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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게임

-사람은 추억하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지.-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약간 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오밤중이라서 그런 줄 알았지만, 아침이 되어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난 모토로라에서 만든 일명 크레이저폰이라는 게 있었고, 이 때까지도 사창가에서 뭘 하는건지 몰랐기 때문에 항상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묻고는 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내 크레이저폰은 있었지만, 엄마의 전화번호가 없다는 건 꽤 큰 충격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전화번호를 입력해 통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없는 전화번호라는 설명이 나돌았을 뿐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시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이 되기까지 한 숨 자고나자 경찰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이런 무법지대에서 어떻게 해커를 찾고 어떻게 서버를 나온단 말인가.


난 유상혁이 남긴 서류들을 다시금 읽기 시작했다. '머신'을 만들 수 있는 전개도였다. 이런건 민호가 잘 만드는데, 난 민호에게 여기로 오라고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머신을 만들 다른 사람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집에서 뭔가 쓸만한 게 없나 둘러보고 있는데, 초등학교 졸업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난 앨범을 살펴보며 옛 친구들의 얼굴을 살펴보기로 했다. 예상외로, 여기엔 안형진도 있었다. 하지만 얼굴이 뭔가 이상해보였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배어 있는 데다가 너무 핼쓱해져 보기가 아주 나빴다.


어쩌면 초등학교에서 형진이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돌연 뇌리에 스쳤다. 하지만 경찰들이 수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섣불리 나가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게임이니까, 싶은 마음에 난 신발을 고쳐신고 집을 나섰다. 아침햇살이 날 반겨주었고, 붉은 전광판에 민호의 메시지가 날아들어왔다.


-달리기를 조금 보정해두었어. 만족스러울거야 아마.-


난 역시 이 메시지를 반신반의 하면서 냅다 달려보기로 했다. 조금 보정했다면서 보정치는 장난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초등학교로 도착한 나는 엄청나게 헐떡대면서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천장이 낮기 마련이었다. 난 형광등에 머리를 찧지 않게 하기 위해, 벽쪽에 기대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행정실에 도착한 나는 2006년, 6학년 학생들의 주소지가 적힌 장부를 들춰보며 안형진이 사는 곳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경찰들이 쫓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교사들은 왜 날 보고도 경악하지 않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리마 아파트 3층 303호. 너무 자세하게 쓰여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난 초등학교를 벗어나 안형진이 있을 리마 아파트로 향했다. 예상외로 아파트는 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에 가기가 너무 쉬웠다.


아파트라고는 했지만 빌라처럼 단지는 한 세대가 전부였다. 그래도 아파트는 아파트였기에 울타리도 있었고, 주차장도 있었다. 아파트 내부는 복도가 길게 늘어서있고 한쪽은 집, 한쪽은 난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였는데, 난간이 낮아서 위험해보였다. 난 303호를 찾아 벨을 눌렀다.


잠시 후 형진으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누구슈... 콜록 콜록."


"뭐야 너. 나 기억 못해?"


"나는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교복도 입지 않고 팬티에 민소매티가 전부인 그는 뭔가 문제가 있어보였다. 나도 PINK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은 아니었다...


"일단 들어가볼까."


형진은 많이 허약해져 있었다. 내가 그를 살짝 밀치자, 그는 쉽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집안엔 노란색의 본드들과 검은 봉투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어떻게 먹고 사는건지 의심이 들었는데, 유상혁이 만든 기계가 눈에 띄었다.


'컵라면 나오는 기계'


"그 기계 완전 탐나지? 흐흐흐."


형진은 흐느적흐느적 걸어오더니, 컵나면 나오는 기계에 몸을 매달고서는 말했다.


"절대 못 줘. 이게 없으면 난 죽어."


"누가 갖는대니. 그나저나 집좀 치우고 살아라. 이게 뭐야?"


"뭐 인마! 보태준거 있어? 보태준거 인냐고-"


그는 내 가슴에 손을 대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나는 그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아이고 아이고... 아파 죽겠네. 뭔 여자가 그르케 힘이 쎄?"


"닥쳐 변태새끼야.... 가 아니고, 정말로 나 기억 못해? 그 산에 있는 아지트도 모르겠어?"


"그게 뭔데? 벌써 3년이나 된 일 아니냐? 크크크크. 이제 다- 틀렸어요-"


이런 녀석이랑 계속 있다간 나까지 돌 것 같았다. 난 바닥에 뿌려진 본드들을 대충 쓰레기 봉투에 담아 정리했고, 컵라면 나오는 기계를 돌려서 컵라면 두 개를 뽑았다. 근데 자세히 보니 이건 컵라면만 나오는 기계가 아니었다.


"뭐야, 이거 원하는 물건은 전부 뽑아주네?"


"집문서같은건 안되지롱~"


"넌 좀 닥쳐야 할 것 같아..."


난 기계 옆에 달린 작은 키보드를 조작해서 '초특급으로 푹신한 침대'를 입력하고 버튼을 눌러보았다. 정말로 침대가 나왔고, 난 그 침대에 형진을 눕혀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뭐든지 원하는 물건은 다 나오는 기계가 있다고 생각하니 한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난 당장 머신을 입력한 뒤 버튼을 눌러보았다. 예상외로 머신은 나오지 않았고, 대신 유상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걸 입력할 때 쯤이면 형진이 니가 본드를 끊고 로그아웃 할 방법을 갈구하고 있겠군. 물론 그 순간에 내가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야.]


"이건..."


기계에선 계속해서 유상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는군. 2007년이었던가? 화창하진 않은 날이었지. 난 엄마가 쫓아내서 공원으로 나왔고, 넌 친구들이 전부 PC방으로 갔는데 돈이 없어서 공원에 있었어. 그 때 내가 널 데리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했던게 생각나. 네가 간 뒤에 엄청 혼났지만, 우린 그 뒤에도 줄곧 같이 놀았었지.]


난 중1때... 그냥 순수하게 지냈던 것 같았다. 우정이라는 것도 잘 몰랐고, 그냥 되는대로 살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헤어졌지. 난 그 때의 추억을 지워버리고 싶지 않아서, 너와 만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들을 메모장에 적어놓았어. 그리고 나같은 사람들을 모아 이 공간을 만든 다음, 널 찾아서 굉장히 헤맸었던게 기억나.]


...


[하지만 너의 행방은 너무나도 묘연했지. 난 하는 수 없이 공원에서 너를 닮은 NPC와 만나, 그 NPC와 게임을 했어. 프로그램을 잘 짜았기 때문에 NPC는 너와 똑같이 움직여줬지만, 난 별로 기쁘지 않았어. 왜냐면 니가 아니었거든.]


...


[너도 알고 있겠지만, 머신은 실패작이야. 유일한 백신인 민형씨도 보이질 않아. 빨리 예진누님을 찾아서 내가 있는 아지트로 돌아와. 중요한 건 그 때 생각하자.]


[그럼 치직-. 이만 끊는...치이이이익---]


...


난 기계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있는 침대에서 자고 있던 형진을 깨우려고 다가가 보았다. 이미 그는 깨어있었다.


"상혁씨는 죽었어."


"알아, 나도... 안다고."


"슬슬 찾으러 가볼까?"


형진은 베개로 얼굴을 훔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가면 갈수록 이 어른랜드의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


저도 쓰면 쓸수록 소설의 전개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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