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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3


당신은 17살의 '학생'이다. 네오 서울의 교과과정은 간단해서, 10살 때부터 학교를 다니고, 8학년이 되면 졸업한다. 학교는 서울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국립서울학교' 하나가 전부이다.


학생들은 국립서울학교에서 8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각자의 취미나 특기의 데이터를 통해 여러가지 역할을 배정받는다. 네오 서울의 관리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18세의 갓난 어른들은 곧바로 자기가 살 집부터 직장, 기타 복지시설까지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모종의 사정으로 직장이나 집을 잃게 되면, 그 때부턴 국가에서 그 사람을 돕지 않았다. 그것이 이 네오 서울의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하지만 그 혜택들을 위해 시민들은 최소 9시간을 일해야 했다. 휴일이란 없었고, 1년에 단 한 번. 일주일 동안 '기념제'라는 축제가 있었다. 기념제 때 당신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와 부모님을 뵐 수 있다. 하지만 기념제 공연에 참가해야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나가긴 커녕 기념제 한 달 전부터 공연 준비를 해야 했다.


"카나코, 그건 뭐지?"


이런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학교의 미술 선생이 당신에게 다가와 물었다. 미술 선생은 당신의 찰흙 검을 보고 있다.


"이건 검이에요."


"검?"


그녀는 검을 모르는 것 같다. 사실 당신도 검이 어떻게 생긴 건지는 잘 모른다! 그저 소설 속에서나 나오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찰흙 검은 손잡이와 날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손잡이엔 목걸이를 걸기 편하게 고리가 달려있고, 날은 굉장히 얇고 날카로워 보인다. 찰흙이 굳기 전에 당신은 날 부분을 좀 더 날카롭게 만든다. 하지만 찰흙 검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학생은 엄청나게 많은 데 비해 찰흙은 얼마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미술 선생이 말한다.


"수업은 여기서 끝! 자, 만들던 모형은 그대로 책상 위에 두고 가도록 하세요. 모형 뒤에 이름 쓰는거 잊지 말고."


당신은 준비해놓은 흰 수정액으로 검 모형 뒤에 글씨를 새겨넣는다. 글씨는 한국어다.


-카나코-


당신을 비롯한 학생들이 미술 교실을 떠난다. 미술 선생은 당신이 만든 검을 유심히 바라본다.


당신은 복도에 멀뚱히 서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어떤 차량이 돌진하는 게 보인다.



#4


택시가 빠르게 다리를 지나쳐 서울의 중심부로 향한다. 그 택시에 당신이 타고 있다. 뭔가 작정한 표정이다.


구름을 뚫고 마치 송곳처럼 뻗어 있는 하나의 타워. 이 타워는 모든 시민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죽어라 식품 조합!"


당신은 액셀을 더욱 더 세게 밟는다. 속도계가 270KM/S를 가리킨다.


하지만 당신은 깨달았다. 이렇게 작은 차가 타워에 부딪힌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당신은 액셀을 밟던 발을 서서히 뗀다. 속도계는 금세 30KM/S로 줄어들었다.


"후. 더러운 것들."


네비게이션이 '경로 이탈'이라는 문구를 연거푸 표시하고 있었다. 당신은 네비게이션 화면을 주먹으로 때려 부순다.


택시에서 내린 당신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허공을 바라본다. 그 허공에 한 소녀가 보인다. 이윽고 그 소녀가 손을 흔든다. 시력이 그닥 좋지 못한 당신이었지만 어째선지 멀리 있는 저 소녀는 이상하리만치 잘 보이고 있다.


당신도 손을 흔들어 소녀에게 답신을 해준다. 당신은 식품 조합으로 들어가 사정해보기로 한다.



#5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사장님,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저만한 녀석이 세상에 어디있겠습니까?"


사장실. 당신은 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장의 왼쪽엔 젊은 여자 비서가 있고, 그렇게 사장실 안에는 세 명이 전부다.


"정말, 안되겠습니까?"


"시장님이 시킨 일이야. 그만 돌아가봐."


당신은 격한 반발심을 느낀다.


"사장님이 시장님 개인가요? 왜 시장님 말에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죠?"


"너, 아직 철이 덜 들었군... 생각해 봐. 여기서 일할 수 있게 된 게 누구 덕분인가? 시장님 덕분 아닌가?"


"그래서, 절 짜르는 것도 시장님이 제가 필요없어져서 그랬다는거죠?"


"그래."


택시기사도 벌써 하나 죽였는데, 이 녀석이라고 안 될 것은 없다.


"죽어라 사장."


"....뭐라고?"


당신은 사장의 미간에 주먹을 꽂는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주먹을 맞은 사장이 의자 뒤로 넘어가 나자빠진다. 여자 비서가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지만,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책상을 밟고 넘어가 사장을 덮여버린다.


