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Extra Form
분류 SF

-1


 내 앞에 이상한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검은 커텐을 친 것처럼 그것은 하늘하늘거리며 내 눈을 달래준다.


 꿈. 이것은 꿈이다.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검은 커텐은 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깰 수가 없다. 이유가 뭐지?


 그러던 중 한 여자가 내게 다가온다. 뒤에서 오고 있기 때문에 모습을 알 수 없다.


 날 끌어안은 그녀는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일어나!"


 뭐라고?


 "일어나라고 멍청한 계집애야! 7시 반이야!"


 "으아아! 깜짝이야!"


 엄마가 날 깨웠다. 우리 엄마는 꼭 침대 옆까지 조용히 왔다가 단숨에 공격하는 이른바 특수부대 작전을 잘 사용했다. 무서우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난 급하게 일어나 다림질을 끝마친 뜨뜻한 교복을 입었다. 난 하급 마녀이므로 펑퍼짐한 치마를 입어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치마는 굉장히 포근했지만, 반대로 너무 화려한 면도 있었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잘 끌었다.


 기장이 길고 소매가 짧아 아주 불편하기 짝이 없는 와이셔츠 위에 리본타이를 메고, 그 위에 재킷을 걸치면 교복을 전부 입게 된다. 교복은 전체적으로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모자는 안 쓰냐?"


 "으... 그걸 누가 쓴다그래!"


 모자를 깜빡했지만 모자는 쓰지 않아도 되니까 뭐... 고깔모자에 챙이 달린 괴상한 모자... 그런걸 누가 쓰랴.


 바쁘기에 화장은 베이스에서 마치기로 했다. 빗자루를 든 채 엄마가 주는 토스트를 씹으며 하늘로 날았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몸에 있는 마력이 다 떨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조심해서 운전해야한다. 근처를 보니 나 외에도 지각한 학생들이 더러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2


 "마법과 과학.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법은 무시받고 과학이 존경받는 때가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동네북이 됬지만."


 조회시간때 들어가면 아주 힘들어지므로(매 시간마다 철괴를 발에 매단 채 수업을 들어야했다. 무릎이 고장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애매하게 무겁기 때문이려나) 1교시 전 쉬는시간을 기회삼아 들어올 수 있었다.


 1교시는 역사다. 월화수목금요일 전부 같은 시간표를 쓰기에 지루하다고 생각될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학은 213X년까지 그 권력이 지속됬지만, 할츠베르티앙 박사가 뉴트리노라는 입자에 말을 하거나 그림을 그려 불을 만들거나 물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발견해내고, 그 때부터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마법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되지."


 "그러면 마법도 과학인겁니까?"


 "비슷해. 다만 과학에선 우리 몸에 있는 마력을 이용하진 못했지. 안 그래?"


 마력. 너무 친근한 이름이다. 내가 찬 손목시계엔 시간뿐만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마력까지 알려준다. 그 외에도 별의 별 시스템들이 있었으니 난 언제 어디서나 내 마력을 보고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면 마력총은 무엇이죠?"


 "그런 걸 가지고 마법공학이라고 부른다. 마법공학은 설명이 굉장히 어려우므로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설명해주겠다. 그럼 수업 계속해도 되겠지?"


 학생들은 모두 같은 교복을 입은채 "네"라고만 말했다. 선생은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아-. 졸려."


 난 나지막이 중얼거리면 책상에 엎드렸다. 긴장이 풀리니까 졸립기만 하다.


 "자 그럼 출석부른다. 가가가."


 "예."


 "가가나."


 "예."


 그렇게 부르던 중 내 차례가 온다.


 "스타? 언제 불러도 이상한 이름이구나. 그나저나 지각했네?"


 이 때 나의 연기력이 빛을 발휘한다. 난 무릎에 손을 댄 채 말했다.


 "개성임..."


 불쌍한 척을 아주 잘해야 한다. 안 그러면 바로 의심을 사기 때문이다.


 "그래. 개성 좋지. 다나가!"


 "예이! 모두들 나가자!"


 이름이 다나가인 녀석이 개드립을 쳤다. 우린 그를 바라보며 궁시렁거렸다.


 "미안 얘들아."


 다나가는 앉은 채 어쩔 줄 몰라했다.


 "오늘도 연기 좋은데?"


 글레드가 내게 말을 걸었다. 터프한 남정네의 인상을 풍기는 그는 마법사였지만 우리같은 종류의 마법사가 아니었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이 몸의 연기력은 하늘을 찌르지."


