든 사고가 멈추며 내 움직임도 잦아들었고, 숨소리 마저 숨키려 급급해했다. 나는 무교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어떤 종교라도 믿을 수 있을거 같았다. 내가 살 수만 있다면.

 

 

 

 

덜컥.

 

 

 

 

찾았다

 

 

 

 

 " 아아아아아! 저리 져! "

 

 

 운도 지지리도 없지. 아까 장롱 문틈새로 내다보던 내 눈이랑 아무래도 마주친 모양이다. 제발, 그 그로테스틱한, 모습으로 웃지마. 해사하게도 웃는 얼굴이 예쁘기는 커녕 소름 돋았다. 왜냐고? 잘 생각해 봐. 일단, 내가 먼저 말한 조건상 얘 목이 어떻겠어? 그로테스크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목이 아주 그냥, 예쁘장하게 정확히 275도로 꺾인채, 눈알 하나는 어따 팔아먹었는지 없어서 피가 줄줄 나고, 피부는 괴사 중인 모습이 아주 그냥 미치고 팔짝 뛰고도 모자라 환장할 지경인데 소름이 돋지, 안 돋겠냐고. 진짜, 이건. 그냥 얘 주연으로 공포 영화 하나 찍어도 대박 칠 수 있다니까? 다만, 보다가 토하는 사람 있으면 책임은 못져. 이건, 정말…말이 다 안나오네. 해사하게 웃으면서 안으로 굽어야 할 팔이 밖으로 굽어서 뼈가 돌출되신 모습으로 장롱 문을 열고 나를 보며 꺄르륵, 꺄르륵 거리는데 소리를 안지를 수 있나. 없지.

 

 반사적으로 그 얼굴을 발로 찬 다음에 밀쳐 장롱 밖으로 뛰쳐 나왔다. 출구, 문, 출구, 문. 눈동자를 빠르게 돌리며 문을 찾았다.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저녀석이랑 같은 방에 있으면 죽기라도 하냐고? 미친, 발 뇌가 있으면 생각을 해봐. 저딴 괴물이랑 같이 있으면 일단 첫째로 내 멘탈이 와장창 박살나고, 저 녀석이 나를 이렇게 집착적으로 찾는 이유가 뭐겠어? 나처럼 배고파서겠지. 여기 소문이 흉흉해진 뒤로 담력 테스트 하러도 안오게 됐는데, 우리가 참 착하게 와준거 아니야. ' 아이고, 우리 잡수세여 '하고 먹이들이 제발로 왔는데 놔주겠어? 그럴리가. 힘 하나 안들어가던 다리가 이번에도 미친듯이 속력을 내 문을 찾았다. 제발, 오 하나님. 가엾은 저의 기도가 들리신다면 제발 문을 열어주세요. 문고리를 잡았다, 돌렸다. …내가 괜히 무교일리가 없다니까?

 

 

 

 

와그작.

 

 

 

 

                   GAME OVER                                                    

 

 

 

 

-

다소 간편해 보이는 1인칭 시점 입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모로 이 곳에 처음 올리는 글이네요

이 글 취지가 처음에는 지금 만드는 게임 내용 좀 정리할까 ~ 였는데 어느새 새로운게 만들어졌네요.

 

나중에 올리는 글이 게임 소개가 되길 기원하며 인사드립니다 ~

 

 

맞아, 글 내에 욕설 사용 가능여부를 잘 몰라서 일단 크기 줄이고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

안된다면 *로 바꾸겠습니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4.12.08 10:21
    욕설 사용 가능합니다.!
    검열삭제라니, 그런 꽁기꽁기한 규칙은 없습니다. ㅎㅎㅎㅎ


    묘사가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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