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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환상세계
제 일 중장 ::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기묘한 일#4
2013.07.09~10; 하늘바라KSND ; 하늘섬 환상세계

 

 푸른색 도화지에 하얀 물감 얹은 칫솔 몇 번 털어낸 듯 점점이 구름들이 박혀 있는 하늘. 그런 아름다운 하늘을 닮고자 했지만 조금 삔트가 어긋나버려 색다른 푸르름을 띄는 산을 덮은 숲. 그 숲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직전 야트막하게 누워있는, 누런 살을 드러낸 공터. 그 위에 도합 세 사람이 있었다. 그 중에서 둘은 따뜻한 봄 기운을 이글이글 뜨겁게 으르렁으르렁 달구고 있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반대로 좀 떨어진 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외롭시니도 묵묵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서잡놈들이 하여간 말이 많아. 옛날에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우리보고 굳은 주류라고 쫑알쫑알, 기득권이니 뭐시니 쫑알쫑알하더니. 뭐, 좋아. 그렇게 지 입 지가 놀리는 거 뭐라 할 생각 없어. 근데 말이야, 그렇게 입을 나불대던 놈들이 지들 세상을 맞이하니까 살 판 나서는 혹세무민, 곡학아세, 가렴주구, 부정적 성어라면 다 갖다 붙혀도 부족한 지금 모습이 안 보이나봐? 적어도 하늘의 섭리를 아는 자라면 마땅히 그를 따라야지. 그 섭리 자체를 자신들이 지어내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가진 네놈들이니, 하긴."
 
 "뭐라 재잘거리는 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군. 우리가 뭘 어쨌다는 거지? 결국 동인들도 섭리를 인간이 지어낸다는 것에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 지 모르겠군. 자신들이 쌓아올린 권세가 무너질까 전전긍긍하며 우리를 이단 취급하던, 그리고 정말로 그 크기로써 이미 우리가 더 우수한 이론임이 증명되었음을 들은 체도 안하던 놈들이니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러셔? 그렇게나 우수하고 올바르신 분이면 어디 네놈이 가지고 있다던 열쇠 쪼가리를 줘 보시던지."
 
 "네년에게 줄 것 같으냐, 어리석군."
 
 라뮐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고개를 좌우로 쩔래쩔래 흔들었다. 아무래도 벌써 몸을 풀 때가 온 듯 싶었다. 떠났던 시점보다 제법 미래로 와서 이런 싸움 같은 거 좀 뜨문뜨문 할 줄 알았는데. 십 년이 지나도 여전한 세상이었다. 그래, 세월이 아무리 흘렀 건 서잡놈들인 것 알게 된 순간부터 좋게 갈 생각은 애초에 포기했어야 했다. 괜히 대화를 시도한 자신이 바보였던 거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난 지금 그 조각이 매우 필요해서 말이야."
 
 라뮐의 손에서 빛이 났다. 일순 커지던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지더니, 취향인지 손잡이엔 장미 문양이 뒹굴고 있는 천으로 감겨있었고 그 위로 칼날을 쭉 따라가다보면 혈조를 끝으로 빼쪽하게 마무리된 흔한 짤막한 칼을 남겼다. 남자는 그 칼을 훑어보더니 씌익 웃고는 손을 가슴 앞으로 쭉 펴냈다. 이윽고 그의 손에서도 라뮐의 것과 비슷한 빛이 아른아른 하더니 제법 길다란 칼이 나왔다, 그때까지 지루하게 자신의 칼을 요리조리 뜯어보던 라뮐은 하품을 찍했다.
 
 "다 끝냈지?"
 
 라뮐과 남자가 서로를 보며 거리를 벌리고 섰다. 때마침 바람이 그들 사이를 휘몰았다. 서로는 서로를 향해 은빛 반짝이는 쇠덩이를 치켜 들었다. 바람마저 입을 닫자 그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한편 그간의 대화와 지금의 대치 상활을 토대로 엉뚱하게 굴러간 일에 대해 상인은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저 살벌한 분위기 한 복판에 가서 등장!을 외친 뒤에 뭐라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싸우는 법도 모르고 현재 상황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재로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라뮐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의 신상에도 도움이 되지 싶었다.
 
