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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지의 야생녀

 

 

 

한 무리의 순례 행렬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중갑옷을 입은 중년의 기사가 말을 몰고 경갑옷의 젊은 기사에게 다가왔다.

 

“주의 하십시오. 여기서부터는 몬스터들이 더 많아집니다.”

 

“음.”

 

“그나저나 대체 왕께서는 무슨 의도로 성지행을 명하셨을까요? 성지의 관리자들은 어지간한 크기의 에메랄드는 거들떠도 안 본다던데 말입니다.”

 

중년 기사는 얼굴에 근심이 서려 있었다. 이번 성지 순례에 들고갈 커다란 에메랄드를 구하기 위해 밑바닥 친 재정이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갈색 로브로 얼굴을 가린 앳된 청년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성지의 관리자들이 에메랄드를 바치면 드물게 진귀한 물건을 내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보잘것없는 보답을 한다지. 숙부님이 영지 자산을 많이 탕진하셨으니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에메랄드는 고작 한두 개. 그걸로 기껏해야 밀이나 돼지고기를 받아 가면 점괘가 나쁘다며 이를 빌미로 작위 계승을 미루고, 설령 숨겨둔 재산이 있어도 몽땅 털리고 나면 완전히 파산시켜서 영지를 뺏기 쉬워진다고 여기는 거지.”

 

커다란 에메랄드로 성지에서 점을 치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다. 성지에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골렘에 가까운 관리자들이 살고 있었다. 가끔 왕족과 귀족들은 후계자가 여럿이면, 그들의 앞날을 점칠 때 성지에 보냈다. 에메랄드를 들고 가서 받아온 물품을 비교해서 우위에 선 인물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성지로 가져가는 에메랄드의 개수에 제한이 없었으니, 결국 세력과 재산이 있는 인물이 모두 쓸어가는 답이 뻔한 게임이었다.

 

“그, 그럴 수가! 그동안 우리 백작가가 왕실에 바친 충성이 얼마나 무거운데! 도, 도련님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도 어찌 순례를 동의하셨습니까?”

 

“나에게도 이번 순례길은 명분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길일세.”

 

로브 후드 그늘 아래에서 귀족적인 입술이 매끄럽게 호를 그렸다.

 

핑! 피잉!

 

“스켈레톤이 나타났습니다.”

 

말을 타고 있는 기사들과 하인 몇 명은 놀라지 않았다. 기사 두 명이 말에서 뛰어 내려 재빨리 뛰쳐나가 스켈레톤을 간단히 제거했다.

 

찌이익! 찌이익!

 

“거대 거미가 나타났습니다.”

 

휘리릭! 퍽! 펑!

 

나무 사이에서 검은 거미가 붉은 눈알을 빛내며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단검과 활이 동시에 꽂혔다.

 

“역시 괜히 성지라 불리는 게 아니군. 몬스터 시체가 깨끗이 증발하다니, 이건 마치 잡인의 출입을 금하기 위해서 세워둔 경비병 같아.”

 

청년이 데려온 기사들은 모두 노련하게 대응했다.

 

“속도를 좀 더 올릴까요?”

 

“좋아.”

 

순례자 일행은 중년 기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렸다. 나무가 듬성듬성 나 있는 평탄한 언덕을 두어 개 넘었을 때였다.

 

“멈춰!”

 

청년이 말을 세우며 외치자 기사와 하인들은 모두 말을 멈췄다.

 

끼익! 킹! 철컹철컹!

 

멀리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청년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저게 무슨 소리지? 쇳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쇳소리라면 무기일까요? 성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철을 다루지 않습니다. 인간이 몬스터와 싸우고 있나 봅니다.”

 

“호오, 아직도 고리타분하게 순례길에 나서는 인간들이 있었나? 내가 다녀올 테니 자네들은 먼저 출발하게.”

 

젊은 청년은 말에 박차를 가해 일행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순례길에 나서는 사람들이라면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얼굴을 익히고 사귀어둬서 나쁠 일이 없었다. 도움이 필요한 처지라면 더욱 좋았다.

 

청년은 몸에서 푸르스름한 마나의 기운을 일으켜서 타고 있는 말의 다리에 흘려보냈다. 말의 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불시에 공격을 당했을 때 피해를 줄여주었다.

 

높은 산을 여럿 넘자 평원이 나타났다.

 

철컹! 쿵! 철컹! 쿵! 꾸엉!

 

“철 골렘?”

 

성지에 철 골렘이 나타난다는 말은 못 들어봤지만 분명히 철 골렘이었다.

 

3m 키의 거대한 철골렘이 몬스터 몇 마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철 골렘이 은빛 팔을 몇 번 휘두르자 마나가 실리지 않은 공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강력한 좀비가 펑펑 터져 나갔다.

 

“어린애가... 아니, 여자?”

 

철 골렘 옆에는 자작나무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황량한 풀밭이었기 때문에 자작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 두드러졌다.

 

자작나무의 굵은 가지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를 쫓던 몬스터끼리 싸움이라도 붙었나?’

 

청년은 여자가 벌판에서 철골렘과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동안 나무에 올라갔으리라 추측했다.

 

‘자태는 우아하지만 옷차림은 귀족처럼 보이지 않는군. 하녀가 일행에서 떨어졌을까? 아니, 저건 속옷이나 마찬가지다. 경황 중에 도망가느라 옷을 제대로 못 입었는지도 모르지.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다. 몬스터의 습격에서 간신히 도망쳤나보군.’

 

청년은 말에서 내려 은밀하고 재빠르게 나무로 다가갔다. 나무 타기는 청년의 특기가 아니었지만, 발이 스칠 때마다 나무에 흠이 푹푹 패어서 오르는데 지장이 없었다. 청년은 나무를 순식간에 올랐다. 커다란 손이 여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흡!”

 

청년은 한 손으로 여자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쉿! 조용히 벗어납시다.”

 

청년은 팔다리를 버둥대는 여자를 안고 나무에서 훌쩍 뛰어 내렸다. 가볍게 부스럭 소리가 났을 뿐 소음은 생기지 않았다.

 

“으으읍~.”

 

여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콧소리를 내는 동안 청년은 몇 발 안 뛰어서 산을 넘었다. 소드 익스퍼트에 도달한 기사들이 뛰는 속도는 평범한 인간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무지막지한 바람이 칼날처럼 여자를 스쳐갔지만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 청년이 푸르스름한 마나를 일으켜 여자의 주위에 퍼트려서 보호했기 때문이었다.

 

‘철 골렘을 누가 조종하는지 모르니 일단 근처에서 최대한 떨어져야 한다.’

