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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내가 그 아이를 만난건

 

어느때와도 같았던 늦은 밤이었다. 그 때도 나는 혼자서 잠들지않은 채 숲속의 천막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방에 마을이 있어 그다지 위험한 녀석들은 나타나지 않지만, 왜인지 혼자서는 잠들기가 싫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잠들지 않다보니 어느센가 나는 밤을 꼬박 지새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멍하니 모닥불을 주시하였다. 타들어가는 장작들을 보자니 그저 무념무상하다.

이렇게 있으면, 현제의 내 상황도 미래도 모두 잊어버리는 것만 같아서 좋다. 복잡한건 질색이다.

그래서 복잡할 일 많은 마을에서도 도망쳐나왔다. 겁쟁이? 어떤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겁쟁이라 칭하였다.

뭐, 아무래도 좋다. 다른사람이 나를 뭐라 말하든 나는 내가 편한대로만 살면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악!!"
"어…?"

 

어디선가 날카로운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근처에 있던 장작용 도끼를 잡아들었다. 어린아이가 위험해 처해있었다.

불의를 보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외면하면 안된다고, 살아오며 그렇게 배워왔다.

비록 그 것을 지켜오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살면서 모든 것을 내팽겨쳐온 나에게 그건

정말 나답지 않은 생각에 나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 당시에는 여자아이의 비명이 뇌리에

깊숙히 박혀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도끼를 들고 서둘러 비명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비명소리의 주인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새끼 곰 한마리가 나무에 올라가려 애를 쓰고있었다. 나무 위쪽을 올려다보자 한 소녀가 울먹거리며 필사적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있었다. 새끼곰이라면 그 자체로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지만, 그 근처에 어미 곰이 있을 수 있기에

조심해야할 대상이다. 곰 가죽이 겨울에 따뜻하기는 무척이나 따뜻한데……. 저 놈은 작아서 온 몸에는 덮을 수 없겠다.

쩝. 그만 얌전히 포기하고 도끼를 내려놓으며 나는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갔다.

 

"얘, 여기야……!"
"어? 아져씨, 으아앙~ 살려주세요~"

 

…이래서 애는 싫어.

 

순간 아져씨라는 말을 듣고는 구해주지 말까 싶었다.

 

하지만 저 울먹거리면서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눈이며 코까지 붉어진 얼굴 빛이라던지 진짜 불쌍해보여서

도저히 구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 아껴먹으려던 사탕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흥분한 곰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조심 곰의 등 뒤로 다가간 후에, 양 손으로 곰의 얼굴을 젖혀 입에다

사탕을 넣어줬다.

 

"…그르릉?"

 

단박에 눈빛이 바뀌는 곰이었다. 주머니에서 남은 사탕을 다 꺼내다가 저 멀리 던졌다.

곰은 사탕을 주워먹으러 달려갔다. 그 틈에 나는 소녀를 나무에서 내려주었다.

 

"흐…흐흑, 무서웠어요, 고마워요……."

 

천만해. 라고 말해야하는데 하나도 천만하지않다. 첫인상이 별로라서 그런가.

눈물을 닦고있는 아이를 바라보자니 문득 내가 이 소녀를 무척이나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맙소사, 내가 이렇게 쫀쫀했던가. 비록 이 아이는 나를 아져씨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모르는 사람을 보면

다들 아져씨, 아줌마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목구멍에서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짜내 말을 걸었다.

 

"…괜찮니? 여긴 위험하단다. 보아하니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내가 마을로 데려가 줄테니……."
"훌쩍… 저는 마을로는 돌아가지 않을꺼에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소녀는 또 한번 또르르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눈물을 닦느라 이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순간 내 표정이 몹시 아니꼬와졌다. 후우… 진정하자. 상대는 어린 꼬마아이야. 어린 꼬마아이.

 

다시한번 표정관리를 하고 말을 걸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새끼곰이 던져놓은 사탕을 몽땅 다 씹어먹고

우리를 향해 이빨을 으득거렸다. 새끼곰의 으르렁소리가 들리자 소녀는 다시한번 사색이 되어 내 등 뒤로 숨었다.

 

"아… 아져씨, 살려주세요!"

 

아 진짜 그 놈의 아져씨 소리 좀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사정이 있는 듯 하구나.
근처에 내 천막이 있다. 여기서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을 듯 하니…….
가겠니?"

 

소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곰을 가리켰다.

 

"저 곰만 없으면 어디라도 좋아요…!"

 

…승낙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이 아이의 부모님은 낯선사람의 집에 함부로 가도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준건지

참으로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가르쳐주고 싶을 정도로……. 어? 내가 왜 이 아이에게 이런걸 가르쳐주고

싶다고 생각한걸까?

 

"좋아, 가자."

Who's 요야

?

르무는 모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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