"이, 개X끼. 사장이면, 단 줄 알아!"


사장은 짧은 신음소리를 낼 뿐, 반항하지 못한다. 그는 너무 늙었다.


당신의 강력한 공격에 기절한 사장을, 당신은 분이 풀릴 때까지 마구 때린다. 대충 기분을 추스르고 일어나자 비서가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


"뭘 그렇게 봅니까?"


"아니... 너무 놀라워서요."


"사람을 죽이는 게 놀랍다면 놀랍습니다만, 이제 전 잃을 것도 없으니 상관 없는 일이죠."


비서는 신고 있던 하이힐로 코피를 흘린채 쓰러진 사장의 콧등을 세게 내려찍었다.


"더러운 X끼. 너 같은 건 죽어도 싸."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당신과 비서는 사장을 책상 밑에 처박아 놓는다. 책상 위에 달린 컴퓨터를 켜고, 당신과 비서는 메일을 확인한다.


-박인성에게-

-시장이다. 정리해고 결과 보고 바람.-


시장의 메일이다.


"여긴 감시카메라가 없어요. 마음대로 쓰세요."


당신은 예전에 사장이 보냈던 메일의 말투를 참고하여 새로운 메일을 작성한다.


-시장님에게-

-X까 등신아.-


"푸훗."


"어디 맛 좀 봐라."


-박인성에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예상 외의 반응이군.-

-너와의 대화는 좀 더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홍석규.-


당신은 비서를 바라본다. 비서의 안색이 굳어 있다.


"그럴리가... 카메라는 어디에도 없을텐데!"


"일단 도망칩시다. 여긴 이제 위험해요!"


의자 뒤에 위치한 창문을 열고, 당신과 비서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다행히도 사장실은 1층이었다.


"갑시다!"


택시에 탄 당신은 비서를 태우고 어딘가로 향해야만 했다.



#6


"카나코. 내 모형 어때?"


"봐줄만 한데. 내 모형은 이상해."


기숙사에 갓 구운 모형들이 도착했다. 당신은 대충 구워 구불구불해진 검 모형의 날을 다듬기로 한다. 책상 속에 다행히도 사포가 있어서, 당신은 사포에 칼날을 마구 문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 모형의 날이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소설에 표현된 게 정확하다면, 이것으로 종이를 자를 수 있었다. 사포를 꺼낸 곳에서 종이를 찾은 당신은 검을 종이에 대고 찌른다. 그러자 예상대로 검이 종이를 뚫고 지나갔다.


"대박이다!"


옆에 있던 당신의 기숙사 동료 한나래가 경이로운 표정으로 당신의 검 모형을 쳐다본다. 한나래의 모형은 동그란 틀에 별이 새겨진 기이한 토큰이다.


검에 대한 품평을 하던 찰나에, 방에 내장된 스피커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아아, 교내 학생들은 잘 들으세요. 저녁 급식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15분 뒤부터 교문을 열어놓을테니 여러분들 모두 크레딧 지갑을 들고 저녁을 알아서 해결하세요. 이상. ]


알아서 해결하라니... 하지만 문제될 일은 아니었다. 학교 내에서 품행이 바를 경우 크레딧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얻는 크레딧은 학교 내에서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크레딧은 105800. 한나래의 크레딧은 58000이다. 저녁식사를 초호화 만찬으로 먹는다고 해도 크레딧을 1000이상 쓰긴 드물었다.


"나가야하는 건가~"


[ 아, 참고로 저녁 식사는 교문을 열어놓는 6시부터 8시까지입니다. 그 뒤부터는 들어올 수 없으니 주의하세요. ]


당신은 한나래와 같이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교문을 앞에 두고 학생들이 웅성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7


"제 이름은 에이미에요."


"에이미라. 외국 이름이군요. 지금 와서 이게 무슨 상관이겠냐만..."


당신은 교문이 열린 학교 앞에서 택시를 세웠다. 허공에서 손을 흔들던 그 소녀가 있었다. 소녀도 당신을 보고는 아는 척을 했다.


"아저씨는..."


"아직 오빠란다. 홍석규라고 해."


"카나코에요."


"괜찮다면 타지 않을래? 어디든지 데려다 주지."


"그렇다면..."


카나코는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카나코와 다른 한 소녀를 태우고 다시 액셀을 밟았다.


"도시 밖으로 데려다주세요."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4.28 10:12
    우움.....
    점점 사람들이 모이는군요..!
    -
    당신이라는 주어를 쓰니 독특한 느낌이 나는 군요. 마치 제가 속에 들어간 느낌이랄까요?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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