 그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내게 미소를 지었다. 승리의 표시다. 그리고 난 다시 눈을 감았다. 5분도 채 안되어 잠이 찾아왔다.


-3


 [여보세요, 여긴 중환자실입니다.]


 이 소리는...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눈을 뜨자 몸이 좀 불편함을 느꼈다.


 "다나가라고 했나?"


 "에...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은?"


 "죽기... 싫어요. 크헉! 컥!"


 "또라이 아니야?"


 뭔가 눈 앞이 붉었다. 고개를 들자 왠 아저씨가 다나가를... 죽였다. 죽이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난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아저씨는 날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아, 꼬마 아가씨 안녕?"


 "싫어, 오지마!"


 피가 여기저기 묻은 사람이 나한테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핑 돌았다. 눈앞이 아찔해지고 목에서 피를 쏟아내는 다나가가 보였다.


 "아...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마.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이 착했으면 사람을 죽였겠어?"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이 아이는 잘못한 게 있어서 죽은거야. 괜히 아저씨가 중2병이 돌아서 마구 학살했겠어?"


 "싸이코패스라도 되는거겠지!"


 그는 나를 묶은 밧줄을 잘라주었다. 구속에서 풀려나 일어난 나는 일단 주위를 살폈다. 내 교복은 여기저기가 찢겨있었고 윗옷은 와이셔츠밖에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마도 걸레짝이 되어서 중요한 부위를 가려주는 용도로밖엔 쓰이지 않고 있었다.


 나와 그는 어떤 방에 갇혀있었는데, 방엔 문이 없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위쪽에 난 환풍기 사이로 바깥이 보였고, 그러므로써 난 지금이 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낮잠을 너무 심하게 자고 말았다. 근처엔 TV도 보였다. 고자가 된 환자와 의사가 있었다.


 "뭐... 설명해줘도 모를테니까 그냥 싸이코패스할게."


 "꺄악!"


 난 마구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지만, 중요한 건 도망칠 곳이 없었다. 바구니 안에 나와 친했던 애들의 머리가 차곡차곡 들어있었고, 나머지 부위는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으니 정말... 역겨웠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바닥은 적갈색의 향연이 이어지고, 그나마 사람인 저 남정네는 머리가 이상하다. 오른손에 도끼까지 들고 있으니 패닉에 안 빠질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이리저리 나돌아댕기다 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잘 들어둬 꼬마 아가씨. 이제 15살이면 아가씨인가? 아무튼..."


 난 눈물반 콧물반이 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꽤나 잘생겼다.


 "지금 난 호러영화를 찍으러 온 게 아니야. 넌 여기 있는 친구들한테 완벽하게 속고 있었어. 이 녀석들은 널 인신매매단에 넘겨버리려고 했다고."


 잡혀있는 팔을 조금 흔들자 그는 날 놓아주었다. 소매자락으로 얼굴을 대충 닦다보니 진정이 되었다.


 "내 말을 못믿겠다면 내일 학교로 가봐. 아, 교복!"


 그는 어디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시체에서 교복을 벗긴 후 잘 정리해 내게 건넸다. 난 그냥 아랑곳하지 않고 갈아입었다. 시선따위...


 다행히도 빗자루는 내 것이 있었다. 보라색 빗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빗자루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지?"


 "내 이름은 권지호. 한국계통 사람이지."


 권지호라. 이름을 기억해둬야겠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도 없지만...


 우린 인사를 나눈 뒤에 헤어졌다. 밖으로 나오자 곧바로 집이었다. 괜히 섬뜩해졌다.


 집으로 들어가자 일단 엄마에게 한 대를 맞았다. 그 다음 아빠한테 두 대, 동생한테 한 대를 더 맞고 욕실에서 오리 인형한테 한 대 맞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또 엄마한테 한 대, TV보다가 동생이 발길질을 해 일곱 대를 맞고 잠이 들었다.


 하루가 굉장히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는 잠만 계속 잔 것이다. 멍청하게도 잠은 잘  왔다. 장래희망에 잠꾸러기라고 쓰는 게 좋겠다.


-4


 오늘은 일찍 일어났다. 시계는 내게 일찍일어났다며 날 칭찬해주었지만 그런 건 필요 없었다. 칭찬 기능을 꺼버리고 교복을 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행이구나, 일찍 일어나서."