 "하. 난 정말이지 사려 깊은 남자라니까."
 
 상황은 아직 그다지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며 그 자리에 서서 칼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 끌기에 먼저 질린 것인지, 라뮐이 먼저 침묵을 깼다.
 
 "나는 라뮐 온리세. 동족 마지막 등불이다. 이게 무슨 의민지 알지?"
 
 "나는 뉴분 라이메카. 이명은…. 꼭 말해야만 하는 건가…."
 
 "멍청이. 아무리 개념 없는 서잡놈들이라 해도 그렇지, 대전 규칙과 그 의미 조차!"
 
 "아---, 설치는 개새끼다. 만족했는 지 모르겠군."
 
 "멋졐! 누가 지었는 지 몰라도 진짜 잘 지었네. 딱 어울린다."
 
 "으, 젠장. 와라! 내 이명을 듣고 웃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일 거다."
 
 "하아. 저 태도! 시간상으로 10년이 좀 넘은 시점에 왔다지만, 벌서 다들 내 이명을 잊은 건가. 촌구석이라 인지도가 떨어진 건가?"
 
 그들의 알 수 없는 대화가 끝나자, 중심에서부터 빛이 퍼져나갔다. 서로는 서로에게 향한 칼을 더 세게 잡았다. 탐색을 먼저 머치고 움직인 것은 남자쪽이었다. 기묘한 미소를 띄며 잡아먹을 듯 달려들며 오른쪽 어깨 너머로 칼을 크게 넘겼다가 소녀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칼은 땅을 쳤다. 소녀는 그곳에 없었다. 남자의 칼이 움직이는 동시에 칼의 궤도 아래로 들어간 소녀는 몸을 돌려 남자의 오른쪽 아래 등을 찔렀다. 남자는 몸을 반대쪽으로 더 틀어 피했다. 목표를 잃은 라뮐의 칼은 끝도 없이 앞을 향했다. 남자는 빙글 돌여 칼을 오른쪽 위로 돌려 기다렸다는 듯 반격했다. 앗, 생각할 틈도 없이 오른쪽 다리에 힘을 빼고 넘어져 굴렀다. 구르고 나니 입이 까끌해 침을 뱉었지만 아직 입이 까끌했다. 남자가 땅에 누운 모양새를 한 소녀를 향해 아까와 같은 무지막자한 일격을 날리려 들었다. 식은 땀이 죽 몸을 적셨다. 몇 년 실전을 안하다 보니 감이 생각보다 무뎌졌다, 젠징, 으에엣! 소녀가 지렁이처럼 몸을 굽혔다 남자의 배에 발을 들이 밀었다. 남자가 저 뒤로 밀렸다. 그 틈을 타 일어나 원래 자세를 취했다.
 
 '후. 입만 요란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실력이 좋네. 쿠. 좀 더 긴장해야겠네.'
 
 다시 대치상태가 되었다. 이번에 남자는 지체 없이 달려들었다. 큰 동작으로 왼쪽 뒤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치는 검. 소녀는 궤적 아래로 들어갔다. 소녀의 앞을 향해 일직선으로 편 팔이 굽혀졌다. 남자가 으악하고, 칼날의 건천을 따라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소녀가 옆으로 나오자 남자가 앞으로 휘청했다. 남자는 칼을 지팡이 삼아 볼품없이 허리를 숙였다. 고통은 꼭 불에 데이는 그 느낌이었다. 마치 숯덩이를 배속에 집어 넣은 듯, 끊임없이 살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속을 가득 채운 외부의 물질이 화악 빠져나갔다.
 
 "쿠욱-."
 
 그 고통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라뮐은 하나뿐인 그의 지지대를 발로 차 저 멀리로 날려버렸다. 한 순간에 지지기반을 잃은 남자는 앞으로 꼬꾸라졌다. 원한 서린 눈에도 라뮐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칼만 보며 무시할 뿐이었다. 그 자세 그대로 라뮐은 입만 열었다.
 
 "이제 그만두지? 넌 내 상대가 안돼. 웬만하면 동인으로서 하늘이 내린 목숨을 사람 멋대로 앗고 싶지 않은데, 어때. 열쇠 쪼가리를 줄 마음이 생겼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래도 멍청이가 그 까짓 조각이 자기 목숨보다 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래서 서인들이란!
 
