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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챙

 

나는 실드가 깨어지는 것을 느끼며 피를 토햇...아참 난 언데드니까 토할 피가 없구나. 몸에 마나가 흐르니까. 따지자면 불순한 화염의 마나를 입구멍으로 뿜어냈다. 정도가 옳은 표현일까.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

 

뭐랄까.

 

그러니까. 나는 소녀를 위해 토끼를 잡다 질려(사실 토끼가 씨가 말랐다.) 요즘에는 멧돼지를 열흘에 한 마리씩 잡고 있던 중이었다. 근데 우연히 등짝이 뭔가 검붉은 빛으로 빛나는, 뱃살만으로 한 달쯤은 먹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멧돼지를 발견했고. 나는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망설이지 않고 파이어볼을 날렸다.

 

근데, 원래대로라면 머리의 반이 날아가서 쓰러져야 할 멧되지가 퓨룩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끝이 아닌가?

 

이봐. 사실 그거 강화 파이어볼이라구? 웬만한 나무 성벽도 무너뜨리는 4클레스 급의 강력한 화염계마법인데. 게다가 나 화염계 마법 꽤 잘 쓰는 편이거든?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 쫓아와.

 

아무리 내가 불사신이라고 해도 무슨 언월도 같은 멧돼지의 엄니에 정통으로 찍히면 그대로 두 동강이다. 두 동강나도 살긴 살겠지. 마나가 이어져있는 한은. 근데 시험해보고 싶진 않다.

 

어떡하지 저걸. 보아하니 마나에 오염된 것을 먹고 화염계 마법에 내성이 생긴 모양인데 가죽을 팔면 꽤나 비싸겠어.

 

빠챙 빠챙

 

아 젠장. 그래도 엄니로 실드를 뚫어버리다니? 너무하잖아? 아무래도 마나에 오염된 만큼 마법에 반발력이 있는 탓이겠지? 저런 놈은 그냥 물리적인 공격이 나을 텐데.

 

근데 뼈도 근육도 다 말라빠진 언데드가 힘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보통 성인 남자도 스켈레톤 셋 정도는 어지간하게 상대한다. 아 진짜 미치겠네. 실드실드실드실드!

 

빠챙 빠챙 빠챙 빠지지지지직

 

나는 금이 가는 실드를 보면서 말했다.

 

저기 멧돼지야. 우리 화해하자.”

 

* * *

 

나는 하늘에 둥둥 뜬 채로 말했다.

 

진짜 죽을 뻔했네.”

 

살덩어리 골렘이 죽는다니 웃기게 들리지만 뭐. 멧돼지는 결국 잡긴 잡았다. 절벽으로 유인해서 나는 플라이로 날아가고 멧돼지한테는 헤이스트를 3충첩으로 걸어 주었더니 쉽게 끝났다. 하늘에서 추락하는 돼지에게는 날개가 없었다.

 

랄까. 1써클 마법 4개로 간단히 해결을 보다니. 역시 마법은 쓰기 나름이구먼. 4써클 파이어볼에도 꿈쩍을 안 하던 것이. 절벽 아래로 콰지직~ 하니까. 쉽네.

 

나는 소녀에게 배운 대로 멧돼지를 먹기 좋게 가죽을 벗기고 해체했다. 사실 이 정도 녀석이면 좀비나 스켈레톤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뼈나 근육에 마력이 스며들어 내 마나에 저항력이 있어서 원. 뭐 죽었으니 금방 사라지겠지만.

그렇지만 죽자마자 바로 좀비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다. 내 경우고 죽자마자 마나를 유입시켰기 때문에 두뇌가 싱싱하게 작동되지 않는가. 스켈레톤으로 만들기에는 다리뼈고 갈비뼈고 전부 부러지고 함몰되어서 좀 그렇고.

 

일단 가죽은 마법을 걸어 보존해두자. 화염의 마나에 대한 저항력이 깃든 가죽은 요긴하게 쓰일 곳이 있을 것이니.

 

프리져베이션, 마나, 콘트리뷰트!”

 

내 손에서 푸른빛이 나와 멧돼지 가죽을 감쌌다. 이걸로 가죽은 됐고, . 그럼 이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어떻게 운반한다?

 

* * *

 

그래서

 

그러니까. 괴물인줄 알았다고요.”

 

그래서

 

놀라서 그만.”

 

그러니까. .”

 

그래서 써버린 거죠.”

 

말이 돼? 너 정체가 뭐야?”

 

나는 소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소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아씨, 신성력에 한방 얻어맞은거 가지고 되게 툴툴되네.”