 

“저쪽으로 달려!”

 

푸르릉!

 

청년은 말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말에 두 사람이 타는 것보다 청년이 여자를 안고 뛰는 편이 훨씬 빨랐다. 여자는 처음에 버둥거렸지만 상황을 파악했는지 아니면 체념했는지 얌전히 안겨 있었다.

 

청년은 속으로 씩 웃었다.

 

‘아주 멍청하지는 않아서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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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에 자리잡은 평원을 벗어난 것은 차원이동을 한 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나는 100일동안 광부 겸 농부로 살았다.

 

어지간한 자원은 모두 필요한 만큼 캤다. 이 지역은 마크보다 바위나 광석이 많이 적었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파놓은 땅은 설치물을 붙여두지 않으면 풀이 자라듯이 원래 높이로 차올랐다. 그래서 매일매일 어마어마한 흙더미를 근성으로 파 들어가 석탄, 돌, 철광, 금광, 청금속, 레드스톤은 물론이거니와 희귀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까지 캐냈다. 끈질기게 삽질을 하고 곡괭이질을 하다 보니 결국 땅은 더럽고 치사하다며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퉤퉤 뱉었다.

 

다이아몬드로 투구, 갑옷, 신발을 해 입었다.

 

다이아몬드 칼, 다이아몬드 곡괭이는 여벌을 넉넉하게 준비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삽이나 도끼마저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마크와 달리 땅바닥이 다시 차오르니까 언젠가 리필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미친 듯이 땅을 파내려간 결과물이었다.

 

다이아 세트가 이 정도이니 석탄, 철, 레드스톤은 보관하는 상자가 수 십 개 쌓일 정도였다.

 

흑요석도 캤지만, 무서워서 지옥문은 열지 못했다.

 

광부노릇 하면서 틈틈이 레드 스톤을 이용해서 자동 농사를 지었다.

 

밀, 코코아, 수박, 호박, 파피루스는 물론이고, 양과 소, 닭을 찾아 울타리에 가둬 농장을 건설했다.

 

닭은 깔대기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달걀을 모았다.

 

어떤 몬스터들은 게임과 달리 동물을 공격했다. 다행히 울타리를 넘지 못했다. 빈약하게 보였던 나무 울타리는 효과가 매우 좋았다. 울타리를 설치하자 거미를 제외한 몬스터들이 전혀 넘어오지 못했다.

 

넘쳐나는 금레기, 금으로 블록을 만들어서 금 블록과 철 블록이 교차하는 사치스러운 집을 지었다.

 

집 주변을 경호하는 철 골렘도 잔뜩 만들었다. 호박과 철 블록으로 철 골렘을 수십 기 양산했다. 철 골렘은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 앞에서는 거의 무적이었다.

 

등 따숩고 배부르니 슬슬 안전 불감증이 도졌다. 매일같이 땅만 파는 생활이 지겨워졌다.

 

“에메랄드를 64개 한 세트 모았으니 징징이를 찾아서 교환해야지.”

 

혼자서 살다 보니 혼잣말하는 습관이 들었다.

 

징징이 주민들은 각자 원하는 물건이 달랐다. 에메랄드를 받아서 교환해 주거나, 아니면 다른 물건을 받아서 에메랄드로 바꿔 주었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징징이 마을을 찾아 떠났다.

 

사막에서 징징이 마을을 발견했다. 노란 사암으로 쌓은 사막 마을은 예뻤지만, 나는 크게 실망했다. 나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하셀리안, 인심 쓴 김에 주민들도 좀 미화시켜주지 그랬어?”

 

징징이 주민들은 안타깝게도 마크와 생김새가 거의 똑같았다. 무표정한 모아이 석상들이 마을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마크보다 징징이 마을이 황량하군.’

 

사막 마을은 마크보다 주민 수가 훨씬 적었다. 여러 채의 집이 빈집으로 휑하니 버려져 있었다. 집과 밭은 군데군데 파손되어 있었다.

 

‘마크에 없던 다양한 몬스터가 살고 있으니 생존이 어려웠겠지. 마크 몬스터들은 집이나 밭을 건들지 않는데 여긴 시설물도 부수니까.’

 

내가 처음 발견한 날, 사막마을 징징이들은 인구가 5명 뿐이었다.

 

잠시 관찰해 봤더니 징징이 주민들은 행동 패턴 역시 마크와 똑같았다.

 

나는 이내 징징이 주민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눠보겠다는 야망을 버렸다. 징징이들이 할 수 있는 대화는 혀를 쯧쯧 차는 것 뿐이었다.

 

징징이들은 외부인이 마을을 부수는 걸 싫어했다. 내가 징징이 마을의 밭에서 당근과 감자, 호박을 캐 가면 못마땅하게 노려보며 혀를 찼다.

 

“어차피 너희는 수확하지 않고, 나는 수확한 자리에 다시 씨를 심는데 좀 봐주라.”

 

거기까진 이해가 가지만 징징이들이 단순한 게임 프로그램이다 보니 외부인이 마을에서 약탈하지 않고 이익을 주는 행동을 하더라도 싫어했다.

 

내가 마을 시설물을 고치거나 새로운 시설물을 덧붙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딱딱거리며 혀를 찼다.

 

“징징이들아, 조금만 기다려 봐. 마을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 줄게.”

 

나는 징징이 마을에 잔뜩 횃불을 달아서 밤에도 구석구석 빛나게 만들었다. 밝은 지역에서는 몬스터들이 저절로 생기지 않았기에 횃불은 중요했다. 내가 만든 횃불은 일부러 부수지 않는 한 불이 꺼지지 않았다.

 

‘모장에서 나중에 횃불도 제한시간 있게 만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횃불 패치하기 전에 차원이동해서 다행이다.’

 

징징이 마을을 둘러싸고 돌 울타리를 세워서 몬스터의 침입을 막았다. 징징이들은 울타리 문을 열어서 바깥으로 나가더라도 밤이 오면 다시 돌아오니 신경 쓰지 않았다.

 

‘사막이라 나무가 없으니 묘목을 심자.’

 

징징이 마을 한쪽에 나무 농장을 조성했다. 한쪽 구역의 모래를 통째로 들어내고 흙 블록으로 도배를 했다. 거기에 묘목을 종류별로 심었다.

 

내 집과 농장도 만들어서 징징이 마을에 없는 작물을 키웠다.

 

“인챈트 테이블을 징징이에게 사려고 했더니 모두 농부로군. 에혀~ 교환이나 하자.”

