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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말이야 못 가르쳐줄 것도 없죠. 그럼 대가로 당신은 나에게 뭘 해줄 건가요?”

내가 소녀에게 제공해 중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음……. 살려줄게?”

“하, 거 참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군요.”

“이봐 이봐. 비꼬지 말라고. 그렇지만 내가 딱히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걸 어떡해?”

“옷을 줘요.”

“그건 안 돼.”

“안 도망칠 테니 옷을 줘요.”

“너를 어떻게 믿으라고? 도망가서 이상한 마법사가 여기 있다고 사방팔방에 소문내고 다니면 어떡해?”

“젠장. 그러면 나를 이딴 천 쪼가리나 덮어 놓은 채 계속 알몸으로 내버려 둘 건가요?”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내가 나쁜 놈 같은걸.”

“나쁜 놈 맞아요.”

소녀는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당신 마법을 쓸 줄 알죠? 마법을 대신 나에게 가르쳐줘요.”

“그거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냐.”

“상관없어요. 못 배워도 그만 배워도 그만이니까요. 최소한 내가 마법을 배우려고 하는 동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 아녀요?”

“그럴듯하긴 한데,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이라며? 별로 너를 묶어둘 꺼리가 될 것 같지는 않은걸.”

“그럼 이렇게 벗고 있으란 말예요?”

 소녀는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어어. 울지는 말라구 이봐.”

“흑...흑...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옷 줄게. 준다니까!”

소녀는 언제 울었냐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죠?”

“하아. 그래 준다 줘.”

 나는 숨겨두었던 옷을 가지고 와 소녀에게 돌려주었다. 소녀는 옷을 받고는 바로 입지 않고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어울리지 않게 고풍스러운 단검을 하나 꺼내어 확인했다.

“그건 뭐야?”

 소녀는 재빨리 단검을 감추며 옷을 입어나갔다.

“어머니의 유품이에요. 신경 쓸 거 없어요.”

“아. 너를 여기 묶어 둘 좋은 생각이 났어.”

“뭐죠?”

“그 단검을 뺏으면 되겠네. 소중한 물건 같은데.”

“안 돼요!”

“기절시켜서 뺏을 수도 있다구?”

소녀는 분해서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었다.

“이 악마! 지옥에나 가라지!”

“그래 그래. 나도 내가 좋은 곳에 못갈 건 알고 있으니 어서 그 단검을 내놔.”

언데드가 죽어서 설마 천국이라도 갈까보냐. 에휴.

소녀는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방법이 없다는 것을 결국 인정하고는 부들부들 떨며 단검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절대로 잃어버리거나 소홀히 다루면 안 돼요.”

“소중히 지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돌려줄게.”

“진짜 나에게 소중한 물건이라구요. 절대 허투루 다루지 말아요.”

“약속하지 암. 도망치지나 말아달라구. 그건 그렇고 이제 제국어라는 것을 좀 공부해 보면 안될까?”

“하아... 어쩔 수 없죠. 약속은 약속이니. 제국어 말이죠. 제국어는 고대어와 비슷해요. 고작해야 사투리 정도의 차이밖에 없죠. 뭐 깊히 파고 들어가면 좀 다른 점도 많지만…….

나는 이 수상하기 그지없는 소녀에게 한동안 제국어 강습을 받았다. 어느덧 해가 지고 달이 떴지만 나야 뭐 그런 걸 알 턱이 있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왜?”

“왜냐뇨. 난 배도 고프고 졸립다구요. 숲을 헤멘 데다 기절까지 했지. 나 엄~청 지쳤어요.”

“배고프고 졸린 게 뭐야?”

“뭐라고요?”

“배고프고 졸린 게 뭐냐고.”

“무슨 소리에요? 당신 인간 맞아요?”

 어어. 인간은 ‘배고프고’, ‘졸린’ 존재인가? 그게 무슨 소리야 젠장. 큰일이네. 이걸 어떻게 한다. 물론 나도 인간이었지만, 스승하고 지내던 시절조차도 흐릿한데 그때는 거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아이고 모르겠다. 대충 둘러대 보자.

