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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내 방엔 여전히 낙서가 남아있다.

다른건 변했지만 저것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왠진 모르겠지만 지우긴 아깝다. 아니, 싫다.

 

햇살이 내리쬐어야 할 여름이지만 오늘은 하늘에 햇빛대신 먹구름이 잔~뜩 매꿔져 있었다. 덕분에 덥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했다.  아마 습기때문에 그런 거겠지. 어쨌든 방정리도 다 끝났으니 슬슬 점심밥이나 만들러 부엌에나 가보자.

"어¨어라?"

냉장고를 다시한번 훝어보았다. 역시 없다. 냉장고가 텅―비어있다. 이건 분명 도둑이 든게 틀림없었다. 안그러면 음식이 있아야할 냉장고가 꼬르륵거리고 있는 내 점심밥용 위장처럼 텅텅비었을 리가 없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좀도둑님의 방문이란 건가!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뒤를 휙~!하고 돌아보니 그곳엔 좀도둑ㄴ…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서계셨다. 

"어이구~ 냉장고안이 텅텅비었구나."

할아버지가 웃으시며 냉장고안을 보셨다.

"할아버지, 이건 분명 좀도둑님의 소행이 분명합니다! 어서 경찰에 신고를……"

할아버지는 나에게 전화기대신 종이한장을 내미셨다.

"이게뭐에요?"

"좀도둑님이시지."

종이에는 달력같은게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짜란에 '당번 (린)' 이라고 적혀있었다.

"아~ 맞다. 오늘은 내가 당번이었지. 왠지~ 냉장고가 텅텅―비어있더라. 하하하하…아하하…하ㅎ¨ 으악! 그럼 여태까지 할아버진 아침밥도 못드셨단 얘기잖아! "

"괜찬단다. 나도 방금전에 일어……."

"얼른가서 장봐올게요!!"

할아버지에 얘기를 무시한채 장바구니를 잽싸게 낚아채고는 현관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났단다.…… 아무튼 우리 손녀는 너무 기운이 넘쳐서 탈이라니깐……"

열린 현관문을 보며 노인은 지그시 웃었다.

"왠지 기분이 찝찝하더라니 내가 오늘 당번인걸 까먹고 있었을 줄이야…"

대문을 닫고 나오자 앞집에 신혼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두분도 날 봤는지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린씨, 안녕하세요."

안녕한것 치곤 둘에 표정이 좀 심각해 보였다. 뭐때문인진 대략 짐작이 간다.

"두분도 안녕하셨어요. 그 보다도 두분다 표정을 보아하니 또 그 녀석 때문인가 보네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부부가 놀란듯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야 두분이 그런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는건 부부싸움할때랑 코튼이 없어졌을때뿐이니깐요."

 "어머, 린씨도 참~ 우린 싸움같은거 안해요."

"맞아요. 우린 천생연분인걸요. 그렇지?  마누라~♥"

"그렇고 말고요. 서방님~♥"

서로 잘도 주고받는다. 둘이 서로에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며 홍조까지 띄는 걸로 봐서는 더 이상 여기있다간 못볼걸 더 볼것 같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 

"그럼 전 장보러 가야되서요. 코튼을 보면 제가 바로 알려드릴게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서로에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으~ 더는 못보겠다. 

"왈!"

시장쪽으로 가던길에  앞집신혼부부가 키우는 강아지인 코튼이 날 알아보고는 짖었다. 그것보다도 이름짖는 센스한번 대단하다. 저렇게 복슬거리는 흰털을 가진 커다란 강아지이름으로 솜이라니…… 유치하다고 해야할까나?

"코튼~  이 말썽쟁이야.  너 또 목줄풀고 도망갔지! 하여간 넌 너무 영리해서 탈이라니깐…… 내가 말 안해도 알고있겠지? 적당히 놀고 니 집으로 돌아가렴. 그 부부가 또 너 없어졌다고 울상이잖니. "

"왈!"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코튼이 대답했다. 참고로 이 녀석은 우리 동네에서는 유명한 전과범강아지다.   우리 앞집에 신혼부부가 이사오고 나서부터이 녀석이 목줄을 풀고 도망간 횟수가 자그마치 네자릿수가 넘는다. 더 신기한 것은 도망치고 나서는 아무리 온 동네를 뒤져봐도 이 녀석을 찾을 수없다는 것이다. 찾다가 찾다가 도저히 못찾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 보면 무슨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자기 집에 얌전히 돌아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코튼이란 녀석은 분명 보통강아지가 아닐것이다. 분명히……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코튼을 쓰다듬어주었다. 역시 몽글몽글한 털에 감촉이 솜을 연상캐한다. 과연 이름 그대로다. 이 명불허전녀석의 털에 감촉이 너무 포근해서였을까?  이때 나는 전혀 깨닫지못했다. 지금 내가 얼마나 무방비한 상태인지를……그리고 곧 이 귀여운 솜뭉치가 나에 뒷통수를 칠 것이란 것을……

"왈!"

"우왁!"

코튼이 갑자기 큰소리로 짖었다. 그 바람에 나는 그만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그 사이를 틈타 코튼은 바닥에 있던 장바구니를 덥석 물고는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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