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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당신들은 지금 어두컴컴하고 넓은 공간을 탐험하고 있다. 사실 이 넓은 공간은 강철로 만들어진 벽들이 구조를 이루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당신들은 이 넓은 공간이 층계 구조를 이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이게 무슨 소리지?"


"누가 살려달라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사람 목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당신들은 손전등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려본다. 커다란 기계가 느리게 돌아가고 있다. 그 기계에 '살려줘'라고 말하는 장치가 달려있을 뿐이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


장치는 빛을 보자마자 박살나버렸다! 당신은 놀라서 홍석규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뭐야, 진정해."


"아 이런, 죄송해요."


벙커 내부는 예상외로 해골과 철조망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남아있던 철조망도 당신이 건드리자마자 가루가 되어버렸다.


"여기 뭔가가 있어."


홍석규가 기계에서 뭔가를 찾아냈다. 당신들은 '뭔가 작은 카드'를 획득했다.


당신들은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해골과 커다란 기계 뿐인 벙커에서 빠져나왔다. 벙커에서 얻은 거라고는 이 작은 카드가 전부였다.


서무실에 도착한 당신들은 컴퓨터에 카드를 꽂아본다. 카드가 잘 맞아들어갔다.


-데이터가 일부분 깨져있습니다. 카드를 읽으시겠습니까?-

-주의 : 시스템에 치명적은 손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무조건 예를 눌러주면 돼. 이런 문구는 괜시리 우릴 생각하게 만들려고 써놓은 거라고."


"에... 정말요?"


"그래, 정말이야."


홍석규가 마우스로 '예' 버튼을 눌렀다. 폴더가 뜨면서 몇몇 파일들이 나온다.


-D.bunker-2015-3-4-

-데이터 말소-

-D.bunker-2015-3-6-

-D.bunker-2015-3-8-


당신들은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49


-D.bunker-2015-3-4 파일을 불러옵니다.-


"대피하고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우리 500명 중 누군가가 식량 저장고에 불을 질렀어요."


남자가 무대 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장난하냐!"


"어떻게 살라고!"


"죄송합니다 여러분. 관리를 철저하게 감시했는데도 방화범을 찾아내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방화범을 빨리 찾아봐요!"


잠깐의 노이즈. 무대 위에 있던 남자가 어느새 칼에 맞아 죽어 있다.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면서 영상이 끝난다.


-D.bunker-2015-3-6 파일을 불러옵니다.-


"아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한 명이 무대 위에서 괴상망칙한 화염 방사기를 쏘고 있다.


잠시 후 그 한 명도 총에 맞아 죽는다.


"죽어, 죽어라 더러운 놈아. 국회의원이면 단 줄 알아? 적어도, 여기선, 모두가 평등하다고! 아니, 평등했다고... 으아!!"


-D.bunker-2015-3-8 파일을 불러옵니다.-


화면이 엄청나게 어둡다. 그러다가 당신들이 나온다.


"아, 이런. 죄송해요."


"여기 뭔가가 있어."


그리고 영상이 종료된다.



#50


"와우... 벙커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군."


"또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어야겠네요."


당신들은 컴퓨터를 종료하고, 연구소를 빠져나와 택시에 탑승했다.


"강릉에 있는 연구소로 가보자."


"잠깐만요."


"왜?"


조수석에 앉은 당신이 말한다.


"우리 계속... 이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녀야 하나요?"


"...아니, 우린 지금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야."


"그럼 뭐죠?"


"시장을 물리칠 방법을 찾는 거라고. 연구소에 가면 도시의 과학을 뛰어넘는 무기 같은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말도 안되는 소리! 지금은 옛날로부터 620년이나 지났는데!"


홍석규가 말없이 액셀을 밟는다.


"솔직히 말해서, 전 도시 밖이 이렇게 역겨울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도시는 환상일 뿐이야."


"제 호기심의 결과가 이렇게 잔인할 줄은 몰랐다구요! 별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친구를 죽이고, 이상한 포자가 사람을 삼키는 건 고사하고, 아까 본 영상에서의 대학살은 뭔가요? 도시 밖의 사람들은 우리랑 똑같은 문명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야만적으로 돌변했죠?"


"말했잖아. 도시는 우리 이성을 억누르려는 환상일 뿐이라고. 여긴 똑같은 도시에다가 환상을 없앤 것 뿐이야. 넌 지금 그 환상을 옹호하고 현실을 배척하고 있어."


