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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G 시나리오

 

15XX년 영국 도버항.
 
바닷바람의 노랫소리가 힘차게 들려오는 항구도시 도버.
방파제를 따라 3Km쯤 걸어가면 유흥가가 나온다.
유흥가 불빛이 끊어지는 후미진 곳에는 '뱃사람의 노래' 라는 선술집이 있다.
이 주점은 200년 전쯤부터 자리잡고 있던 토박이 주점이다.
아는 사람만 오고 가는 그런 주점이다.
'뱃사람의 노래' 에선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술 마시는 소리가 언제나 끊임없이 들려온다.
현재 이곳의 주인, 존 랄프는 참 먼진 신사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여자들에게 보여주는 매너 하나도 일품이다.
찰랑거리는 금발과 탄탄한 근육이 보기 좋게 잡혀 있는 그는 겉으로 봐선 30대 촌반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봐온 그의 친구들은 50대의 중년 아저씨라고 말한다.
"여보게, 존. 맥주 한잔만 주게."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있는 은발의 노인네가 존을 향해 고함친다.
단정해 보이고 지적으로 보이는 외모가 학업에 종사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선불이네. 돈은 가지고 왔겠지, 콜롬보?"
존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콜롬보를 향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콜롬보가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동전 하나를 꺼내 존에게 던졌다.
"내 전 재산이네."
존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맥주 값으론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콜롬보가 능글능글한 표정을 지으며 존에게 손을 가로 저었다.
"쯧쯧쯧. 이 사람아, 우리 30년 우정이 어디 가는가?"
"우리에게 언제부터 우정이 생겼다? 난 자네 같은 친구 둔 적없네."
존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시간 참 빨리 가는구먼"
콜롬보가 잠시 회상에 잠긴 듯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30년 전,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군."
존이 콜롬보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콜롬보. 그때 자네와 난 적이었네."
"하하하. 참 인연이란 기묘해."
존이 빈 잔에 맥주를 따르며 말했다.
"실없는 소리 하긴."
콜롬보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네, 잭 테일러라고 들어봤나?"
잭이란 이름이 나오자 존의 표정이 우울해졌다.
"잭 테일러...그런 이름이 어디 한둘인가?"
존이 슬픈 눈동자로 콜롬보의 눈을 직시했다.
"존. 자네를 만나기 전 잭이라는 해적을 친구로 둔 적이 있었다네."
그는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자네를 볼 때마다 그 친구가 떠올라. 성격은 전혀 안 닮은 것 같은데 분위기가 기가 막히게 닮았거든.."
갑작스런 콜롬보의 말에 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것인가?"
콜롬보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맥주잔을 비웠다.
"캬... 시원하군. 그 친구 바다에 가라앉은 아틀란티스대륙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다고 이리저리 설치고 다녔었거든...."
존이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호. 재미있구먼. 그래 그 친구 지금은 뭐하나?"
콜롬보가 껄껄대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소리는 구슬프게만 느껴졌다.
"하하하, 그 친구는 이미 죽었네. 그 친구만큼 세상을 멋지게 사는 이도 없었건만..."
존은 흥미가 꺼진 듯,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물 찾다가 죽은 귀신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내나? 아틀란티스 대륙이 있을 리가 없지."
콜롬보가 콧웃음치며 말했다.
 
"잭은 죽기 전에 아틀란티스 대륙을 발견했어"

 

 


Stage 01. American Night

사내 앞엔 어두컴컴한 뒷골목이 일자로 뻗어있었고,
그 길 따라 어린 소년들이 나뭇가지를 들고 뛰어놀고있었다.
주변에서는 잔잔한 노랫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노래는 분명 사내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래였다.
 
너도 기억하고 있잖니. 우리 어릴때 뛰놀던 그 뒷골목
너도 돌아가고 싶지. 우리 어릴 때 그 시절.
나 어릴 적 내 꿈은 평화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
나 어릴 적 내 무기. 조잡하게 만든 목검을 들고
나 너에게 하는 말. 이리와서 나랑같이 놀자.
 