 "다행은 무슨... 딸이 늦게 일어나는 거 봤어?"


 "응."


 "언제?"


 "어제 이년아!"


 엄마가 소리치며 던지는 토스트를 입으로 받아냈다. 언제나 생각하는거지만 맛있다!


 "좋아. 딸 다녀올게."


 "오늘은 동생도 데려가. 어차피 일찍 가는거 좀 늦으면 어때?"


 동생이라... 동생놈의 이름은 타스다. 언니 이름은 사트였지만, 언젠가부터 개명을 해버려서 지금 이름은 샤를이었다. 바꾸나 안바꾸다 얼굴에 안맞는 이름을 달고 산다.


 "타스. 후딱 입어."


 "기달려봐. 넥타이 메는 거 진짜 싫어!"


 빗자루 면허증이 14세부터 유효하기 때문에, 13살인 타스는 아직 빗자루를 탈 수 없었다.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빗자루도 빗자루지만 벌금이 너무 어마어마했으므로 가난한 우리 집안은 그런짓을 할 용기가 없었다.


 대충 손을 까딱거려 동생의 넥타이를 묶어주었다. 마법은 중학생때부터 배우기 때문에 동생은 이런 걸 할 줄 몰랐다. 내가 가르쳐주어도 마력을 받지 않았으므로 쓰는 건 무리였다.


 "좋아. 출동이다!"


 동생이 추임새를 넣고 난 출발했다. 무거운 놈이 탔기 때문에 집중을 잘해야했다.


 "스타! 살아있었구나!"


 "뭐? 무슨 소리야?"


 옆에서 멜라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꽤나 싹싹한 여자인데, 아쉽게도 나와는 다른 반이었다. 클레릭? 그런 학파쪽으로 간 것 같던데 우리들 사이에선 클레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난 별다른 선입견을 가지지 못했다.


 멜라는 걱정되는 눈초리였다. 난 아무것도 몰랐기에 일단 동생을 데려다주고 그녀와 대화해야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정말로 모르는거야? 그럼 설명해줘야지. 3교시 때 왠 미친 남자가 학교에 들어오더니... 널 구하겠다면서 너네반에 있던 애들을 전부 납치해갔어! 얼마나 힘이 세던지 30명이 넘는 애들을 전부 보자기에 싸서가더라?"


 "아..."


 "그러면 조금 있다 조회시간에 봐~"


 그녀는 동관으로 가버렸다. 난 본관에 있는 내 교실로 들어갔다. M-2 라는 표지판이 낯익었다.


 권지호라... 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글레드가 왔다.


 "스타!"


 오늘 내 생일인가? 왜 다들 날 보면서 반가워하는거지?


 "그래! 난 살아있어! 아임 얼라이브 히얼!"


 "다른 애들도 살아있겠지?"


 "에..."


 난 말문이 막혀버렸다. 죽었다고 하면 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버렸다. 글레드는 의심스런 표정을 짓더니 머리를 감싸쥐었다.


 "으으..."


 조회시간이 되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교실엔 나와 글레드 둘 뿐이었다.


 "후우... 우린 통합반 같은 거 안할거다. 알겠지?"


 "예이."


 "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더니 나와 글레드의 책상만을 제외한 모든 책상에 백합을 올려놓고는 가버렸다. 전부 죽었다는 소리였다.


 "스타 메릴리아. 잠깐 날 따라와. 아니, 그냥 여기서 말하자."


 선생은 내게 다가왔다.


 "어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너만 살아돌아온거니?"


 난 담담해졌다. 어제 일을 떠올리자 괜히 욕지기가 나오려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노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채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선생에게 말했다.


 "한 남자가... 제 친구들이 절 인신매매단에 팔아넘기려 했다면서..."


 "뭐라고?"


 "보호하다는 차원에서 전부 죽였대요. 이름은 권지호."


 "권지호? 정말로 권지호라고 했어?"


 "예?"


 "오 제기랄. 권지호..."


 옆에서 글레드가 중얼거렸다. 권지호가 무슨 놈이길래 그러는거야. 연쇄살인마라도 되는건가?


 "권지호는... 일단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지식을 뛰어넘은 존재야."


 "한국인이 뭔데요?"


 한국인? 한국이 뭐 대단한 나라라도 된다는 말인가?