 

징징이 주민을 노려보면서 오른쪽 클릭을 하는 느낌으로 기합을 주면, 교환창이 떴다. 교환창에는 징징이가 교환해 주는 거래 물품이 표시되었는데 거의 대부분 쓰레기였다.

 

“아니, 이런 악랄한 징징이 보소! 에메랄드 세 개로 밀 18개를 준다고?”

 

징징이 생존자는 다섯 명에 불과했다. 죄다 악덕상인이었다. 성인 주먹 크기의 에메랄드를 받아서 밀이나 돼지고기를 조금 돌려준다고 배짱 장사를 했다.

 

‘징징이 인구수를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나는 징징이 마을 한쪽에 거대한 만남의 광장을 지었다. 나무 문짝을 잔뜩 이어 만든 러브 하우스였다.

 

“징징이들아, 문짝! 문짝을 봐라!”

 

딸깍! 탁! 딸깍! 탁! 딸깍! 탁!

 

유난히 남의 집 문짝에 관심이 많은 징징이들은 러브하우스로 다가와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짝을 열고 닫았다. 징징이들은 문짝이 늘어나면 무진장 빠르게 번식을 했다. 며칠 안 가서 어린 징징이들이 마을을 뛰어 다니고 일주일 쯤 지나니 그 애들이 어른이 되어 번식 행렬에 동참했다.

 

새로 태어난 징징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넌? 뭐? 다이아 갑옷을 내놓으면 에메랄드 한 개로 바꿔줘? 야, 이! 다음! 너는... 오오, 밀 18개에 에메랄드 한 개라니 착하구나. 얘와 쟤는 키우면 쓸만하겠군.”

 

나는 그 중 싹수가 제법 보이는 징징이들을 붙잡고 에메랄드를 잔뜩 먹였다. 징징이는 에메랄드를 먹이면 교환품이 다양하게 늘어났다.

 

“징징아, 징징아. 에메랄드를 받고 인챈트 테이블을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나는 내 손으로 키운 징징이들에게 에메랄드를 던져주며 각종 시약과 발광석을 포함해서 다양한 물품을 갈취했다.

 

그렇게 징징이 마을을 발전시키고 나니, 그마저도 지겨워졌다.

 

“진짜 사람과 만나고 싶다. 몬스터는 이만큼 다양한데 설마 인간 모습을 한 게 징징이가 전부는 아니겠지.”

 

넘쳐나는 철블록으로 철골렘을 10기 세웠다. 내가 떠난 뒤에도 징징이들이 안전하도록.

 

“다녀올게! 혹시 내가 오랫동안 안 오면 나와 비슷한 인간들을 만났다고 생각하렴!”

 

무심하게 마을을 배회하는 징징이들에게 나 혼자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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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동안 곳곳에 철 골렘을 만들어서 뿌리며 다녔다.

 

“철 골렘은 인류의 좋은 친구이지. 인간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인간을 지켜주니까.”

 

철골렘은 일정 구역 안에서 몬스터를 발견할 때마다 사냥했다. 철 골렘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몬스터는 잡지 못했지만, 일단 주위에서 쫓아주는 것만으로도 치안 유지 효과를 봤다.

 

그렇게 쭉 한 방향으로 직진하다가, 어느 평야에서 좀비와 스켈레톤 여러 마리와 맞닥뜨렸다.

 

“주변 동굴에 몬스터 스포너가 있나보군.”

 

몬스터 스포터는 철장에 작은 몬스터 모형이 갇혀 있는 모습의 소환용 의식구였다. 몬스터 스포너가 있으면 철장 안의 작은 몬스터 모형이 가리키는 몬스터가 한꺼번에 여러 마리 출몰했다.

 

좀비 8마리와 스켈레톤 8마리를 위해 철 골렘을 다섯 기를 제작했다.

 

철 블록을 ‘ㅜ’ 모양으로 쌓고 위에 호박을 올리면 철 골렘이 만들어졌다.

 

싸움은 철 골렘들에게 맡기고 나는 한 그루의 자작나무 묘목을 심었다.

 

“조상님들은 불 구경과 싸움 구경만큼 재미진게 없다는 속담을 남기셨지.”

 

자작나무 묘목에 스켈레톤을 잡아서 얻은 뼛가루를 솔솔 뿌리자 ‘뿌드득’ 소리와 함께 단숨에 큰 나무로 자라났다. 나는 흙 블록을 타고 자작나무로 올라간 뒤, 흙 블록을 깨서 없앴다.

 

큰 가지에 앉아서 싸움 구경을 하려고 했다.

 

“에이, 뭐야? 다 달아나네. 시시해.”

 

몇 마리의 강단있는 좀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어두운 동굴로 달아나기 바빴다. 한 기를 뺀 나머지 철 골렘들은 달아나는 몬스터들을 따라서 멀리 보이는 동굴로 들어갔다.

 

“바람이나 쐬자.”

 

모처럼 나무 위에 앉았으니 한가롭게 바람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입고 있던 다이아 갑옷, 투구, 신발을 벗어서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이 놈의 단벌 옷, 벌써 올이 풀리고 헤졌네. 징징이들은 옷을 안 팔고 마크 게임에서는 옷 만들기가 따로 없지. 옷이 다 찢어지면 소가죽을 망토처럼 걸쳐야 하나? 나는 언제나 제대로 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신세 한탄을 하다가 우울한 기분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터졌다.

 

“흡!”

 

와락!

 

“쉿! 쏼라쏼라!”

 

강인한 손이 내 입을 틀어막더니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며 나를 끌고 나무에서 뛰어 내렸다.

 

 

 

 

 

 

4. 승계자를 위한 에메랄드 점

 

 

 

청년은 산봉우리를 열 몇 개를 순식간에 넘어서 자신의 일행이 걷던 길에 도착했다.

 

“이 정도 거리면 괜찮겠군요.”

 

청년은 끌어안고 있던 여자를 놓아주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여자를 부축해서 조심스럽게 양지바른 풀밭에 앉혔다. 청년의 태도는 정중했다.

 

여자를 안고 뛰어오면서 대강 파악이 끝났다.

 

‘차림새는 험하지만 역시 태생적으로 하류 계층은 아니다.’

 

철 골렘과 좀비에게 쫓기던 여자의 신분이 범상치 않아 보였기에 깍듯이 대했다.

 

여자의 손과 발은 부드럽고 깨끗했다. 말랑말랑한 몸은 육체노동과 거리가 멀었다. 살짝 봉긋한 뱃살은 만성 운동부족인 귀족 여자들 특유의 것이었다. 적당한 아랫배는 귀족들이 누리는 게으름의 상징이자 풍요로움을 누리는 증거였다.

