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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아웃백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어느정도 주변을 둘러보는데, 친절한 음성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어서오세요, 두분이신가요?"


 녹색의 마네킹같은 몸뚱아리를 한 녀석은, 얼굴에 터치 스크린을 달고 있었다. 모니터 밑을 보면 OUTBACK이라고 적혀있으니, 아웃백측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물건이 아닐까 싶었다.


 "아... 예."


 그나저나 아웃백도 안드로이드 천지다. 어딜가나 안드로이드는 있다.


 이 웨이터 로봇 녀석은 아무래도 세카이를 사람으로 본 듯 했다. 로봇이 로봇을 알아보지 못하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어쩌면 세카이에게는 다른 로봇에게 없는 체온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안내에 따라, 우린 매장의 거의 가운뎃자리에 앉았다. 값싼걸 시킬까 하고 메뉴판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게 다 비쌌다. 이마를 부여잡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세카이에게 말을 건다.


 "인건비도 안들텐데 뭐가 이리 비싼거야... 먹고 싶은건 정했냐?"


 "네? 저어요?"


 "너말고 또 누가 있어. 골라봐."


 그제서야 메뉴판을 보는 그녀였다. 가면 갈수록 어리바리해지고 있으니, 뭔가 나에게 최적화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잠깐, 그렇게 생각하면 또 이상하다!


 "스테이크가 너무- 많아, 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오-"


 "그럼 시즌 갈릭인지 뭔지나 시켜볼까. 돼지고기 스테이크라는데."


 "돼지고기가 스테이크으? 뭔가 이상한데요오-? 돼지고기는 포크죠 포크으!"


 "스테이크처럼 했다는거겠지..."


 옆에서 대기중이던 안드로이드의 터치 스크린을 조작해 시즌 갈릭 포크 스테이크라는걸 주문하자, 안드로이드는 곧바로 주방을 향해 기어갔다. 그나저나 뭔 스테이크 이름이 이렇게 긴걸까. 개성이라면 개성이었다.


 "다 먹어봐요 다아-"


 테이블을 땅땅 두드리는 것을 내가 저지했다.


 "나중에... 집에가면 청소전에 빨래부터 해."


 "제가 해야돼요오오?"


 "...꾀부리는거냐?"


 혀를 내밀며 웃는 세카이가 밉게만은 안보였다. 이런 안드로이드를 그 녀석은 왜 버린걸까. 이 로봇은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는 하지 않는다. 그 점이 좋다면 좋았다.


 "너 근데, 언제까지 사람 행세할래? 내 앞에서는 딱히 사람인 척 안해도 좋은데."


 "네에-?"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다. 살짝 진지해진 어투로 내가 쏘아붙였다.


 "사람 행세 말이야. 언제까지 할거냐고. 네가 그렇게 움직이니까 정말 사람같잖아. 청음샵에서처럼 오해받고 싶진 않거든..."


 "언제까지라니요오오-... 저-저저저-는 사람맞는데요! 선생님이 절 거두셨잖아요오오-!"


 "봐라. 또 버벅대네. 그러고도 사람이라고 우길거냐."


 "아, 아아아-니... 이, 이거어어느으은...."


 "로봇이지? 인정하는거지?"


 "아닌데, 흑..."


 "어?"


 이건 내가 예상하던 상황이 아니었다. 어른들의 추궁을 못이겨낼줄 몰랐다.


 울상이던 세카이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이대로 울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실례가 될 터였다.


 "아, 아니네. 사람인가보다. 가만보니 사람이네."


 "근데 왜, 흑, 아니라고, 흑, 해요오,,,? 세카이가, 흑, 사람이라고, 흑흑, 하는데에에에엥!"


 한문장을 떼지 못하고 울어버린다. 내가 너무 가혹하게 굴었다.


 "우, 울지마. 자, 뚝하면 집에 갈 때 달달한 거 사줄게."


