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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이목을 끌기 좋은 것 같당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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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스커드라는 사람이 말했다. "글을 쓰는 게 재미가 없으면, 그 글을 읽는 사람도 똑같이 재미 없을겁니다. 투드같은게 그 예죠. 좀 병맛이긴 해도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재밌잖아요?"


 공감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 난 그 말에 깊게 동감을 표했다. 확실히 내가 별 의미도 없는 글을 싸질렀을경우 돌아오는건 영원한 제로다. 아무것도 없다(지금은 뭘 써도 아무것도 없지만 ㅅㅂ).


 그래서 난 가능한 한 내 머릿속에 정리된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서 글을 쓰는 편이다. 글의 문법이나 유연성을 제대로 따져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글 얘기는 짧지만 이쯤으로 해두고, 게임 얘기로 돌아가보자... 언젠가 세시클로우라는 사람이 말했다. "사람들은 최고를 원함 ㅄ아. 니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그게 재밌다고 해도 대중은 그딴거 없이 일단 지들이 재미없으면 버리고 재밌으면 거둬감 ㅇㅋ?"


 이것 역시 공감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 난 이때 '내가 재밌어서 만든 작품'이 '잘 만든 작품'을 넘어서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나 자신이 느끼기에 재밌다고 해도 그게 최고는 아니었다. 최고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게임의 대부분은 막장이나 개그같은 B급 요소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아르시아. 이 게임이 지금 나왔다면 분명 VXACE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액알응가라고 욕했을 것이다. 열린결말에 흔한 스토리, 뻔한 전투에 스킬도 변변찮은 액션 RPG. 옛날의 나는 난생 최초로 이 게임을 하면서 밤을 새봤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일 학교가는데 왜 밤을 새면서까지 이 게임을 했는지.


 아르시아는 이른바 '잘 만든 작품'이었다. RPG2K로 만든 게임치고 그만한 퀄리티를 찾기란 힘들었다. 소소한 인디 요소는 재미를 돋구어주었고, 부딪히기만 해서 싸우는 전투는 신선하면서도 썩 나쁘지 않았다. 지금 와서 흉내내라면 흉내낼 수는 있겠지만 난 턴알이 좋아.


 그 때 처음으로 난 게임을 만드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 때가... 아마 잠깐 잠수했다가 돌아오니 크래커도 없고 다 어디로 갔나 친목질하려니 보이지도 않았던 때라 그 뜻을 확고히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뜻으로 만든 게임이 몽환미궁 데모 1인데, 의지가 부족했던 때라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호러나 공포는 존나 싫고 답답하고 짜증나고 영양가도 없었다. 호러나 공포, 막장물을 만든다는게 그냥 남을 엿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몇몇 경우 그런 작품에서 제작자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남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작품은 곧 나조차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다음으로 잡은 컨셉은 또라이 컨셉이었고, 난 용사와 현자가 나오는 뭔가 이상한 RPG(이름을 까먹음)를 모방한 게이안1을 만들었다.


 게이안1은 대정령님의 방송에서도 나올만큼 인기가 있었고 나도 그 인기를 상당히 즐겼다. 하지만 게임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미친듯한 랜덤 인카운터율이라던가, 너무 쉽다가 갑자기 어려워지는 난이도, 맵칩 버그, 기타 잡스러운것들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하하! 미양 븅쉰색갸! 니가 하루만에 만든 개쓰레기가 남들한테 좋게 보이니까 기분이 어때?"


 그 뒤로 슬럼프에 빠진 난 8개월? 정도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게임이 사람들에게 마음에 들었으면서도 왜 성의를 다해서 만든 게임은 묻혀지는가에 대해서. 답은 몇가지가 나왔지만 결국 문제는 게임을 하는 타겟에 있었다.


 사람들은 재밌는걸 찾지, 결코 재미도 없는 고전게임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재미에 쉽게 다가가기 위한 요소는 웃음, 곧 개그나 막장요소였고 결국 그런게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제딴에 존나 진지하게 쓴답시고 만든 RPG게임은 역시나 쉽게 묻힌다. 테라, 아이온, 마영전같은 게임 놔두고 그런 걸 할 이유가 있을리 없고, 어차피 무료게임인데다가 작품 퀄리티도 안좋은게 태반이었던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지만)군계일학이라고 했던가? 아방스의 우수작 중에 결코 심각할 정도로 웃긴 이야기는 없다. 전부 진지빨고 하는 게임들이며 대체적으로 전부 재미가 있었다. 그 점을 보면 개그나 막장요소가 결코 게임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는 없다는 얘기가 되었다. 어차피 같은 B급 게임인데 그런 게 뭔 상관임! 이라고 물어볼텐데, 수능 9등급도 위아래가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일축하면 재미 => 인기라는 게 되는데... 재미 => 작품성은 아니라는 것.