 

여자는 놀란 와중에도 지성이 깃든 밤색 눈으로 침착하게 자신을 주목했다. 여자의 손가락에 필기구를 쥔 흔적이 있었다. 무기를 쥐는 사람들이 손에 일정하게 못이 박히듯이, 필기구를 다루는 문관들은 손가락에 특징이 남았다. 문관들보다는 훨씬 약한 흔적이었으나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여자는 교양을 내보일 만큼만 시를 읽고 쓸 줄 알면 되지. 숫자를 셈해서 집안 관리를 할 줄 알면 딱 적당하다. 너무 배워도 피곤해.’

 

여자는 볕에 타지 않아서 희고 매끄러운 살결을 훤히 내놓고 앉아서 말똥말똥 청년을 올려다봤다. 너덜너덜한 속옷차림이 민망하기보다 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앞서 보였다.

 

“아차, 깨끗하진 않지만 우선 이거라도 두르십시오.”

 

청년은 고개를 돌리고 갈색 로브를 벗어서 여자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갈색 로브는 여자의 몸을 푹 감싸고 남았다. 여자는 잠깐 청년이 꼼꼼히 매어주는 로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몸 파는 여자도 아니야.’

 

여자에게는 귀족의 애첩이나 고급 창녀에게 배어 있는 교태어린 몸짓과 직업적인 표정이 없었다.

 

‘설령 귀족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좋은 인연을 맺어두면 손해는 안 보겠지. 재정 문제가 골치 아픈데 잘 됐군. 내가 백작이 되면 후원해 주겠다고 제안해서 자금줄을 뚫어볼 수 있겠지.’

 

빠르게 판단을 마친 청년은 예의상 돌렸던 고개를 원위치 시켜 여자를 마주보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티를로인 백작가의 테일이라고 합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다 큰 소리를 듣고 달려와보니 숙녀분께서 위기에 처해 있으셔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청년, 티를로인 백작가의 후계자인 테일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본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우와... 대박... 미남....”

 

테일이 왼손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가 살짝 빛났다.

 

‘번역 마법이 발동했군. 외국 여자?’

 

귀족들은 마법이 걸린 장신구를 몇 개씩 걸고 다녔다. 테일도 그랬다. 백작가가 파산 직전이라 아주 고급 마법은 무리였지만, 체면이 있어서 대충 요식행위로 꼈다.

 

그중에서 새끼 손가락에 낀 반지는 번역 마법 중에서도 하급 마법이 걸려 있었다. 반지를 낀 사람에게 외국어가 들리면 7~80% 뜻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다만 하급 마법이다보니 테일의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번역해주지 않았다.

 

여자는 로브를 움켜쥐면서 말했다.

 

“어우, 어쩌지? 완전 미남한테 이런 거지꼴로... 접시물에 코라도 박자. 모처럼 방해꾼 셀리안도 없는데 연애 사업의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침몰했네. 망했다, 망했어! 그런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쓰잖아? 어차피 안 될 거야. 그래도 아깝다. 얼굴 죽인다. 몸매도 끝내주네. 근육이 완전 바위인줄 알았잖아. 그래, 맞아. 나보다 어려 보이지만 나이나 국경은 우리 사이에 장애가 될 수 없어. 날 안고 뛰면서도 엄청 빨랐지. 기사일까? 소드 마스터가 동네마다 굴러다닐 것도 아니고 소드 익스퍼트 정도? 얼굴이 주인공 감인데 전설의 기사라던가....”

 

“흠, 흠!”

 

테일은 새끼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여자의 손을 잡고 급히 끼웠다. 여자의 새끼손가락에 은반지가 헐겁게 매달렸다. 카르트 왕국에서 가운데 손가락은 결혼, 넷째 손가락은 연인간의 애정을 뜻했다.

 

‘오해는 하지 않겠지.’

 

새끼손가락은 주변 어느 나라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저는 티를로인 백작가의 테일입니다. 케르트 왕국에서 왔습니다. 숙녀분은 일행과 헤어지셨나요?”

 

풀썩!

 

여자는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봉하고 있다가 후드를 뒤집어썼다. 여자는 후드 끝자락을 잡아당겨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제 일행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이 근처는 안전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테일은 여자가 민망함을 삭일 시간을 주기 위해 주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향해 달려갔다.

 

 

 

 

 

 

마크 게임에 없는 비행 몬스터에게 기습을 당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내, 내 골레에에에엠~!’

 

처음에는 무작스럽게 끌고 가는 남자가 나를 납치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남자는 내가 소리를 지를까봐 입을 막긴 했지만, 몹시 조심스럽게 날 챙겼다.

 

‘설마 철 골렘이 몬스터인줄 알고 날 구하려고?’

 

남자는 낯선 외국어로 말을 걸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티를로인 백작가의 테일이라고 합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다 큰 소리를 듣고 달려와보니 숙녀분께서 위기에 처해 있으셔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차원이동을 한 뒤 처음 들어보는 제대로 된 사람의 목소리에 감격했다. 더구나 남자의 목소리는 매우 근사한 저음이라 설렜다.

 

칙칙한 갈색 로브를 벗어서 드러난 남자의 얼굴은 완전히 내 취향이었다.

 

‘쩔어! 이상형이야.’

 

솔직히 나는 시각적 자극에 약한 편이었다. 그동안 남자를 얼굴보고 많이 사귀었다. 그런 전 남친들의 외모를 상상 이상으로 초월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시리도록 푸른 머리카락에 밝은 하늘색 눈동자를 가졌는데, 완전히 서양적인 모습은 아니고 인종이 동양인과 모호하게 혼합된 것처럼 적당했다.

 

“대박....”

 

갑자기 납치를 당해 놀랐다가 안심해서 마음이 확 풀렸고, 오랜만에 진짜 사람을 남신급으로 마주쳤다는 게 문제였다. 무심코 습관이 된 혼잣말이 줄줄 튀어나왔다. 세찬 바람을 맞았다가 바람이 뚝 그치면서 따듯해지자 흘러나오는 눈물처럼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남자가 투박한 민무늬 반지를 빼서 내 새끼손가락에 끼워줄 때는 설레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저는 티를로인 백작가의 테일입니다. 케르트 왕국에서 왔습니다. 숙녀분은 일행과 헤어지셨나요?”

 

남자는 내가 지껄인 소리를 못 들은 척 잠시 자리를 피해 주는 매너를 보였다. 남자가 다녀오는 동안 나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생각에 잠겼다.