"이럴 것 같았으면 그냥 1년 더 버티고 정해진 집에 정해진 직장이나 다니는건데... 그러면 친구가 죽는 꼴도 안보고, 500개나 되는 해골도 안봤을텐데..."


"후,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할 것 같으니 그냥 운전이나 할게."


당신은 양손을 모으고 거기에 얼굴을 파묻는다. 눈가에서 눈물을 쏟으며 흐느낀다. 당신의 삶이 급격하게 피폐해졌다고, 당신은 느낀다.


"네가 이런 일을 겪지 않은채 도시에서 늙었더라면, 인생이 순탄하다는 게 얼마나 지겨운 일인지 알게 됬을거야. 난 네가 너무 부럽고 자랑스러워. 넌 내 딸같아."


"뭐라...고요?"


"내 딸 같다고. 물론, 내 딸은 3년 전에 불치병으로 죽었지만..."


홍석규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걔도 너처럼 그냥 도시에서의 순탄한 삶을 좋아했었지. 나도 그 땐 뭘 모르는 녀석이어서, 딸아이한테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라고 말했어. 제대로만 하면 정부가 알아서 해준다고말야. 정부는 만능이었고 나도 그걸 싫어하지 않았지. 그래서 걘 항상 학교 시럼에서 1등을 차지했어.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쪽지가 날아왔지. '귀하의 자녀가 학교에서 수석을 차지했습니다!'뭐 이런식으로."


"따님이랑 저한테 공통사항이라도 있나요? 왜 제가 딸같으세요?"


"너희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힘을 내거든. 물론, 방금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게다가 나이도 엇비슷하고 말이지. 고백하자면 난 널 딸로서 좋아하는거지 여자로서 좋아하는건 아냐. 넌 여자로 보기엔 너무 여리고 어리다고."


"하! 이쪽에선 아저씨를 아저씨로서 안좋아하고 있거든요? 오해하지 말아주실래요?"


홍석규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린다. 당신은 괜히 삐져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백색의 숲에서 청록의 숲으로 배경이 바뀐다.



#外1


"예나 씨, 예나 씨? 무슨 생각하는거에요?"


"에....예? 아, 네! 우와아악!"


당신은 멍청히 앉아있다가 국어 교사의 말에 당황해서 의자 뒤로 넘어졌다.


"괜찮아요 예나 씨!?"


"아우.... 네."


당신은 이번에 도망친 두 학생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둘 다 8학년으로, 내년이면 졸업하는 학생들이었다. 그 학생들의 신상이 담긴 정보가 당신의 앞에 있는 책상에 놓여있다.


"한나래랑 카나코 생각중이셨군요."


"예..."


그 중에서도 마음에 쓰이는 녀석이 카나코였다. 당신은 그녀가 만든 검의 모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형은 당신이 당신의 죽은 언니에게 만들어준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어리숙한 학생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걸까.



#51


-강릉시 연구소-


장장 9시간의 주행끝에 택시의 기름도 바닥이 나버렸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강릉시 연구소 바로 앞에서 택시는 멈춰섰다. 연구소 근처는 하얀색의 숲도 없었고, 마당엔 녹색 잔디까지 돋아나 있었다.


"여기선 쓸만한 무기가 나오길 빌어야겠네요."


당신들이 들어간 연구소는 예상외로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 홀에 널부러진 채 별로 녹슬지 않은 금속들은, 얼마 전에 사람들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에 누가 왔다간거지?"


홀의 카운터에 올려진 종이 한 장. 당신은 그것을 읽어본다.


-이나를 구한다. 한기산 그 놈을 용서하지 않기 위해서.-


글귀 밑에 붉은 지문이 묻어있다. 당신은 서류를 내려놓고 연구소의 조사에 나선다. 모든 복도, 모든 방의 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당신들은 조사에 장애를 겪지 않아도 된다. 편한 마음으로 진행하라.



#52


-이나를 구한다. 한기산 그 놈을 용서하지 않기 위해서.-

-붉은 지문-


-6월 3일부터 태풍이 시작된다. 그전까지 도시로 들어가야만 한다.-


-파괴기가 완성됬다. 조립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우린 여기서 또 하나의 포스 필드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첫째, 포스 필드는 무지막지하게 무겁다.-

-둘째, 포스 필드를 가져가서 작동시킨다고 하더라도 100일이 걸린다. 그 전에 태풍으로 죽을 게 뻔하다.-

-셋째, 이미 서울에 두 개의 포스 필드가 있다. 하나는 너무 오래되서 버려졌지만.-

-넷째, 어디 있는건데?-


-파괴기에 맞으면, 포스 필드는 재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무실의 컴퓨터에 적혀 있었다.-


