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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NGS
2012.02.25~2012.03.03
N1, N3, N5 - 미양
N2, N4 - 하늘바라KS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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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

 


 커피메이커가 요동을 치고 시간이 지났다. 원두가 가득한 커피다.

 


 한 여자아이가 커피가 든 주전자를 꺼내 왼손에 들고 있던 잔에 커피를 따랐다. 냄새가 아주 그윽했다. 그 소녀는 커피를 들고서 책상 앞으로 향한다.

 


 책상 위엔 굉장히 거대한 모니터가 세 대 비치되어 있었다.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소녀는 커피를 홀짝이며 모니터들을 살펴보았다. 모니터마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열려 있는 걸 보니 소녀는 컴퓨터와 관련된 일에 아주 능숙한 것 같았다.

 


 "나레이터 흉내내지 마라."

 


 "옹퀴."

 


 난 그녀 옆에 앉아 준비된 조이스틱을 집어들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쓰이는 유명한 컨트롤러였다. 방향키를 눌러보니 모니터 한 쪽에서 남자아이가 움직였다. 공대생이라 그런건지, 멜빵옷을 입고 거대한 렌치를 들고 있었다.

 


 "넌 이 게임이 그렇게 재밌냐? 40년도 더 된 게임인데?"

 


 "왜? 성검전설 3을 할까? 어?"

 


 "아니... 그건 내가 이 프로젝트를 끝냈을때 하기로 했잖아."

 


 그녀는 내가 옛날게임에 조예가 깊다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그런 나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 가상현실 게임에, 돈만 내면 육체 이식도 할 수 있는 이런 세상에서 40~50년이 지난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다크클라우드2. 다크크로니클이라고도 불리는 게임이었다. 생각보다 매니악한 면이 있어서 잡게 됬는데 그게 화를 돋구고 말았다. 다른 게임을 못하잖아!

 


 내가 게임을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뭔가를 연구하고 있다. 내가 주목할 것은 화면 안의 검을 든 소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뭔가에 열을 내며 작업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냥 포기해. 고전게임을 가상현실처럼 할 수 있을리가 업잖아?"

 


 "아니야... 가상현실이나 고전이나 나온 시기가 다를 뿐이지. 코드는 같은 걸 쓰고 있어....는 개뿔! 못해먹겠네 그놈의 거!"

 


 결국 그녀는 마우스를 집어 던져 고장내버렸다. 웃긴 건 이래놓고 잠시 후에 똑같은 것을 산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그녀때문에 50%는 꽁으로 벌어먹고 살 것이다.

 


 오늘은 게임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를 데리고 휴양지라도 찾아야할 것 같다.

 


 "잠깐만, 오늘이 몇 일이지?"

 


 "25일. 왜 그래?"

 


 컨트롤러를 내려놓는데 그녀는 갑자기 허둥지둥 장롱을 뒤져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물론 난 방에서 쫓겨났다.

 


 "차좀 빌릴게. 집 잘지켜라!"

 


 "아니 어디 가는건지는-"

 


 이미 그녀는 집을 나가고 없었다. 뭐야!

 


 앨범에 나타난 캘린더를 보니 오늘 날짜에 뭔가 체크되어 있었다.

 


 -육체 이식하는 날-

 


 저 몸을 가진지 얼마나 됬다고 또 육체 이식을 하러 가는건가... 돈이 썩어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식하는 걸 상상했더니 괜히 욕지기가 나온다.


N-2

 


 "나왔어-!"

 


 룰루랄라라 흥얼거리는 그녀. 그러나 한참을 구석구석 뜯어보고서도, 머리는 인지했지만 마음으로는 의미없는 질문을 던졌다.

 

 

 "누구세요?"

 


 "쯧. 눈쌀미가 그리 없어서는, 원. 나야, 나. 이 집 주인마님."

 


 "뭐, 알곤 있었지만."

 


 이번엔 길다란 곱슬에 흑발이었다. 이리저리 헝클어진 그것은, 꼭 사자갈기 같았기에 나도 모르게 피식-. 그런 나의 웃음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인건지, 아니면 일전의 혼잣말 때문인지, 그녀의 윗 앞니는 아랫 입술을 살짝 베었고, 눈썹이 꿈틀하고 꿈틀거렸다. 그러나 다시, 그것이 그녀의 강력한 자존심을 건들고 말았는지 얼굴을 나에서서 휙-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 예전 몸이나 니 차에서 꺼내지, 그래?"

