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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환상세계
제 일 중장 ::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기묘한 일 #3
2013.06.06,08 ; 하늘바라KSND ; 하늘섬 환상세계
 
 이젠 익숙한 무심한 듯 시크한 거리. 길은 그들이 지나쳐왔던 마법진을 지나 그 너머의 산까지 쭉쭉 뻗어있었다. 기왕 얻고도 또 싸우고 싸우고 싸워 얻어낸 무료 숙식 하루쯤 자고 갈 법도 했지만, 라뮐은 해가 아직 중천이라 그런 건지, 어째서인지 상인을 끌고는 바로 그 집에서 나와버렸다. 그 뒤 그들 사이를 채우고 있던 것은 아무런 에너지도 실지 않은 대기였다. 마을의 최외각 담장을 넘었을 때쯤 일까. 소년 쪽에서 먼저 대기에 힘을 실어 보냈다.
 
 "라뮐. 아위즈인가 뭔가 하는 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숙식 무료 제공을 어떻게 얻어낸 건 좋지만 말이야…. 꼭 그렇게 해야 했냐."
 
 "응?"
 
 "꼭 도와줄 것처럼 말했다가 도대체."
 
 "굳이 말하자면, 처음부터 도와줄 생각 없었어."
 
 상큼하게 말하고 성큼 뒤돌아 서서는 상인의 눈에 자신의 시선을 고정하는 소녀. 그 덕에 그들은 마법진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곳에 멈췄다.
 
 "흠?"
 
 "처음부터 난 단지 저주를 건 마법사 같잖은 놈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란 말이지."
 
 이제 이해가 되셨나, 소년?이라는 말 대신 상인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민 라뮐은 오른 손 검지로 바로 앞에 있는 이마를 톡 튀겨주었다. 소년은 그에 잔쯕 오만상을 찌푸리고 뒤로 물러섰다.
 
 "큭, 기분나빠, 하지마. 돈이야 있으면 좋은 거긴 한데, 그래도 여러가지로 넘어선 안될 선이 있는게 아니냐."
 
 "남의 명줄을 가지고 협상질하는 게 썩 좋아뵈진 않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의 어디서 감명 받고, 또는 왜 그들을 불쌍히 여겨야 한다는 거지?"
 
 라뮐이 휙 돌아서서 다시 산쪽을 향해 발을 뗐다. 소년이 놓힐세라 따라 소녀를 따랐다.
 
 "그래도. 그 능력을 쓰는게 그렇게 힘든 거냐?"
 
 "아니."
 
 "근데?"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등 뒤에 나타난 라뮐의 얼굴에서 빛나는 눈빛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이었다. 이 감촉은 한심함을 가득 적재한 눈. 거기에 그치지 않고 뒤돌렸던 머리가 보는 방향으로 몸까지 완전히 틀고는 팔짱을 끼고 허리를 후방으로 삼 도 가량 기울였다.
 
 "내겐 작은 능력일 진 몰라도 그들에겐 평생 상상도 못할 큰 능력이다, 이말이야. 너는 능력이 좋은 사람이 덜 떨어진 이를 돕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흠?"
 
 "오. 뭐, 좋아. 가르쳐주지."
 
 라뮐의 허리가 십 도는 더 뒤로 기울은 듯 했다.
 
 "세상엔 약하거나 불쌍한 존재따윈 없어. 하늘 아래 같은 인간들끼리 어찌 감히. 불쌍하다는 건 자신의 위치엔 오르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이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지. 결론적으로 우월감의 변종쯤 일까."
 
 "그러니까 예컨대 선천적으로 장애를 지닌 애가 있다고 하면 그런 애를 불쌍히 여기면 안된다고?"
 
 "그렇지. 그건 정상인이 그들보다 '우수'하고 '행복'할 것이란 생각에 기초한 거니까. 그들도 그들 나름 할 수 있는 게 있고 쓸모 있는 분야가 있기 마련 아니겠어?"
 
 라뮐이 상인의 뒤죽박죽 혼란스런 낯을 보고는 칫, 한숨을 쉬더니 놓았던 말을 이어나갔다.
 
 "인간의 능력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해. 또한 행복은 물질적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대부분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단 말이지. 진짜 봉사나 뭐 도움, 배려는 그런 그들의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니겠어? 뭐 지금과 같은 경우엔 도움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옳은 거고. 물론 그 정당한 대가라는 게 큰 게 아니라 그들 수준에 비춰봤을 때야."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친 소녀의 표정에는 숨틘 미소가 생겼다. 그러나 미소는 잠시. 상인이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입을 벌릴 준비를 하자, 그 얼굴이 갑작스레 새하예졌다.
 