 "후. 어쩔 수 없지."
 
 라뮐이 하늘 높이로 칼을 들어올렸다.
 


 해는 이제 서쪽으로 마흔다섯 도 가량 기울었다. 기운 빛을 받는 온종일 한가한 길 위엔 달리 뭔가 생각하는 라뮐과 그다지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보며 걷는 상인이 있었다. 상인이 먼저 입을 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무슨 마법사? 그런 것 아니었냐? 근데 왜 칼부림을 했던 거냐?"
 
 "그야, 너희 세계에서 흔히 생각하는 파이어볼!하면 불덩이가 공중에 뙇 생겨서 퓽 날아가는 괴상한 걸 만들 '리'가 없거든. 게다가 만든다 해도 그런 불덩이가 발이 달렸어, 날개가 달렸어? 상대방에게 어떻게 날릴거야? 상대방에게 날릴 도리가 없으니 흔히 상상하는 마법 효과로 펑펑 쾅쾅 폭죽 터뜨리듯 화려한 전투보다는 이런 칼과 칼의 부딪침밖에 없는 거지."
 
 그뒤로 다시 이야기는 끊겼다. 상인이 라뮐을 슬쩍 보았지만 라뮐은 여전히 딴 생각에 빠져 상인 쪽은 안중에 없는 듯 했다. 상인은 몇 마디 더해보기로 결단을 내리고, 황천길 반은 간 이야기를 살리려 애를 썼다.
 
 "근데 그 쓰러진 뉴분 라이메카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아저씨는 괜찮은 건가? 그대로 놔두면 죽는 거 아니가?"
 
 "죽기는. 말짱히 살아서 두고두고 괴롭힐 거니 두고봐. 그놈 성격과 사상은 개차반이라도, 싸워보니까 제법 실력은 있는 것 같더라. 그 정도 무술이면 마법도 어느 정도 하겠지. 그 정도면 지가 마법을 써서 치료하든 그냥 죽든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도."
 
 라뮐이 섬짓 돌아 상인을 보며 멈추자, 소년도 따라 멈췄다. 그를 보는 소녀의 눈빛은 전에 없이 사뭇 진지했다. 이정도 농도라면 이곳에 오기 직전만큼의 진지함이었을까. 언듯 상인은 몸을 떨었다.
 
 "이런 혼란스런 세계를, 특히 나같이 쇠락한 론의 마법사를 따라 다니다보면, 아마 별별 일을 다 맞이하게 될지도 몰라. 웬만하면 나 혼자 카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거니 말이야. 그런 의미로 이 기회에, 아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실전! 백 년에 나올까 말까하는 천재 마법사 라뮐 온리세의 평범한 검술 강의'를 듣는다며…"
 
 칼부림이라니! 철저하게 사람 죽이기 위한 기술을 배우라니. 현실은 얼마나 더 현실에서 멀어질 것인가. 아니,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운동을 못 하잖아? 보니까 막 구르고 뒹굴고 수그리고 해야할 것 같던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상인은 헤실베실 웃으며 슬그머니 발을 뗐다.
 
 "어디가?"
 
 "어? 글쎄? 어디가더라?"
 
 라뮐의 표정이 이젠 제법 무서웠다. 치켜 내려간 양 미간. 순식간에 바닥상태로 내려간 저 분위기. 가볍게 한 농담으로 간단히 해결보기엔 상대가 너무나도 진지했다.
 
 "안오면 죽는다?"
 
 소년은 아무런 힘도,형체도 없음에 분명했지만 그의 발을 묶은 소녀의 말에 칫, 했다. 어쨌거나 그는 이 세계의 가이드였다. 게다가 도망쳐봐야 콧구멍만한 섬에서 달리 갈 곳도 없었다. 이윽고 그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소녀를 감싸던 공기가 한층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마음은 조금 더 갑갑해졌다. 어서, 이 상태에서 벗어나야 했다.
 
 "아아, 응응, 그나저나 아까 그 싸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길래 싸움을 건거냐?"
 
