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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게임

-어른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大人ランドへようこそ.-

-Welcome to the adults Land.-

-欢迎来到成人土地.-


...


-당신의 국적과 나이, 성별, 기타 세부사항을 확인합니다. 세부사항에는 당신의 체력, 정신력, 기타 장애, 신체 개조 경력이 포함됩니다.-


...


-이민형 : 한국, 27세, 남성, 정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른랜드로 접속을 시도합니다.-


...


-서버에서 정보를 받아오는데 실패하였습니다! 다시 시도하시겠습니까? Y/N-


-접속을 종료합니다. 5초 뒤 슬롯이 열립니다.-


마음속으로 5초를 세자, 어두컴컴한 암실을 밝혀줄 빛이 면전에 비쳐들어왔다. 천천히, 그리고 양쪽으로 벌어지는 문은 흐트러짐 없이 깨끗하게 열렸다.


"음. 인터넷이 또 말썽임?"


암실에서 나오자 친구 한 명이 나를 향해 말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요즘 인터넷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뭔놈의 연결이 이렇게 끊겨대는지."


"어쩔 수 없잖아."


그의 이름은 김민호. 게임쪽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때려치우고 기계나 만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내가 '어른랜드'를 즐길 수 있는 이유도 그의 노력이 상당히 컸다.


난 화장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세수를 했다. 거울을 보면 머리는 어깨까지 닿고 얼굴은 까무잡잡하지만 여성스럽게 생긴 사람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김민호는 웬 전선을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인터넷 수리를 위해서인 것 같았다.


인터넷이 끊겨 게임조차 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전 9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본 뒤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


.....


"누가 자꾸 인터넷 선을 잘라가고 있어. 어떻게 다시 붙이긴 했는데 누가 또 훔쳐갈까봐 걱정이 태산이야."


"카메라 같은 거라도 설치해서 알아보는게 어때."


"그래서 내일은 카메라를 달아보려고. 그나저나 너, 이번에 할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긴 했어?"


"뭐."


계란 프라이를 한 입에 밀어넣으면서 말하는 민호의 모습은 미련해보였다. 뭘 칠해놓은건지 거먼 물감이 묻은 얼굴에 며칠 씻지도 않아 더러운 머릿결과... 그냥 전체적인 모습이 그랬다.


"어른랜드."


"아아, 물론 아니지."


"듣기로는 엄청나게 위험한 게임이라던데."


"그건 또 뭔소리야."


"그냥... 사람들이 게임을 끈 다음엔 이상해져서 돌아다닌대."


"해봐야 알겠지."


우린 아침 식사를 뚝딱해치우고 싱크대에 그릇들을 넣어버린뒤 암실로 향했다.


"우리가 내일이면 20년째 친구 라이프가 된다는거 알고 있냐?"


내가 선뜻 물어보자, 민호는 옅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020년이 되기까지 우린 얼마나 친하게 지냈던가.


"그럼, 먼저 해보고 오겠어."


"그래. 인터넷 상태는 좋고, 한 번 가보도록."


그는 암실 밖에 위치한 컴퓨터를 조작한 뒤 내게 지시를 내렸다. 난 암실로 들어가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앉았다.


-어른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大人ランドへようこそ.-

-Welcome to the adults Land.-

-欢迎来到成人土地.-


...


-당신의 국적과 나이, 성별, 기타 세부사항을 확인합니다. 세부사항에는 당신의 체력, 정신력, 기타 장애, 신체 개조 경력이 포함됩니다.-


...


-이민형 : 한국, 27세, 남성, 정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른랜드로 접속을 시도합니다.-


...


-처음이시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


가상 현실 게임으로 접속할 땐 항상 미묘한 기분이 내 몸을 감싸고 돌았다.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자 암실이 다른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여기는..."


내 눈 앞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지만 어쩐지 낯익은 놀이공원이 나타났다. '용마랜드'라고 쓰인 자그마한 놀이공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와본적이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잘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민형아, 뭐하니?"


넋이 나간 날 누군가가 부르자, 난 자동으로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날 부른 사람은 젊은 모습의 엄마였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지?"


난 혹시나 싶어 내 모습을 거울에 비쳐보았다. 머리카락은 허벅지까지 닿고, 분홍색의 짧지 않은 스커트에 곰무늬가 그려진 흰 티셔츠를 입은 내가 벚나무 아래에 멀뚱히 서있었다. 키는 또 어찌나 작은지 내 옆으로 다가오는 엄마의 허리까지 밖에 닿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되긴. 바이킹 타다가 갑자기 기절해버려서 좀 쉬고 있었지."


뭔가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과거로 돌아간거지? 설마 이게 어른랜드인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야 한가운데에 하늘색 전광판이 떠오르며 한 문구가 나타났다.


-현재 당신의 레벨은 8입니다.-


"민형아, 그럼 이번엔 저거탈까?"


"어, 어? 어떤거?"


전광판은 금세 사라져버렸고, 난 엄마가 가리키는 회전목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


.....


