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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연애

하늘바라KSND ; 가현기, 소녀. ; 2012.01.28

 

 

거리, 소녀.

-1-



두근, 세근, 네근.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방방둥당당 뛰었다. 주머니에서 부스럭 거리는 종이들을 쥐었다 놓았다 쉴세없이 반복하면서 도어락 열림 버튼을 탁. 삐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찰칵! 문이 열렸고, 물 비린내가 그를 반겼다.

 

 "비?"

 

 '분명 알바 마치고 올 때 까지만 해도 구름이 껴서 서늘하게 좋은 날씨가 맞기는 하지만, 비 올 날씨는 아니었는데?'

 

 그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갸웃 한 번 하고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현관장을 열어 손으로만 이리저리 휘휘 젓다가 스윽 손을 빼고 탁-. 장 문을 닫았다. 열린 현관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시에 투명한 비닐이 탁탁탁 펄럭-. 삐리리리릭 소리가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투둑 투두두둑- 투두둑 투둑.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노랑의, 파랑의, 빨강의, 자동차가 새겨진 무늬의, 커다란 눈깔괴물 소녀가 새겨진 악기들이 거리에 가득했다. 높이도, 크기도, 소리도 저마다 제각각. 운동 방향도 지들 마음대로 였다.

 

 커피집 앞을 지나서 쭉 가다가 울타리가 문으로 되어있는 집을 지나쳐 한 블록 더 가 우회전. 평소에 인적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택가와 꼬마아이의 '아저씨-' 하고 부르는 소리, 이따금 와이퍼를 흔들며 지나가는 빛나는 눈. 요 한동안은 알바하는 곳과 집 만을 땅 파일 정도로 왔다리 갔다리 했기에, 이런 신선한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을에 무슨 비가 이리도 쏟아진담? 빗자루로도 막는다는게 순 거짓말이네."

 

 조금씩 젖어들어가는 자신의 청바지를 보며, 그 자신도 모르게 후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패딩에도 은빛 투명한 것들이 맺혀 또르르르 또르르르 굴러갔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뒤에서 계속 누가 '아저씨!' 거리는 거야? 시끄럽게 시리."

 

 말은 불만 투성이었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대학까지 나와서 부모님께 손 벌리기 쪽팔렸던 그였기에, 지난 몇 달간 뼈빠지게 노동해서 받은 돈. 그 결실이 이제 곧 보인다니, 생각만 해도 오소소소소 피부가 떨리고 머리털이 쭈뼛 서는것 같았다. 덥쳐오는 즐거움에 이름없는 멜로디를 흥얼흥얼. 그 콧노래는 빗속을 가로질러, 저 구름 너머로 퍼져나갔다.

 

 "아저씨!"

 

 그러나 그 흥을 깨는 외침. 이번엔 바로 그의 뒤에서 들렸다. 아까부터 귀 송실스럽게 하는 그 인물의 얼굴이나 보자며 그는 멈춰서 뒤돌았지만, 그 누구도 없었다. 그는 황당함에 왼쪽 귀를 후벼보고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갸웃 했다.

 

 "도대체 뭐지?"

 

 그는 이젠 신경쓰지 않겠다며, 고개를 돌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그다지 오래 걷지는 못했다. 어떤  그 무언가가 살짝 그의 패딩 아래쪽을 잡아 당겼다. 개 일까? 아니면 고양이? 납치범? 동네 깡패? 양아치? 친구? 수 많은 단어들이 그의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서서히 그가 완전히 뒤돌아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리는 '아?' 라는 김 새는 소리. 무릎 너머까지 내려오는, 때가 묻어서 , 원래는 흰색이었을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가운. 재질이 그리 얇은 편이 아닌데도 물이 뚝뚝 떨어지며 밝은 상아색이 언뜻 언뜻 비쳤다. 그녀는 아까 고개만 살짝 돌렸을땐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비해서 몸은 성숙했다. 길다란 반 곱슬의 흑발은 물은 잔뜩 머금어서는 피부며 옷에 볼품없이 붙어있었다.

 

 "아…, 아저씨……."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며, 그녀는 겨우겨우 시퍼렇게 변한 입술을 떼었다. 그리곤 물 웅덩이 속으로 텰썩. 물방울들이 파츠샷 튀어오르며, 그의 앞엔 흰색의 거대한 덩어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비닐 우산 너머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솔직히 이 앞에 있는 짐더미를 놔두고 가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아니면, 병원에 데려다 주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눈 동자가 한 동안 왼 쪽으로 기울어져 있더니, 마침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 앞의 짐더미를 버리고 가면, 분명 무어라 할 사람은 없었다. 만에 하나 친절한 사람을 만나 병원에 간다면 행복한 결말이겠지만, 만에 구천구백아흔아홉 여기 그대로 내버려 진다면 하늘로 가버릴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쁜 사람을 만나서 나쁜 일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에 어린애 큰애 둘 다 안전하지 못하니. 그래도 병원에 데려가긴 뭐 했다.

 

 "빌어먹을 정부같은 이라곤. 의료 민영화만 아니었으면, 이 아이를 응급실에 데려다 주고, 병원비 그 몇 푼 된다고 주면 될텐데. 지금은 병원비가…. 어휴."

 

 그러고도 약 10초간 그는 눈을 굴렸다.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잘 못 데려 갔다간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몰려 은팔찌 하나 마련하고 설렁탕 한 그릇 들이키게 될지도 몰랐다. 아이. 거리. 비. 검은색 구름. 아스팔트. 은빛 물웅덩이. 다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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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온에 빠져 하마터면 오늘 못 올리게 되었을지도...

 

효과음 중에는 오타로 착각할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텰썩'.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으로' 에 나오는 단어에서 응용해 보았습니다. 텨 얼 썩

 

그리고 주인공이 사는 도시는 당연히 서울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 사투리 안씁니다? 이거 유의해 주셔요.ㅎㅎㅋㅋㅋㅋ

 

물론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쓰는 만큼 그렇게 심한 사투리도 아니지만요.

 

내일은 학원 보충때문에 바쁘겠네요.. 그럼 해피 개학!

 그리고 엣 공모전 TDLW에서는 두 편 올라왔는데 여기는... 아직 한 편도 없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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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96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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