-분명히 이 글들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건 당신에게 쓰는 말이다.-

-우린 시장력 603년에 혁명을 시도하려 했던 자들이다. 그것만 알아주면 된다.-


"603년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맞아, 학교에서 배웠어요. 한기산 시장님이 정체모를 이유로 서거하시고 17대 시장인 김병현씨가 취임하셨죠." - 카나코


-연구 결과 보고서-

-작성일 2014.12.15-

-작성자 : 오재원-

-사업부 : 연구부-

-직급 : 연구원-

-보고 안건 : 포스 필드 프로젝트의 성공 보고-

-보고 목적 : 프로젝트 마감 완료-

-보고 내용-

-반지름 15KM의 포스 필드 기계가 완성됨. 프로토타입은 전부 폐기처리함.-

-약간의 강도 테스트를 거치면 곧바로 쓸 수 있음.-

-포스 필드는 자기장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실질적인 자기장의 기능은 없음.-

-방사능과 산성을 튕겨내는 성질이 있으며, 아주 투명함.-

-현재 기계의 수명은 600~700년으로 보고 있음.-

-기계 하나를 조립하기 위해서 약 2000억원이 들어감.-

-외람된 사항으로, 포스 필드 파괴기가 있음.-

-파괴기는 포스 필드의 막에 침투해 서서히 증발시키는 기능을 가짐. 실험 결과 이틀이면 증발함.-

-파괴기 하나를 조립하기 위해서 약 10억원이 들어감.-

-현재 프로토타입을 제외한 완성품이 3개, 파괴기가 20개 배치되어 있음.-


-포스 필드 프로젝트-

-목적 : 재해 방지-

-프로젝트 내용-

-포스 필드는 일종의 결계 기능을 하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될 것임.-

-하지만 인체는 반드시 통과 가능해야함.-


-매직 웨폰 프로젝트-

-목적 :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 내용-

-매직 웨폰이라는 물질은 뭉칠 수 있음.-

-들고 있는 사람이 상상하는대로 형태가 바뀔 것임.-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 가능해야함.-


"매직 웨폰 이건 예상외의 기능을 쓸 수도 있겠군." - 홍석규


-이나 씨 사랑해요!-

-최공완 올림-


-우린 지금부터 널 구하러 간다. 그 전에 이 마지막 종이에 뭐라도 써야겠군.-

-이나 넌 반드시 구출된다. 우리의 분노는 진짜니까!-

-황신오 올림-

-아 오글대-



#54


당신들은 조사를 마쳤다. 건질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여기 수영장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자동으로 수온도 차갑지 않게 조정되어 있다.


"여긴 대체..."


"최공완이라는 사람과 황신오라는 사람이 왔다간 곳 아냐?"


"그렇다고 보기엔 좀 그런데요. 저기 여성용 수영복도 있잖아요."


천조각이 거의 사라지고 끈만 남은 비키니가 보였다.


"수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서류를 다 종합해보자."


당신들은 결국 반란을 위해 파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직 웨폰이라는 신소재는 연구 방에 없는 것을 보니 벌써 누군가가 가져간 것 같았다. 황신오 아니면 최공완일 것이라고 당신은 생각한다.


"막막한데. 파괴기를 조립해야한다니..."


"어쩌면 벙커에 있을지도 몰라요. 여기에서 603년 사람들이 쓴 글들을 보면 한 명도 벙커에 들어갔다고 한 사람이 없잖아요."


"아, 그런가? 하지만 벙커 내부에 있던 것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잖아."


"그거야 대전시 연구소 얘기죠. 여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가..."


아니나 다를까, 벙커의 문이 크게 녹슬지 않은 채로 아직 남아있었다. 당신은 벙커의 문을 열며 말한다.


"이번엔 뭔가 있을 것 같아요. 한 번 들어가보자구요."



10분동안 계단을 내려가자 녹슨 문이 나타난다. 문 위엔 전광판이 붙어있는데, 작동하지 않았다. 녹슨 문이 쉽게 열리며 당신의 눈을 자극했다.


문 너머의 벙커는 대전시 연구소에서 봤던 빈 공간이 아닌, 진짜로 복도가 있는 구조의 벙커였다.


"이거.... 정말 대단하군."


"계속 가봐요. 그 기계가 나올 때까지."


---


붙일까 말까 생각하다가 그냥 안붙임 제성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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