 "한국인들은 모두 뇌의 100%를 사용하는 것으로 모자라 뇌를 부풀리는 연구까지 하고 있어. 절대적인 시점에서 똑똑하고 지능으로는 컴퓨터도 그들을 따라갈 수 없게 된 지 오래야."


 괴물이잖아!!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잖아? 중요한 건 권지호라는 거지. 그는 천재중의 천재야."


 "그게 뭐 어때서요?"


 "이 아이들의 복수를 해줄 수가 없잖니... 게다가 그는 현재 은거중이야. 그게 우리 도시라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는다."


 난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도시 전 구역에 경찰들이 있었다. 갑작스런 연쇄 살인에 다들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런데 너희 둘. 여긴 어떻게 온거니? 부모님이 말리지 않으셨어?"


 "그냥 왔어요."


 "나도 그냥 왔는데?"


 "나도 그냥 왔어."


 뭔가 한 사람이 늘어난 것 같았다.


 "글레드, 피해!"

 "야 인마! 누굴 해치려고 온 게 아니라고!"


 글레드의 옆에서 그가 나타났다... 선생은 놀라며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스타... 그리고 당신이 있는 이 학교. 둘 다 아름답군. 내가 가지고 싶을 정도야. 누가 디자인했지? 하나는 스타의 부모님... 또 하나는?"


 정말 말이 많은 남자다. 난 그를 노려보았다.


 "워 워. 어제 내가 한 말은 다 진짜야~ 거짓말 아니라구!"


 "그건 됬고... 당신이 누군지 이제 알았어."


 "아, 수업시간 다 됬다. 나 이만 가볼게!"


 그는 정말 괴짜였다. 그가 사라져버리자 난 선생님을 일으켜 세웠다. 어두웠던 교실이 어느샌가 형광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오늘 1교시는 조회야. 나가보자."


 으으... 조회는 너무 지겨운데. 글레드는 좋은 것 같다. 우린 운동장으로 나갔다. 글로벌 텔레파시를 쓸 수 있으면서도 운동장에 나가야 하는 이유는 정신 통일? 뭐 그런 것을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5


 "스타. 스타?"


 봄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건지. 꽃가루 냄새만 맡아도 졸리다.


 조회가 끝난 뒤 우린 모두 귀가하고 있었다. 마력이 넘쳤더라면 빗자루를 타고 휙 날아가버리는건데, 아깝게도 오늘은 동생놈때문에 걸어서 가게 됬다.


 그 살인마는 아직까지 얼굴을 비치고 있지 않았다. 나로서도 그게 좋았다.


 "스타!"


 "아, 미안. 딴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멜라가 자꾸 치덕대고 있었다. 근처 남자애들이 클레기라며 놀리는 것도 어렴풋이 들려왔다. 익숙하니까 이젠 그냥 무시한다.


 "그 애들이 인신매매범이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건 네가 살아있다는 거야. 어떻게 살아있는거야?"


 "내가 너무 이뻐서 도끼가 피했나봐.... 미안."


 멜라의 오른손에서 불길이 살짝 치솟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개드립을 치면 아주 민감하게 대응한다.


 "글레드도 그렇고... 뭔가 있나봐."


 그런 거 없다. 우린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뭔가 해방된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언니 신발이 있었다. 동생은 친화력 학원으로 가버린 지 오래였고,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니까 이런 일도 익숙했다.


 언니의 신발은 굉장히 특이하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과학을 사랑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로, 매일 연구소에 박혀있어야 했기 때문에 집에 오는 일은 드물었다.


 "샤를쨩~"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멀리서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원지는 내 방인 것 같았다.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여니 아니나다를까 금방 보였다.


 "샤를쨩 나니스루?"


 "늬 죽일준비합니데스."


 "헐..."


 언니라도 이건 심했다.


 "미안. 그보다 오랜만에 왔는데 샤를짱이 뭐니 샤를짱이!"


 "왜? 옛날엔 좋아했잖아. 개명하기 전에... 맞나?"


 "과거는 잊어버려. 언니는 다시 태어났단다!"


 개뿔. 난 교복을 벗고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벼처럼 땋은 머리도 그냥 풀어헤치기로 했다. 내일은 토요일, 모레는 일요일... 3일 연속 휴가다. 게다가 아직 아침이다. 침대로 들어가자 이불속에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으악! 이게 뭐야?"


 이불을 걷자 뭔가 말미잘같은 게 촉수를 마구 흔들면서 요동치고 있었다. 언니가 옆에서 날 보며 깔깔 웃어댔다. 이게 웃을 상황이냐!