 

‘민망하긴 하지만 지금 내가 민망해할 때가 아니야. 일단 이 세계에 징징이가 아니라 진짜 사람같은 사람들이 산다는 뜻이잖아. 더구나 저런 호화판 미남이 첫 타자로 등판했지. 일단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지위와 무력을 가진 사람을 만났으니 계획 1번대로 진행하자.’

 

나는 후드를 내리고 조신하게 앉아서 남자를 기다렸다. 나는 이런 좋은 기회를 붙잡고도 끝내주는 미남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며 화닥거리기에는 세상의 때가 많이 묻었다.

 

남자는 정찰을 다녀와서 상냥하게 물었다.

 

“경황중에 놀라셔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케르트 왕국, 티를로인 백작가의 테일이라고 합니다. 백작위를 계승하기 위해 에메랄드 점을 치러 성지에 왔습니다.”

 

‘역시 차원이동 판타지의 정석같은 귀족이군.’

 

나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남자에게 돌려줬다. 우리는 반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백작이 되실 분이셨군요. 저는 대한민국의 유나온입니다. 성은 유, 이름은 나온입니다.”

 

백작이라는 말에도 내가 굽실거리지 않자 남자, 테일의 태도는 더욱 정중해졌다.

 

“제가 과문해서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륙이 워낙 몬스터들 때문에 단절되어서 교류가 없기 때문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나는 출판사에서 주최한 사인회를 위해 거울을 붙잡고 연습한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온화하고 지적이며 기품있는 작가로 보이기 위해 급조해서 노력한 끝에 얻은 모나리자의 미소였다. 알 듯 말 듯 모호한 웃음은 철면피처럼 표정 변화를 쉽게 읽히지 않아야 하는 귀족들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마법 실험 때문에 갑자기 폭발하면서 눈을 떠 보니 이 숲이었습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테일은 왠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를 자신과 격이 비슷한 인물로 추정하고 있다가 자신의 짐작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런 듯 했다.

 

‘마법사의 실험실에 드나들 정도면 마법사와 친할 정도의 집안이거나, 하다못해 내가 마법사의 제자일 가능성이 있지. 내 손발은 하녀로는 안 보이니까.’

 

“오! 이런, 마법 실험에 휘말리셨군요. 마법사들은 위험한 실험을 자주 하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게... 제 실험이라서요.”

 

테일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성지는 기사들에게도 위험한 장소입니다. 숙녀분께서 마법을 알아 무사할 수 있었군요. 아, 이곳은 성지입니다.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글쎄요. 성지라는 곳에 대해 책에서 스쳐가며 본 것 같지만 관심이 없어서요. 연구만 하다보니 오가는 곳이라봤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하, 마법사들이 대개 그렇죠. 저희 기사들도 연무장에서 죽치고 있는 시간은 비슷합니다.”

 

나는 나를 마법사로 소개했다. 일반적인 마법사처럼 불덩이는 못 날리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마법은 종류가 다양했다. 이 세계 사람들에게 마법이 정해져 있다할지라도, 나는 전혀 다른 체계의 마법을 배웠다고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내가 쓰는 게임 기능들의 대부분이 ‘마법’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저는 공격 마법은 못 쓰지만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있었습니다.”

 

철 골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밝히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알려도 무방했다.

 

‘폭발로 이동하기 전부터 철 골렘의 재료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면 되지.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서 마법사들은 비싼 재료를 돈 생각 안 하고 무작정 모아들이기로 유명하니까.’

 

테일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백작이라면 고위귀족이시군요. 우리나라는 예전에 귀족제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기본적으로 시민이라고 부릅니다. 국왕은 ‘국가의 첫 번째 시민’이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혹여 외국인인 제가 백작께 예법에 소홀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아, 시민 제도는 고대 역사에서 들어봤습니다. 부끄럽게도 학문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물론 말로만 공화국이고 시민이지, 실상은 세도가들이 귀족 행세를 하며 국왕도 그런 주요 가문들이 선출합니다.”

 

“하하하.”

 

테일은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웃었다.

 

이 세계의 기준을 잘 모르지만 테일은 잘났다면 매우 잘난 남자 같고 언행에서도 그런 자부심이 충만해 보이는데 유독 나에게 예의가 깍듯했다.

 

‘뭔가 나에게 기대하고 있군.’

 

단순한 호의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테일의 말에 적당히 호호 웃으며 슬쩍 그의 차림새를 살폈다.

 

‘성지에 계승을 위해서 점을 치러 왔다고 했지. 그러면 아마 가장 좋은 옷을 준비해 왔을 텐데 고위 귀족 치고 옷이 낡았군.’

 

이 세계 귀족들이 지나치게 실용주의적이라면 모를까, 테일은 그 눈부신 미모에 가려서 잘 눈에 안 띄지만 옷차림이 허술했다. 윤이 나도록 닦아놓은 갑옷은 군데군데 땜빵 자국이 있었다. 귀족 기사에게 무장은 돈을 아낌없이 퍼붓는 1순위였다. 갑옷은 경장이고, 그 속에 예복을 비단으로 지어 입었다. 예복은 비단으로 지었으나 비단 자체가 낡아 빛이 바래 얼룩덜룩했다.

 

‘몰락 귀족? 집 창고에서 오래 묵은 선조의 재산을 끌어내서 겨우 맞춘 옷 같군.’

 

대충 견적이 나왔다.

 

“계승을 위해 점을 치러 오셨다고요?”

 

테일은 싱그럽게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예. 지금 당장 숙녀분을... 에....”

 

“나온이라고 부르세요. 당신은 내 구원자이니까요.”

 

나는 너그러운 태도로 말했다.

 

“예. 나온 양.”

 

‘나온씨라고 부르라고 할 걸 그랬나?’

 

나보다 어린 남자에게 ‘나온 양’이라고 불리자 기분이 미묘해졌다.

 

“저는 테일이라 불러 주십시오.”

 

“테일 경... 맞나요? 외국 호칭은 자신이 없어요.”

 

“그리 부르시면 됩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괜시리 흐뭇한 웃음을 교환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사업적 우호관계가 조성되었다.

 

‘당장 나를 겁박할 남자는 아니야. 날 도우면 보상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겠지. 우리 집안과 연줄을 잡으면 겸사겸사 더 좋고. 설령 대한민국을 못 찾아가더라도 나 자신이 마법사니까 어떻게든 손해는 안 볼 거라는 계산이 끝났군.’

 

“죄송하지만 며칠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온 양의 본국에 당장 연락을 취하고 싶지만, 저는 현재 왕명으로 성지 순례를 나온 몸입니다.”

