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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4


 "이런 빌어먹을. 이래서 www는 안되는거구나."


 당신은 바이러스의 조롱이 담긴 노트북을 버리기로 생각하지만, 이내 그만둔다. 근처에 분명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파는 가게가 있을것이다. 당신은 아르바이트가 끝나는대로 그곳을 방문해보기로 한다.


 편의점에서의 일이 전부 끝나자 저녁 7시가 된다. 당신은 크레딧을 정산하고 사장님에게 바톤을 넘긴다.


 "사장님 한 번 터치!"


 "인마, 원래는 너 12시간 나 12시간이었잖아. 왜 너 10시간 나 14시간이 된건데?"


 "사장님이 저보다 손님 적게 받잖아요~ 그럼 됬죠?"


 "끙.... 그래도 너 때문에 손님이 많이 오니까 참는다. 내일은 9시까지 늦지 말고 와라."


 사장이 당신과 하이파이브한다. 당신은 못 쓰게 된 노트북을 들고 편의점을 떠났다.



 #5


 "그래서, 가망이 있어요?"


 "아니, 없겠는데. 그냥 우리집에서 하나 새로 사가지 그래? 싸게 해줄게."


 "여기 있는 제품들은 원래가 다 보급형이니까 쌀 수 밖에 없죠!"


 최저가는 70000크레딧, 최고가는 680000크레딧까지 있는 컴퓨터 가게. 파는 건 대부분이 데스크탑 모델이고, 노트북 모델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가게주인 잭스는 자기 입으로 컴퓨터 장인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믿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당신의 지갑엔 55000크레딧밖에 없다. 당신은 하는 수 없이 노트북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당신의 컴퓨터에 또 40건이 넘는 기사가 도착해있다. 당신은 기사를 전부 무시하고 당신에게 온 편지를 확인하기로 한다.


-5000 크레딧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품은 저녁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행운의 회사 일동 올림-


 편지를 읽자마자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택배요~"


 당신의 표정이 그 누구보다 밝아진다. 당신은 문을 열고 거대한 택배를 맞이했다. 매우 화가 나게도 택배는 착불이었다. 때문에 당신은 예정에 없던 2000크레딧을 또 소비했다. 이제 당신의 크레딧은 53000밖에 남지 않았다.


 택배원이 가고, 당신은 택배 상자를 뜯어보기로 했다. 상자의 크기가 생각보다 거대했는데, 당신의 허리까지 닿는 높이에, 당신의 허리둘레만한 너비를 가지고 있었다. 대략 60cm x 100cm 정도의 크기라고 보면 된다. 당신은 테이프를 떼고 내용물을 보기로 했지만, 스티로폼이 막고 있다.


 스티로폼을 해체하자 에어캡 비닐이 씌여 있다. 에어캡 비닐을 벗겨내자 검은색의 벨벳으로 마감된 박스가 내용물을 숨기고 있다. 당신은 화가 나서 박스를 부수려고 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돈날리는거잖아 그건.


 박스까지 전부 해체하고 나서야 겨우 손바닥만한 크기의 내용물이 나타났다. 박스 안에는 작은 보라색의 구체 한 개와 편지 한 장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카나코님. 준비하신 물건입니다.-

 -이 아티팩트는 아래의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보라색 피부를 하얗게 미백-

 -2. 좀 더 여성스럽게 보이는 효과-

 -그 외의 능력에 편지에 첨부한대로입니다.-

 -저희 회사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운의 회사 일동 올림-


 택배가 잘못 온건가 싶어서, 당신은 박스에 붙은 스티커를 보기로 한다. 스티커엔 분명히 배송지가 당신의 집으로 나와있다.


 "뭐야 이게!"


 당신은 아티팩트를 다시 박스에 넣고 반송을 준비한다. 아티팩트는 투명한 네모 기둥의 유리관 안에 이상한 색깔의 액체가 있는 물질이었다. 컴퓨터로 메일이 온다.


 -Yina님 맞으십니까?-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됬습니다. 본의 아니게 택배를 잘못 부쳤군요.-

 -반송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운의 회사 일동 올림-


 분명 행운의 회사 일동 전체가 쓴 편지도 아닐텐데, 이 편지들에는 '일동'이라는 단어가 꼭 하나씩은 들어가 있다. 당신은 아티팩트가 들어 있는 박스를 책상에 올려놓은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시간은 벌써 밤 11시다.



