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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김유리는 안방으로 나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난 그녀를 따라 나오지 않은 채 물끄러미 세카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김유리가 다시 돌아왔다.


 "이틀 뒤 이 시간에 오겠습니다. 원래는 지금 당장이라도 실장님이 오셔야 하지만... 바쁘시다네요."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계획을 바꾼다던가..."


 "말했잖아요. 조만간 양산에 들어간다구요. 예산에 맞춰서 부품까지 전부 주문해놨습니다."


 "완전 마음대로구만..."


 그녀는 약간 뜸을 들이더니, 한쪽 눈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설마 저 로봇을 아까워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아깝다기보다는-"


 한발짝 가까이 다가오며 그녀가 추궁했다.


 "그런 사람이 왜 다른 방법을 물어보고 있는건가요?"


 ".....몰라. 나도 모르겠다고요."


 "당신같은 사람. 살면서 정말 많이 봐왔어요. 기계에 집착하는 사람. 기계를 인격체로 보는 사람말이에요."


 난 말을 잇지 못했다. 나흘 전만 해도 난 그녀와 같은 입장이었다. 기계에겐 사람이 가진 무언가가 분명 없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CPU와 성격, 기억만 준비해주면 다른 안드로이드에 이식해도 똑같이 대응해주는것, 그게 기계에요. 개성이란 눈꼽만큼도 없죠. 제 말이 틀렸나요?"


 "하지만 안드로이드들은..."


 "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군요. 세카이는 한 번의 하나의 사고밖에 할 수 없었을테니, 좀 더 인간처럼 느끼셨을수도 있겠죠. 하지만-"


 목을 가다듬더니,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기계는 기계에요. 이틀 뒤에 뵙죠."


 내가 차마 말리기도 전에 그녀는 가방을 메고 다시 나가버렸다. 그녀의 약간 남성적인 어조가 뇌리에 머물러 날 괴롭혔다. 기계는 기계라니... 마치 내가 지낸 며칠이 거짓이라는것처럼 들렸다.


 이윽고 6시가 지나자, 정해진 프로그램처럼 세카이가 일어났다.


 "오오! 선생니임이 저보다 먼저 일어나시다니이!"


 그녀를 보고 있으려니 심기가 너무 불편해졌다.


 "잠깐 외출."


 "이 시간에!? 아니 무엇보다 밖에 태풍이 장난아니에요오!"


 난 별로 반응하지 않고, 가디건 하나를 걸친 채 밖으로 나섰다. 태풍답게 덥지 않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일단은 정처없이 걷기로 했다.


 안드로이드의 존재의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기로한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녀석들임에는 틀림없다. 2세대는 그렇지만, 대체 1세대는 뭘까? 90%가인간형으로만 만들어지던 1세대 말이다. 10년 전에는 편의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도 만들었던게 아닐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시절의 사람들은 유대를 생각한 게 아닌가 싶었다. 믿고 기댈만한 존재 말이다. 최종적으로 세카이가 만들어졌고, 확실히 난 세카이를 보며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니 최종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편의점에 도착했다. 아웃백에서 봤던것과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난 음료수와 과자 몇개를 집어 가판대 위에 올렸다.


 "8600원입니다."


 딱딱 정해진 말을 하는 로봇이었다. 난 카드를 내밀면서 물어보기로 했다.


 "너희들의 존재의의가 뭐지?"


 "안드로이드들은 사람의 편의를 위해 봉사합니다."


 "단지 그것뿐?"


 "예."


 "쓸모없어지면 버려지잖아."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에겐 선택권이 없으니까요."


 "..."


 "안드로이드끼리도 서로를 시기하는거 아십니까?"


 "뭐?!"


 아니 그런 기능이!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외모가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1세대는 그렇게 장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소리는 여기 오는 손님들이 하나보군."


 "예. 저희들은 버려지지 않기 위해 봉사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건가..."


 밖을 보니 우산을 가진 세카이가 날아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게 보였다. 따라온거였나.


 "가볼게."


 "안녕히가십시오."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와, 세카이가 쥔 우산을 잡아주며 말했다.


 "바람부는데 뭘 따라오냐."


 "아니이- 표정이 완전 이래-가지고 가시니까아-"


 그리고 완전 썩은 표정을 보여준다. 애들이 이런 표정을 하니 꽤 웃겼다.


 "걱정했잖아요오!"


 "풋, 내가 진짜 그랬냐?"


