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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마왕의 순환 ;14.09.04,14.09.14,15.01.29 ; 하늘바라KSND
 
 이 자리에 있던 마왕을 쓰러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어떤 귀귀한 모습을 한 생명체가 검붉은 마왕의 피를 뒤집어 써 핏방울을 땀처럼 뚝뚝 흘리며 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그에게 어느샌가 다가와 있었다. 무엇하는 녀석인가, 앞의 괴수를 살펴보다 눈이 마주쳤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친숙함. 그러나 기묘한 반가움도 잠시, 그것은 눈을 통해 그에게 강렬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아니, 강렬한 적대감 이상이었다. 평생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그 적대감이란! 오히려 그것은 절박함에 가까운 적대감이었다.
 
 '흠. 마왕의 잔당인가.'
 
 그러나 그는 그것이 다가오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성큼 다가오던 그것은 조금 당황한 듯 싶었다. 잠깐 멈춘 시계 바늘. 그것도 잠시, 그것은 주먹을 꼭 쥐고 그에게 다가왔다.
 
 '저- 결연한 모습. 이건… 마치 내가 마왕이 된 것 같지 않은가.'
 
 피식- 새어나오는 고소(苦笑)를 느꼈다. 눈 앞의 존재가 다가옴을 멈추는 것에 맞춰 그는 온통 붉게 물든 대지를 바라보며 다리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턴 뒤 일어났다. 잠시 대기를 떠돌던 흙먼지는 피와 잡다한 얼룩으로 자국진 옷에 다시 착 달라 붙었다.
 
 "마왕의 잔당인가? 아쉽지만 늦었군. 아니, 너는 마왕의 복수를 하고자 함이냐? 그러나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너희의 마왕을 쓰러트릴 만큼 강력하다. 너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건 그냥 개죽음에 불과할텐데."
 
 녀석은 마치 전혀 안 들리거나 전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 그러고보니 마왕은 어떻게 인간의 말을 할 줄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스쳐지나갔으나, 상대의 달음박질과 함께 그 생각은 빠르게 증발해버렸다. 첫 합. 서로의 검이 검은 궤적을 그리며 충돌했다. 쇠와 쇠가 부딪쳐 내는 높은 소리. 그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분진. 둘의 칼이 둘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거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가하던 힘을 빼며 뒤로 물러셨다. 잠시간 서로의 눈을 날카롭게 바라보던 둘은 다시 각자를 향해 달려갔다. 검과 검의 비명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음에 서러워 사방으로 뛰어갈 무렵. 몇 합만에 끝낼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눈이 반작 빛났다. 마왕녀석. 이런 것을 숨겨두고 있었나.
 
 "호오-. 제법-"
 
 감탄이 채 끝나기 전에 그것은 다시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그의 말은 머릿속에 넣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혀를 차면서 그것의 위압적인 검격에 맞섰다. 그의 얼굴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해가 약간 서쪽에 있을 무렵 시작된 싸움은 해가 지평선에 닿기 직전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싸움의 양상은 꽤나 달라져서, 미소졌던 그의 얼굴은 이젠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그것의 날카로운 베기를 더 이상 완전하게 막아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서는 그의 몸에 거친 칼날이 조금씩 스쳐가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그 자리엔 붉은 피가 맻히기 시작했다. 그 피는 주변에 곧바로 스며들어가기는 했지만, 옷이 더 이상 피를 흡수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천을 타고 흘러버리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옷자락을 붙잡던 핏방울이 격한 진동에 손을 놓쳐버리고 땅으로, 땅으로 추락했다. 추락한 핏방울을 받아들인 것은 붉은 대지. 대지는 이 핏방울이 너무나 익숙한 지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첫번째 핏방울의 성공적인 정착 이후 점점 더 많은 핏바울이 그들을 받아들일 최후의 보루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얼굴은 붉은 자국으로 얼룩덕룩한, 그의 옷처럼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눈 앞의 저 녀석은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내가 마왕과 싸우지 않았어도 이길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어쩌면 저 녀석이 진짜 마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반짝였다.
 
 '하지만 이미-. 틀렸어.'
 
 슈홧-하고 칼이 그의 상반신에 긴 사선을 그려넣었다. 이젠 익숙해진 뜨거운 고통이 사선으로부터 온 몸으로 번졌다. 이윽고 그 뜨거움이 온 몸으로 퍼졌을 즈음해서는 그의 다리에 힘이 풀림과 동시에 하늘이 기우뚱-하고 쓰러졌다. 달도 뜨지 않은 밤하늘에는 별이 한가득- 스쳐지나갔다. 이 상황에서 아름답다-란 생각이 지나간 것은 드디어 머리가 고장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까? 수많은 순간이 되감겼다. 그리고 필름에 첫머리에 이르러서는 징-하는 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툭- 탁한 소리와 함께 되감기 기능이 멈추었다. 별이 반짝- 빛났다.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해 전신을 불태워버린 별은 검은 하늘 속으로 하나 둘 희석되기 시작했다.
 
 "정의는 승리한다!"
 
 검은 세상 속에서 그것의 기묘한 웃음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역설적인 말에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다 바쳐 쓴웃음을 그렸다.
 
 '정의는 승리일까, 승리는 정의일까.'
 
 눈 앞의 존재가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게 되자 그것은 긴장을 풀고 땅에 누웠다. 그것은 환희와 기쁨에 감전된 듯 했다. 다시, 그것은 눈 앞에 흉측하게 쓰러져 있는 마왕을 보았다. 마왕은-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해냈다. 수 천 년간을 이어온 붉은 대지의 마왕을 다른 이도 아닌 그가, 그가 물리친 것이다. 그의 유쾌한 웃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소리는 붉은 대지를 가로질러 푸른 언덕이 있는 곳으로 가다 붉은 대지로 향하는 또 다른 괴물의 어깨에 잠시 앉았다. 그 괴물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홀대에 상처입은 소리는 다시 여정을 재촉했다. 맑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아까보단 좀 더 인간에 가까운 괴인을 만났고, 간만에 만난 생명체에 대한 반가움에 주변을 날아다니다, 그것 역시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제스쳐를 취했고, 그 모습에 흥이 식은 소리는 다리 더 멀리, 더 멀리 날아갔다. 흉악하게 생긴, 험하게 생긴, 조금씩 길을 갈 때마다 더 인간과 닮은 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그 강도를 더해가는 격한 반응에 소리는 기분이 나빠졌다. 마침내 자신과 마주치자마자 까무러치는 인간을 만나자 소리는 사라지기로 결심했다. 조금씩 조금씩 옅어지던 소리는 누구도 느낄 수 없을 만큼 투명해졌다. 검게 물든 마을만 그것을 목격하고 무어라 말하고 싶은 듯 했지만, 자는 사람들을 위해 꾹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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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짜증나는 소설?

원래 더한 묘사를 한 3번째 판이 있었는데 그걸 써 놓은 종이를 잃어버렸습니다. 앙대.. 흙먼지의 모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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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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