그 노래는 사내가 15년 전, 동생을 위해 지어준 자작곡이었다.
사내는 몸 속에 파고드는 멜로디에 중독되어,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에 취해 어느새 그 아이들 무리에 끼어 같이 골목 끝을 향해 뛰고 있었다.
골목 끝에는 금발의 소년이 베시시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한 나는 그 소년의 손을 잡았고,
사내의 시야는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젠장. 또 그 꿈이군."
침대에 누워있던 사내의 얼굴에는 눈물 한 줄기가 볼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카일..."
사내는 정신을 차리려고 손바닥에 힘을 주고 자신의 볼을 후려 갈겼다. 짜악-하는 소리가 나며 후끈한 피가 순환했다.
사내는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옆에 누워 자고있던 나신의 여자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우웅. 잭. 벌써 일어났어?"
"닥치고 조용히있어."
잭이라 불린 사내가 앞에 보이는 탁자를 향해 걸어갔다.
부스스한 검은 머리. 정성들여 가꾼 가지런한 수염. 매서워보이는 왼쪽 눈초리. 오른쪽 안구를 감싸고 있는 검은 안대. 터질것 같은 탄력의 근육과 구리빛 피부. 그는 전형적인 해적처럼 생겼다. 사실 해적처럼 생긴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는 해적이었다. 그의 이름은 잭 테일러. 영국의 토박이 해적단 '크로스본'의 젊은 선장이다. 그의 별명인 '지브롤터의 은빛늑대'하면 해적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잭은 '욕쟁이 애꾸 잭'으로도 불렸다.
잭은 어렸을때, 오른쪽 눈을 잃었다. 그때부터 그는 세상에 대해 불만을 많이 품었는지 입에 걸래를 문듯이 험해져 갔다.
 잭은 탁자 위에 놓여진 붉은 두건을 잡아 머리에 감아 썼다.
 잭은 떽떽 거리는 여인을 뒤로한 채 방을 나왔다. 목조로 이루어진 허름한 복도를 지나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이곳은 무덤섬(Grave Island)이다. 영국 런던 항에서 약간 떨어진 섬이다. 그 이름이 언제부터 붙여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해적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려져 왔다.
 발디딜 곳 없는 범죄자들도 이곳에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해적들의 안식처다. 잭은 멈춰서서 정면을 바라 봤다.
수많은 해적들이 테이블에 앉아 술마시고 노래부르며 자기 모험담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잭은 가운데 있는 바에 같다. 바텐더가 그를 흘깃 쳐다보더니 달콤한 위스키 한잔을 내줬다.
"잭, 어제 많이 마셨던데, 속은 괜찮은가?"
"씨발..자네라면 괜찮겠나?"
"자네가 잘하는 두가지 중 하나가 술 많이 마시는거 잖나."
"내가 잘하는 두가지?"
"술과 여자."
잭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한번 훑어 보았다.
 뒷 테이블엔 부랑아 행색을 한 사내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배!! 캬하하...동쪽이야! 동쪽 ! 동쪽으로가라고! 인도는 참 멋진 나라야!!"
 그 부랑자는 품에서 술병을 꺼내 입에대고 벌컥벌컥 마셨다.
 신기하게 생긴 술병이었다. 비취색에 여인의 몸매와 같은 형상.
 잭은 신비한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는것 같았다.
"저 친구는 누구지?"
"몰라? 예전에 마젤란 밑에서 일했던 친군데."
"마젤란이라면 그 마젤란?"
"그래. 해왕 마젤란. 이 세상에서 바다를 가장 잘 안다는 바닷 사나이."
잭의 하나 남은 눈이 급격히 커졌다. 잭은 놀랐다. 마젤란이라는 거물이 이런 조그만한 해적 동네에서 거론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으리라.
"마젤란 밑에서 일 할 정도면 저 친구도 대단하겠군.."
"물론이지. 마젤란과 'Earth'를 한바퀴 돌았다네."
"그래? 그러면 'Earth'는 실제로 둥글다고 한 갈릴레오의 말이 맞나보군?"
바텐더가 피식 웃었다.
"그게 밝혀진지 벌써 몇달이 지났네. 자넨 소식이 참 느리군."
"그럼 그 잘나신 마젤란은 요즘 돈방석에 올라 떵떵거리겠군? 세계 곳곳의 보물을 들고와 팔았다면 말야. 빌어먹게도 그런거에 환장한 귀족들이 넘치거든"
바텐더가 씁쓸한 인상을 썼다.
"전혀 그렇지 못하네. 문제는 그항해에서 살아온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야. 선장인 마젤란도 항해 중 원주민들과의 전투에서 독화살을 맞고 죽었으니까."
"쌤통이다."
"저기 저 친구도 그 위대한 항해 전에는 멀쩡했다네."
바텐더가 다시 그 부랑자를 지목하며 말하고 있었다.
"그 오랜 항해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폐인이 다되었다네."
잭은 자꾸 그 부랑자의 술병에 눈이갔다. 분명 이 세상 반대편에서 가져온 보물일 것이다.결국 잭은 그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봐, 얼간이. 'Earth'를 한바퀴 돌았다고?"
그의 풀린 동공이 나에게로 방향을 돌렸다.
"흐흐흐.저한테서 알고 싶은게 있나보군요?"
"자네 술병. 어디서 가져왔나 궁금해서."
"하하핫. 위대한 해적나으리. 저에게서 보잘 없는 술병을 뺏으실 겁니까?"
부랑자는 잭을 보고 냉소를 날리고 있었다.
잭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난 그냥 궁금한게 있어서 왔다니까!"
"나으리. 저에게 술을 산다면 뭐든지 가르쳐주지요."
"좋아."
잭은 큰소리로 외쳤다.
"럼주 한통 가져와!"
잭은 그와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전 존. 존 스미스. 세상에서 뱃길을 가장 잘안다고 자부하는 남자지요"
"난 잭. 잭 테일러. 세상에서 여자를 가장 할 후린다고 자부하는 남자지."
그는 갑자기 잭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뭐? 하하하하하핫. 나으리는 정말 재밌는 사람로군요."
잭은 존에게 조그만 항아리에 대해 물었다.
"자네가 들고 있는 파란 병은 어디서 났지?"
"이거요? 조소언(Josoen)이라는 나라에 갔었는데, 그곳에 있던 고대 코레(Core)왕국 유물이라더군요. 기념으로 슬쩍했지요."
"슬쩍?"
"하하하. 나으리 같으면 자기 나라 고대 보물을 순순히 내주겠습니까?"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자네가 아까 동쪽으로 가라느니 인도로 가라느니 조잘거리던데, 뭔말인가?"
존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제가요, 동쪽으로 배를 타고 "Earth(지구)"를 횡단했거든요? 그런데, 참 멋진 나라가 존재하더군요. 인도라는.."
"인도?"
"예. 인도요. 그곳에 가무잡잡한 원주민들이 살지요. 처음보는 인종이었어요. 게다가 멋진 문화를 가지고있죠. 아름다운 춤과 미인들, 금으로 만든 장식품은 여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들다고요.'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arth'를 한바퀴돌았으면 알겠구먼. 인도가 여기서 동쪽으로 가야 가까운지 서쪽으로 가야 가까운지."
존의 눈빛이 순가 빛났다.
"호오. 인도에 갈 셈인가요?"
잭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도의 금장식이라는 보물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걸 어쩌나."
존이 웃으면서 말했다.
"흐흐흐. 그러면 서쪽으로 가시지요. 동쪽보다 빠를겁니다. '아마도.'"
잭은 자리에서 일어서 바텐더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잘지내시게나. 한건 하고 오지."
 