 "진짜. 완전 틀린거 하나도 없어요오-"


 "그래, 알았으니까 집에 가자."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우산은 그냥 접고, 우린 집을 향해 내달렸다. 어차피 이틀인데 뭐 어떨까 싶어, 이 녀석을 사람처럼 대해주기로 했다.


 집에 오자마자 아침을 대충 때우고, 소파에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는데 태풍이 그칠줄을 몰랐다. 덜컹대는 창문과 남의 집 대문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사실 난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우와. 오늘 일 갈 수 있을까요오?"


 "글쎄다. 바닷가까지 가볼까."


 "그건 좀 그런 것 같기도오-"


 "귀찮다. 그냥 누워있자. 여차하면 전화하시겠지 뭐."


 앉아있는 몸을 누이자, 세카이가 옆에 따라와 누웠다.


 "야, 좁아. 좁다고!"


 "헤. 역시 선생님 향기는 좋네요오."


 "뭐?!"


 "살짝 홀애비 냄새는 나지만요오-"


 좁디 좁은 소파에 그녀가 끼어드니 죽을 맛이었다. 난 굴러떨어지다시피해 소파를 빠져나갔다.


 "참 이상한 날씨야."


 "내일... 맑겠죠오?"

 "뜬금없이 무슨 소리여?"


 뭔가 싶어 생각하는데,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폭죽 보고 싶어서?"


 "네에!"


 "그렇게 좋냐?"


 "당연하죠오! 안 이쁜가요오?"


 "아니 뭐... 그럼 기도 올려. 내일은 맑게 해달라고."


 "어-아! 맞아. 이거 아세요오?"


 그녀는 주변에 있던 흰 종이 두 장으로 눈사람같은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그란 머리와 유령같은 치마가 미묘했다. 그녀는 머리에 점 두 개를 찍더니 말했다.


 "테루테루보-즈."


 "뭔데 그게?"


 "몰라요오!?"


 고개를 끄덕이자,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아니 그 전에 물어봤잖은가.


 "이걸 창문에 매달아두면 내일 비가 안온대요오!"


 "뭐?"


 그러더니 그녀는 창문 위에 줄을 감아 인형(?)을 묶었다. 교수형을 연상케하는 목매달기에 놀라고 말았다.


 "저...저렇게 하면 비가 안온다고?"


 "네!"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이었다. 80%의 의심과 20%의 부정으로 수긍해야만 했다.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으면 출근할 시간이었다. 별다른 전화가 없었기에 우린 태풍을 뚫고 골동품점에 향하기로 했다.


 오늘도 별 일 없이 바닷가를 보며 걸으려는데, 해변가와 방파제가 너나할 것 없이 검은 오물에 더러워져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정화기계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오늘따라 바다가 더 어둡게만 보였다.


 "검은 도화지같아졌네요오."


 "그러게. 태풍이 지나가면 좀 나아지겠지. 그 인형도 매달아 놨으니까 내일은 좀 밝을지도."


 "언제쯤이면 파란 바다를 볼 수 있어요오?"


 "저게 다 정화되려면... 한 1억년은 걸리지 않을까?"


 "1년이 365일이니까아..."


 "365억일 있으면 되겠다. 오늘부터 세봐."


 "싫어요오..."


 "다 세면 내가 선물도 줄게."


 "오오! 라고 해도, 너무 오래 걸리는데요오?!"


 "그런가... 그래도 그 쯤 되면 선물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그녀는 갑자기 싱글벙글한 얼굴이 되었다. 진짜로 셀 속셈이었다.


 "오늘 하루를 빼면... 음~ 364억 9999만 9999일 남았네요오. 별로 안남았다아!"


 "완전 산화할지도 모르겠는데..."


 1%만 지나도 세대가 바뀔 수준이었다. 그만큼 저 바다의 정화기간은 어림잡기가 힘들었다.


 가게에 도착하자 할아버지가 우릴 반겼다.


 "일찍 왔구먼. 태풍이 이렇게나 심해서 안올줄 알았어."


 "그래도 일은 해야죠. 내일도 나옵니까?"


 "내일은 문 안열거여. 휴일이잖아? 노인네도 좀 쉬어야지."


 할아버지가 건네준 수건으로, 세카이를 닦아주었다. 기계에게 물은 치명적이다.


 "이만 가보겠네. 문단속 잘하고."


 "예, 들어가십쇼."


 그렇게 다시 하루를 연다.


---


 수명을 100년으로 치면 36500일입니다 윤년같은건 안센다


 20살 살았으면 7300일을 산 것이라 남은 날이 29200일 남았습니당


 왠지 만 단위니까 별로 안남은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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