#6


 "이봐, 문 열어. 안열면 쳐들어간다."


 쿵짜작쿵짝이라는 말이 들리고나서, 문이 박살난다. 당신은 놀라서 일어난다.


 "뭐, 뭐얏!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이렇게 들어와도 되는건가요?!"


 "알 게 뭐야. 잘못 배송된 택배를 회수하러 왔다."


 당신은 한 손으로 이불을 들고, 한 손으로는 컴퓨터가 있는 책상을 가리켰다. 박스는 거기에 있었다.


 남자 두 명이 박스를 가지고 집을 나서자, 당신은 부숴진 문을 보면서 한탄한다.


 "으아아아아! 내 문!"


 수리하려면 또 돈이 들 것이다. 하지만 걱정 없다.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당신은 경비에게 문을 수리해달라고 말한 뒤 편의점으로 향한다. 오늘은 9시 딱 맞춰서 가고 있다.


 "뭐, 뭐야! 사장님? 사장니이이이임?"


 편의점이 당신의 문처럼 개발살이 났다. 문제는, 편의점 전체가 그랬다는 것이었다. 당신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사장을 찾는다.


 "사장님, 사장님 있으면 대답좀 해보세요! 이런 상황에서 대답을 바란다는게 무리긴 하지만, 어? 사장님?"


 사장은 계산대 뒤에서 무언가에 머리를 찧고 쓰러져있었다. 당신은 사장을 조금 더 살펴보고, 그가 죽었음을 깨닫는다.


 "사장님, 정신차려봐요! 여기서 죽으면 내 월급은 어떻게하라고!"


 다행히도 사장의 손에 돈봉투가 들려있다. 하필이면 피로 月給 이라고 쓰여있어서 굉장히 무섭게 보였다.


 당신은 당신의 지갑에 300만 크레딧을 넣었다. 이제 당신의 크레딧은 305만 5천이다.


 "일단 묵념."


 사장은 좋은 녀석이었다. 비록 늦게 온다고 화를 내기는 했지만, 돈도 많이 주고 늘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그런 그가 오늘 죽어버리다니... 그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묵념이 끝나고 당신은 119에 전화를 건다. 약간의 취조를 받고 풀려난 당신은 노트북을 사기 위해 도심으로 향한다.



#7


 현재 시각 12시 48분. 당신은 가장 번화가로 알려진 곳에 와있다.


 가장 신제품의 노트북을 구매하기 전, 바이러스의 백신을 알아보기 위해서 당신은 가장 유명한 수리점인 '안나와'로 향했다.


 수리점은 언제나처럼 사람이 붐볐고, 당신은 가까스로 직원 하나를 찾아 노트북을 보여주면서 물어보았다.


 "이거 수리 되나요?"


 직원은 당신의 노트북을 펼쳐보고서 놀란다.


 "이건... 처음보는 바이러스인데요. 일단 사장님에게 보여드리고 오겠습니다."


 어딜가나 사장이 최고인 것 같다. 직원이 사라지고 잠시 후 사장이 노트북을 들고 나타난다.


 "www로 접속하신 것 같네요. 이건 옛날 바이러스인데."


 "그걸 어떻게..."


 "척하면 척이죠. 이건 금방 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장은 백신이 담긴 DVD를 노트북에 입력한다. 노트북에서 DVD를 읽고, 잠시 후 노트북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우와! 대박."


 "4만 크레딧만 받을게요. 그리고 여기 DVD입니다. 바이러스에 또 걸린다면 쓰세요."


 당신은 4만 크레딧을 지불하고 수리된 노트북과 DVD를 획득했다.


 "정말 감사드려요."


 "이게 저희가 하는 일인데요 뭐. 다음부턴 조심하세요. www는 위험하니까."


 당신은 컴퓨터 수리점 '안나와'에서 나온 뒤 도심을 조금 더 거닐기로 했다. 그런 당신의 눈에 무언가가 나타난다.


 -The Dungeon-


 지하감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상한 가게는, 지하로 가는 계단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웬지 그 제목이 당신을 유혹하고 있다. 당신은 계단을 내려간다.



#8


 "어서오십쇼."


 "여긴 뭐하는 가게에요?"


 "보십쇼."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진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열대엔 전부 제각각의 모양을 가진 아티팩트가 늘어서있었다.


