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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일반,퓨전

가족들에겐 괜찮다, 괜찮다 말했건만. 괜찮다는 말이 이리 후회될 줄은 몰랐다. 눈은 눈대로 내리고 바람은 온 몸을 때린다. 이건 성공할 수 있는 작전이긴 할까. 눈물을 흘리자니 얼어버릴까 봐 군모와 위장에 가려 울먹이는 얼굴만을 한 체 걷고 또 걸었다. 휴식은 언제쯤에야 올까, 이 험난 여정의 끝은 있는 걸까. 쓰러져 간 전우들을 생각하며 씁쓸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부질없이, 결국 죽음만이 안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이 매섭게 정신을 잠식해온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되건만,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되건만.

 

"정지. 선발대의 보고에 의하면 5km 앞이 적진이다. 적이 움직였을 시를 감안하여 앞으로 2시간 안에 전투가 발발할 거다. 선발대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휴식이다. 군수 정비 잘 하고, 무전병 따라나와라."


금의 휴식이 선언되었지만 선발대는 곧 도착할 것이다. 빠릿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실전에서 바람구멍이 나고 말 것이다. 총을 손질하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빠르게 훑었다.


"여, 박 이병은 이번이 몇 번째지?"


"...3번쨉니다."


"그럼 신병 답게 팔팔한 얼굴 보이라고. 3번째인데 벌써 지치면 우린 무슨 낙으로 살라고 그러나. 늙은이 힘 좀 내게 좀 힘내주라. 응?"


사람을 죽이는 것은 몇 번을 하던 익숙해지지 않지만, 윤 상병의 의도는 제대로 알아들었다.


"그래도 30대이지 않습니까. 늙지 않았습니다."


피식 웃어 보이자 그제야 윤 상병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너 보면 고향에 있던 늦둥이가 생각난다 했지 않았냐. 이제 막 소년 티를 벗었을 텐데 전쟁에 나갔을라나 모르겠다."


"하하, 전 열아홉이지 말입니다."


"열아홉이나 열일곱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냐."


눈웃음을 지어 답을 대신하자 윤 상병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럽게 추운 날씨만 아니면 살 만 한데. 걔도 전투에 나갔을까."


"일어난다. 선발대 전원 무사귀환이다."


그 말에 모두가 주춤주춤 일어났다. 얼은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누군가는 소리나지 않는 박수를 친다. 살아 돌아온 것이 얼마나 큰 일인가.


"징그럽게도 살아 돌아왔구만."


윤 상병이 조용히 읇조렸다.


눈발이 거세진 않았지만 군인의 앞길을 터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조용히 눈을 헤치고 나갈 뿐이다. 사박. 사박. 사박. 사박. 눈은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가. 사박. 사박. 사박. 사박. 적과 아군으로이분되는 이 전장에 눈만이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은 부러운 위치인가? 어째서 부러운 위치인가? 사박. 사박. 사박. 턱. 조 하사가 발걸음을 멈추자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다. 곧 눈도 벌거벗은 나무도붉게 물들을 것을 직감했다. 어째서 너를 부러워 하였는가, 그것은 네가 여전하기 때문이란다. 조 하사의 수신호가 보인다. 바로 앞은 허허벌판으로, 매복을 기다리라는 신호에 소리 없는 일사분란함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몸을 숨기고 얼마나 있었을까. 저 멀리서 동세를 살피러 온 듯한 소년병 하나가 걸어온다. 저런 위험한 일을 저 어린 이한테 시키다니. 세상은 알마나 더 잔혹해질 수 있을까. 이미 잔혹하게 물든 나는 그 말을 할 자격이나 있을련지. 모두의 총구가 앞을 향한다. 시선은 정방향. 아무도 함부로 발포하지 않지만 조금의 위험한 움직임이 보인다면 한순간 모든 것이 덧없어 진다. 그 고귀하다던 생명도. 그래, 우리들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년을 그저 다가오기만 한다. 겁에 질린 눈치로 느릿 느릿. 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잘 하면 인질로 잡을 수 있을 거다. 그럼 된 걸까. 일단은 된 걸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지 어느새 몇 분. 베테랑 윤 상병이 눈 깜짝할 새에 그를 제압했다.  이걸로 조금이나마 살 길이 보인다. 조 하사는 그를 데려다 앉혀놓고 심문을 한다.