“아, 물론 나도 배고프고 졸리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구.”

“.....? 그래요 그럼.”

소녀는 뭔가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 또 뭐야. 뭔데 대체? 말을 해야 알지 참.

“근데 저녁 안 먹어요?”

“저녁?”

“네, 저.녁.”

강조해서 말한 들, 내가 어찌 알리오. 아니 단어는 알지. 밤에 먹는 게 저녁이잖아. 근데 난 먹는다는 걸 모르...아! 설마 스승이 뭔가 섭취하곤 했던 그건가?

“아 물론 먹지. 내가 얼마나 잘 먹는다고.(물론 거짓말이다. 난 뭘 먹을 필요가 없다)”

 나는 후다닥 자리를 피해서 스승의 저장고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시커멓고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플라스크에 두 병에 그것들을 그러모아 담아가지고 왔다.

“기다렸지? 여기 저녁!”

 불안하다. 두근두근. 소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플라스크를 잡고 킁킁 냄새를 맡더니 입을 열었다.

“이건 못 먹어요.”

역시 그럴 것 같았어. 어디 한번 시치미 뚝 떼고 뭘 먹는지 알아내 보자.

“뭐? 하지만 난 이걸 먹는데? 그럼 넌 뭐 딴 것을 먹니?”

소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보고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죽은 지 너무 오래 돼서 못 먹어요. 난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만 먹을 수 있다고요.”

휴. 그런 건가. 대충 알았다.

“아하. 그렇구나. 그럼 오늘 저녁은 참아줘. 내일 토끼라도 한 마리 잡아다 줄게.”

“…….”

소녀는 아무래도 미심쩍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럭저럭 넘어갔다.

“그럼 이제 자죠. 난 어디서 자면 되죠?”

훗 이건 쉽지. 스승이 지내던 곳을 주면 되는 것 아냐? 난 소녀를 스승의 방으로 안내했다.

“흠 뭐, 이 방은 지낼 만 하네요? 좀 삭막하기는 하지만”

좋아.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재차 소녀에게 물었다.

“그럼 졸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긴요. 자야죠.”

“그래 잘 자.”

멀뚱멀뚱

소녀와 나는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요? 나 자는 거 구경이라도 할 생각이에요?”

“그러면 안 돼?”

소녀는 뜨악한 표정이었다.

“안 될 건 없지만, 뭐랄까 당신 정말 그러고 싶어요?”

 이런, 인간들은 잘 때 어지간하면 서로 보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 농담이었어. 잘 자. 도망치지 말고.”

 나는 문을 재빨리 닫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숨을 쉬었다. 이거 큰일이다. 빨리 어떻게 하든지 해야지. 이대로 지내다간 아무래도 내 정체를 들키겠어.

 소녀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몸을 한동안 문에 기대고 있었다.

“온몸을 감싼 붕대며 저 이상한 행동거지들……. 아무래도 이상해…….”

소녀는 안쪽에 걸려있는 빗장을 보곤 문을 잠글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에이 설마 잡아먹기라도 하겠어? 잠이나 자자.”

조금 딱딱한 나무 침대 위로 몸을 뉘인 그녀의 배에서 쪼르륵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배고파아~ 에이, 잠이나 자야지.”

 나는 원래 일과로 돌아와 서재에 박혀 한참동안이나 책을 읽었다. 이번에는 주로 인간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역시 책만으로는 알기 힘들었다. 아이고, 골치 아파. 근데 내 골은 이미 말라 비틀어졌을 텐데 골치가 아플 수 있나?

“에라 모르겠다. 그냥 죽여 버리면 안 되나?”

 나는 문득 말을 해 놓고 스스로 놀랐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는 결코 아니고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에 내 스스로가 감탄한 탓이었다.

“진짜! 그냥 죽여 버리면 되잖아. 이렇게 쉬운 걸 왜 생각 못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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