 
 
잭은 '크로스본'해적단의 근거지인 부둣가 창고로 향했다
잭은 창고에 모여있던 선원들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잘들어 이 쪼다들아!! 지금 난 바다에 나가려고 하는데 존나 위험하다!!! 오늘 나랑 같이 바다에 나가면 몇사람이 뒈질지 몰라!!!"
선원들이 같이 가면 죽는다는 말에 웅성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항해만 성공하면 평생 떵떵거리며 살 만큼의 부를 얻는다! 나와함께 하겠는가?"
선원들이 소리 질러왔다.
 
우오!!!우오우오!!!
 
그들은 갈곳 없는 해적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해적이다.
그들은 값어치만 있다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크로스본 해적단은 자신들의 배인 '라그나로크'호에 식량을 싣자마자 미지의 바다를 향해 출항하였다.
그 누구도 넘어가 본적이 없다는 대서양으로 배는 서서히 나아갔다.

크로스본 해적단의 항해도 처음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대서양 한복판에서 신항로를 개척하러 나온 에스파냐 해군과 만나게 되었다. 잭은 자신의 배에게 다가오는 에스파냐 군함을 보고 콧웃음을 치고 선원 들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용감한 해적이다!! 저기 오는 '에스파냐의 갈매기'들을 보라!!! 우리에게 날 좀 죠져주십쇼 하고 있구나!!"
갈매기는 해군을 칭하는 해적들만의 은어였다. 크로스본 해적단의 '라그나로크'호가 에스파냐 군함에게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원래 검문만 할 생각으로 접근하던 에스파냐 해군은 갑자기 날라오는 포탄에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배에 구멍을 만들었다.
물보라가 사방에서 튀어 올랐다. 라그나로크호는 그대로 선수루를 에스파냐 함선에 들이댔다. 갑판에 대기하고 있던 해적들이 에스파냐 함선에다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수십 명의 해군들이 순식간에 죽었다. 에스파냐 군함 선장이 흥분하여 외쳤다.
"들어보지 못하게 정면에 세이커포(대포의 일종)를 날려!!"
에스파냐 군함 갑판에 실린 대포에서 포탄이 발사 됐다.
빠직소리와 함께 라그나로크호의 가로 돗이 부러졌다.
배가 부서져 화가 난 잭은 커다란 칼을 들고 적군의 선박으로 뛰어들었다.
"오늘은 갈매기 고기를 해먹자꾸나!!!"
수많은 해적들이 잭을 따라 에스파냐 함선에 뛰어 들었다.
얼마남지 않던 해군들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잭의 커다란 칼이 에스파냐 군함 선장의 옆구리를 갈랐다.
"...잭...잭테일러..빌어먹을..여기저 저 악귀를 만나다니.."
에스파냐 군함의 선장은 그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다.
잭 일행은 승리를 거두었으나 항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메인 가로돛의 파손이라는 크나큰 손실을 입었다. 잭은 에스파냐 군함에 실린 식량과 물 그리고 귀중품을 빼돌리고 다시 항해를 떠났지만 돛이 하나 없어 속도는 더뎌졌다.
 
그 후 해와 달이 수십 번 교차할 동안 육지는 보일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몇일 못가 지평선 너머로 대지가 보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들은 성난 바다의 폭풍을 맞이 해야 했다.
크로스본 해적단은 태풍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으나 가로돗이 하나가 없어서 마음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커다란 파도가 라그나로크호의 갑판을 덮쳤다. 잭은 몇명의 선원이 바다에 떠밀려 갔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우현으로 15도 돌려!!! 빨리!!"
잭은 신속히 명령을 내렸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부러지는 보조돛이 잭의 머리위로 날라왔다. 잭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있는 해변가.
다 부숴져 버린 배가 한 척 유난히 눈에 띤다.
그 배 갑판에는 쓰러져있는 사내들이 다수 보였다.
"으....으.."
사내들 중 검은 안대를 한 사내가 깨어났다.
"제길헐...."
잭이었다.
"뭐가....뭐가 어떻게 된거야...."
잭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후미는 구멍났고, 돛대는 다 부러졌어."
그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좆같네. 더이상 항해는 불가능하겠어."
 잭은 자기 옆에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코에 손을 대본 결과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뒈졌네?"
잭은 배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선원이 어제 만난 폭풍우에 의해 죽었다. 그렇다고 생존자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잭, 그웬, 레온. 이렇게 세명이 살아 남았다.
 그웬은 잭만큼 유명한 해적은 아니지만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덩치가 매우 좋고 인상이 아주 험악 했기 때문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리게 만드는 얼굴이다.
 레온은 큰 덩치는 아니지만 뛰어난 해적이다. 호리호리한 몸매를 보면 '바다에서 잘 생활할 수 있으까'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를 잘아는 사람들은 콧웃음을 친다. 그의 뛰어난 조타 실력과 날렵한 단검술에 크로스본 해적단 모두가 찬사를 보냈었다.
잭은 생존자들과 해변가로 나왔다.
"이제 어쩌면 좋겠나?"
 잭이 의견을 묻자 덩치 좋은 털보사내가 답했다.
"배고프니까 식사부터 하자고!"
옆에 있던 비쩍 마른 선원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웬. 우리가 폭풍을 만났을 때, 식량창고에 구멍이났어. 먹을게 없다고! 그나마 먹을 것은 비상으로 남겨둔 육포 밖에 없어"
 그웬이 화내며 해안가 앞으로 펼쳐진 정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레온! 그럼 저기 앞에 정글에서 먹을 것을 구해 오면 돼잖아!"
"사냥이라도 하자고?"
레온과 그웬이 티격대자 잭이 끼어들었다.
"조용히 해. 어짜피 저 정글에 들어가는 것은 필수 불가결이야. 배도 없고 먹을 것도 없으니 나무와 식량을 구해야지."
 잭 일행은 나이프와 석횟가루 그리고 육포를 챙겨 정글에 들어갔다. 30분 가량 들어갔을때, 정글 안에서 사람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비쩍 마른 선원 레온이 소리쳤다.
"잭. 사람이 있나봐. 저쪽이야!"
 잭 일행은 잘하면 식량을 구할수 있겠다는 생각에 음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렸다.
 조금 뒤에 사방이 트인 들판이 보였고 그 앞엔 검붉은 피부에 온 몸에 문신을 한 원주민 세 명이 숙덕거리고있었다.
 잭이 반가운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이봐. 친구들. 영어할줄아나?"
 원주민들은 알수 없는 소리로 괴성을 내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끼를 잭 일행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아바바바바~"
 쉬익 소리가 날라간 도끼가 레온의 이마에 순식간에 박혔다.
레온이 죽자 그웬이 울부짖으며 원주민에게 달려들었다.
"미친놈들아!!!! 뭐하는 짓이야!!!!!"
 