게임에 들어온지도 어느새 3시간. 난 이 '용마랜드'에서 물고기에게 밥도 주고, 회전목마도 타보고, 타가디스코라는 것도 타보고, 여러가지를 즐겼다. 이상하게도 지금 내 근처엔 엄마만 있었지 아빠가 없어서 뭔가 어색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민형아. 오늘 재밌게 놀았지?"


"응. 완전 재밌었어."


"그럼 슬슬 집에 갈까?"


난 고개를 끄덕였고, 벌써 노을이 지고 있어서 우린 집으로 향했다.


난 놀이공원에서 집으로 가기까지의 모든 것들이 전부 2001년이었다는게 너무 믿기지 않았다. 가는 길에 중국집에 들러 자장면을 먹고 갔는데, 자장면은 야채가 너무 적어서 지금의 자장면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집. 8살의 내가 살던, 좁아 터진데다가 방은 하나뿐인, 하지만 갖출 건 전부 갖춘 집에 도착하자 엄마는 입은 옷을 내팽개치고 얼른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뭐해?"


"응? 아, 엄마 일하러 가려구."


난 그 일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 6시에 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보다가 저녁을 먹고 자면 그만이었다. 저녁으로 자장면을 먹었기 때문에 엄마는 그 날 일찍 출근했다.


설마 이 모든 게 어른랜드라는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다시 시야 가운데에 전광판이 떠올랐다.


-어른랜드는 당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때의 세계를 구축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세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아주 최상이라고 생각했다. 난 갑자기 피곤함을 느꼈다.


-현재 상황을 세이브한 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Y/N-


익숙한 방식으로 Y를 누르고, 로그아웃을 기다렸다.


그 때 누군가가 집을 벅차고 들어왔다. 전광판이 꺼져버리고, 난 로그아웃하지 못한 채 그 사람을 맞닥뜨렸다.


"야, 우리 민형이가 벌써 7살이네?"


"누구세요? 그리고 8살인데요?"


"기달려봐, 아저씨가 기분 좋게 해줄게."


난 그제서야 이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엄마와 친하다는 이유로 가끔 날 엿보아왔던 남자였다. 옛날처럼 당할 내가 아니었기에, 난 싱크대로 달려가 칼을 집어들었다. 어차피 게임이라는 생각에 눈이 먼 나는 앞에 보이는 남자의 배에 칼을 찔러버렸고, 바닥이 피로 흥건해질 때 쯔음 정신이 들어서 집을 뛰쳐나왔다.


우리집은 사창가에 있었다. 집을 나와 뒷골목으로 들어서지 않으면 노는 여자들과 중년 남자들의 파도에 휩쓸려 이곳저곳으로 마구 떠다니기 일쑤였으므로 난 서둘러 뒷골목을 향해 달렸다.


"이봐! 어딜 그렇게 뛰어가는겨?"


서둘러 가려고 하는데, 도로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날 불러세웠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한 아이였다.


"에... 그러게. 나 왜 이렇게 뛰어가니."


"너, 사람이라도 죽였구나?"


난 몸에 묻은 피들을 지우지도 않은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사실을 들키자 갑자기 아드레날린이라도 도는 것 처럼 숨이 가빠지고 손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어른랜드에서 그런 건 빈번하거든."


그 때, 시야 오른쪽 하단부에 전광판이 떠올랐다.


-현재 로그아웃 할 수 없습니다. Error code : 337.8 (알려지지 않은 npc), 337.9 (로그아웃 메소드 에러)-


아이는 내게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너무 떨지 마.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난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를 두 손으로 밀쳐냈다.


"무, 무슨, 소리야!"


"어허, 여자인데 왜 이렇게 센겨. 일단 내 말을 들어봐. 너 지금 오른쪽 아래에 에러 떴지?"


그의 말에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이지만, 어른랜드 서버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아. 접속한 사람들 대부분이 에러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어."


"뭐야, 그럼 넌 방법을 알기라도 한다는 거야?"


"어느 정도 근접하긴 했지. 일단 따라와. 우린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싫어. 널 어떻게 믿고 따라가."


"정 그러면 이 주변이나 떠돌던지. 난 간다."


"야! 같이 가!"


그는 정말로 어딘가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진 나는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은채 그를 쫓아갔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1.11 20:41
    -역시 미양님은 평범한 글을 들고 오시지 않으시는 군요 ㅇㅅㅇ
    어른랜드.ㄷㄷㄷ

    잘보고갑니다~
  • ?
    미양 2013.01.11 21:26
    댓글은 절 춤추게 합니다
  • profile
    bluesu1004 2013.01.11 23:54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다음 화도 부탁드려요~
  • ?
    bluesu1004님 축하합니다.^^ 2013.01.11 23:54
    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습니다.
    bluesu1004님은 13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 profile
    bluesu1004 2013.01.11 23:54
    감사합니다. 포인트팡팡님.
  • ?
    미양 2013.01.12 14:10
    춤이... 멈추지 않아! 댓글 감사합니다.
  • ?
    미루 2013.01.12 06:10
    어른랜드!!! ㅋㅁㅋ
    참신하네요~~~
    잘 보고 갑니닷! ^^
  • ?
    미양 2013.01.12 14:10
    맘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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