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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코튼을 따라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길을 달렸지만 역시 동물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사람이 달릴때 쓰는 다리가 두개뿐이기 때문일까? 네개의 다리를 쓰는 개를 따라잡기엔 내 두다리의 움직임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정신없이 코튼에 뒤꽁무니를 따라가던 나는 끝내 지쳐 바닥에 주져앉고 말았다. 이런 나를 아랑곳도 하지 않고 코튼은 역시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은채 제 갈길을 묵묵히 달려갔다. 더 이상 살랑살랑 흔들리던 하얀꼬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잊고 있었던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 망할 솜뭉치녀석…… 잡히면 그 털을 모조리 헝크러트려주고 말테다!!

장바구니에 지갑이 들어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코튼에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걷다보니 어느세 마을외곽까지 와버렸다. 날씨가 흐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짐작도 못하겠지만 점심먹긴 글른듯 싶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대신 오늘저녁은 점심몫까지 톡톡히 쳐서 푸짐하게 차려드릴께요.

"린, 오랜만이구나."

멍하니 바닥만 보며 걷고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들어 보자 할아버지와 친하신 친구분인 오두막집 할머니께서 서 계셨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

"무슨 일 있니? 얼굴은 왜 또 그렇구…… 많이 힘들어 보이는 구나."

울먹일듯한 목소리로 나는 할머니께 코튼에 관한 이야기를 아기 옹알이하듯 전부 말했다.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알아듣지도 못했겠지만 오두막집 할머니는 전부 알아들으신 듯 했다. 할머니께선 나를 토닥여 주시며 코튼이 자주 가는 곳을 말해주셨다.

"이 산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도중에 낡은 저택한채가 보일거다. 코튼은 거길 좋아하거든. 아마 오늘도 그 집에 갔을께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가렴."

"네~ 아, 그러고보니 어제 할아버진 어딜 그렇게 급히 가셨던 거예요?"

"그거말이구나. 그러고보니 어제 할아버지랑 마을주민들이 모여서 마을회의를 열었다더구나. 아까 말했던 그 저택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는구나. 낡았어도 꽤 아담하고 예쁜 저택이었는데,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이젠 집도 너무 오래되서 철거를 하기로 결정한것 같더구나."

오두막집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길을 걸었다. 마을 외곽으로 뻗은 산길을 따라 찍혀있는 개 발자국을 따라 가니 역시 낡은 집한채가 보였다.

"헤~에? 서…설마 여긴 아니겠지?"

대문앞에 다다르자 그 음산한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담장에 기둥들과 대문에 있던 검은 칠들이 군데군데 벗겨져 붉으스름한 녹이 슬어있었다. 정원엔 잡초가 무성했고 나무들 또한 오랫동안 관리를 안했는지 가지를 자기 멋대로 여기저기 뻣어 모양이 엉망진창이었다. 정원 왼쪽 한구석엔 흰색으로 추측되는 원형탁자가 제 색깔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의자들은 바람에 쓰러져 바닥을 굴러다녔고 조금 부숴진 흔적도 있었다. 정원 오른쪽 한 구석엔 나무로 만들어진 그네의자가 삐걱소리를 내며 조금씩 흔들거리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이 집에 분위기를 한층 더 쓸쓸하게 조성하고 있었다. 그네의자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큰 벗나무엔 푸른 잎사귀가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나무아래에 누군가가 새긴 듯한 글씨가 있다는게 그나마 이 집에 사람이 살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대문과 정원도 이러는데 집은 또 얼마나 하겠는가……정원 못지않게 아담한 3층저택이였다. 건물에 겉엔 하얀 칠이 되어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건물에 난 잔금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녹색의 나무지붕엔 칠이 벗겨지고 군데군데 썩어 있었다. 창문에 유리들은 먼지때문에 그 투명함을 잃은지 오래되 보였고 깨진곳도 보였다. 저택의 현관문 앞에 서자 알기 싫은 사실 두가지를 알게 되었다. 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찌그러져 있다는 것, 그리고 코튼의 발자국이 이 현관문에서 끊겼다는 것……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쓰러질 것 같은 이 건물이 여태까지 용케도 버티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어쩌면 이 집을 감싸고 있는 시든 장미덩쿨과 거미줄들이 이 집을 지탱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이 집안으로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하지만 그 솜뭉치녀석이 가지고간 장바구니엔 우리집 식비가 들어있다.

"이건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

그래, 장바구니만 찾고 잽싸게 튀어나오면 되는거야. 잽싸게……

문고리를 잡고 있는 힘껏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문이 기운 탓에 쉽게 안열릴 줄 알았지만 의외로 문은 쉽게 열렸다. 그리고 문안에 펼쳐진 풍경은 정말이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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