 그웬은 백병전에 능한 해적이다. 그는 날아오는 도끼를 손쉽게 피하며 나이프를 휘둘렀다. 그웬이 갑자기 접근하자 원주민 중 한명이 놀라 자빠져버렸다. 그웬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위로 올라타 나이프로 목을 찔러 죽였다.
 그동안 잭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원주민 둘을 상대로 이리 저리 잘 피해 다니다가 기회를 틈타 석회가루를 상대방 눈에 뿌렸다.
원주민들은 눈에 석회가루가 들어오자 바둥대며 당황했다.
잭은 바둥대는 원주민의 심장에 나이프를 꽂았다.
 잭과 그웬이 승기를 잡았지만 아직 살아있는 원주민 하나가 목에 걸린 뿔피리를 불어 대며 큰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뿌~뿌~~
"나나이모!! 나나이모!!"
 
 그렇자 들판 저편에서도 뿔피리소리가 들려왔다.
 
뿌~ 뿌~~
 
"아바바바바바~"
"아바바바바바~"
 
 원주민의 괴성들이 사방에서 들려오자 잭은 뭔가가 잘못됬다는 것을 느꼈다.
"그웬.. 튀어!!!"
원주민 수십명이 들판 저편에서 잭 일행을 향해 몰려오고있었다.
 잭과 그웬은 허겁지겁 도망가기 시작했다. 뒤에선 도끼와 화살들이 쉴새 없이 날라왔다. 잭과 그웬은 지쳐만 갔다.
 
쉬이익 - 팍
"아아아악!!!!!!"
그웬이 갑자기 비명을 질러댔다. 화살이었다. 화살이 그웬의 오른쪽 어깨에 박혀버렸다.
"아파!!!! 재애액!!!!! 나.. 나 죽기 싫어!!"
"그웬! 자넨 죽지 않아! 뛰어!! 조금만 더 가면 돼!!"
 
 잭은 그웬을 다독거리면서 나아갔다.
얼마 안 가 잭의 시야엔 늪지대와 석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악어가 조각된 석상들이었다. 그 중에 인상 깊은 석상은 아주 커다란 악어가 의자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고, 그 악어 밑엔 사람들이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형상의 석상이었다.
 잭은 그것들을 보고 여기있는 원주민들이 악어를 신으로 숭상한다는 것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바바바바!!!"
 뒤에서 원주민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웬. 늪을 건너는 수밖에 없겠어."
잭과 그웬은 늪에 뛰어 들었다. 다행히 늪은 그리 깊지 않았다.
그웬이 먼저 늪 중앙 쯤 가서 소리쳤다.
"잭! 빨리와!! 뭐하고있어!!"
"그웬. 쟤네들좀 봐!!"
잭이 손짓한 곳에는 원주민들이 보였는데, 차마 늪에 들어오지 못한채 서성이고 있었다. 잭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저자식들. 늪에 못들어 오고 있어."
잭은 원주민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찌질이들아!! 쫓아올라면 쫓아 와봐!!!!"
이내 그는 바지 춤을 내리며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약 오르지!! 이리와서 내 똥구녕을 후려보라고~~!!"
 갑자기 원주민들은 늪을 향해 절을하기 시작했다.
"그웬. 쟤네들 상태가 영 메롱인데?"
 늪 안쪽에서 작은 파문이 일어났다.
 