 이런 쓰잘데기 없는 탐구를 통해서 난 그냥 내가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게임을 만들어버렸다. 게이안2. 확실히 게임은 인기는 커녕 빈축만 샀다. 오죽했으면 1절만 하면 좋았다는 평까지 들었을까? 하지만 리뷰가 내 게임의 가치를 무너트리진 못했다. 이건 확실히 자기만족용 게임이었고 난 이제 인기따위 신경쓰지 않기로 하며 만든 전환점용 게임이 게이안2였다. 게이안2는 게이안1처럼 구리지 않았고(랜덤 인카운터는 확실하게 구렸지만), 전투 밸런스도 잘? 짜여져서 남들은 몰라도 난 확실히 좋게좋게 플레이한 작품이었다. 게이안3의 전투 밸런스도 게이안2의 틀을 바탕으로해서 만들고 있을 정도다. 제작자 버프라서 그런건가? 그 당시 게이드립과 루O웹의 일어덕후드립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동성애자와 일본어드립이 난무했던 것은 인정. 중간에 roam님이 댓글을 날렸지만 그 사람 하는 짓거리가 염세주의자 뺨칠 정도로 구렸기에 스킵했다.


 그렇게 게이안2를 만들고, 또 한동안 알만툴을 접었다. 액게만이나 컨스트럭트 클래식을 조금 가지고 놀았을 뿐. 확실히 액게만은 구리니까 쓰지 맙시다.


 게임을 만들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난무한다. 게임을 만드는건 어렵고, 만들어도 노력에 비해서 성취감이 적으며, 열심히 만들었다고 해도 '최고'가 아니거나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은 봐주지도 않는다. 이걸 극복하고자 하는가? 그러면 날 따라하면 된다.


 1. 실황이나 리뷰에 흔들리지도 말고 신경쓰지도 말아라. 어차피 너님 게임이고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들은 너님 게임에 좆도 관여한게 없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으면 그 때서야 보는게 심신에 좋으며 사람들은 다 자기 주관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절대로 실황이나 리뷰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인 기준에서 너님 게임을 비평하고 시험하는 것은 아니다.


 2. 자기가 만족 못하는 게임은 남들도 만족 못한다. 요즘 나오는 게임 퀄리티는 아니어도, 우수작 바로 아래 정도의 느낌은 나도록 피눈물나게 노력한다는 것. 그것이 게임 제작자로서 밟아야할 일종의 시련이고 더 나은 실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관문이 된다. 그냥 이벤트 몇개 만들어놓고 게임인지 툴인지도 모르게 만든 게임을 내놓은 다음 "ㅎㅎ 이거 어떰? 태클 사양 ㅡㅡ" 이 지랄할거면 그냥 다른 거 하는게 낫다.


 3. 자부심은 최고로 가는 길에서 장애물이 될수도, 날개가 될수도 있다.


 4. 만드는 게 재미 없으면 그 시점에서 그만두는게 옳다. 나중에 생각날 때 만들어야지 미련하게 꾹꾹 참아가며 만들면 속터지게 병신같은 것만 나온다.


 4.5. 게임 만드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될 때 너님의 최고실력이 나타난다.


 5. 인기라는게 중독성이 있는 물질이다. 한 번 맛보면 계속해서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너와 너의 게임을 망치는 주요한 요소가 될수도 있다.


 6. 남들이 만든 게임을 해봐서 모자란 건 고치고 참신한 건 모방하라. 그리고 그 게임을 스스로 평가해보고 역기획해보자.


 7. 무언가를 암묵적으로 지시해주는것도 실력이다. 편법으로 그냥 메세지 표시하면 된다지만...


 8. 너 자신이 만족할 수 있고, 그 게임에 너 자신이 들어있다면 그 게임은 누가 뭐라고 지껄여도 성공한 작품이다.



 태클걸던말던 어차피 아무도 안보는 글쓰기 게시판 누가 태클을 걸겠어 하하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왜 만드는지는... 천차만별이다. 인기를 위해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아니면 실력쌓기용? 만드는게 재밌어서일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다 하나된 목표가 있지. 완성이라는 목표가. 인디게임 제작자로서 다들 화이팅이다.

  • profile
    2013.12.23 19:36

    추천. 부디 칼럼 단편으로.

  • ?
    미양 2013.12.23 21:18
    하라! 실황!
  • profile
    2013.12.23 23:13
    1. 실황이나 리뷰에 흔들리지도 말고 신경쓰지도 말...
  • ?
    판희 2013.12.23 19:54
    "제목이 상당히 이목을 끌기 좋은 것 같당 하하"
    이말에 나도 낚였다고 해야하나?
    나도 이제목에 끌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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