 

“저를 데려가 주시는 것만으로 고맙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행을 찾으셔야겠네요. 제 덕분에 일행과 멀어져서 어떡하죠?”

 

“위치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성지 관리인들이 사는 마을입니다.”

 

테일이 고개를 돌려 휘파람을 불자 잠시 후에 말발굽 소리와 함께 테일의 말이 나타났다. 짙은 밤색 털이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커다란 말은 혈통이 좋은 군마였지만 안장이 낡았고 등자도 없었다.

 

“오르십시오.”

 

테일은 나를 말에 올려주려고 손에 깍지를 껴서 내 무릎 높이에 내밀었다. 나는 짐짓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마차만 타봐서 말은 혼자 못 탑니다.”

 

“워낙 아름다우셔서 마법사라는 점을 자꾸 잊습니다. 전장에서 마주치는 마법사들은 절반은 말을 타고 다니거든요.”

 

테일은 말에 훌쩍 올라타고 나를 끌어올려서 자신의 앞에 앉혔다.

 

‘꺄울! 끝내주는 미남 기사가 나를 자신의 앞에 태우다니!’

 

나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장면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부르르 떨었다.

 

“괜찮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테일은 내 떨림을 두려운 탓으로 여기고 믿음직하게 팔을 살짝 조이듯 붙였다. 명마에 올라타 진짜 기사의 팔 안에

 

갇히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몇 억짜리 오픈카가 부럽지 않았다.

 

“잘 부탁드려요.”

 

신음과 섞여서 떨리는 내 목소리에 테일이 후후 웃으며 말을 부드럽게 출발시켰다.

 

“점은 어떻게 치나요?”

 

“성지의 관리자들은 에메랄드로 점을 쳐 줍니다. 에메랄드를 바치면 일부 관리자들은 그 대가를 돌려주지요. 아주 진귀한 물건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밀이나 고기를 준다더군요.”

 

“에? 성지의 관리자가 혹시 징징이?”

 

“징징이?”

 

“아, 제가 본 책에서는 성지에 에메랄드와 물건을 교환해주는 징징이가 산다고 써 있어서요.”

 

‘이 근처에 징징이 마을이 있나보군.’

 

마크에는 징징이 마을이 두 군데 있었다. 사막 마을과 평야 마을이었다. 그중 사막 마을은 여기서 상당히 멀리 있으니까 방향으로 봐서는 평야지대 마을이었다.

 

“나온 양의 나라에서는 성지의 관리자들을 ‘징징이’라고 부르나 보군요.”

 

‘헐! 아무 징징이나 붙잡고 에메랄드를 먹이면 대부분 큰 손해를 볼 텐데 뭘 믿고 점을 쳐?’

 

“징징이가 밀을 주면 풍작이라거나 하는 식인가요?”

 

테일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좋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아주 먼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대개 계승권 다툼이 있는 경우에 성지에서 점을 치므로 밀이나 고기를 받으면 계승을 포기해야 하죠.”

 

‘자신의 약점을 쉽게 노출시키는군. 일부러 말을 꺼냈어. 자신은 지금 누군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표현이야.’

 

나는 테일의 말에 호응해서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테일 경, 계승권을 다투는 다른 후보가 있나요?”

 

테일의 눈빛이 번쩍거렸다. 그의 눈빛에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 살기에 내 몸이 흠칫 떨렸다. 테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티를로인 백작가에서 후계자는 저 뿐입니다. 그동안 숙부께서 섭정으로 영지를 돌보셨지만, 올해 제가 성인이 되었으므로 점의 결과와 상관없이 저는 백작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아아, 이런 소설 같은 딱 맞춘 상황이라니... 좋다.’

 

나는 전율했다. 내가 만약 아무런 힘없이 이계로 떨어진 어린 여자아이였다면 공포에 떨었겠지만, 나는 게임 기술과 다년간의 판타지 작가 생활로 얻은 지식이 있었다.

 

또한 나에게는 ‘내 친구 하셀리안이 내 취향을 존중해서 여기로 보낸 신이다’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었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기자.’

 

좋아하는 게임과 소설을 실사로 직접 체험해 볼 기회였다. 나는 상황을 한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거기에는 테일의 막강한 미모가 한 몫 했다.

 

‘테일은 여자를 겁박부터 하고 보는 미치광이 남주로는 안 보여. 흔하게 널려있는 예의 바르고 잘 생긴 조연 스타일의 남자 같다. 어쨌거나 과분한 탐욕이 없지만 서로 협상할 여지가 있으니 편하군. 테일에게 식객으로 달라붙자. 조금씩 도움을 줘 가면서 이 남자를 겪어보고 평가하자. 올해 성인이라면 20살? 이 세계의 기준을 정확히 모르지만 대충 그쯤 하겠지.’

 

한국이라면 아직 소년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었는데, 중세풍 판타지의 세상이라 애들이 빨리 독립하는지 테일은 외모만 20대 초반처럼 앳되었지 눈빛과 태도는 절도있고 기품이 넘쳐서 ‘소년’보다는 ‘남자’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테일에게 몇 가지를 가볍게 물어보며 정보를 얻었다.

 

테일이 ‘성지’라고 부르는 구역은 마크 같았고, 성지 바깥은 일반적인 판타지 세상이었다.

 

‘흔한 서양 중세풍 판타지 소설같은 세계군.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가 있고 엘프, 드워프, 드래곤이 존재한다니 기회 닿으면 구경 가야지.’

 

내가 내 글에서 평소에 자주 써먹던 배경과 비슷했다.

 

“숙부는 소심하지만 인자하고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런 숙부가 도박에 빠져들면서 영지 일을 등한시하고 가산을 팔아치웠지요. 막대한 도박 빚까지 졌습니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아마 누군가가 백작령을 노리고 숙부에게 접근해서 일을 꾸몄을 것입니다.”

 

살살 물어보니 테일은 가문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사실까지 순순히 털어 놓았다. 테일은 숙부를 도박의 덫에 빠트린 배후세력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저는 숙부의 도박 빚 지불을 거절했습니다. 백작령에서 책임지지 않겠다고요. 이로 인해 분쟁이 일어 왕명이 내렸습니다. 차라리 결투를 해서 정의를 밝히라 하는 편이 나았겠지만요. 성지에서 에메랄드 점을 쳐서 결과가 좋으면 내 주장을 인정하고, 결과가 나쁘면 작위 계승을 10년 미루라더군요. 10년이면 숙부의 수중에서 백작령이 모두 분해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 자들이 백작령을 뺏으려고 수작을 부렸군요.”