 "솔직히 동정해서 무상으로 도와주면 오히려 그들에게 좋은 거 아냐?"
 
 "후.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좋을 대로 하는 건 배려가 아니라 그냥 폭력일 뿐이야! 오. 내가 일반인을 상대로 뭐하는 거지?"
 
 "폭력?"
 
 "그래! 폭력! 부모가 애를 좋다고 하냥 둥개둥개둥개야 키우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애 병신 만드는 거지! 부모 도움 없이는 못 사는 병신!"
 
 "흐음. 그럴 듯 하다고 해줄게."
 
 "알아서 해라. 으휴. 말하기도 지쳤다."
 
 라뮐은 뒤로 팽 돌아서 성큼성큼 가버렸다. 소녀의 귀를 상인의 뜀박질 소리가 마구마구 두드렸지만 없는 척 그런 노크 따위 간단히 무시해버리고 그저 길따라 앞만 보고 갈 뿐이었다.
 
 통념과는 많은 부분 충돌하지만 이 정도로 배척 받을 줄이야. 어쩌다 이 문제가 나오게 된 건지. 죄 없는 입술만 앞니로 씹어대었다. 칫, 아무렴 어떤가. 스승님의 말씀대로 세상에 기대를 가질 수록 힘든 건 자신인게 맞는 것 같다. 기대를 버려야 하는데. 그래도 사람 마음이 참 쉽지 않은 게 저 빌어먹을 야채장수 놈에게서 막상 그런 반응을 받으니, 섭섭했다. 친구로 지낸 지 어언 삼 사 년 다 돼 가는 데.
 
 이제 산이 보이지 않았다. 가까워질수록 보이지 않는 그 끝. 대신 뜨문뜨문 보이던 나무들이 제법 자기들끼리 모였고, 고개를 들면 들수록 더 빽빽히 들어찬 잎사귀가 있었다. 길을 따라 갈라진 나무들. 숲의 그림자가 막아서는 입구 앞에서 상인이 멈췄다.
 
 "라뮐. 여기서 그 마법사인가 뭐시기인가 어떻게 찾냐? 생각보다 산이 큰데?"
 
 상인의 걱정 어린 소리에도 라뮐은 그다지 그런 생각이 안드는 모양새였다.
 
 "간단해. 큰 소리든 뭐든 저 속의 놈이 튀어나오게 하면 되지."
 
 "흠. 그럴듯 하군."
 
 "그러니 잠시 저어기, 저기로 가서 귀를 막고 있어봐. 놀래지 말고."
 
 라뮐의 지시에 따라 소년은 소녀가 새끼손가락 한 마디 만치로 보일만큼 멀쩍히 떨어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의 신호를 받은 소녀는 행동을 시작했다. 먼저 라뮐은 수첩을 꺼내들고는 휘리릭 넘기다가 '귀'로 시작하는 단어들 앞에서 쪽넘김을 멈추고 위에서부터 찬찬히 짚어 내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귀마개라 쓰인 글귀에서 멈추고 오른쪽으로 휙 검지를 그었다.
 
 "후. 저쪽 세계에 있을 때 여러 물건들의 '리'를 조사해 놓은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이윽고 소녀의 손엔 귀마개가 들려있었다.
 
 "좋아, 좋아. 소리, 소리, 소리. 소리하면 폭죽인데. 아니, 아니. 뭔가 더 큰 소리 없을까?"
 
 아싸리 산에다 불을 질러 버리면 사람인 이상 어찌 안나오고 배기련만은, 그것은 좀 문제가 많은 방안이었다. 꼭 큰 소리일 필요 있을까? 단순히 방문 한 번 했다고 사람을 그 꼴나게 만들 정도면 상당히 예민한 놈일게 분명했다. 작은 소리라도 비일상적인 소리라면 분명 크게 반응하리라. 그렇다면 굳이 폭죽같은 걸 쓸 필요도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라뮐은 손짓으로 상인을 불렀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이럴 필요 전혀 없어. 여기서 소리 지르자."
 
 "흠? 그걸로 괜찮을까?"
 
 "안나오면 잡으러 가면 되지. 하나, 둘 셋하면 야-호 하는 거야. 알겠지?"
 