 "필요 없어요오! 세, 세카이는 로봇이니까아, 안먹어도 되는거잖아요오! 빠, 빨리 먹고 집에가요오!"


 스테이크를 먹고는 싶은거였냐... 그나저나 자기가 로봇인걸 소리쳐버리다니, 이러면 더 곤란해졌다.


 "야 그걸 큰소리로 말해버리면..."


 로봇과 식사를 나온 외로운 외톨이보다는 아빠와 딸이 더 나았단 말이다. 세카이가 하도 소리를 치자, 주변에서 우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웨이터 안드로이드가 스테이크를 들고 왔다.


 "주문하신 시즌 갈릭 포크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샐러드바는 저쪽이세요."


 난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냅킨으로 그녀의 얼굴을 문댔다. 그래도 단거엔 약한건지, 울음은 그쳤다.


 "자, 이제 스테이크 먹자. 내가 잘라줄게."


 연신 킁킁대는 그녀에게 스테이크를 내밀자, 그녀는 삐친 목소리로 말했다.


 "흐, 흥. 됬어요오. 선생님 많이- 드세요오. 전 전선만 꽂으면 배부른거죠? 그쵸오?"


 "삐졌구만..."


 "별로, 별로 삐진거, 아-아아아닌데요오?"


 난처해지면 말을 버벅대는 것 같았다.


 "그럼 내가 다 먹을까? 아아-"


 스테이크를 포크로 푹 찔러 그대로 내 입에 가져다대자, 세카이가 말렸다.


 "아니 그거어언! 반칙이에요오!"


 "으휴... 기다려봐,"


 세카이가 다시 울상이 되려했기에, 난 고기를 나이프로 썩썩 잘라내기 시작했다. 고기를 써는데, 주변에서 신경쓰이는 말들이 오고가는게 들렸다.


 "우와아... 로봇이랑 밥을 먹네. 저거 오타쿠 아냐?"


 "같이 먹을 친구가 없나봐...로봇이랑 식사를 같이 해."


 "대단하다.무슨 배짱으로 여길 왔을까?"


 "저런 놈들 때문에 인간형 안드로이드가 단종됬지. 에휴..."


 사람들은 모두가 우리 얘기를 하고 있었다. 좋은 소리는 아니었기에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다 들리게 말했기에, 세카이도 썩 좋은 표정같아보이지는 않았다. 고기는 전부 썰었기에, 난 잠시 일어나 샐러드바에 다녀오기로 했다.


 "잠깐 먹고 있어. 샐러드바좀 갔다 올테니까."


 "저도오- 같, 같이 가요오!"


 "그럼 따라와. 이 콧물 좀 닦고..."


 냅킨을 또 꺼내 세카이의 콧물을 닦아냈다. 쓸 데 없는 걸 구현해놨다고 생각했다.


 샐러드바에서 먹을 것들을 담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저 인간들은... 얘기할 게 그렇게도 없나."


 "선생니임- 제가 잘못했나요오...?"


 내가 찡그린 얼굴을 보이기가 무섭게 세카이가 말을 걸어왔다.


 "아니, 그러니까 울지좀 마. 먹을 건 다 집었냐?"


 세카이의 그릇을 보니 과자 투성이였다. 입맛까지 아이들 입맛이었다.


 "네에에- 돌아가요오-우왁!"


 그렇게 테이블로 돌아가려는데, 세카이가 넘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카펫으로 과자들이 흩어지고 말았지만, 별로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금세 청소하는 안드로이드들이 와서 치워버리면 그만이었다.


 세카이는 스스로 넘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가 발을 걸어서 넘어졌다는걸 알게되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이런, 로봇 간수좀 잘하세요. 이 과자들도 당신이 먹을거였습니까?"


 내 나이대 정도 되어보이는 호리호리한 생김새의 남자. 그는 비꼬는 목소리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나이에 안맞게 어린애 로봇이라니... 세상도 참 말세라니깐~"


 "댁마냥 없어서 직접 가져가는 것보다야 낫지. 손 잡아."