스르륵
 
"게슈타프! 게슈타프!! 게슈타프!! 게슈타프!!"
원주민들이 '게슈타프'라고 외치며 함성을 질러댔다. 이내 불안감을 느낀 잭은 늪지대 건너편으로 그웬이 있는곳으로 향해 째빨리 움직였다.
 그때였다. 그웬의 몸이 늪 속으로 쑤욱 끌려갔다.
"끄아아아악!!!! 잭!!! 살려줘!! 뭐가 내 다리를 물고 있어!!!"
 그웬이 완전히 늪에 끌려간 뒤, 그 주변에는 붉은빛 피가 확산되었다. 잭은 공포에 질려 젖먹던 힘을 다해 늪 건너편으로 달렸다.
"싫어!! 씨빨!! 뭐이리 좆같아!! 살고싶다고!! 그웨에엔!!!"
 잭에 뒤에는 물살이 갈라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무었인가 튀어 올랐다. 악어였다. 그렇게 큰 악어도 없으리라. 대략 7~8M가량 되어 보였다. 사실 이 악어는 이 일대의 지배자였다. 이 주변에 다른 모든 악어들 조차 이 거대 악어의 밥이 되었다. 그 악어의 이름은 '게슈타프'. 60년간 원주민 수백을 잡아먹었다. 필시 이 늪 아래엔 해골들이 난무할 것있다.
 악어가 엄청난 속도로 잭의 뒤를 추격해오자 잭은 늪 한가운데 있는 바위 위로 피했다. 잭은 두근거리는 심장이 진정되지않았다.
터질것만 같았다. 잭은 왼손에 나이프를 꽈악 쥐었다. 잭의 등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갑자기 잭의 뒤에서 게슈타프가 커다란 아가리를 벌렸다. 잭은 제자리에서 점프를 뛰었다. 그 덕에 잭은 게슈타프의 등에 올라타게 되었다.
 "죽어. 이 괴물아!!"
 잭은 나이프로 게슈타프의 등을 마구잡이로 내리쳤다. 수도 없이 내려 쳤지만 악어의 가죽은 뚫릴 기색이 전혀 안보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가? 견고해 보이던 악어 가죽에 흠이 생겼다. 잭은 오른손으로 패여버린 가죽부분을 잡고 왼손에 쥔 나이프로 썰었다.  악어가죽이 한주먹만큼 뜯겨나갔다. 게슈타프가 고통을 느꼈는지 온 몸을 막 뒤흔들어 댔다. 잭은 흔들리는 악어등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온힘을 다해 찍어진 가죽사이에 나이프를 내리쳤다.
"끝장을 내주마!!!!"
 하지만 불행히도 악어가 몸을 뒤트는 바람에 엉뚱하게 견고한 비늘을 치고 만것이다. 게다가 엎친데 덫친 격으로 하나있는 나이프까지 부러져 버렸다.
"빌어먹을....."
 게슈타프는 잭을 태운 채, 늪 안쪽으로 잠수했다. 잭은 물을 먹으며 고통을 느끼는 가운데도 악어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지면 죽는다는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잭은 늪 바닥에 떨어져있는 그웬의 머리를 보았다.
 잭은 미칠 것만 같았다. 잭은 악어 등에서 떨어지며, 부러진 나이프를 거대악어의 눈에 쑤셔넣었다.
 
-끄르워어어어어
 
 악어가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악어가 정신을 못차리고 발광을 하는 틈을 타 늪 건너편에 도달했다.
"하악하악..."
잭은 늪에서 꿈틀대는 악어를 보고 비리한 비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게슈타프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Fuck You!!! 너랑은 이제 안녕이다!!"
잭은 왼손에 쥔 한덩이의 찢어진 악어가죽을 품에 넣었다.
"이렇게 두꺼운 통짜 악어가죽이면 값좀 나가겠군."
원주민들은 늪을 돌아서 잭에게 향했다. 그들은 잭처럼 늪을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많이 소비됐다. 잭은 쉬려고 했지만 원주민들이 자기를 아직도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몸을 일으켰다. 
 잭은 젖은 옷과 악어와 사투 중에 쌓인 피로 때문에 제대로 된 속도로 도망가지 못했다. 그래서 원주민들과 거리는 줄어들어 갔다.
 위기의식을 느낀 잭은 이를 악 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마엔 핏대과 뚜렸하게 일어났다. 사람은 죽을 위기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을 낸다던데, 사실인 것 같았다.
 방금전까지 골골대던 것과 달리 빠른 속도로 몸을 날렸다. 잭은 원주민을 따돌리기 위해 한참을 뛰었다. 하지만 잭이 본 것은 절망이었다. 잭의 앞에는 절벽이 떠억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잭은 절벽을 보자 다리가 풀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잭의 주변에 원주민들이 둘러싸 버렸다. 잭은 원주민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기절했다.
 가물가물한 의식 속에 보이는것은 자신의 몸이 장대에 손과 발이 묶인 채 대롱대롱 매달려 원주민들에게 끌려가는 것 정도만 인지했다.
 잭이 완전히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나무로 만든 창살 속에 갇힌 뒤였다. 흙으로 만든 벽이 사방을 막고있어 도망은 불가능 해 보였다.
"젠장. 죽겠구만..."
 잭은 피멍 든  온몸을 주물럭 거렸다. 잭이 투덜거리고 있을때, 잭의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잭은 감짝놀라 소리쳤다.
 "누구냐!!"
 소리가 들려온 그 곳에는 60세가량의 노인이 지푸라기를 이불삼아  덮고 자고있었다. 잭이 그 노인에게 다가갔다. 백인이었다. 그래서 잭은 의문이 생겼다.
'이런 원주민만 있는 마을에 왜 백인 영감탱이가 잡혀있을까?'
잭은 손바닥으로 노인의 볼을 후려 쳤다.
 