"지금 숫적으로 불리한 건 알고 있겠지. 몇명이나 있나."


"그... 그...!! 네들보다 많을거야! 너희에겐 절대 말하지 않겠어."


열여섯이나 되었을까? 초짜 소년병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그래, 적이 우리보다 많다 이 말이지.


"조 하사님...!"


"기다려라. 가려우면 긁게 되어 있는 것이라 저쪽에서 정 답답하면 오게 되어있다."


그 말대로다. 저 멀리서 평야를 가로질러 한 무리가 다가온다. 수는 우리보다 많군. 적군 소년병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다. 적 무리는 점점 다가오고 소년병의 눈동자는 더 빠르게 굴러간다. 무슨 일을 치를 것 같은데....... 손에 턱하고 그에게 아직은 헐렁한 군복이 잡힌다. 이럴 줄 알았지. 뛰쳐나가려는 소년병을 잡아세워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 나가면 우리고 너고 무사하지 못해. 넌 쟤네가 널 구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소년병의 눈은 쉴새없이 흔들리고 적군 무리는 계속 다가온다. 곧, 곧!!


(사실 게임 생각하고 만든 시나리오라 여기에 미니게임을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능... 2d fps같은 느낌으로 말이에요. 이 전까진 윤 상병에게 말을 걸어야 조 하사가 움직인다는 명령을 한다던지... 걸을 때에도 일행에 뒤떨어지지 않게 움직여라라는 제시가 있다던지, 튀어나가려는 소년병을 잡아라!라는, 순간 버튼 누르라는 걸 해서.)


박 이병이 소년을 향해 개머리판을 힘껏 내리쳤을 때에야 눈밭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매복으로 수작 열세를 극복했다 하나, 상대와의 전력은 막상막하였다. 둘러본 주변은 드문드문 벌거벗은 흙이 눈 사이로 고개를 내미고 있었고, 살아남은 자도, 죽은 자도 행복할 수 없는 그런 풍경.  아군 생존자 3명, 중상자 1명. 포로 3명 생포. 그 많던 사람들은 핏방울로 날아가버렸다니 이런 허무가 또 있겠나. 다행히, 3:3의 대치 상황에서 조 하사의 격투술과 날라 온 깊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적군의 무기를 발빠르게 치워버린 윤 상병의 대처 덕에 굉장히 유리한 상황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뱉은 말을 두워 담을 수 없듯이 이미 날아가버린 피들을 끌어모을 수는 다. 박 이병의 개머리판에 맞아 기절한 소년병의 광분이 너무나 처절하게 와닿았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모습은 둘 중 누구 쪽이던 승자의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상처투성이가 된 채 흩뿌려진 핏자국들만은 허망하게 바라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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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소재 키워드 돌린게 너무 클리셰가 좋아서... 트위터에 찔끔찔끔 쓰던 거 옮겨옵니다.

소재 키워드는 "오르골소리 / 전쟁 / 지켜낼테니까" 였습니다. 오르골은 언제쯤에야 나올까요 ㅇㅁㅇ


배경은 6.25... 그러고보니 배경이 전쟁이랑 한국인이란 거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네요 ㅋㅋㅋㅋㅋ

미필에 여자라, 군대용어 잘 몰라요 ㅠㅠㅠㅠㅠㅠ 어색한 것 잡아주세요! 

다나까는... 일단 픽션...이라서라고 변명해봅니다 ;ㅅ;


(소근소근) 퓨전에는 어째서 체크가 되어있을까~요


언젠간 또 쓰겠죠 ㅋㅋㅋㅋ 제목은... 사실 지금 대충 지은거고 가제라고 생각하심이.. 제목도 추천해주세요? 키워드를 대표할 수 있는 걸로!

  • ?
    말라야 2015.04.10 21:00
    ~말입니다 쓰면 아군오사로 죽을지도 모르지 말입니다...
    글은 길지 않았지만 심리묘사가 좋아 몰입하면서 읽었네요!
  • ?
    호메티 2015.04.10 21:05
    ...아...아군오사 ㄷㄷㄷㄷㄷ.... 무섭네요. 심리묘사가 좋다고 하시니 기분이 날라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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