 "네, 네에에..."


 세카이가 내 손을 잡고 일어나자, 남자는 세카이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며 말했다.


 "이야... 진짜 사람 피부구만. 이거 만드는데 돈좀 쓰셨겠습니다?"


 "당신 그 어리바리한 머리에 쓰는 돈보다는 덜 들더라고."


 세카이의 옷을 툭툭 털어주고, 내가 먹을 음식이 담긴 그릇을 안드로이드에게 부탁하며 말했다. 두개의 웨이터 안드로이드가 내가 먹을 음식과 세카이가 먹으려던 음식을 다시 집어 테이블로 날랐다.


 "그냥 조용히 식사만 하고 가고 싶은데, 양해좀 구하지."


 남자는 비웃는 표정만을 한 채 말이 없었다. 난 그를 무시하고, 세카이를 데린 채 테이블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내 뒤에서 들리는 소리는, 확실히 내 속을 긁는 것이었다.


 "아이 로봇이나 데리고 다니는 오타쿠 백수한테 무시받다니, 나 원 참 말도 못걸겠구만~"


 "로봇이라니이... 전 사람-"


 세카이가 반박하려하는것을 내가 막았다. 저런 남자에게는 백번 설명해도 자기 식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스테이크는 다음에 먹고, 다른거 먹으러 가자 그냥. 저 놈이 물을 흐린다."


 "아아아-... 네에에..."


 기분이 너무 상하고 말았다. 값을 지불하고(다행히도 샐러드 바는 캔슬해줬다.), 우린 아웃백을 나섰다.


 말없이 걷다가, 분수가 있는 공원이 나타났다. 우린 벤치에 앉아 잠깐 쉬기로 했다.


 "선생니임..."


 "왜?"


 "저 로봇이겠죠오... 아무래도?"


 "뜬금없는 소리를 잘도 하는구나."


 "근데, 근데... 주변 사람들이 자꾸 로봇이라고..."


 "내가 로봇이라고 놀리니까 사람들이 재밌어서 그런거야. 신경 쓰지마."


 "하지만, 하-하-하지만..."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는 그녀였다. 또 운다. 안쓰럽게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우는 걸 멈추는 그녀였다. 무슨일인가 싶어 지켜보고 있으니, 입을 틀어막고는 하수구로 다가가 토하기 시작했다.


 "윽, 웁. 우웨에에엑."


 "뭐야, 왜 그래?"


 "으으으으, 갑자기 추워요오..."


 몸살도 걸리나 싶었지만, 병은 병이었기에 이쪽에 있어서는 꿰고 있을 문정원을 불러보기로 했다. 우린 다른 식당에 들리는 일 없이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카이를 눕히고 문정원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 여어- 어떠냐 이재철. 옷은 잘 맞드나? ]


 "아주 딱 맞더라. 무슨 옷을 이렇게 많이 보내?"


 [ 인마, 소녀에게 옷이란 바나나의 껍질과도 같은 것이다! ]


 "뭐?"


 [ 벗길수록 하얀- ]


 "그만 둬 색갸..."


 [ 그래 뭐. 무슨 일로 전화했냐? ]


 "얘 몸살걸린 것 같은데. 뭐 아는 거 없나해서."


 핸드폰 너머로 정원이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흘리는게 들려왔다. 난처한 일인것이다.


 [ 일단은- 내가 가봐야겠다. 집 좀 치워놔라~ ]


 "뭐? 온다고?"


 [ 잘못하면 폐기감이야. 1세대는 예민하거든. ]


 폐기라는 말에 괜히 기분이 미묘해졌다.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폐기인건가. 


 전화가 끊어지고, 아픈(?) 세카이 대신에 집안을 좀 치워놓았다. 그러고 있자니 5분도 지나지 않아 정원이 도착했다.


 "아아~ 역시 자동으로 운전되는 차는 좋은것이야. 여하튼, 이게 그 녀석이냐?"