 

“간악한 자들이 판을 치지만 세상은 결국 정의가 승리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정의의 편인 테일을 도와 사악한 자들을 물리치라는 뜻이군.’

 

나는 안타까워하며 공감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감화되어서 무엇이든 돕겠다는 공약을 남발하지는 않았다.

 

“저는 이 곳이 어디인지 모르며 여자 몸인지라 당분간 몸을 의탁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영애의 눈에는 차지 않으시겠지만 허락하신다면 제가 백작가의 이름을 걸고 영애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다행히 제가 몇 가지 마법을 쓸 줄 알아서 약간의 여비와 식량은 가지고 있답니다. 만약 인간이 사는 마을을 발견하면 그곳에서 여관을 찾아 묵으려 했으나 이처럼 경께서 초대하시니 기꺼이 뜻에 따르겠습니다.”

 

테일의 눈이 번쩍거렸다.

 

“짐보따리가 없는데 혹시 아공간 마법을 쓸 줄 아십니까?”

 

“네.”

 

테일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의 두 뺨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대단한 마법사이시군요. 아공간은 대마법사들이 쓴다고 들었습니다.”

 

“후후, 마법사마다 다루는 마법이 천차만별이니까요. 저는 이쪽에 특화된 마법을 배웠습니다.”

 

아공간 마법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공간을 생성하고 다루는 마법이었다.

 

‘내 인벤토리는 엄밀히 말해서 게임 시스템이라 마법과는 다르지만, 체계가 다른 마법이라고 주장하면 누가 증명하겠어?’

 

나는 테일을 마주보며 상냥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연구를 하다 보면 식사 때문에 밖에 나가는 일이 귀찮아 지거든요. 덕분에 저는 몇 달 이상 먹을 식량을 아공간에 늘 비축해 두고 있어요. 일행과 합류해서 안전한 곳에서 쉴 때 조금 꺼낼게요. 요리를 하자마자 넣어놔서 빵은 말랑말랑하고 스테이크는 뜨거워서 편하고 좋아요.”

 

꿀꺽!

 

테일은 순간 체통을 잃고 침을 삼켰다. 흔들리는 눈빛은 갓 성인이 된 청년 답게 순진해 보였다.

 

오랜 여정에 여비가 넉넉지 않으니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한없이 자애로운 누님의 눈빛으로 후후 웃었다.

 

말의 몸에 푸르스름한 빛이 번져가더니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풀밭 언덕을 몇 개 넘었다. 얼마 안 가 테일의 일행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기사들과 조우했다. 말을 탄 기사들은 7명이었다. 다섯 명의 건장한 하인도 말을 타고 있었다.

 

“헨리! 날세!”

 

“테일 도련님!”

 

중년 기사가 후드를 내리고 우리 쪽으로 말을 달려왔다.

 

“이 숙녀분은 누구십니까?”

 

“헨리는 백작가 코랄 기사단의 부기사단장입니다. 헨리, 여기 숙녀분은 대한왕국의 마법사이며 유 가의 나온 양일세. 몇 달 전에 마법실험을 하다가 폭발에 휘말려 성지로 오셨다는군. 당분간 백작가에서 모시기로 했네.”

 

“마법사라니, 귀한 손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코랄 기사단의 부기사단장 헨리 왈로우라고 합니다.”

 

테일이 나를 정중하게 소개하자 중년 기사인 헨리를 비롯해 다른 기사들도 모두 공손하게 대했다.

 

내가 한마디 하면 테일이 번역해 주었다.

 

나는 해를 가늠해보고 물었다.

 

“징징이 마을, 신전 관리자 마을 까지는 얼마나 남았나요?”

 

중년 기사 헨리가 대답했다.

 

“오늘은 저 언덕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고 이틀 더 가면 됩니다.”

 

“쉴 자리에서 말씀해 주세요. 제가 배운 마법으로 결계를 칠게요. 거미를 뺀 몬스터들은 잘 못 넘어옵니다.”

 

“오오!”

 

기사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밤마다 불침번을 서서 경계하느라 힘들었는데 조금 더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 기사와 하인들은 없던 힘이 생기는지 헨리가 가리킨 언덕을 향해 빠르게 올라갔다.

 

너르고 평평한 풀밭에 도착했다.

 

“우선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문을 만들겠습니다. 열 수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나는 나무로 만든 울타리문을 꺼내서 땅에 세웠다. 마크에서는 대부분의 몬스터가 울타리를 통과하거나 부수지 못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라서 울타리를 지나가기 위해 울타리 문을 따로 만들어 달았다. 울타리 문을 오른쪽 클릭하면 열리고 닫혔다.

 

헨리가 나서서 울타리 문을 만졌다가 표정이 달라졌다.

 

“평범한 나무가 아니군요. 울타리 문이 별개의 공간처럼 격리되어 있습니다.”

 

헨리는 울타리 문을 붙잡고 낑낑거리며 씨름하다가 겨우 방법을 알아냈다.

 

“오러를 문에 주입해서 밀면 열립니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이 울타리문은 기사나 마법사가 아니면 열 수 없겠군.”

 

나는 빙긋 웃었다.

 

“그럼 울타리를 설치할게요.”

 

나는 목장에서 흔히 보는 울타리처럼 생긴 나무 울타리를 세워서 잇기 시작했다. 내가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손을 움직일 때마다 땅 위에 울타리가 쭉쭉 서는 모습을 보고 기사들이 감탄을 연발했다.

 

테일이 나를 따라왔다.

 

“마나가 움직이는 파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두 아공간에서 나오는 겁니까?”

 

“그렇지요. 마법으로 만든 울타리입니다. 지상의 여러 몬스터들을 막아줍니다. 저는 스승님께 배우기만 했고 실전에서 써 보기는 성지가 처음이었어요. 다행히 성지 몬스터들은 거미를 빼고 모두 통했어요.”

 

“대단하군요.”

 

마법은 무슨 마법! 그냥 흔한 나무를 막대기로 쪼개서 그걸 이어 붙여 만들었을 뿐이다.

 

마크 게임 설정 때문에 울타리가 몬스터를 막아줬으니, 성지를 벗어나면 효과가 없을 지도 몰랐다.

 

“결계를 보강하는 마법 횃불을 켜겠습니다.”

 

나는 거창하게 말하면서 인벤토리 한 칸에 64개씩 겹쳐있는 횃불을 꺼냈다. 한번 불붙여 두면 며칠이 지나도 불이 꺼지지 않으니 마법 횃불이라 부를 만 했다.

