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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2013.12.08 3:21 Scene #P 변경


Scene #1


 바이올린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밖에서 보모가 돌아다니는지, 바쁘게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서서히 들려오는 세실리아의 피아노 치는 소리. 늘 그렇듯이 처음엔 잔잔하다. 15년도 더 넘어서 낡아가는 피아노를, 세실리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치고 있었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곡이 조금씩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침대 밑에서 누군가가 화를 내는게 들려왔다. 보모는 아닐테고... 하이든 부부 중 한 사람이리라. 화를 내던 사람은 계단을 올라오더니 곧장 세실리아가 있던 방의 문을 벅차게 열었다.


 "세실리아!"


 "엄마야! 어, 어머니?"


 난 문틈으로 복도를 볼까 하다가, 그냥 나가보기로 했다. 복도엔 씩씩거리는 하이든 부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왜 그러십니까 부인?"


 하이든 부인은 날 바라보더니 말했다.


 "잘도 이런 구린 노랫소리와 살았구나? 하긴, 일개 기사따위가 음악을 알리가 없지."


 뭔 소리를 하는건지 종을 잡을 수 없었다.


 "한번만 더 그 더러운 손으로 피아노를 치면, 피아노를 아주 부숴버릴거야. 알겠니?"


 "네에!?"


 "아, 아니. 부인, 그건 좀 심한 처사라고 생각합니-"


 "기사 넌 닥치고 있어! 짤리기 싫으면."


 부인은 혼자서 성을 내더니, 뭐라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멍하니 방안에 서있던 세실리아를 바라보자, 자다가 물벼락이라도 맞은 양 멍해진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세실리아는 말없이 다가와 문을 닫았다. 난 갑작스레 찾아온 하이든 부부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느끼고 말았다.


 뒤늦게 2층으로 올라온 보모가 물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죠?"


 "에-. 피아노를 쳐서 부인이 좀 화가나신 것 같아. 한 번만 더 피아노를 치면 아주 부숴버리겠다고 하시던데."


 "아...무래도 그건 좀 심하군요."


 "그러게 말이야. 좀 달래봐."


 보모는 세실리아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가 싶더니, 날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요? 안들어오고."


 "뭐, 나말이야?"


 "그래요 이반 당신. 빨리 들어와요."


 뭐야, 난 왜...


 하는 수 없이 보모의 뒤를 따라 거의 12년 만에 세실리아의 방으로 들어가봤다.


 굉장히 거대한 피아노가 방 중앙에 놓여있다. 침대는 내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넓었고, 벽 모서리 한켠에는 책이 즐비하게 정리되어있었다.


 확실히 나와 보모의 방과는 차이가 났다. 보모는 앞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혼자서 울고있던 세실리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자, 자. 아가씨, 그만 뚝! 다 큰 어른이 그러면 못써요."


 아무래도 보모는 보모였다. 완전 아이 다루듯이 세실리아를 보살피고 있었다. 주변인들과는 어울리지 않아 늘 어리숙했던 세실리아를, 보모는 아주 능숙하게 다룬다.


 "자, 그럼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 저녁준비를 해야하거든요."


 보모가 나가려고 하자, 세실리아가 보모의 팔을 붙잡는다.


 "더 있어주면 아, 안돼?"


 "죄송해요 아가씨. 대신에 기사님을 붙여놓을게요."


 세실리아가 나를 힐끗 본다. 그리고는 운다.


 "저게 뭐가 기사야! 그냥 노인네구만. 흐아앙- 그냥 여기있어. 저녁 차리지마-"


 "저녁 먹고나서는 아가씨랑 계속 있어줄게요. 그 때까지는 저 기사하고 같이 있을 수 있죠?"


 보모의 인내심은 어디가 한계일까? 난 세실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오오, 나도 사람 취급은 하는구나.


 "부르면 내려오세요. 두 분 다."


 그렇게 보모는 나갔다. 나와 세실리아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 아가씨. 혹시 바이올린 켜실 줄 아십니까?"


 "바이올린은 왜."


 뾰로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세실리아. 그녀의 미모는 늙은 남자라도 가슴을 뛰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무래도 배워놓으면, 아가씨와 합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하아?"


 세실리아의 표정이 상당히 비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당황한 것 같았다.


 "아니 뭐, 바이올린도 있고 하니까... 책은 잘 모르겠고, 아가씨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알려주고 싶어도 바이올린은 기초밖에 모르는 걸. 그렇게 해보고 싶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동기가 없었지만, 이렇게 허송세월 지낼바에야 그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뭐... 가져와봐."


 세실리아는 그래도 알려줄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난 방에서 바이올린을 가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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