 체크무늬 남방, 작은 키, 뚱뚱한 몸뚱아리는 여전했다. 정원은 소파에 누워있는 세카이에게 다가갔다.


 "어. 이름은 세카이. 알다시피 세카이 형."


 "안녀엉하세요오-"


 "그래 안녕. 자 이제 타임 투 슬립!"


 세카이가 뭐라 말도 하기 전에 전원을 꺼버리는 정원이었다. 그는 뒷목을 뜯어내더니, 조립된 부품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따 조립 해놓은거 보소. 기획회사 다닌 거 맞냐? 무슨 조립을 이렇게 잘해?!"


 "허허... 늬들이 못하는거겠지요..."


 "기다려봐, 어디하나 손상된 건 없는 것 같은데- 아. 이건가."


 중추회로를 뜯어낸 그는, 기판을 비집어 열어보더니 내게 말했다.


 "이거 왜 안고쳐놨어?"


 "뭐?"


 "중추회로 인마. 아- 큰일났네. 틈이 벌어져서 바로 녹슬었잖아. 이게 틈이 벌어진 것도 신기하지만, 못본거냐?"


 기판 내부에는 녹이 군데군데 슬어있는게 보였다. 소금기때문인건가 싶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낭패였다. 어제 제대로 봤더라면 쉽게 고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새로 사야겠네. 얼마지?"


 "어휴... 세카이 형은 기억단자도 기억단자대로 골때리지만, 중추회로는 현장에 있는 게 없어. 아예 없다고. 호환되는것도 없지."


 "뭐?"


 "못구한다고 인마... 물건이 없는데 어떻게 사냐? 어차피 노후된 기기이기도 했고, 오래도 버텼지. 어쩔래, 지금 폐기할겨?"


 "아니, 좀만 기다려봐. 일단 그것 좀 찾아줘."


 "뭐, 중추회로? 부르는 게 값일텐데 진짜 괜찮냐?"


 "괜찮으니까 일단 가봐."


 "그래 뭐 그럼... 애 몸조리좀 잘 시켜라. 음... 정 뭐하면 콜라라도 써야겠지만... 난 가본다!"


 그렇게 정원은 다시 가버렸다. 엄청나게 빨리와서는, 엄청나게 빨리 가버린 것이다. 난 세카이의 전원을 다시켰다.


 "세-카아--이... 콜록 콜록.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오?"


 "별 일 없었는데."


 "아아... 그보다 갑자기 몸살이 와버려서어... 죄송해요 선생니임-.."


 "죄송하면 빨리 나아라. 배고프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꾸르륵하는 소리가 그녀의 배에서 들려왔다.


 "헤에..."


 "어제 남은 제육볶음이랑 먹으면 되겠다. TV 보고 있어. 괜히 나오지 말고."


 "네에~"


 살짝 베이비시터가 된듯한 느낌도 들었기에, 제육볶음을 데우러 가는 나였다. 창문 밖을 보자, 다시금 구름이 끼고 있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이상하다.


 아침에도 먹는다는걸 까먹었던 제육볶음을 대충 데워, 그릇에 전부 옮겨담자 세카이가 TV를 보고 있었다.


 "뭐하냐? 와서 밥먹자."


 "바압-..."


 힘없이 달려오는게 저런거구나 싶었다. 테이블 앞에 앉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는, 만일을 대비해 세카이의 전원을 꺼두기로 했다.


 "잠깐 등 좀 돌려봐."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세카이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내게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아, 안돌릴래요오. 콜록콜록! 제가 등을 보여드리면,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단 말이에요오!"


 "뭐?"


 그리고는 뒷걸음질친다.


 "그러니까, 세, 세카이는 그냥 TV... 보고 싶은데요오오..."


 "...알았어."


 "부탁이에요오... 콜록- 콜록콜록, 그-그그그-건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안해. 안할테니까 그냥 앉아있어라."


