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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퓨전

이번에도 역시 1인칭 시점입니다.

원래는 다른 걸 쓰려고 했는데 그놈의 분량과 시간때문에...

끝까지,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읽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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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학교에서 야자를 마치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그믐달인가……』
하늘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평소에 이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 관계로, 하늘을 매일 본다.
친구들은 '하늘이랑 결혼해라' 소리까지 해 댔었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아파트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내가 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멈춰있었다.
『아, 오늘은 운이 좋네.』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하며 안에 탄 다음, 8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그리고 일정하게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
갑자기 안 좋은 느낌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5. 6. 7. 8.
안 좋은 느낌은 그대로 적중해, 엘리베이터는 8층을 지나쳤다.
『……고장인가?!』
엘리베이터는 지나치고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9. 10. 11. 12.
12층을 눌렀지만 8층과 마찬가지로 지나쳤다.
제길, 비상 버튼을 눌러야……


13. 14. 15.
『찾았다!』
재빨리 비상 버튼을 찾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나, 버튼은 돌처럼 굳어져 눌리지 않았다.


16. 17. 18. 19.
『……』
틀렸다. 이 엘리베이터는 천장과 충돌한다.
충돌로 내 몸이 위로 튀어올라서 나 역시 천장과 충돌한다.
결론을 내린 난 엘리베이터의 봉을 잡았다.


20.
심장이 빨리 뛴다.


21.
손끝에 힘을 더 넣었다.


22.
있는 힘껏 봉을 잡았다……?


아무런 충격도 일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계기판은 있을 리가 없는 23층을 나타내고 있었다.


『뭐야……! 내가 꿈을 꾸고 있나?』
난 내 볼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아야야야야야야…… 제길, 꿈이 아니잖아!!』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해 봐야……』
정신 차리고 계기판을 봤다.
엘리베이터는 50층에 있었다.
그렇다. 올라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창밖을 봤다.
처음 몇 번은 건물이 보이다가, 어느 순간에 밖은 지옥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무는 모두 말라 죽어 있었고, 곳곳엔 있을 리 없는 송장이 있었다.
그「지옥」은 점점 더 선명하게, 점점 더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윗부분의 층을 표시하는 계기판은 어느새 망가져 있었다.
아마도, 100층을 넘은 것이다.


이번엔 버튼 부분을 살펴봤다.
『……』
내가 눌렀던 8층과 12층의 버튼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엘리베이터 곳곳을 살펴봤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제길……』
희망을 잃고 난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몇 분이 지난 걸까.
몇 층이나 지나친 걸까.
엘리베이터는 쉴새 없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멈췄다.
「이번 층은……」
『으앗……!!』
소름 끼치는 소리에 벌떡 일어섰다.
본래 층 수를 알려줘야 할 안내음은, 소름 끼치는 노이즈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다가, 뚝 하고 끊겼다.


문은 아주 천천히, 덜덜거리며 열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괴물이 나오겠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반격 정도라면……
문은 거의 다 열렸고, 주먹을 쥐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내 앞에────
지옥에서 한 여자애가 뛰어 들어왔다.


『뭐, 뭐뭐뭐뭐뭐야! 이 시츄에이션은?!』
「진정해, 시간이 없단 말야!」
순간적으로 일어난 기묘한 상황에 당황한 난 몇 발짝 뒤로 물러났고,
뛰어 들어온 소녀──학생이라고 해야 하나──는 닫힘 버튼을 난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릴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속도로 빠르게 닫혔다.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쉰 다음, 내 쪽으로 돌아봤…… 잠깐만. 저 얼굴……
「시간이 없으니까, 간략하게 말할게.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어서 돌아가야 해!」
그 말을 흘려들으며, 소녀를 훝어보았다.
기억속의 깔끔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는 완전히 만신창이였다.
검은 교복은 여기 저기 찢어졌고, 깔끔한 머리카락은 피가 엉겨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몸 곳곳에는 푸른 멍이 많이 들어 있었고,
결정적으로 허리 부분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기억대로 키는 나보다 좀 많이 작았다.


「그러니까 어서 여기를 빠져나……지금 내 말 듣고 있어? 시간이 없다고!」
어느새, 정신을 놓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미안.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어. 그것보다 네 몸이…』
「내 몸은 신경 쓰지마…… 어서 빨리…」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소녀는 묵묵히 뭔가를 하고 있다.