 법적으로 아티팩트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지만,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이 가게는 지하에서 판매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티팩트를 하나 구매해보기로 한다. 오늘같이 누가 문을 부수고 오기라도 한다면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으니까.


 -The Blind-

 -The Element-

 -The Dungeon-

 -The Blast-

 -The Site-

 -The Chemical-


 당신은 The Dungeon을 선택했다.


 "이거 얼마에요?"


 "뭐야 아가씨. 그거 사려고? 효과가 뭔지는 알아?"


 직원은 창백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젓는다.


 "그럼 가서 설명도 보고 오라구. 섣불리 샀다간 후회할거야."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진열대로 돌아갔다. 진열대를 잘 살펴보니 설명도 붙어 있었다.


 -The Blind : 주변인들이 어둠에 휩싸인다-

 -The Element :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된다-

 -The Dungeon : 길치로 만든다-

 -The Blast : 폭팔하는 무기를 가진다-

 -The Site : 기억한 장소로 마음껏 이동한다-

 -The Chemical : 화학의 달인이 된다-


 설명을 읽고 있는데, 문을 벅차고 누군가가 들이닥친다. 경찰들이다! 당신은 허겁지겁 아티팩트를 몇 개 가져간 뒤 진열대 뒤로 숨는다. 경찰 한 명이 총으로 직원을 쏴 죽였고, 다른 두 명이 진열대 쪽으로 스멀스멀 걸어왔다. 당신은 아티팩트를 써야만 한다... 하지만 아티팩트를 몸에 넣는 법도 모르고, 무엇보다도 무슨 효능을 지녔는지 모른다!


 "제발, 제발 좀 되라 좀!"


 당신은 멍청하게 십자가 모양의 아티팩트를 팔에 쳐박고 있을 뿐이었다.


 "찾았다. 저 년 붙잡아!"


 당신은 절박한 심정으로 아티팩트를 팔에 휘둘렀다. 알고 보니 아티팩트엔 버튼이 있었고, 우연찮게 버튼이 눌려지며 아티팩트에서 바늘이 나왔다. 바늘의 당신의 팔에 들어가면서 액체가 몸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잠시만요, 눈이 안보입니다!"


 "뭐, 뭐야?"


 당신은 아티팩트의 사용법을 깨달았다. 다음엔 주황색의 별모양 아티팩트를 팔에 한 번 더 주사했다. 하지만 별 효능이 없는 것 같다.


 당신은 그냥 그 곳을 뛰쳐나왔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두움을 호소하면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당신은 아티팩트를 조절하는 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일단 집에 돌아가기로 한다.



#9


 -어제 오후 도심에서 불법 아티팩트 판매상 검거, 도망자는 아직 잡히지 않아...-

 - 제 2 도시 도심에서 불법 아티팩트를 판매하던 직원이 어제 오후 2시 34분에 잡혔다.-

 - 진열된 아티팩트는 현재 두 개가 실종된 상태로, 경찰은 한 사람이 두 개의 아티팩트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 현재 부도심을 수사중에 있으며, 검거된 구매자들은 사형을 면치 못하리라고 말했다.-


 "망했다..."


 집의 문이 깨끗이 수리되어있고, 당신은 노트북으로 뉴스 기사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지하철에 갔을 때 즈음, 당신의 오른팔에 이상한 문신이 나타났고, 당신은 이 문신을 마음대로 눌러서 아티팩트 효과를 켜거나 끌 수 있게 되었다. 검은 원이 4개 그려져 있는 문신과 붉은 원 안에 정삼각형이 그려져 있는 문신, 검은 문신은 Blind 였고, 붉은 문신은 아직 알 수 없었다.


 "아, 모르겠다..."


 겨울이니 망정이지, 여름이었으면 문신이 다 보여서 큰일났을 것이다.


 당신은 문을 꽉 잠그고 침대로 들어가 누웠다. 하늘을 향해 붉은 문신을 누르자, 손 끝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 뭐지?"


 잠시 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천장이 폭파한다. 그러면서 지갑에 있던 크레딧이 1만 정도 소비되었다.


 "아, 진짜 망했다..."


 당신은 블라인드를 켜고 집에서 나왔다. 천장 수리비로 500만 크레딧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6.14 01:10
    히이익 눙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괭이는 호기심이 죽인다더니!
    -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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