 

요컨대 일은 이렇다. 내가 어떻게 고깃덩어리를 어찌하지 못해 결국 멧돼지에 살코기나 그런 것에 마력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서 살짝 좀비로 만들었다. 뇌가 거의 파괴되어 있었으니까. 그냥 앞으로 걷기만 하라고 명령을 내려준 후 내 은신처로 오는데, 뭐 멧돼지 다리가 거의 부서져 있었으니까. 찌그락째그락(?)하는 소리를 듣고 소녀가 나와본 것이다.

 

소녀는 집체만한 언데드 멧돼지에 기겁을 하고 손에서 허연 빛을 뿜어냈다.

 

허연 빛을 뿜어냈다.

 

허연 빛을.

 

그리고 뭔지 설명하러 나오던 나는 그 허연 빛에 맞아서 기절했다. 지글지글 타는 듯한 느낌. 그것은 언데드가 신성력에 가지고 있는 자연스런 반발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 돼? 아니 신성력이 개나소나 쓸수 있는 거냐고? 무슨 약초채집이나 하는 소녀가 신성력을 써? 그러면 푸줏간 주인쯤 되면 죽은 사람도 되살려내겠다?

 

안 그래?”

 

뭐가요.”

 

아니 평범한 약초꾼 소녀가 신성력을 쓰면 대주교쯤 되면 아예 천지창조를 하겠는데? Ang?"

 

몰라요.”

 

모르긴 뭘 몰라.”

 

몰라요

 

너 정체가 뭐야?”

 

아 모른다고요.”

 

너 진짜.. 그 정도 신성력이라면 마법따윈 고사하고 몸에 한 줌의 마나만 흘러도 반발력으로 산산조각 터질걸? 너 마법 못 배울 껄 뻔히 알고 있었지?”

 

아 몰라. 몰라. 안 들어. 귀 막았어요 봐요.”

 

이거 다친 새끼 양 인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불여우구나. 스승님이 일기에 여자를 조심하라고 써놓았는데 진짜 그런가보네.”

 

소녀는 적반하장으로 대들었다.

 

아 진짜. 기절한 사람 구해놨더니 오히려 따지고 들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담?”

 

.”

 

왜 불러요.”

 

너 정체가 뭐야.”

 

. 그러면 당신은 정체가 뭔데요?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다니고 마법도 쓸 줄 알고 음식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당신 사람 맞아요?”

 

? 뭐야. 내 얘기가 거기서 왜 나와?”

 

당신 식사도 안 하죠?”

 

? ...먹는다고.”

 

, 그럼 아침 점심 저녁 중 가장 먼저 먹는 게 뭐죠? 한번 맞춰보시지.”

 

젠장 망했다. 어쩔 수 없지. 찍자.

 

당연히 아침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녀는 움찔했다. ? 맞은 건가?

 

...! 틀렸어요! 저녁을 가장 먼저 먹는다고요! 당신 정체가 뭐야 대체? 신성력에 과민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설마 언데드라도 되는 거예요?”

 

망할! 역시 저녁을 먼저 먹는거였어. 저녁으로 하는 거였는데. 그나저나 내가 언데드인거 어떻게 알았지? 큰일 났네. 신성력을 쓰는 거 보니 함부로 죽일 수도 없고.

 

. 나처럼 말하는 언데드 봤어? 어디서 멀쩡한 사람을 괴물로 몰아! 너야말로 교단을 피해 도망 다니는 이교의 성녀라도 되는 거 아냐?”

 

움찔.

 

. 얘 좀 보소. 야 왜 움찔하는 건데? 나는 목소리를 조금 친절하게 해서 제안했다.

 

. 그러지 말고 우리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정체를 밝히자.”

 

소녀는 앵두처럼 얼굴이 달아올라서는 말했다.

 

...좋아요.”

 

나는 숫자를 샜다.

 

하나, , !”

 

“........................................................................”

 

침묵...바람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휭하니 났다. 나는 소녀에게 물었다.

 

야 너 왜 말 안하는데?”

 

..당신이 숫자를 너무 빨리 세서 그래요. 이번엔 내가 셀게요. 진짜 정체 말하기에요 이번에는?”

 

좋아. 약속하지.”

 

소녀는 기합을 넣어 숫자를 셌다.

 

하나! !”

 

!”

 

다시 침묵. 바람소리가 휭하니 났....그만하자 지겹다. 아무튼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걸 어쩌지. 소녀는 나를 힐난했다.

 

당신 왜 말 안해요.”

 

...네가 숫자를 너무 빨리 세서 그래. 이번엔 내가 셀게 진짜 진짜 말하기다.”

 

소녀는 갑자기 슬픈 얼굴이 되었다.

 

그만하죠.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겠어요. 당신이나 나나 서로 정체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나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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