 두 손을 들어보이자, 그제서야 알겠다는듯 그녀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나도 소파에 앉아 TV를 보려는데, 세카이가 내게 등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몸을 틀었다.


 "안한다니까 그러네..."


 "그, 그래도오- 만일-만일을 대비해야죠오..."


 TV에서는 뉴스가 한창이었다. 이상기후와 자성에 대해 떠들고 있었는데, 멍청한 가설이라며 비난하는쪽이 이기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멍청한 정치질이구나하고 슥 넘겨버렸을테지만, 환경에 대해서 얘기하는건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TV를 멍하니 보고있자, 오전의 골동품 가게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아, 날세. 이재철이 맞지? ]


 "예.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 아까 손창혁이가 다녀가서말이야... ]


 "아아. 잠시만요."


 난 내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카이에게 민감한 얘기를 들려줄 이유는 없었다.


 방문을 닫자, 눈치를 챈건지 그는 얘기를 이어갔다.


 [ 세카이말이네.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해대더군... ]


 "그렇습니까..."


 [ 그래서 내일 소유증을 가져오게 시켰네. 이제 자네 로봇 아닌가. ]


 "예?"


 [ 아들내미도 그새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구했다더구먼. 이제 내일부터는, 정말로 자네 로봇이야. ]


 "적어도 불법은 면한거로군요..."


 [ 그래. 내일 점심때까지 출근하고... 그 로봇, 잘 보살펴주게. 7년 전부터 따뜻한 곳에서 자본적이 없다는구만. ]


 "혼자자면 무서워서 잠도 못자는 녀석을요?"


 [ 매일 울어서 끄는 일이 더 많았다고 하대. 아이고... 마누라가 또 부르는구만. 이만 끊겠네. ]


 "아, 예. 들어가십쇼."


 전화가 끊어지고, 휴대폰을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은 뒤 거실로 나오자 세카이가 졸고 있는게 보였다. 그녀는 날 보더니, 생글생글 웃어보이며 말했다.


 "무슨 전화르을- 콜록, 그렇게 오래 하세요오?"


 "아까 갔던 알바자리. 계좌번호랑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흐응- 내일 따라가도 되나요오?"


 "네 몸이 다 낫으면 같이가자. 그 전까지는 혼자 있어."


 "여기서 혼자-혼자아- 뭐하죠옷? 콜록!"


 "몸살약 먹으면서 낫기나 기도해야지."


 그새 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로 끝날 것 같지 않을, 어두운 구름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또 엄청 내리겠네. 지겹지도 않나."


 "뭐요오?"


 "비말이야. 오늘은 좀 맑을 줄 알았더니 또 비가 내리잖아."


 "저게 비에요오? 콜록콜록."


 비도 모르다니. 세상 기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인가. 10년을 산 것 치고는 너무 멍청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 하늘에서 물이 막 떨어지는거지. 너 같은 애들은 이런 날 나가면 감기걸린다."


 "뻥!"


 "뻥 아니야... 아니 그보다 뻥이라니. 거짓말이라고 해야지."


 비는 모르면서 뻥이라는 은어를 알고 있다는게 놀라웠다. 이게 대체 무슨 아이러니인가.


 "이 비가 너무 안내리면 식물들이 다 죽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식물들은 죽지. 사람들도 불편하고."


 "그런건가요오..."


 "그런데 이렇게 자주자주 비가 내려버리면, 내년에 먹을 밥이 맛없어져버려."


 "그건 안돼요오!"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세카이떄문에 놀라고 말았다.


 "왜, 왜 그래?!"


 "네? 뭐가요오?"


 "왜 갑자기 일어나고 난리냐고..."


 "제가 그랬나요오? 아, 정말이네."


 그러더니 다시 앉은 그녀였다. 증세가 조금 심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끄진 않기로 했으니... 진퇴양난이었다.


 "조, 좀... 쉬고 싶네요오."


 "등 돌릴래?"