짜악- 짜악-
 
"영감. 쳐 일어나봐! 어이 영감!"
노인은 졸린 듯한 눈을 하고 일어났다.
"우웅.. 졸리다...졸리다..더 자고 싶다.."
잭은 노인이 잭과 같은 영어를 쓰고 있다는 것과 노인의 체격이 장난 아니게 좋다는 것에 약간 놀랐다.
 완전히 일어선 노인의 몸은 2M는 넘는 듯 했으며, 벗고 있는 상체를 통해 보이는 근육은 징그럽게 꿈틀대고 있엇다. 잭은 헤라클래스가 늙는다면 저런 모습이리라 생각했다.
"너는...누구...? 졸리다. 자고 싶다"
노인의 말투는 상당히 어눌해 노인을 바보같아 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잭이다! 영감은 어떻게 여기 들어왔지?"
노인이 한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모른다...아무것도 기억..안난다"
 잭은 노인이 치매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몇번의 대화가 오고가는동안 기억하는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감. 자기 이름도 기억못해?"
노인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세이든이다. 아마 ...세이든이다. 확실하진 않다. 이름 하니까 갑자기 떠올랐다."
 잭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났자 세이든이 자기가 덮고 있던 지푸라기를 건네며 말했다.
"잭...배고프다? 이거 먹음 배 안고프다."
잭은 실소를 날렸다.
"내가 소냐!! 말이냐!! 바보영감아!!! 그딴건 줘도 안먹어!!"
뜬금없이 세이든이 잭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놔!!놔!! 뭐하는 거야!!!!"
 세이든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잭의 입에 지푸라기들을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배가 꼬르륵꼬르륵하면..아무거나 삼키면...배 꼬르륵꼬르륵 안한다."
잭은 발버둥쳤다.
"퉷퉷!! 아무거나 삼키라니!!! 넌 머리속에 뭐가 들었냐!!"
"세이든 머리속? 세이든도 모른다. 확인 안해봤다."
 잭은 허리춤에 묶에있던 주머니를 풀어 육포를 꺼냈다.
"사람은 최소한 이런 것을 먹어야 한다고! 병신아!!"
세이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육포를 하나 집었다.
"이거 먹는거다?"
 잭은 득의 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육포 처음보냐, 촌놈아?"
세이든은 손에 집은 육포를 입에 넣었다. 그는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괴성을 질러댔다.
"우!우!우!!!! 육포 맛있다!! 우!우!!우!! 육포 맛있다!! 이런 것 처음이다!!"
 
세이든이 잭의 육포를 더먹으려 하자 잭이 말렸다.
"얼마없어서 안돼. 나도 먹고 살아야지. 미안한데 이만 꺼져줘."
"잭 나쁘다. 잭 나쁘다. 혼자만 맛있는거 먹는다. 육포 세이든꺼다."
세이든이 잭의 육포주머니에 달려들었다. 잭은 육포주머니를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썼다.
"먹보영감탱이야!! 이거 안놔?!!"
 
 잭과 세이든은 육포주머니를 차지 하기위해 엎치락 뒤치락 거렸다.
하지만 육포주머니는 잭과 세이든이 밀고 당기는 바람에 나무창살 밖으로 튕겨 나가 버렸다.
 
"미친 먹탱아(먹보영감탱이)!! 너때문에 육포가 못먹게 됐잖아!!"
"육포 세이든꺼다. 세이든 육포 먹을꺼다."
 
세이든은 나무창살 앞에 걸어가 밖으로 손을 뻗어보았지만 육포주머니까지는 손이 닿지 안았다.
 
잭이 옆에서 비아냥 거렸다.
"꼴깞을 떤다. 무슨 네 팔이 기린 목처럼 긴 줄 아냐?"
 
세이든은 끙끙 거라다가 뭐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딱 쳤다.
그리고 나무창살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잡아 댕겼다.
 
"세이든. 그 나무 창살이 사람 힘으로  부숴질만큼 약할 것 갖진 않은데?"
 
세이든의 온몸이 벌거게 달아 올랐다.
"으리야!!"
나무창살에서 뚜둑 소리가 나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미..미..미친 근육 괴물......"
세이든은 뜯어버린 창살을 잡어던지고 밖에 나가 육포주머니를 주웠다.
"헤헤헤..육포 세이든 꺼다. 육포 맛있다."
 
잭은 세이든의 괴력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미친 근육 영감의 힘을 빌리면 여기를 벗어나는데 용이할 거야!!'
 
잭은 세이든에게 흑심을 품고 말했다.
"미친 영..아니 세이든. 나랑 같이 밖에 나가 놀지 않을래?"
 
세이든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싫다. 난 안간다."
 
잭은 의외로 세이든이 강경하게 나오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감이 없음 도망가봤자 바로 잡힐텐데..어쩌지..'
 
잭은 세이든을 다시 한번 구슬렸다.
"나랑 가면 뭐든지 다해줄께!! 그래!! 나랑 같이 가면 여기있는 육포 평생 먹을 수 있어!!!"
"육포 평생먹는다? 세이든 잭이랑 함께 가겠다. 세이든 육포가 좋다."
 
때마침 밖에는 해가 져서 도망가기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잭과 세이든은 조심스레 움직였다. 보초를 서고 있는 원주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잭과 세이든이 원주민 마을을 거의 벗어났을 때였다. 허공에 뿔피리 소리가 울려 펴졌다.
 
"젠장, 걸렸나보군. 영감탱이 뛰어!!"
잭과 세이든은 마을 밖을 향해 달렸다. 어느새 뒤에는 원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잭은 방향을 가릴 겨를 없이 달렸다. 그것이 실수였음 실수 였으리라. 낮에 봤던 절벽에 다시 왔기 때문이다.
 
