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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같이;2015.04.19,04.26;하늘바라KSND

 

거실. 늦봄의 따사로운 햇빛이 그윽하게 마룻바닥을 덮고 있는 거실. 아직 완연히 여름 준비를 하지 못해 짙은 갈색 계열의 카페트를 여전히 입고 있는 마룻바닥. 그 카페트를 장식하고 있는, 유리를 덧씌운 깔끔한 탁자. 소녀는 그 탁자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은 우둘투둘한 것 같으면서도 반질반질 윤이 나는 밝은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인 듯 한 표피. 분명 손톱을 그 물렁단단한 스티로품 같은 껍질에 찔러 넣으면 톡-하고 상큼하면서도 신 내음이 확산해가리라. 어느샌가 공간을 가득 메운 그 오렌지의 향기를 느끼며 쫄깃쫄깃 하라는 듯 말라는 듯 미묘한 저항을 하는 그 녀석의 껍질을 다소 우악스럽게 벗기면, 부끄러운 양 흰 내피를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포들포들한 그 속살이 드러날 것이다.

 

간만에 느낄 새큼-하면서도 달큼-한 그 맛을 기대하며 소녀는 오렌지의 표면을 무채색으로 물들여갔다. 처음엔 연한 회색이던 그림자가 점차점차 짙은 회색으로, 검은색으로, 그러다 마침내 보드라운 손바닥이 탱탱한 오렌지를 쥐었을 때. 오렌지가 버둥거렸다. 아무래도 오렌지가 생명에 대한 위협을 느낀 듯 했다.

 

일순 당황한 소녀가 좀 더 힘을 줘 오렌지를 놓치지 않으려는데, 갑작스레 든 따끔함에 소녀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오렌지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소녀의 손으로부터 떨어져 자유낙하를 하던 그것은 마치 껍질 속에 눈 만난 강아지라도 든 양 폴짝폴짝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더니, 지이익- 지이익- 오렌지 까지는 소리와 함께 앞다리, 앞다리, 뒷다리, 뒷다리, 흰 이빨이 촘촘하게 붙어있는 꽤 기다란 주둥이를 달고 있는 머리가 생겨났다. 더 이상 오렌지라고 부를 수 없는 그것은 가볍게 유리판 위에 착지하더니 소녀를 노려보았다. 그에 질세라 소녀도 그것을 노려보았다. 이번엔 소녀가 위험에 처한 것 같았다.

 

위태위태하게 유지되던 기묘한 평화는 괴수가 먼저 소녀를 향해 튀어 오르면서 깨졌다. 소녀의 하얀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삐쭉빼쭉 희고 단단한 이빨 사이로 흘러나오는 위액의 약한 신내가 그녀의 코를 어지럽혔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그것이 덮쳐오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자, 어느새 소름끼치게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가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 차가움에 머리에서 척추를 타고 손까지, 발까지 찌릿찌릿 전기가 돌았다. 어느새 흥건해진 손. 손으로 그 괴수를 쳐낼 틈도 없이 그것은 그녀의 목을 사정없이 물었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끔 감고 말았다.

 

!”

 

?’

 

들릴 리 없는 친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목이 뻐근하니 움직이려할 때마다 찢어지는 듯 한 고통이 느껴졌다.

 

밥먹으러가자. 니는 뭐 하루 종일 자나? 으휴, 인생수준.”

 

-?”

 

옆에선 소녀를 멍하게 바라보는 소녀. 꿈뻑꿈뻑, 옅은 나무냄새. 바삭-한 햇빛의 향기. 한 차원 너머에서 들리는 듯 한 저마다의 이야기가 만들어낸 소음의 하모니. 살짝 어지러워졌다.

 

. 일 교시부터 내내 자드만은 정신을 몬챙기고 있네. ! 밥 무-러 안 갈기가?”

 

-. .”

 

무릎 아래에 닿는 가벼운 의자. 의자가 마루를 긁으며 내는 거친 소리. 어쩐지 다들 익숙했다.

 

빨리 가자. 줄 길어지겠다-. , ! ! 니 손에 땀!”

 

친구의 신경질에 교복 치마에 손을 슥슥 문때며 그녀에게 쏟아져 내리는 따스한 햇빛을 한 층 더 받아내려고 고개를 뒤로 넘겨 하늘을 보았다. 구름 없이 뿌-연 하늘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하늘.

 

아아, 날씨 좋-. 정말이지-. 나를 시련에 빠뜨리는 따스함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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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집 시인의 오렌지에 영향을 받았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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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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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말라야 2015.04.28 17:54
    목을 뜯기는게 현실이고 어쩌면 주마등을 보고 있는걸지도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5.04.28 20:15
    사실 그런 느낌을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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