 "뭐긴. 서잡놈이지."
 
 "서잡놈?"
 
 "하늘을 지 똥으로 생각하는 놈들이 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후우. 어쨌든 꼭 배워야 한다. 나 지금 정말 진지한 거 알지? 나도 웬만하면 편하게 하고 싶은데, 세계가 이런 걸 어쩌겠니. 제 몸 하나는 그래도 제가 보전하는 수밖에."
 
 "흠.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뒤로 다시 세계는 잠들었다. 라뮐은 다르게 혼자 할 생각이 있었고, 그 옆의 소년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속소인 이장 집까지는 아직 온만큼의 길이 더 남아있었다.
 
 
 다른 집 같았으면 판판한 널로 막혀 있음직한 부분이 뻥 뚤린, 위화감 척척 뿌리는 길을 넘었다. 바닥 도처에 나무조각들이 함부로 굴러 다녔기에 세심하게 발을 디디지 않으면 안되었다.
 
 "저-. 그놈이, 그놈이 열쇠조각을 다 가져가버렸어요! 어쩌죠? 어쩌면 좋죠?"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예의 이장 딸내미였다. 그가 반기는 소리에 라뮐은 무덤덤 시큰둥 지나치려 했지만 상인은 대가 약한 건지, 어떤 건지, 자신도 모르게 뭐?를 외쳐 외려 자신이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듯 했다.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로 상인이 라뮐에게 귓속말 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 우리가 그동한 한 짓은, 그럼 대체-."
 
 "아. 걱정마. 그놈은 어차피 이 섬을 나갈테니까. 그렇게 약속했어."
 
 "나간다니?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데?"
 
 "어차피 열쇠는 못 들고 나가. 왜냐면 너도 여태까지 겪어서 알 듯이 열쇠를 두는 곳이랑 통로랑 꽤 떨어져 있잖아? 게다가 근본적으로 통로는 열쇠의 충입을 막기도 하고."
 
 "흠. 그럴 듯 하군."
 
 두사람의 소곤소곤이 끝나자, 놓힐세라 딸내미가 말로 그들을 붙잡아 뒀다. 아니, 정확히는 붙잡아두려 했다.
 
 "그래도 별로 걱정하-."
 
 "아. 그정도는 알고 있어. 어쨌거나 그 멍청이 쫓았으니 말이야, 나갈 수 있는 거지? 이제 너희 아버지만 치료하면 끝이지?"
 
 "네. 그렇게만 하신다면, 오전에 약속한 것 그대로 이행할게요."
 
 라뮐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소녀를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소녀가 그들을 멈췄다.
 
 "아. 그리고 문 말인데요."
 
 "문? 무슨 문? 저기 달린 창문? 아님 니가 하는 질문? 것도 아니면 내가 표하는 의문? 달로 가버려, 투더문?"
 
 "어…. 뭐라 장단을 맞춰야 하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저거요."
 
 라뮐이 뒤돌아보니 소녀가 뭔가 있었던 것 같기도한 휭휭한 담 사이를 가리키도 있었다. 그제서야 아아-하더니 언젠가 기회 되면이라는 기약없는 약속을 남기고 가던 길을 이었다. 소녀는 어줍잖은 대답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들이 속에 들어가자, 후다닥 별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방안은 여전했다. 라뮐은 제법 어찔어찔한 머리를 이끌고 누워서 골골하는 이장 곁에 휘우뚱 앉았다. 누군가를 살리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라고, 쓰라린 팔의 찰과상이, 멍든 엉덩이가, 찌릿찌리릿한 허벅지가 외쳐대었지만, 최대한 눈 앞의 남자를 이루는 리를 읽는 데에 집중했다.
 
 남자로부터 리가 하나 둘 머릿속에 들어왔다. 자연이 내린 리는 아름다웠다. 이런 듯 저런 듯 요런 듯 그런 듯 얼핏 무질서하고 혼란스레 보이지만, 그 속에 미묘한 규칙이 있었다. 말하자면 비규칙적인 규칙일까. 그러나 그 속에 인간의 힘이 개입하면, 자연의 리는 삽시간에 그 아름다움을 잃고 지루한 잿빛을 냈다. 그가 찾는 것은 그 아름다움을 망가뜨리는, 눈에 틔게 규칙적인 부분이었다.
 