"젠장. 또 여기야? 씨빨.. 하나님이 날 싫어하나 보군!"
 
잭은 사방에 퍼져있는 원주민들을 보며 생각핶다.
'나에겐 근육 괴물 영감탱이가 있다. 길을 뚫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아!!'
 
잭은 세이든에게 소리쳤다.
"영감!! 쟤네들 좀 쓰러드려봐!! 내가 육포는 나중에 집에 도착하면 줄께!!
"알았다. 육포 많이많이 줘야한다."
 
세이든이 원주민들에게 달려 들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세이든이 팔을 휘저을때마다 슝슝 소리가 나며 원주민들이 수수깡처럼 나가떨어졌다. 원주민들이 세이든을 어찌하지 못하자 잭은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레프트, 레프트!! 그래. 훅!! 그거 밖에 못하냐? 아주 조져버려!!"
 
잭이랑 세이든이 한바탕하고 있는 동안 절벽으로 접근하는 존재가 있었다. 게슈타프였다. 허기져 있던 게슈타프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사람들 소리를 듣고 육중한 몸을 소리가 난 쪽으로 돌렸다.
 
절벽과 늪지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수풀을 헤치며 절벽에 온 게슈타프는 널려있는 먹이감들을 보고, 기분이 좋은지 괴성을 질러댔다.
 
-크르워어어헝
 
"게슈타프!!! 게슈타프!!! 게슈타프!!!"
원주민들은 게슈타프를 발견하자 거대악어를 찬양하며 길을 터 주었다.
 
게슈타프는 하나 남은 눈을 번뜩였다. 바로 정면에 자신의 한쪽 눈을 멀게 한 원수가 보였다. 게슈타프는 잭을 향해 돌진했다.
 
"미친...도마뱀!!!!???"
잭은 기겁해서 도망을 치려했으나 뒤에는 절벽이 있어 도망치지도 못했다.
 
"세이든!! 저 미친 도마뱀 좀 어떻게 해봐!!"
세이든이 그 소리를 듣고 게슈타프에게 달려들었다.
 
무지막지하게 주먹을 날려오는 세이든 때문에 게슈타프는 원수를 죽일 기회를 노쳤다. 화가 난 게슈타프는 세이든을 향해 몸통을 들이밀었다. 잭은 구경을 하다가 소리쳤다.
"저 미친 도마뱀 등 쪽에 가죽 까진 부분이 있을꺼야. 거기만 다구리 해버렷!!"
 
세이든은 잭의 말대로 게슈타프의 상처부위에 일격을 가했다.
게슈타프는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꼬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세이든이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나뒹굴렀다.
 
갑자기 세이든은 투정을 부렸다.
"세이든 너무 아프다. 싸우기 싫다."
그리고 나서 세이든은 정글 쪽으로 숨어버렸다.
 
방해꾼이 없어진 게슈타프는 잭을 향해 돌진했다.
악어는 늪에서는 물고시 처럼 빠르다. 하지만 육지에선 짧은 다리 때문에 빠르지 못했다.
 
 잭은 내심 긴장을 했지만 전에 늪에서 싸웠을 때 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에 마음을 놓았다. 잭은 자기 다리 밑에 떨어져있는 뾰족한 돌을 줏은 다음 몸을 날렸다.
 
"미친 도마뱀아!! 내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더냐!!!"
 
잭은 돌진하는 게슈타프를 왼쪽으로 살짝 피한 뒤 손에 쥔 돌로 옆구리를 강타했다. 게슈타프는 별 타격이 없다는 듯이 몸통으로 공격해 왔다. 잭의 갈비뼈와 게슈타프의 주둥이가 부딪혔다. 빠각 소리가 나며 잭의 늑골이 나갔다.
"씨발...못 움직이겠네.."
 
게슈타프는 자빠져 있는 잭에게 달려갔다. 잭은 손에 쥔 돌조각을 거대 악어를 향해 던졌다.
"오지마!! 오지말라고!!"
 
다행이 신이 잭을 버리지 않았는 지, 게슈타프의 눈에 잭이 던진 돌조각이 들어갔다. 게슈타프는 따끔거리는 눈때문에 눈을 연신 깜빡거리며 비틀댔다. 순간 시야를 잃은 게슈타프는 괴성을 지르며 잭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잭 뒤에 절벽이 있다는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잭은 몸을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게슈타프는 눈에 밖힌 돌때문에 잭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숨어있던 세이든이 달려와 악어를 절벽으로 밀었다. 결국 게슈타프는 절벽에 떨어졌다. 잭은 고개를 절벽 밑으로 빼꼼이 내밀었다. 바닥에는 온몸이 터진 악어 사체만 보였을 뿐이다. 악어가 죽자 세이든이 말했다.
"잭 잘했다. 잭 강하다. 세이든 무서웠다."
잭은 마음이 풀어져서인지 힘 빠진 미소를 지었다.
"아.. 이제 살았어."
 
죽음에서 살아났다는 기쁨도 잠시, 숨어서 구경을 하고 있던 원주민들이 다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젠장.. 더이상 움직일 힘도 없는데..."
잭은 푸념하듯 말했다.
"내 인생 최악의 날이야..."
 
