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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선 의철.

그는 3년내내 약체로 분류되었던 자신의 팀에서

고독하고, 외롭게 분투해왔다.

그는 다른 1학년생들과는 경험의 양이 남다르다.

하지만ㅡ 그래봤자 이 무대에서는 햇병아리일 뿐이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위기상황.

그 곳에서 에이스 대신 선택된 벤치멤버

1학년, 첫출장

그러나, 어떠한 부담감도 느껴지지 않는,

비장하면서도 자신감있는 표정

마운드에서 숨을 고른 뒤, 상대타자를 주시한다.

작년 황룡기, 바로 이 대회에

16강전에서 영산고에 패배를 안겨주고 4강까지 진출한 팀.

명선고의 8번타자, 상대팀의 에이스 투수.

의철의 와인드업.

힘차게 들어올린 왼다리를,

이내 쭈욱 뻗는다. 그리곤, 던진다ㅡ


"턱ㅡ"


미트를 때리는 의철의 공. 상대 타자는

잔뜩 몸을 움츠린채 꼼짝도 하지 못한다. 스트라이크. 주심의 손이 올라간다.

몸쪽 낮은곳의 직구. 타자와 락커룸의 반응이 엇갈린다.

타자의 머릿속에는 타이밍 맞추기조차 어려운 빠른 직구로,

상대 덕아웃 입장에선 그저 그런 민밋한 직구로 생각한다


"따악ㅡ!"


타자가 받아친 2구, 느린 바깥쪽 직구를 큰 스윙으로 휘두른 타자.

그러나 ㅡ 맥없이 땅으로 꺼지는 볼, 의철은 잽싸게 잡아 홈으로 송구ㅡ

홈에서 또다시 1루로 송구. 상황 종료ㅡ 공수교대다.

영산고의 덕아웃에선 기쁨에 가득찬 환호와 동시에

'고작 저런 2구'로 타자를 완벽히 농락한 의철에 피칭에

의구심을 품는다.


진전없이 계속해서 공격권이 넘어가고 또 넘어간다.

상대팀 4번에게 1개의 볼넷을 내준 의철이

9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9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터져나오는 환호성,팀 동료 모두 의철에게 달려간다.

의철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동료들의 손바닥 세례를 가만히 받고있는다.

ㅡ 이 새로운 투수의 등장으로 고교야구계에 묘한 술렁임이 인다.


정작 문식은 "수고했다"라는 짧은 말 한마디. 더 이상의 어떠한 말도 없다.

의철역시 만족한 표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이 느껴지는 얼굴을 보인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영산고가 처음 맞은 8강전, 상대는 고교야구 최강의 강호 명일고.

이미 명일고의 명성은 최고 투수들을 배출함으로써 오래전에 증명되었다

그 어느팀보다도 더 압도적인 전력, 타자들의 화려한 기술.

에이스 영철, 7회까지 3-0으로 완벽투를 이어갔지만

8회에 급격히 무너지며 대거 7실점. 사실상 패배한 경기가 되어버렸다.

8회를 끝내 마친 영철의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한 회 홈런 3방.

고질병인 투구수문제를 해결치 못한 그는, 최강의 팀을 상대로 아쉬운 결과를 남긴다.


그리고, 의외의 얼굴ㅡ

지난 경기 구원투수로 등판해 대 활약한 의철이 또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9회초, 1번타자부터 시작하는 타순.

승부가 이미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치겠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모두 굶주린 야수와 같은 눈빛으로 맹렬하게 의철을 주시한다.


의철의 와인드업 ㅡ 5구 스트라이크아웃.


배트한번 휘두르지 못한 채 , 최고팀의 1번타자가 타석에서 떠나고 만다.

미련이 남은듯,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공에 대해서 묻는다.

한결같은 대답. "모두 빠르지 않은 직구"였다

그는 머릿속으로 자신이 마주했던 공을 떠올린다


1,2,3구는 몸쪽으로 빠르게 들어온 직구.

4,5구는 바깥쪽 위로 마치 멈춘듯이 들어온 체인지업.

(체인지업- 직구와 비슷한 형태의 변화구. 투구폼이나 손가락의 모양등이

직구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직구타이밍을 생각하고 타자가 준비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좀 더 느리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못맞추곤 헛스윙을 하는경우가 다반사다.

체인지업은 타자의 바로 앞에서 약간 세로로 떨어지는 성질을 갖고있다)


그들의 대답과 자신이 마주했었던 공은 너무나도 달랐었다.

마치 그는 마법을 부리는듯, 엄청난 빠르기의 공과 엄청나게 느린 체인지업을 이용해

타자를 농락하는 듯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에 돌아온 2번타자, 3구 삼진

어이없게도 그들이 자랑하는 최고타자들중 2번타자가,

3번 모두 헛스윙으로 삼진당한다. 그도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묘한표정을 짓는다


오늘 3번으로 출장한 명일고 최고의 타자 허우석, 알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ㅡ 

투수를 주시한채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ㅡ 어디 한번 던져보라는 듯 자세를 잡는다.

의철의 와인드업 ㅡ 이내 몸쪽으로 꽂히는 빠른 직구


우석은 몸쪽아래로 들어온 공을 흘끗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투수를 주시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바깥쪽 체인지업.

예상대로 엄청나게 느린공이 스트라이크존을 거침없이 통과한다.

우석의 표정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다.