 


 "내가 왜…"

 


 "그럼 이 연약한 몸의 내가 하리?"

 


 언제나 파릇파릇한 어린 영혼의 육체를 빼앗는 그녀는 마녀. 영혼을 파먹고 그곳에 기생하는 기생충. 문득 오소소소소 소름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쁨뽁-. 손가락 하나만 갖다 대어도 퉁겅 하고 열리는 트렁커. 시커먼 부직포 재질의 약 145~150Cm 정도 될만한 가방. 지이익하고 지퍼를 내리니,  지난 한달간의 추억이 새록 떠올랐다. 후우후우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대는 그 어린 소녀의 가슴을 보니 다시 욕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이름모를 소녀여, 하늘에도 올라가지 못 한 채 이곳에 매여있구나.'

 


 씁쓸함과 함께 욕설을 삼키며, 지이익- 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 가방은 그대로 들어올려졌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마치 30Kg짜리 쌀포대를 드는것 같을까?

 


 발걸음을 옮겨 대처택 속으로 들어갔다. 한 달에 한 번은 간 길을 또 다시 걸어갔다. 사뿐히 움직이던 운동화는 잠시 멈춰서더니, '신원확인 중입니다.'란 기계음이 흐른지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방안엔 수없이 많은 관들이 1층, 2층, 3층, 4층까지 가득 차 있었다.

 

 

 스으윽- 문열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어느 관에 넣을까요?"

 


 "아, 글쎄 관이라 하지 말라니까? 생명연장장치! 그것이 이 길쭈름한 녀석들의 이름이라고."

 


 "하아. 어쨌든. 난 어서 이 빌어먹을 공간에서 나가고 싶다고. 다 좋은데 이 악취미는 정말이지, 으으으:"

 


 "아름다운걸 모으는게 뭐가 잘못된거야? 그리고 이 아이들을 내가 죽인것도 아니고. 다들 살아 숨쉬고 있잖아. 안그래?"

 


 "단순히 숨만 쉰다고 산거라고 한다면 말이지."

 


 나의 격렬한 거부반응이 그렇게도 웃긴것인지, 하하하- 자그맣게 웃고는 그 아름다운 소녀는 반문했다.

 


 "그럼 다 꺠워서 메이드로 쓸까? 밤마다 다른 애들로 바꿔서 말이지, 네 방에도 보내주리?"

 


 "정말이지, 흐으으."

 


 정말 넌덜머리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역시 컴퓨터 앞에 있을떄가 가장 정상적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되게 만들었는지.

 

 

 끼이익하고 연 내 방문을 다시 닫고 풀썩하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밤이다. 베게에 엎어져서는 말똥말똥 눈을 뜨고선 잠시간 멍- 해졌다. 이것저것 오늘 하루가 지나가고, 공상이 지나갔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다.

N-3

 


 [주인님, 속보입니다.]

 


 이제 막 잠이드려는 순간, 핸드폰이 훼방을 놓았다. 무시하려고 하는데 핸드폰녀석은 내 바램을 깨부수고 하려는 말을 계속했다.

 


 [4월 이후부터 만들어진 육체 이식용 육체들이 가루처럼 으스러져버리는 이상현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사망자 수는 300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정부는예상 사망자 수가 7만명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정보는 4분 전부터 알려졌습니다.]

 


 아딜이 신경쓰였다.

 


 꿈따윈 40년도 전부터 꾸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딜의 몸이 조각조각나는 끔찍한 꿈을 꾸고 말았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빌어먹을."

 


 [평소보다 3분 일찍 일어나셨습니다. 악몽을 꾸셨군요. 3초 후 클래식 음악이 나옵니다.]

 


 정말로 이름 모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난 파자마를 입은채 집에서 나와 대저택으로 향했다. 확인작업을 끝낸 뒤 문을 열고 진입하자, 관리 프로그램이 말했다.

 


 [렌달님.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로?]

 


 "어제 환원했던 육체를 보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 여깄습니다.]

 


 참말로 빠르군. 인간의 배에서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 생명연장장치 안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관처럼 생겼기에 밖에서 내부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난 관의 뚜껑을 열었다. 분명히 장치는 작동되고 있었을 터인데, 관 안의 소녀는 이미 손이 사라져 있었다. 밑에 수북히 쌓인 핏가루들을 보고 비명을 지를뻔 했으나 포기하기로 했다. 이전에 환원한 육체도 확인했지만, 그 육체는 아주 안전해 별 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손이 사라진 육체를 소각로로 데려가. 그 육체는 버린다."