갑자기 원주민들이 환성을 지르면서 잭을 향해 절했다.
"알골킨!! 알골킨!! 알골킨!!"
그리고 얼마 안있어 원주민들이 잭을 위해 들것을 만들어 가져왔다.
잭을 들것에 실은 뒤 노래를 부르며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을 정중앙에 매우 큰 모닥불을 피우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원주민들이 절벽 밑에서 가져온 악어 사체를 잭 앞에 가져왔다. 그리고 원주민 족장으로 보이는-온 몸을 깃털로 장식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중년 사내가 악어의 날심장을 꺼내 잭에게 주었다. 잭은 먹기 싫었지만 족장의 표정이 '안먹으면 주이겠다'라고 말하고 있어서 악어 심장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먹기 시작했다. 잭은 역한 맛에 다시 뱉을 뻔했지만 주변에서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봐서 참고 먹었다.
 
잭의 호탕한 모습을 보자 족장이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외쳤다.
"포타완!"
잭은 무슨말인지 몰랐기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하지만 족장 옆에 있던 원주민들이 한명씩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
"테오브로마!"
"플로가라!!"
"나이아리다!"
 
잭은 그제서야 원주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잭도 가슴을 탕탕 치며 외쳤다.
"잭! 잭 테일러!"
잭이 말하자 모든 원주민들이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치여 외쳤다.
"잭! 잭! 잭! 잭! 잭!!!! 와!!!!!!!!"
 
원주민들이 악어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모닥불에 구웠다. 그리고
원주민들이 모닥불 옆에서 신난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중 어여쁜 원주민 처녀가 잭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 끌었다. 잭은 원주민 소녀와 춤을 추었다. 잭은 관능적인 그녀의 허리놀림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잭의 물건이 빳빳하게 서자 원주민 아가씨는 부끄러운 듯, 춤추다 말고 도망갔다. 그 모습을 본 원주민들은 껄껄대고 웃어댔다. 잭은 민망해서 족장을 불렀다.
"포타완..."
잭은 눈을 살작 감고 두손을 모아 자는 듯한 시늉을 하며 말했다.
"난 자고 싶어."
 
족장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장 큰 천막으로 안내 했다. 잭은 천막 안이 예상 밖에 호화로워서 놀랐다.
금으로 만든 장식품들이 돌맹이처럼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잭은 특이한 천통의상과 금품들을 보고 생각했다..
'이런 금 공예를 가진 원주민들이라...설마!! 인도!!?? 그래 여긴 내가 찾던 인도야!!! 저 원주민은 인도사람(Indian: 인디언)들 이고!!'
잭이 골몰해 있는동안 사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가 들어왔다.
조금 전에 같이 춤을 추던 그 여인이었다. 잭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쁜이, 설마 너도 내가 마음에 들었나~?"
잭은 그녀의 허리를 댕겨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잭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보고 침을 안흘릴 수 없었다. 잭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젖가슴을 떡주무르듯 주물러댔다. 그녀의 입에서 비음이 새어 나왔다. 잭은 바짓춤을 풀러 자신의 흉칙한 물건을 그녀의 안에 찔러 넣었다. 촥촥 감겨오는 느낌에 잭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잭은 그렇게 격렬한 시간을 보내며 달콤한 향락 속에 빠져들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잭은 자신 품에 기대어 쌕쌕 거리는 처녀를 보며 말했다.
"예쁜이, 아주 좋았어. 이름이 뭐야?"
".......?"
"참..나도 바본가? 내 말을 알아 들을리가 없지."
"포카혼타스."
잭은 그녀가 대답 했다는 것에 놀라 반문했다.
"뭐?"
"포카혼타스."
그녀는 지쳤는지 힘없이 중얼거리며 잠이 들었다.
잭은 그녀가 잠든 모습을 보며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누웠다. 아무생각 없이 바라본 천장엔 커다란 지도가 그려져있었다. 그 지도엔 영어와 헬라어로 뭐라고 써 있었다. 잭은 읽을 줄 아는 영어로 써있는 부분을 읽었다.
"응? 아..틀..란티스로 가는...빛?"
갑자기 잭의 눈이 커졌다.
"맙소사!! 아틀란티스의 보물지도??!!! 아틀란티스의 보물은 저딴 금품들과 달리 성 한채를 살수있는 보물이라 들은 적이 있어!!!"
잭은 벌떡 일어나 천정을 찢은뒤 그것을 돌돌 말아 품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포카혼타스가 확실히 자는 것을 확힌하고 급하게 밖으로 뛰쳐 나갔다. 잭이 뛰쳐나간지 얼마 안되서 포카혼타스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잭이 뛰어 나간 방향으로 조심스레 따라갔다.

  • ?
    zero_som 2009.11.20 19:11

    흐.. 흡사 신대륙을 발견한 문명인들의 느낌, 실감나는 스토리네요.

  • ?
    유다 2009.12.06 03:08

    감사합니다..요즘 에피소드 2 만들고 있는데, 귀차니즘에 빠져서 ㅎㅎ

  • ?
    세월 2009.11.29 20:37

    왠지 대항해시대가 떠오르는 건 왜지..^^

    작문실력이 제법이시네요. 소설가 하셔도 될 듯 ^^

  • ?
    유다 2009.12.06 03:15

    원래 시나리오쪽에 관심있어서, 글쓰는걸 좋아해요. 칭찬 감사요.히힛

  • ?
    포뇨 2010.01.08 17:59

    15xx년을

    16세기 또는 1500년경이라고 고치는게더좋지않을까요?(그거만보고 댓글올리는...)

  • ?
    유다 2011.01.16 09:26

    공모전에 출품하면서 배경년도가 1553년 으로 정해졌어요.

     

    엘리자베스여왕과 메리여왕의 권력다툼이 있던시기로 잡았어요.

  • ?
    케나이슬라이드 2010.01.19 00:28

    너..너무 섬세해.. 그리고 길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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