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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환상세계
제 이 중장 :: 경계#1
2013.09.15 ; 하늘바라KSND ; 하늘섬 환상세계
 
 가만히 있던 평평한 땅 위에 갑작스레 보랏빛이 밝아오더니 제법 무게있고 부피감있는 색 없는 무언가가 아래서부터 스르르 올라왔다. 제법 큼지막하게 길어진 그것들은 보랏빛이 서서히 겉히자 제 색을 드러내었다. 동시에 그 속의 인물들에게도 제법 큰 집들이 듬성듬성 있고 작은 집들이 이쪽으로 오며 다닥다닥 붙어있는 마을 어귀가 보였다.
 
 "나를 반겨라, 섬이여!"
 
 사이비 교주마냥 하늘 높이 팔을 벌린 소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소년이 잡았다.
 
 "쪽팔리게-."
 
 "음. 뭐 어때? 나정도면 환영받을만 하지. 안 그래, 아이디스?"
 
 "아-. 네. 태양도 환하게 웃고, 땅도 흙내를 펄펄 풍기고, 새들도 포르르하고 저엉말이지 환영해 주는 거 같네요."
 
 "그렇지? 봐라, 나으 위대함을!"
 
 "나으가 뭐냐 나으가. 에휴."
 
 세 사람이 마을 속으로 들어왔다. 칼라풀한 머리의 소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며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 옆 검은 머리 소년은 그런 그를 보며 혀를 차고 고개를 쩔래쩔래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에 있는 모호한 노란색 머리칼 소녀는 그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어색하게 웃다가 등 뒤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불편한 웃음을 감추고 바람이 불어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랫동안 아주 구석에 처박아둔 솜의 모양새처럼 상당히 애매한 회색으로 온몸을 뒤덮고 있는 구름이었다. 계속해서 다가오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저 구름은 이 섬에서 자신의 애매함을 풀어버릴 작정인 듯 했다.
 
 "어-. 라뮐?"
 
 "응?"
 
 "아무래도 이 섬은 당신을 그다지 환영하는 것 같지 않네요."
 
 "무슨-?"
 
 톡-하고 무게감 있는 작은 무언가가 머리털 속으로 쏙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멀지 않게 차가운 기운이 얼굴 가죽을 툭툭 내리더니, 연달아서 빗물이 쏟아졌다. 거기서 그칠 줄 모르고 비는 그 줄기에 생장점이라도 있는 건지 그 몸집을 불려나갔고, 이내 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내렸다. 말 그대로 억수같이 쏟아졌다.
 
 "아이디스, 어서 숙소로! 상인, 전광석화!"
 
 "내가 무슨 삐카츄냐?"
 
 비에 몸무게가 불은 옷이 아이디스 피부에 착 달라붙었지만 옷 자체가 두꺼운 면 재질이라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인도, 라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방비가 튼실한 아이디스가 앞장서 중심부로 님비곰비 뛰어가고 둘이 곰비님비 그를 쫓았다. 계속해서 빗줄기가 굵어지는 꼴을 보아하니, 조만간에 그칠 생각은 없어보였다.
 
 첨벙텀벙 텀벙첨벙 비로 얼룩진 길따라 도착한 곳은 여관 비슷하게 잠자리를 파는 곳이었다. 비로 점철된 세상과는 동떨어진 대문 지붕 밑에서, 안으로 들어간 아이디스를 둘은 문턱에 앉아 기다렸다. 왼쪽에서 쭈르르 오른쪽에서 추르르 지붕 끝을 타고 떨어진 방울들이 물위에 흙위 지붕 경계지는 곳에서 계곡을 만들고, 그 계곡은 흘러흘러 길 저편으로 사라졌다. 하릴없이 멍하니 비오는 경치를 구경하던 상인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이 세계에서 비오는 거 처음 보는데?"
 
 "그래? 강도 있고 호수도 있고 하니 당연 비가 있는 곳인데. 왜 그랬을까?"
 
 "흠. 내가 운이 너무 좋았나?"
 
 "웃기시네. 이 세계가 오랜만에 귀향한 나를 환영해서 그렇거든?"
 
 "유치해. 유치짬뽕인데."
 
 "베-. 마음대로 생각하셔. 진리는 변치 않을 테니."
 
 "진리여야 말이지, 안 그렇냐?"
 
 "라뮐, 상인, 들어와요."
 