 "아~ 아깝다. 그거 원래 한 편의 촉수물을 만들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데. 이상하게 안걸리네?"


 "샤를쨩 이런 취미도 있었어?"


 언니는 다른 의미로 괴로워했다. 촉수를 휴지통에 버리고 난 다시 이불로 들어갔다. 손목에 달린 시계로 컴퓨터를 꺼내 벽에 모니터를 투영시켰다. 생각만 하면 컴퓨터에 있는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니 다른 주변기기는 필요가 없었다.


 난 블로그로 들어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적어내려갔다. 내 책상에서 책을 꺼내 보던 언니는 내가 오늘 겪은 일을 보더니 말했다.


 "권지호를 만났구나. 우리 집 지하에서 빈대붙어 사는 새끼."


 손목시계에서 컴퓨터 기능을 끄고 언니에게 말했다.


 "뭐라고 했어 방금?"


 "걔 우리집 지하에 살잖아. 몰랐어? 타스도 아는건데?"


 "말도 안돼."


 비명을 지를뻔 했다. 하지만 비명을 지른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놈이 여기로 기어올라올 것 같아 무서웠다.


 "맞다. 걔 지금은 사람 아니야. 사실 여기 온 것도 그 놈 때문이고."


 "에?"


 "한 마리의 고양이로 둔갑시켜줬지롱~"


 아니 이게 무슨 전개지?


 언니는 내게 윙크를 했다. 언제나 재수없는 윙크였다.


 "맞아. 오늘은 선물을 가지고 왔어! 그리고 이만 가봐야하니까 안녕!"


 "아... 샤를쨩 빠이빠이."


 "너 진짜 맞는다!"


 언니는 내게 이상한 팽이를 주더니, 고양이가 된 권지호를 데리고 갔다. 자이로팽이? 아무튼 이상한 이름을 가진 이 팽이는 무슨 가느다란 실과 세트를 이루고 있었다. 지구본처럼 생긴 이 팽이는 고대에 쓰이던 오락 기구라고 한다.


 실을 몇바퀴 감고, 짧은 곳을 당기자 팽이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팽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았다. 보다가 질린 난 팽이를 멈추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이런 팽이밖에 안 만드는건가? 의심이 하늘을 찔렀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2.02.29 19:28

    인셉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분류 날짜 조회 수
공지 글쓰기 게시판 이용 안내(2015.01.04)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5.01.04 1710
공지 당신도 '일단은' 소설을 쓸 수 있다 5 file 습작 2013.06.02 12986
수필 어느날 우연히 발견한것.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10.17 5090
존재님의 시 모작 2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10.16 3377
어딘가 다른곳에 쓴 잡시 1 Presence 해당사항없음 2011.10.16 4278
단편 꿈, 환상, 또는 계시[BGM있] 하늘바라KSND 판타지 2011.10.11 2979
자료 열매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09.24 4769
장편 Blank in Memory - 카인 편 Ep.1-2 1 슈팅스타* 퓨전 2011.09.24 2557
장편 Blank in Memory - 카인 편 Ep.1-1 3 슈팅스타* 퓨전 2011.09.24 3294
장편 Blank in Memory - 카인 편 프롤로그 1 슈팅스타* 퓨전 2011.09.24 1385
자료 기념일/공휴일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09.23 1501
자료 아방스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09.23 1236
자료 음료 4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09.23 1404
단편 버섯-유혹 하늘바라KSND 판타지 2011.09.23 1234
일편 단심 1 맛난호빵 해당사항없음 2011.09.23 1811
자료 꽃말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09.23 1619
연구&토론 주제 글쓰기란? 그리고 주제(11.09.25) 2 하늘바라KSND 해당사항없음 2011.09.23 4375
단편 [GIeKOBDAK-LIA, 알셔온]뜨는 해 지는 달 하늘바라KSND 퓨전 2012.01.01 1702
장편 [중세 전쟁물] Confliction Of Faith, 19편 Presence 판타지 2011.12.30 1426
단편 공포증 프롤로그(좀비소설) 1 잉여VICTIM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2011.12.28 2114
장편 여기는 판타지다! - prologue & 1 - project80 퓨전 2011.12.27 1718
단편 크리스마스겸사겸사 하늘바라KSND 일반 2011.12.24 1409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6 Next
/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