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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그래! 사실 누군가는 보고 있겠지.


어지간히 황폐했으면 에스파냐 중남부 고원지대 남부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만든 RPG 게임에서도 이 게시판을 스테이지로 썼을까!


이곳은 글쓰기 게시판. 바로 밑에는 N이 그치지 않는 그리기 게시판이 있다.


하루를 못참고 터져대는 그 폭죽소리에... 하밬게이 넌 이렇게 말했지.


"그래도 괜찮아요. 우린 우리끼리 쓰면 되니까~"


그래. 너도 나도, 다른 라이터(Writer)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점점 의지를 잃고 사라져버린 너를, 새삼 보고싶어졌다.


늘어나는 조회수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 댓글을 보며 나는 속으로 되뇌였다.


혹시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게 아닐까? 못 쓴 글로 아방스를 더럽히지 말라는, 현재 접속 멤버들이 내뿜는 무언의 압박이 아닐까? 미양 니놈새키는 그 재미없는 글 좀 작작쓰라고 협박하는게 아닐까?


난 오늘도 글을 올린다. 이 게시판에 내 닉네임 두 글자가 올라온다. 그게 반복되면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지.


미니밴 당신은 게시판을 위로하기 위해선지, 아니면 그저 글을 끝마치기 위해선지... 두 달마다 이곳에 나타나 소설을 흩날리고는 사라져버린다.


현준... 언젠가 당신은 글로 인기를 끌어 아방스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글 두 개를 남기고는 국방을 위해 떠난 당신의 꿈을 이뤄주는게 이 게시판에 남은 자가 해야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서, 둘이서, 이곳에 불을 밝히기란, 참으로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4년간의 추억이 얽힌 곳이고, 난 여기를 포기하는게 너무 어려웠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고, 내가 그 속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설렘을 느꼈다. 원하는 소모임의 개설투표에 참여해 소모임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난 참여자로서 최선을 다해 글을 올렸다. 내가 쓴 건 모두.


작년 겨울이나 올해 겨울이나. 5~6 페이지의 글들로 이곳을 마감하게 되어 심히 유감이다.


항상 추워서 아무도 오지 않는 황무지. 그런 곳에서 난 불을 피우고 있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아는데 왜 불을 피우는거지? 그런 것에 대해 일일히 이유를 대봐야 돌아오는 것은 소리없는 조회수뿐. 난 수확이 끝난 논밭의 허수아비처럼 그저 글을 쓰며 남아있을 뿐이다.


남루한 옷자락이 떨어져 나가지만 춥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앞에는 이렇게 불빛이 있으니까... 완전히 춥다고 해버리면 일부 따뜻한 신체부위에게 미안해진다. 그 녀석들은 지금 최선을 다해서 열을 받고 있을텐데.


하루는 혼자서 다른 동네에 간 적이 있다. 맵배치 게시판, 게임 기획 게시판, 그리기 게시판... 사람들이 많았다. 그 모습이 보기 힘들어서 음악 게시판으로 갔다.


그 날 처음으로 우리 동네보다 힘든 곳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타난지 얼마 안 된 신생게시판이었다. 그곳은 언젠가 환상적인 선율로 꽃을 피며 번성하겠지. 그렇게 되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돌아온다. 내가 있을 자리로. 하지만 돌아오면 너무 늦었다. 가까스로 켜놓은 불빛은 사라진지 오래다. 예상하던 일이었다. 난 다시 불을 켠다. 한시간이 걸리던, 두시간이 걸리던...


오늘은 불을 켜는게 고되다. 나뭇가지를 몇 개나 팔아먹은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곧, 불이 나타나면 나는 입김을 불어넣는다.


"후-, 후우-"


불은... 얼마 가지 않아 꺼질 게 분명하다. 입김을 부는 나는 금방 포기해버린다. 지금 꺼지나 나중에 꺼지나 결과는 같을텐데, 난 왜 이렇게 불에 연연하는거지?


불을 켠다고해서, 과연 누군가가 와줄까?


누군가가 온다고해서, 과연 내게 말할까? 이런 남루한 옷차림에, 불켜는 솜씨도 변변치 못한 거렁뱅이를?


불을 켜는건 어렵다. 시간도 많이 들고, 불을 켜도 쬐는 사람은 나 혼자다. 아무도 없다. 이런 황무지에 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도 없다. 아무도.


"기왕 피운 불인데 그렇게 끄면 되겠어요? 후우-"


...한 명 왔다.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가 불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기에, 내가 말한다.


"소용없어. 언젠간 꺼질테니까."


"언젠간 꺼지겠죠. 하지만 지금은 따뜻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된거에요. 보지만 말고 나뭇가지라도 좀 가져와봐요."


난... 젊은이의 말을 따라 나뭇가지를 가져왔다. 사람이 어째 더 많아져있었다. 나뭇가지도 많이 쌓여 있었고, 불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아저씨! 그거가지고 되겠어요? 좀 더 가지고 오세요!"


"어? 어, 응..."


주변을 둘러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게시판 이름이라도 바꼈나?


하지만 아직도 이 땅의 이름은 글쓰기. 난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서 저들은 왜 저렇게 열심히도 노력하는거지?


다음 날이 되어도, 그 다음 날이 되어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불 주변에 집이 들어섰고, 풀이 자랐다.


하지만 여전히 추웠다. 이유가 뭘까? 이건 꿈이 아닐까?


눈을 뜨면 역시나 꿈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어느새 꺼진 불. 나뭇가지를 만져보니 아직 따뜻했다.


난 아무도 오지 않는 황무지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다시 불을 켠다. 일말의 따스함이 내게 힘을 주니까.



---


아따 죄송함다 하바케이님 하하

  • profile
    권선생 2013.12.21 00:11
    핫 슬퍼 눈물의 소모임 ㅠ
  • ?
    맵만드는중.. 2013.12.21 05:09
    "나뭇가지라도 좀 가져와봐요."
    아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조회수 20에 댓글은 2개가 태어났습니다.

    글쓰기 게시판도 뉴글이 있다면 매일 와서 보곤 했지만 오늘처럼 댓글을 남기게 하는건 처음입니다.
    왠지 모르지만 슬픈감동이었습니다.?
  • ?
    맵만드는중..님 축하합니다.^^ 2013.12.21 05:09
    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습니다.
    맵만드는중..님은 13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4.12.08 10:17
    아.. 이제야 이 글을 읽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가지로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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