「어쨌든, 내가 버튼을 누르면 이 엘리베이터는 엄청난 속도로 내려갈 거야. 너, 몇층에 살아?」
소녀──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째서?──는 재촉하는 어조로 말했다.
『8층.』
간략하게 대답했다.
몇 번이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으니까.
「OK. 봉을 꽉 잡아!」
『잠깐, 버튼이 없을……』
버튼은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져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봉을 잡았다.
그것을 잡은 순간.
휙, 하고, 엘리베이터는 급강하했다.


『크,……하……』
몸이 위로 튀어오르려는 걸, 완력으로 저지한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면 한계다.
엘리베이터는 점점 더 빨리, 로켓 뺨치는 속도로 내려갔다.
「조금만……더 버텨! 거의 다…… 됐어!」
대답할 여유 따윈 없다.
그리고, 왼쪽 팔이 봉에서 떨어져 나갔다.
『제길────!!』
그리고 잠시 후 나머지 팔도 봉에서 떨어졌다.
『으악───!!』
「안 돼───!」
난 천장에 머리를 박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으…… 뭐야…… 나, 살아있는, 건가,』
「응. 다행이야…… 살아서.」
눈 앞은 희미하다. 하지만, 익숙한 그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갖고, 힘겹게 일어섰다.
『여긴……?』
「어디냐고? 당연히 8층이지…….」
눈 앞엔 반투명한 소녀가 있었다.
「……다친 데는 없어……?」
소녀는 또렷한 목소리로 그렇게 기억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그 말을 했다.


그리고, 안 좋은 추억이 전부 떠올랐다.

 


……4년 전이었다.
그 날도 학교를 끝내고, 그 소녀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걸어다닐 땐 앞을 봐!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할 거야?」
『그거 기우야. 이때까지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여느 때와 같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반쯤 건넜을 때, 동시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비켜───!」
「위험해───!!」
「쾅」
『크악……』
그와 동시에, 난 앞쪽으로 굴렀다.


상황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
『소현아────!!!』
그 이름을 부르며 재빨리 달려갔다.
방금 전까지 내게 잔소리를 하던 소녀가, 이미 붉은색으로 젖어 있었다.
「……다친 데는 없어……?」
소녀는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때, 차에서 주인이 나왔다.
「아 진짜……. 비키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귀 먹었냐?!」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때까지 느꼈고 앞으로 느낄 것중 가장 큰 분노를 맛봤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 손에선 피가 흐르고, 나와 소현이는 병원에 있었다.
사람들 말을 들어 보니, 내가 그 망할 자식의 얼굴을 완전히 떡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 같다.
난 사람들에게 저지당해 병원으로 갔고,
사실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정작 중요한 소현이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이 세상에 없었다.
『제길……!! 왜…….』
그런 짓을 했나, 란 질문을 받을 사람은 이미 없었다.
하지만 탁자엔, 그녀가 남긴 대답이자 마지막 말이 쓰여 있었다.


「널 좋아했었어, 그래서 널 구하고 싶었어」

 

 

『……너.』
「……응. 이제 기억났어?」
소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거기 말야, 진짜로 지옥이야. 거기서 몇 분만 더 있었다면 너도……」
『──할 말이 있어.』
말을 끊었다.
지난 몇 년간 잊고 있었다.
잊어선 안 되는 걸 잊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말도 잊고 있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
웃음을 띄우고 있던 얼굴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고마워……』
소녀는 울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얼굴.
항상 웃고 있었던 그녀가 숨기고 있던 감정.
『이 말이 하고 싶었어. 그 때부터, 쭉……』
뺨을 타고 뜨거운 것이 흘러내린다.
더 많이, 더 뜨겁게.
「……응, 고마워…….」
그녀는 깨끗하게 사라졌다. 내 죄책감도 가지고.

 

 

후일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엘리베이터 괴담은 정말로 있었다.
그믐달 또는 보름달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지옥으로 가는데,
가장 소중한 사람,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이 자신을 구해준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그믐달 밤에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소현이를 또 다시 보게 된다면, 이번에는 보내지 못할 테니까…….

=========================================================

끝입니다.

이건 뭐.. 쓰다 보니까 장르가 구분이 안 가는군요.

사족으로 어제 제가 꾼 꿈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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