 

“나온 양은 좋은 물건을 갖고 계시는군요. 밝은 지역에서는 몬스터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나는 울타리와 땅에 횃불을 붙이다가, 시험 삼아서 기사들에게 횃불을 뽑아 보라고 했다. 기사들은 헨리의 선례가 있어서 금방 횃불을 다룰 수 있었다.

 

“횃불도 마법으로 만든 물건이라 신기하군요. 오러를 주입해야 뽑히고 설치가 됩니다.”

 

기사들은 내가 땅에 붙이는 횃불을 뽑아들고 뿔뿔이 흩어져서 울타리 안팎에 도배하기 시작했다.

 

‘횃불을 골고루 붙이는 작업이 은근 귀찮은데 잘 됐군.’

 

우지직!

 

“죄, 죄송합니다!”

 

기사 한 명이 호기심에 울타리 하나를 뽑았다가 다시 땅에 박아 넣었다.

 

‘내 손에 들려있는 아이템 상태로는 사람들의 눈에 안 보이지만, 일단 땅에 붙여놓으면 오러나 마나를 써서 움직일 수 있나 보군.’

 

나만 쓸 수 있는 물건도 좋지만, 남들이 쓸 수 있으면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잘 됐네요. 앞으로는 여러분께 설치를 부탁드릴게요.”

 

“맡겨주십시오!”

 

내가 귀찮은 설치 작업을 떠맡기는 발언을 하자, 기사들은 귀하고 비싼 마법 물품을 부탁하는 줄 알고 살짝 홍조를 띄며 우렁차게 외쳤다.

 

‘집짓기는 당분간 보이지 말자.’

 

“식사 준비를 하겠습니다.”

 

하인이 다가와서 테일에게 말했다.

 

나는 나무 접시를 한 장씩 바닥에 내려놓았다. 블록은 아이템 상태에서 보이지 않지만, 작은 물건들은 한 개씩 내려놓으면 사람들 눈에 띄었다.

 

하인은 청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나이대였다. 그래서 나는 하인에게 부담 없이 반말을 했다. 마치 하인을 부리는데 익숙한 것처럼 보여야 해서 의도적으로 그랬다.

 

“얘, 내가 마법 연습을 하다 시험 삼아 만들어서 예쁘지는 않지만 일단 이거라도 쓰렴.”

 

“알겠습니다, 아가씨.”

 

하인은 나무 접시를 거뒀다.

 

“식량을 꺼낼 테니 챙겨라.”

 

나는 바닥에 목재 블록을 하나 놓고, 그 위에 밀가루로 만든 빵과 버섯 스프, 구운 돼지고기, 구운 소고기, 구운 닭고기를 꺼냈다.

 

나와 텔리를 포함해서 14명인 일행이 충분히 먹고 남을 양이었다.

 

“킁킁~ 이 냄새 좀 봐.”

 

“우와! 이렇게 훌륭한 요리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정말로 갓 구운 것 같군요.”

 

기사들은 양 손에 짤막한 식사용 단도를 쥐고 접시를 달그락거리며 배터지게 포식했다. 소화 잘되는 고기를 폭풍 흡입한 기사들의 칭송이 하늘을 찔렀다. 하인들도 신나서 배를 채웠다.

 

맛은 내가 지겹게 먹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아주 특별히 기가 막히게 맛있지는 않지만, 매일 질리지 않게 먹을 정도는 되었다.

 

모두가 행복했다. 기사들은 배불리 먹고 편히 쉴수 있어서 좋았고, 하인들은 식사 준비와 잠자리 준비에 공들이지 않아서 기뻐했다.

 

나를 보는 테일의 눈빛은 숭배에 가까웠다. ‘용돈벌이로 구출한 여자’에서 ‘대박, 봉 잡았다’로 바뀐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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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글을 씁니다. 


판타지, 여성향, 역하렘을 좋아합니다.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나, 로맨스가 들어간 현대 판타지, bl 가능합니다. 


(로맨스는 장르에 따라 없/있/많이/역하렘 나눠서 쓸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나 아이디어 필요 하시면 연락 주세요. ^^


블로그에 연재하는 글의 앞부분을 올려놨습니다. 


▶ 처음 만든 게임 : 데이트를 무사히 (로맨스/vx)


▶ 농노 마을의 촌장입니다. (경영 시뮬레이션/vx)


http://blog.naver.com/jinsol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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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글쓰기 게시판 이용 안내(2015.01.04)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5.01.04 1710
공지 당신도 '일단은' 소설을 쓸 수 있다 5 file 습작 2013.06.02 12986
존재님의 시 모작 2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10.16 3377
잡담 존나 핑계댐 9 미양 해당사항없음 2014.01.15 1457
장편 조지 오퍼. 1 5 Luxmea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2010.11.03 1203
단편 제작자 A의 정신분열 8 sudoxe 코믹,병맛 2014.02.14 1306
장편 제일의 파티메이커#프롤로그? file 명란젓 게임 2014.05.11 1235
장편 제목은 아직 미정. KaeRom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2013.10.02 913
잡담 제 게임과 같이 올립니다. 본격 로코의 모험을 다룬 소설(더 스토리 오브 더스트 스타즈) 쿠자크★ 설정 2011.06.16 1411
단편 정체성을 잃어가는 공주수업 미양 판타지 2013.12.19 818
장문릴레이 정줄놓는 막장릴레이 #1 1 JACKY 판타지 2012.06.13 1076
장문릴레이 정줄 놓은 막장릴레이 #7 2 습작 판타지 2012.06.21 1449
장문릴레이 정줄 놓은 막장릴레이 #6 2 슈팅스타* 판타지 2012.06.18 1274
장문릴레이 정줄 놓은 막장릴레이 #4 1 습작 판타지 2012.06.16 1365
장문릴레이 정줄 놓은 막장릴레이 #3 슈팅스타* 판타지 2012.06.16 1381
장문릴레이 정줄 놓는 막장릴레이 #9 2 습작 판타지 2012.07.18 1206
장문릴레이 정줄 놓는 막장 릴레이 샾 10 4 하늘바라KSND 판타지 2012.07.18 1419
장문릴레이 정줄 놓는 막장 릴레이 #5 6 하늘바라KSND 판타지 2012.06.17 1404
장문릴레이 정줄 놓는 막장 릴레이 #2 2 하늘바라KSND 판타지 2012.06.13 1321
장문릴레이 정줄 놓는 막장 릴레이 #12 6 습작 판타지 2012.09.06 1521
장문릴레이 정줄 놓는 막장 릴레이 #11 3 맛난호빵 판타지 2012.09.05 1449
정예 청소 미화원 << 4 >> 3 one_Som 2010.04.10 1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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