 "왜 '야호'야? 식상하지 않냐?"
 
 "닥쳐. 결정은 내가 한다. 하나-둘-셋- 야호!"
 
 떨떠름한 소년과 어쩐지 생기넘치는 소녀의 목소리가 함께 산을 타고 올라 온 산을 울렸다. 봉오리 하나뿐인 산이라 메아리 같은 건 없겠지만, 이 정도면 신경질적인 인간한테라면 상당히 거슬릴 터였다. 소리가 흩어진지 오 분쯤. 상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라뮐은 마주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 번만 더 하고. 그래도 반응 없으면 올라가자."
 
 "흠…. 그러자."
 
 "하나-둘-셋-. 야-호!"
 
 소리 대포가 다시 숲 사이 나있는 길을 타고 올라 구석구석 고요한 숲속에 소란을 선사했다. 산 꼭대기에 이르러서 완전히 흩어진 소리. 소리가 사라지자 다시 숲은 죽어버렸다. 아니, 죽지 않았다. 소리가 부른 소리. 숲 바닥을 깨우는 자박자박하는 돌 밟히는 소리가 그 소리였고, 스스스스스 가지 치우며 잎 부딪히는 소리가 그 소리였다. 이제 숲은 살아 움직였다.
 
 "하. 어떤 정신나간 놈들이 꼭대기서 야-호 하는가 해서 꼭대기에 가봤는데 없더니, 진짜로 미친놈들이 산 초입에서 야호하고 자빠져있었군."
 
 숲 그늘에서 벗어나 햇빛 받아 선명하게 제 색을 내는 젋은 남자. 소년까지는 아니고 젊은 남자쯤이었다. 독특한 무늬가 왼편에 박힌 검은색 더블코트, 그 아래도 검은색 바지로 깔맞춤하고, 머리는 연한 금발을 띄는 사내. 도시였다면 왕년에 여자 꽤나 후렸을 듯한 곱상한 외모였지만 눈은 상당히 번뜩였다. 아무래도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었는 듯 했다.
 
 "미친 건 내가 아니라 네놈이지. 어디 마법사란 놈이 사람을 해하고 마을의 열쇠를 저 모양으로 만들어?"
 
 "쫑알쫑알 시끄러운 계집이군.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런 촌구석에 있는 것만 봐도 보잘 것 없는 놈인 거 견적 딱 나오는데 말이야."
 
 "너! 정말 내가 누구인 줄은 알…"
 
 "너야말로 내가 누군 지 알어?"
 
 "너따위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보이는 것만큼 멍청하군."
 
 라뮐의 눈이 그의 얼굴에서 벗어나 그의 더블코트 위를 수놓은 톱니바퀴처럼 생긴 모양 위에 가운데서부터 위로 벗어난 직선을 가진 무늬로 향했을 때, 소녀의 그것이 큼직해졌다. 그리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웃기다는 건지 모르겠군. 자신이 멍청하다는 게 그렇게 재…"
 
 "아, 어쩐지 정신머리가 없다 했더니 서쪽 놈들이었구만!"
 
 "뭣? 서쪽놈들? 우리가 중앙회관을 차지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변방 취급을…! 네년, 잘난 동인 양반이셨군! 어쩐지 퀘퀘묵은 낡은 말은 지껄인다 했어."
 
 "중앙회관을 차지하면 뭐해? 아직도 생각은 변방놈들인데."
 
 "아니, 잠깐 잠깐. 나 또 공기가 되려 하고 있거든? 아니지. 이게 아니라 우리 목적이 이게 아니잖냐? 저 아저씨한테 열쇠를 달라…."
 
 딱 좋은 시기에 말머리를 내밀은 상인이었으나 말이 영 좋지 않았다.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된 소년은 네 눈에서 타오르는 아주 오래된 불꽃을 보고 생각을 포기했다. 미안하다고 중얼하고, 좀 멀찍히 소리만 들리 정도의 거리에 털썩 주저 앉는 것이 할 수 있는 일 전부인 상인의 얼굴엔 쓴 웃음이 있었다.
 
 "파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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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주나 다다음주면 일 중장이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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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96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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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양 2013.06.11 10:44
    전형적이구랴

    #2에서 편안함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가 쪼끔 어색한덧... 그것 말고는 재밌구랴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6.11 22:17
    잇 ㅋㅋㅋㅋ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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