우석은 앞선 두 타자와, 자신이 직접 받아본 2구만으로 의철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는 일전에 책에서 바이오메카닉이란 것에 대해서 본 바가 있다.

글 줄 읽는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으나, 얄팍한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이해하기 어려운 어려운 말로 적혀있는 투구폼 분석에 대해

몰입한 적이 있다.

의철의 극단적으로 긴 팔, 긴 상체. 극도로 앞으로 기울인 몸,

190cm가 넘는 의철의 투구지점은 ㅡ 다른 고교선수에 비해서 무려 35cm나 전진해 있다.

이 경우 "효과구속"이란 것에 의해, 타자가 직접 느끼는 투수의 구속은 무려 5.6km/h가 더 빨라지게 된다.

그리고 의철의 "몸쪽 낮은공" 몸쪽으로 오는공은 빠르게 느껴질 뿐 아니라

몸쪽낮은공의 경우 스윙에 필요한 시간이 훨씬 길어지므로 공을 볼 수 있는시간이 적어진다.

이 효과는 거의 5km/h에 가깝다고 한다.

(그렇지만 몸쪽공을 던지는데에 있어서는 정교한 제구력 이상으로, 공에대한 자신감과 배짱이 있어야한다ㅡ)

그리하여.

실제로는 135km/h정도의 최고구속을 가진 의철의 직구가

고교선수로써는 너무나도 빠른 145km/h 이상의 공으로 느껴진다.


자신감에 찬 우석 ㅡ 몸쪽 낮게, 매우 빠르게 파고드는 공

기다렸다는 듯한 풀 스윙.


"딱ㅡ"


공을 맞추는 배트의 소리, 그러나 우석의 손에서는 장타를 쳤을때의

"찌릿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맥 없는 땅볼 ㅡ 아웃.

그제서야 공의 훨씬 윗부분을 쳤다는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초보자적인 실수를 할 리가 없다.

공이 일직선으로 들어오는것을 보고 휘둘렀음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다ㅡ

하지만 공은 틀림없이 떨어졌다. 우석은 이해하지 못한다.

덕아웃에 들어간 우석, 고뇌하던 사이에 팀 에이스의 완투로 승리한다.


틀림없이 의철이 결정구로 던진 공은 직구계열의 변화구 '커터ㅡ'였다

직구보다 아주 약간 느린속도로 들어가는 커터는, 변화각마저 매우 미세한 수준인데

이 구종은 직구인줄 알고 스윙을 하는순간, 미세하게 변화하는것을 포착하게 된다.

그러나 우석은 끝내 그 변화를 포착하지 못했다.

스윙을 하면서도 공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는데도, 그것은 직구로 보였다.


의철의 공ㅡ 커터는 다른 커터와는 약간 달랐다.

커브볼과 직구의 중간형, 슬라이더

슬라이더와 직구의 중간형, 커터

그 커터와 직구의 중간형 정도의 스피드, 변화각

그럴수록 떨어지는 폭은 틀림없이 작지만, 타자가 그를 눈치채기 어려울만큼 늦게 떨어진다

그렇다고 볼 수 없는정도는 아니다 ㅡ

통상적으로 이러한 구질은 한 번 파악되면 되려 다음에 장타를 맞을수도 있는 위험한 구질이다 ㅡ

그러나, 의철의 극단적으로 전진한 투구폼은 그의 커터의 변화조차도 포착하지 못하게끔 했다.

투구폼이 전진하면 전진할 수록 ㅡ 그만큼 공은 늦게 변화한다.

이것이 의철의 커터와 결합하면 '보고도 직구와 구분짓기 어려운 형태의 커터'가 완성된다

이 공은 삼진아웃보다는 기대한다기 보다는, 풀스윙을 하는 상대를 노려

살짝 떨어지는 공의 윗둥을치게 만들어 땅볼을 유도하기 위한 공이다 

그러나 변화각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정체가 들키면,

되려 배트를 갖다 댄 공에조차도 안타나 홈런을 맞을 수 있는 양날의 검과도 같은 "비밀병기"이다

 


의철은 마지막 3번타자를 땅볼 아웃으로 처리 한 뒤 안도의 한숨을 쉰다.

홍의철 이름 석자를 고교야구팬에게 알린 두 경기.

그러나 누구도 그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는 똑바로 알 수 없었다.

"비 물리적속도"를 이용한 마술사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투수 홍의철.

그의 활약에 문식은 그제서야 미소를 짓는다.


황룡기 8강ㅡ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PS >>

야구소설.. 종목의 특성상 소설로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워낙에 제겐 고차원적인 바이오메카닉 쪽까지 시도하는 터라, 참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끼네요..

그렇다고 씽씽뿌리는 투수를 주인공으로 쓸수도 없고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의철의 정체와 활약을 계속해서 비추는 식으로 소설이 진행될것 같군요.


제가 한 번 쓰는데 가장 오래걸린 소설이지 싶습니다.



PS2 >>

주 1회 연재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쓰는것부터가 워낙에 만만치 않은데다가

저도 야구공부를 해야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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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_VERI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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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과 닉네임은 아르헨출신의 쿠바의 혁명가 체 게 바라입니다.

존경하기까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사람중 하나입니다

죽음앞에 만용이 아닌 진정한 용기를 보여줄 수 있는 멋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P.S: 키보드 배틀이면 키보드 배틀, 토론이면 토론, 맞짱이면 맞짱이지 비겁하게 뒤에서 찌르는새끼를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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