 아이디스의 부름에 둘은 심해로 가라앉을 수준의 대화를 관두고 대문과 집 문 사이 비가 거침없이 내리는 구간을 부리나케 뛰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심심하게도 어디 한 구석에만 콕 쭈그리고 있어야만 할 듯 했다.
 
 "비라니. 심심해."
 
 "가끔 쉬기도 해야 안 하겠냐."
 
 "안돼. 갈 길이 많이 남았어. 이제 겨우 제 1 연합마을령의 수도인걸?"
 
 "그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
 
 라뮐이 베시시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불답이소라 하였던가. 몇 년간이나 가까이서 그를 보아온 덕택에 그 이면에 숨겨진 용트림하는 어둠이 슬쩍 엿보였다. 적어도 지금 비오는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정신이 온전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그녀의 고향세계다. 최소한의 내숭도 없을 거라 생각하니, 무슨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아니, 물론 아니지! 내겐 혼돈! 파괴! 망가!가 필요해. 비 오고 어두침침 컴컴한 낮이라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는 새벽 네 시의 야근같은 느낌이지. 안그래?"
 
 "안그래. 니 힘을 자각해라. 봐, 아이디스가 벌써 멀찌감치 떨어져 있잖냐."
 
 "응? 저정도야, 뭐. 피하고 싶었다면 아예 건물 채로 나갔겠지."
 
 "건물 채로 날려먹을 생각이냐?"
 
 "무슨. 내가 언제 그런 위험한 짓을 벌였다고. 나같이 연약한-. 아냐, 아이디스. 아니라고!"
 
 "아. 이해해요. 하하-."
 
 "거짓말! 근데 왜 창문을 열려는 거야? 그리고 네 웃음소리 원래 안그랬잖아?"
 
 "그만. 누나 좀 그만 괴롭혀. 그리고 누나가 격식체로 두루낮춤을 쓰는데 비격식체로 아주 낮춤을 쓰며 함부로 불러서 쓰냐."
 
 "누구처럼 모호하니까 말 안하는 것보단 낮지. 뭐, 한 살차이 가지고."
 
 "에휴, 그래그래. 그나저나 도대체 비만 오면 왜 이러냐?"
 
 "음-. 몰라? 비에 무슨 숨겨진 힘이라도 있는 걸까?"
 
 밖이 보이지 않는 창 너머에서 들어오는 비소리를 셋은 감상했다. 천둥번개는 치지 않았지만, 충분히 큰 비였다. 상인은 그 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에 만족스러워 보였지만 아이디스는 창문과 돈이 든 품속을 번갈아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뭐가 좀 신경쓰이는 듯 했고 라뮐은 상당히 지루해보였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는 비오는 날 오후였다.
 
 "우아아아, 심심해. 원,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어!"
 
 "움직여보던가."
 
 라뮐이 벌떡 일어나 천장으로 깍지낀 손을 쭉쭉 뻣고 왼쪽으로 쭉쭉 오른쪽으로 쭉쭉 앞으로 뒤로를 한 번씩 마치고는 새천년건강체조를 시작했다. 새천년체조가 끝나자 이어서 청소년체조를 시작했지만, 그것도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틀렸어. 그냥 쓸 데 없이 힘들기만하고 하나도 재미없어. 야채상인! 나를 즐겁게 해라!"
 
 "편안하게 집 안에 있는게 안 좋냐?"
 
 "게으름뱅이! 좀이 쑤셔서 어떻게 견뎌? 뭔가 자극이 될 만한 일이-."
 
 라뮐이 조용해졌다. 라뮐이 조용해지자 사위가 죄다 조용해졌다. 비정상적인 고요에 상인이 먼저 흔들리는 빛으로 라뮐이 골똘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았고, 아이디스도 한참 뒤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수상함을 느끼지 못한 아이디스는 갸웃하다 다시 창문을 멍하니 볼 뿐이었다. 한참을 보다가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버렸고, 속에는 수상한 라뮐 온리세와 불안한 최상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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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님과 함꼐하는 하늘섬 환상세계 시나리오 작성 중.

자세한 경과는 이야기 연재란에서.

 

Lighna형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D.A 시나리오 작성 중.

프로젝트 D.A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projetd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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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96년생)

성별 :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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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활동 : 소설쓰기, 댓글, 뻘글, 글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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