 "그냥-그냥그냥 자면 될 것 같네요오! 자야겠어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소파에서 내려와 맨바닥에 쪼그려 누웠다. 눈을 감더니, 그새 새근새근 잠들어버렸다. 이게 대체 뭔가 싶어서 기억을 곱씹어보니, 방금 전 골동품점 주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 일어나."


 "네-네?"


 "잠을 잘거면 침대에서 자야할 것 아니야..."


 난 그녀를 업어 내 방으로 옮겼다. 침대에 뉘이고 이불까지 덮어준 뒤 방을 나서려하자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뭐야, 자는거 아니었어?"


 "..."


 뭔가 싶어서 그녀를 바라보자, 큰 눈이 날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같이... 있어주면 안되요오?"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말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운수좋은 날의 부인같기도 했다.


 "너 잘때까지만이다. 한낮에 자기는 싫거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세카이였다. 난 침대로 들어가 그녀 손을 꼭 잡아줬다.


 "잠이 안오면, 양이라도 세봐. 양이 한 마리, 양이 두 마리, 양이 세 마리, 양이 네 마리..."


 "좋다아-...Zzz..."


 "양이 열 마리, 양이 열 한... 뭐야, 자냐? 야, 벌써 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거실로 나와서 TV를 보는데, 기분이 착잡해졌다.


 그냥 안드로이드 중 하나일 뿐인데, 사람과 거의 똑같게 생겼단 이유로 사람처럼 대하는 이유가 뭘까. 곧 폐기될 녀석이었다. 정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비참해져서 견딜수가 없었다.


 저런 녀석이라도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 자신이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다는게 믿을수가 없었다.


 이런 기분을 느껴도 아무 소용 없다. 난 핸드폰으로 세카이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페어리코프스를 검색해봤다. 페어리코프스의 과거 회사 홈페이지를 보려고 해봤으나 실패했고, 인터넷에도,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세카이와 페어리코프스는 없는 것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미치겠다 정말. 관계자도 없는건가."


 또 다시 전화다. 문정원이었다.


 "어, 회로는 찾았냐?"


 [ 겨우겨우 찾기는 했는데... 이거 대박 정보. ]


 "뭐?"


 [ 지금 나온 매물이 말이지... ]


 "뜸들이지 말고 말해."


 [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세카이가 쓰던 거야. 플러스로 더 대박 정보. ]


 "응?"


 [ 기동하는 세카이 형 안드로이드는 이제 네것이 마지막인 것 같다. 비공식으로는. ]


 "그런건가..."


 [ 인간형 안드로이드의 종말이구나~ 여하튼, 중추회로는 4천만원. ]


 "보내기나해."


 [ 야... 4천만원이면 안드로이드가 네 개야. 그래도 중추회로를 사겠다고? 언제 망가질지도 모르는걸? 시간을 줄테니까 천천히 생각해봐. 이건 어차피 세카이 형에만 맞는 거라서 수집용이 아니라면 사가지도 않아. 너, 재수 좋게도 내가 수집꾼이라 다행인줄 알아라. ]


 "고철 오덕색히... 끊어라."


 [ 뭐? 야, 야! ]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금 당장 4천만원을 써버린다면 세카이는 약간이나마 더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난 방안으로 들어가 잠들어있는 세카이를 봤다.


 ".........잘도 자는구만."


 정신을 차려보면 8시가 넘어 있었다. 뭐가 뭔지도 모른채, 저녁을 대충 때운 뒤 나도 잠에 들었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5.04.13 21:29
    달라졌군요.!
    //
    그러고보니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돈 많은 외톨이가 밥!좀! 먹겠다는데 괴롭히는 클라스!! 아무래도 그 남자 돈이 어마어마한가 보군요..!
  • ?
    말라야 2015.04.13 21:34
    머리를 하는데 안드로이드 하나를 사고도 남는 돈이 든다니...
    병알레스의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ㄷㄷ하지 아니할 수 없는 세상'이 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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