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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벚꽃
작성자: 하늘바라KS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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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라KSND ; 봄의 벚꽃 ; 2012.04.08

 

  띵.

  온통 금칠 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이젠 익숙해진 스카이웰빙 건물을 나와, 버스를 놓칠세라. 바삐 걸음을 재촉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문득, 국어 시간에 들은 소리에 슬며시 다리를 늦추며 고개를 좌로 돌렸다. 그곳에 펼쳐진 천국으로 가는 길. 과연, 따로 진해까지 고생고생 가 몸 부닥칠 이유가 없구나- 싶어서 사진을 찍을까, 싶었지만 언제 지나갈지 모르는 버스에 그만두었다.

 

  평소보다 한산한 주상가와 대동백화점 사이의 거리. 그러나 웃기게도 어제처럼 수많은 이들이 제각각 자신의 네모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또한 그곳에 합류. 살짝 비집고 들어가 본 버스정보시스템의 푸르르고 차가운 화면에 찍힌 번호는 107번. 오늘은, 우로 가는 105번을 안 타고 설사 한 정거장 뒤에 선다고 해도 211번을 타리라 다짐한 터였지만 다행히 운이 좋았다. 이내 신호가 바뀌고 113번 뒤에 졸졸 따라온 파란색의, 장애인을 배려한 저상버스. 오른 주머니에서 이젠 너무 써서 낡은 수첩을 꺼내어 익숙한 손놀림으로 삐익 찍고는 눈에 띈 좌석에 착석.

 

  '장애인석이지만, 뭐. 어차피 없는데.'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버스는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여. KSS."

 

  "어? KSK?"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분명, 지금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도 우리 학교 출신 인들이 있었고, 심지어는 같은 반이었던 이도 있었지만, 애초에 그다지 친한 이들이 아니라서 교류가 없던 차였다. 반가움에 몇 마디 섞고는 서로들 어색해져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젠 봄 다되었네. 처음 꽃 필 때만 해도 찬바람이 정말 매서웠는데, 정말이지.'

 

  드문드문 보이는 만개한 벚꽃들. 어느 이는 일본 꽃이라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꽃이 무슨 죄인가. 흰 꽃들이 서로 몸을 맞춰 이루는 거대한 뭉치. 만진다면 녹아내릴 듯, 가만히 있어도 흘러내릴 듯 아름다웠다. 그 와중에도 버스는 요리조리 나아가서는 피오르빌 아파트. 실은 여기서 내려 아파트 가로수의 절경을, 양 사이로 거대한 솜사탕들이 사람들을 바라다보는 그 아스팔트 길을 찍으려 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KSK가 왜 여기서 내리냐고 물을 것 같아 귀찮을 것 같고. 난 글쟁이니까.'

 

 문득 관계없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시간을, 공간을 자른다는 행위라는 말을 하던 시가 떠올랐다. 글 또한 시간을, 공간을 잘라내어 내 마음속에 꽁꽁 뭉쳐놓는 행위일까?

 

 결정을 하고 나니 벚나무들을 더욱더 바라보게 되었다. 분분한- 이란 표현이 어울릴까? 점점이? 눈처럼 새하얀 이란 표현은 이미 목련 꽃에 쓰지 않았나. 분홍 미색의- 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고민에 고민. 그러나 그 무엇도 사진을 찍는 것만 못한 것 같아서 조금 후회가 되었다. 얼굴이 뭐길래, 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실은 이미 생활 구역조차 먼 남남이 아닌가.

 

 인사를 하고 내린 성주 프리빌리지 아파트 정거장. 세차게 부는 따스한 바람에 미소가 피어나왔다. 여기서 살적, 바람의 계곡이라 스스로 이름 붙쳐준 기억이 떠오르고, 그 별명이 꼭 맞다면서 이상한 만족감이 들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부여잡으며 바람바람 잘근잘근 입속에서 씹어대었다.

 

  '저 벚꽃은 다른 세상의 것일까? 눈 부시게 흰, 어쩌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저 덩이들은.'

 

  어딜 가나 있었다. 지금의 내가 사는 시내 한가운데의 대동아파트에도, 그 옆의 대단지 아파트 성원에도, 그 앞의 대동 백화점에도,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길가에도, 그리고 옛 터전이었던 성주동에도. 작년에는 이 나무들이 흔해 목련만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느끼었다. 올해 또한, 어제의 만원 버스가 아니었더라면 흔하디흔한 꽃이라 치부하곤 그저 예쁘구나 생각하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아니었다면 그저 0과 1로 이루어진 불완전한 데이터로 저장되어 차가운 디스크 속에 있었으리라.

 

  문득이 저 위 유니온 빌리지에 있었던 왕벚나무가 떠올랐다. 서로 떨어져 있어 멋은 덜하였던, 그 나무. 그와 동시에 주변에 보이는 아직 피지 않아 팝콘 옥수수 모양새를 하고 있는 벚꽃봉오리만이 가득한 나무들 또한 보였다. 아직 성숙하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물론 시내보다 유난히도 바람불고 추운 이곳의 기후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이제야 봄이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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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서 글 쓰고 있지요...ㅎ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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