 "여기있었구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규칙적으로 변한 부분을 없애버리는 것 뿐이었다. 달리 방도가 없기도 했고, 아직 하늘의 리를 완전하게 깨치지 못한 인간이 섯불리 건드렸다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그 까닭이었다.
 
 '사필귀정이라. 지속적으로 리를 흐트리는 요소를 없앴으니, 점차 기가 제 자리를 찾겠지.'
 
 "자, 그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옆에서 지켜보던 소녀가 깜짝, 상인도 깜짝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치료도 다 끝났겠다, 뭐가 또 문제야?"
 
 "벌써… 요?"
 
 "오래 걸릴 건 또 뭐람. 나 피곤하니까 빨리 잘 곳 좀 알려줄래?"
 
 "예? 예."
 
 소녀는 객들을 건너 방으로 안내했다. 제법 사림이 살았는 지, 아니 그냥 산 수준이 아니라 아주 애살스럽게 방을 가꾼 이가 사는 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곧 누가 자기라도 할 것인지 이부자리 두 장이 나란히 펴 있었는데, 그 이부자리가 보통 이부자리가 아니라 주름 하나 없이 곱게 바르게 직각직각하게 차렷한 제식 훈련 잘 받은 녀석이었다. 아무래도 집 주인이 보통 내기가 아닌 듯 했다.
 
 "불편하고 좁겠지만 워낙에 외진 마을이라 이 정도가 최선이네요. 전 아버지랑 같이 잘테니, 두 분이서 여기서 주무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잠깐. 라뮐과 같이 자라고?"
 
 소녀가 돌아서려는 찰나, 상인이 불러세웠다.
 
 "뭘, 이제와서 남사시럽게. 전에는 같은 방에서 자주 자고 그랬잖아? 한 이불에서도 같이 잤으면서."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릴! 그때사 남자였으니까!"
 
 "아-. 저는 그만 들어갈게요."
 
 소녀가 후다닥 문 너머로 가서 탁 문을 닫아버렸다. 아직 해질 무렵이라 사위는 아둑사니 할 뿐이었다. 오해를 풀 상대가 사라지자 자연스레 대화는 끊겼고, 라뮐은 그대로 이불 속으로 뛰어들어 피곤한 눈에 행복한 미소로 뒹굴뒹굴했다. 한참을 문명의 혜택을 한껏 만끽하다, 잡 정리 다 하고 이제 겨우 누운 상인을 가볍게 노려보며 라무리이 짓궃게 놀렸다.
 
 "선 넘어오면 짐승이야!"
 
 "러브 코미디 찍냐. 넘어 오래도 안 넘는다. 걱정하지 마라."
 
 "그건 그것 나름대로 섭한 소리거든?"
 
 "몰라. 잘래."
 
 라뮐이 무어라 투덜 중얼 꽁알 대든, 아예 귀를 막은 상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새로운 국면. 아직까지도 꿈인지 생시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꿈이든 현실이든, 당장 내일은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됐다. 현대에 살던 자신이, 모든 게 원시적인 이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과연 섬 끝에 도착해 집에 갈 수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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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는 일 :



허걱님과 함꼐하는 하늘섬 환상세계 시나리오 작성 중.

자세한 경과는 이야기 연재란에서.

 

Lighna형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D.A 시나리오 작성 중.

프로젝트 D.A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projetd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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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96년생)

성별 : 남

사용툴 : VX

주요 활동 : 소설쓰기, 댓글, 뻘글, 글소글

 

블로그 주소 : http://hb_tjdtn.blog.me/                 

 

이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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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양 2013.07.17 19:54
    야메로! 빈번한 띄어쓰기는 모 야메룽다!
    삔트 -> 핀트
    전투씬 묘사좀 배우고 싶네여 잘쓴듯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7.18 11:56
    오혹 감사합니다!ㅋㅋ
    사실 저 전투신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동생과 함께 직접 시연을 하며 만들어낸 산물이지요..
    어딘가에 중세검술이라 치먄 어떤 이글루스에 잘 나와있으니 참고해보시눈 게 좋을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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