 


 [알겠습니다.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없어."

 


 난 대저택을 나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려 뭔가하고 가봤더니 그녀의 손톱이 빠져있는게 보였다.

 


 그녀도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뭐야... 괜찮아?"

 


 "으, 응..."

 


 "어쩔 수 없지만 비슷한 몸을 찾는게 왕도일 것 같은데."

 


 "뭐? 싫어!"

 


 그녀가 싫다고 해서 내가 휘둘릴 건 아니었다. 난 그녀를 들쳐업고 내 차로 향했다. 육체 이전 관리소로 가지 않으면 그녀가 위험했기 때문이다.

 


 [어디로 모실까요?]

 


 "육체 이전 관리소 정문으로. 안전운전해."

 


 차는 말없이 관리소로 향했다. 그 곳의 문이 닫혔다는 걸 알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담원이 있었기에 그것과 말했다. 상담원도 이름이 상담원이었지 사람같은 프로그램의 일종이었다.

 


 "렌달입니다. 열어주시죠."

 


 [죄송합니다 렌달님. 저희 관리소는 29일까지 외부인의 방문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담원의 전원이 나가고, 난 내 등에 업힌 채 자고있는 그녀를 보았다.

 


 "이런..."

 


 아무리 마녀라지만... 내 딸이 죽는 건 싫었다. 난 결국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육체 이전을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못했다. 120년을 산 내게도 이런 장벽이 찾아오는구나..

 


 "죽지만 마라."

 


 "오른손에 감각이 없어... 하지만 버텨볼게."

 


 난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대저택으로 향했다. 이제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렌달님, 무슨 일이십니까?]

 


 "육체 이식. 지금 가능할까?"

 


 [이곳에 있는 육체로는 불가능합니다. 다른 육체를 가져오세요.]

 


 "여기 있잖아."

 


 [...진심이십니까?]

 


 "그래."

 


 아직까지 100% 클리어를 하지 못한 다크클라우드2가 신경쓰였다. 성검전설3도 모든 영웅을 번갈아가며 키워보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준비하기까진 30분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오십시오. 이식이 끝나면 렌달님은 죽습니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차피 사람은 죽기 마련이지. 정확히 30분 후에 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난 저택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예전보다 인상적으로 들려오는건 착각일 것이다.

N-4
 
 
 
넓디 넓은, 그녀 소유의 말 그대로 무시무시하다고 할 만치로 넓은 저택-. 그런 그녀가 날 양부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찬찬히 눈동자를 굴리어 세상의 모든 풍경을 해마 속에 집어 넣는 이 순간, 다시는 오지 않을 5월 26일이 흐르고 있었다.
 
 
 
 부르르르르.
 
 
 
 [25분 남았습니다.]
 
 
 
 손목시계에서는 요란하게도 번쩍번쩍. 습관적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 곳은 아까전에 왔었던 관들의 집합소. 거추장스러운 절차들을 꼬박 다 거친후에애 스드르르 문이 열리었고 나는 그것들을 바라다 보았다. 방금보았던, 지난 사 월달의 육체는 분해되어지기 시작했었다. 그건, 이식에 대한 거부반응인것일까? 인체라는것은, 신비한 탓에 아무리 흉내내려 애를 써보아도 흉내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우회로가 바로 이 희생자들. 이들은 모두 이 세상에서 같은 우주를 보며, 같은 공기를 공유하던 존재들.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결국은 대다수가 자신의 육체를 포기하는 이유는 바로 돈. 어쨌거나 그렇게 모집되어진 육체가 이식용으로 사용되려면 몇 단계를 거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영혼과 육체가 변하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빈틈이나 괴리감을 이겨내거나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다.

 
 
 "어이. 4월 25일날에 맡겨두었던 육체를 꺼내봐."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 여깄습니다.]
 
 
 
털컹하는 소리와 함께 연 관 뚜껑 밑에는 수려한 외모의 소녀가 있었다. 지난 삼 월 이십오 일부터 사 월 이십오 일까지 사용되었던 육체. 아까 새벽에 왔었을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이다. 어쩌면, 여기에 이식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러나 이 몸에서 숨쉬고 있는 이 월 이십오 일 부터 삼 월 이십오 일까지 사용되었던 육체의 주인은 오 월 이십오 일에 이식된 아딜의 지금 육체와 함께 사라져 버릴것이다.
 
 
 
 "그래도, 이 비싼 몸을 되팔지 않고 모으길 잘 했네. 비록 아딜, 그녀의 진짜 몸은 육체 이전 관리소에 있지만."
 
 
 
 부르르르르르르.
 
 
 
 [오 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관 속의 그녀를 다시 들쳐 업고는 타닥타다다다닥, 헉헉 뛰었다.
 
 
 
 "허억, 허억. 늙었구먼. 확실히 나도 늙었어."
 
 
 
겨우 도착했다. 백이십 살이나 살았으면 그럴만도 하지라며 스스로에게 안정제를 먹이곤 업고온 소녀를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은발의 머리하며, 온통 구김이 가버린 연한 하늘빛의 잠옷. 은빛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어쩐지 눈부셔서 눈을 뜰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 볼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둑둑둑둑둑둑 심장이 뛰어나디고, 누가 봤을까 이따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백이십 살…."
 
 
 
하지만 그녀는 많게 봐주어도 열일곱 살? 미래가 창창한 영혼을, 나 하나 조금 더 살겠다고 이리도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살아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아니다. 인생이란건, 사람이 살아간다는건 어차피 누군가의 등에 칼을 꼽고 그 위에 올라타서는 그 위의 사람 뱃대지에 칼빵을 놓고 다시 그 위로 올라가는것. 이미 백이십 년이라는 세월동안 지울 수 없는 핏빛자취를 새겨왔었다. 거기에 한 점 더하는것, 그것은 눈만 꼭 감으면 될 일이다.

 그래도, 결국 아딜을 위하는 길은 무엇인가? 여태껏 양아버지로 지내오면서 그녀에게 해 주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진 렌달님. 시간 다 되었습니다. 수술을 시작합니다.]

N-5

 


 생각보다 굉장히 큰 저택. 그 옆엔 초라할 만큼 작은 집이 하나 있다. 집 안에선 한 여자가 커피를 뽑으며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책의 이름은 '글쓰기 소모임에도 N을 넣자'. 굉장히 옛날에 쓰였고 인기조차 없는 소위 아마추어들의 합동 소설이었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서 그 여자는 여주인공 아딜이 자신과 닮았음을 느꼈다.

 


 "아딜... 내 이름하고 같아."

 


 아딜은 커피를 뽑고 자신만의 작업실로 향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30대 후반은 되어보이는 남자가 같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남자는 깨끗하게 사라져있다.

 


 그녀는 은빛의 머리를 건성으로 묶고 작업을 계속한다. 고전 콘솔 게임을 가상현실게임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그녀는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굉장한 세월을 낭비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딜 님. 내일 프로그램 시연회가 있습니다.]

 


 "오케이. 다른 계획은?"

 


 [오늘 저녁 9시에 렌달 님의 장례식이 있습니다.]

 


 "알겠어."

 


 그녀의 주머니에서 울리던 소리는 그렇게 멎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만든 프로그램을 애용하던 USB 디스크에 저장한 뒤,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비록 낳아주시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준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그녀는 '진 렌달'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하염없이 보았다. 관에 담긴 렌달의 시체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에 주저앉았다.

 


 "아빠는... 말이야."

 


 그녀는 울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정말 멍청해. 70년도 넘게 같이 산 나보다 멍청해."

 


 근처에 사람들이 없었기에 그녀는 대놓고 말하는 게 가능했다.

 


 "솔직히 손톱 빠질 때 굉장히 아팠다니까? 게다가 이식용 시체들을 으스러트리는데 얼마나 귀찮았다구!"

 


 그녀는 어느새 일어서 있었다. 모든 게 렌달을 죽이기 위한 그녀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 말하는데 아주 심취한 모양이었다.

 


 "잘 있어 물주양반~"

 


 그러고는 장례식장을 나선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난... 이겼는데... 왜 눈물이 나는거지? 기쁨의 눈물일까?"

 


 그렇게 밤은 점점 깊어지기만을 반복할뿐, 해가 뜨는 일이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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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님과 함꼐하는 하늘섬 환상세계 시나리오 작성 중.

자세한 경과는 이야기 연재란에서.

 

Lighna형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D.A 시나리오 작성 중.

프로젝트 D.A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projetd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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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96년생)

성별 : 남

사용툴 : VX

주요 활동 : 소설쓰기, 댓글, 뻘글, 글소글

 

블로그 주소 : http://hb_tjdtn.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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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바라KSND님 축하합니다.^^ 2012.09.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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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바라KSND님은 14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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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팅스타* 2012.09.11 07:05

    제목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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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바라KSND 2012.09.11 22:31
    ㅎㅎ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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