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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ack Parade

죽음은 나에게 너무나 친근한 단어였다.

 태어난 곳은 빈민가, 창녀와 거지들이 가득한 곳. 나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노예로 팔려나갔다. 팔린 곳은 네크로맨서의 실험실이었다. 워낙 병약해 실험체로도 써먹지 못해진 나는 일찌감치 죽여져 살덩어리 골렘이 되었다.

 다행이었다. 고 생각한다. 산 채로 뇌와 심장, 척추를 차례대로 제거당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내 스승은 영생을 연구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장기이식에 관심이 많았다. 스승의 생각은 이랬다. 자신의 늙은 뇌를 젊은 육체에 이식하면 영원히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뭐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뇌만 교체하면 얼마 못 가 뇌가 새카맣게 죽어버렸다. 스승은 뇌가 이어지는 척추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척추까지 교체했다. 문제는 여전했고 스승은 심장까지 서로 바꿔 이식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스승은 어떻게든 간에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이것저것 떼었다 붙였다 했고 실험체는 미치거나 죽거나 혹은 말로 하기 힘들 만큼의 끔찍한 상태가 되곤 했다. 그리고 난 이 모든 것을 스승의 옆에서 묵묵히 보조했다.

 내 죽어버린 육체는 스승이 불어넣어준 마력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죽어버린 뇌에는 아주 제한적인 마력만이 흘러 스승이 내린 간단한 명령들을 수행했다. 당시에는 내 지력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스승의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했다.
 
 스승은 때가 되면 나에게 팔을 달아준다던지 다리를 교체해준다던지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무심하게 내버려두었다. 하여간 달아준 팔을 떼어낸다든지 하거나 하진 않아서 팔이 여덟 개인가 되어버린 적도 있었다.

 나는 아마 수없이 오랜 시간을 그런 멍하고 몽롱한 상태에서 지내왔다. 단순한 명령에 반응하고 대부분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기하고 있는 날들. 눈앞의 실험체가 어떤 꼴을 당하든 말든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아니 할 수 없는 그런 시간들.

 그런 시간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그것은 내가 원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형태로 찾아왔다.

스승에게 마지막이 찾아온 것이다.

 평생을 영생에 대한 연구에 바친 그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죽기 직전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있었지만 스승은 나를 사물이상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니까. 스승은 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평생을 바친 연구였는데 결국 실패했구나. 교단의 눈을 피해 나만큼 연구를 한 네크로맨서도 없을 텐데……. 아. 영생은 정말 불가능한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는 죽기 바로 직전 나를 보았다.

“내가 죽으면 마력을 집어넣어 줄 사람이 없으니 너도 작동을 멈추겠지. 그래. 이왕 가는 길, 평생을 내게 봉사했으니 너에게 선물을 주마.”

 절대 잊을 수 없는 온몸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이 내 추한 육체를 휩쓸었다. 스승이 내게 모든 마력을 전이시킨 것이었다. 나는 기절했다.

기절해 있는 동안 마력은 죽은 몸 구석구석을 휩쓸고 돌아다녔다. 그것은 오래 전에 죽어 말라붙은 나의 뇌에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뇌세포를 따라 마력이 흘렀고 신경에는 전기신호 대신 마력이 이리저리 흘렀다. 근육에는 말라비틀어진 핏줄을 타고 마력이 공급되었다. 생기 한줌 없는 육체는 마력이 흘러 약동했다. 그리고 멈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생각과 감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는 영생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승이 평생을 추구한 것이었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가 아니라 마력과 시체조각으로 된 몸이었지만 말이다.

 내가 처음 한 일은 거울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마 소화기관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면 토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식도와 심장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썩은 피가……. 아니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자.

 하여간 성별도 불명확한 거의 4인분의 살덩어리 골렘이었던 내가 처음으로 지성을 가지고 한 일은 썩어가는 스승을 묻어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파리가 하도 꼬여서 땅속 깊이 묻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은신처인 동굴 밖으로 나와 스승을 묻고 노을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제 뭘 하지?

 나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선 스승의 유산을 조사해 보았다. 수많은 책, 엄청난 량의 다양한 약물, 외과용 수술도구, 마법봉, 로브, 그리고 안전한 은신처.

 우선 나는 은신처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스승의 책은 대부분 고대어로 쓰인 것이었고 고대어를 배울 수 있는 교본도 있었다. 나는 고대어 교본을 다 닳을 때까지 보았다. 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글을 익히자 세상은 빠르게 넓어져 갔다. 내가 처음으로 배운 것은 스승의 외과 수술법이었다. 말하자면 네크로맨시의 물리적인 부분이랄까. 나는 내 목을 수술해 말을 할 수 있는 몸으로 개조해나갔다. 아 물론 그 전에 내 몸의 필요 없는 살덩어리들을 모두 때어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지금의 내 몸은 괴상하게 뒤틀려있고 기괴하긴 해도 팔 두 개 다리 두 개가 온전한 몸통 하나에 연결된 형태였다.

“으르. 그르스흐”

 나는 목을 가다듬고 빳빳하게 굳은 혀를 다시금 부드럽게 놀리려고 노력해보았다.

“으능 흐르시흐”

“아능 하르시후”

“안영 하르세호”

“안녕 하세요”

성공이었다.

 그 다음은 마력 호흡에 관한 것이었다. 피 대신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마력은 심장과 뇌에 대부분이 고여 있으면서 온 몸을 순환했다. 나는 ‘마력 수련의 기초’ 라는 책을 읽고서 터가 좋은 곳을 잡아 마력을 호흡(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호흡하는 시늉)을 해 보았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마력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마력은 어느 정도 흡수된 이후로는 더 이상 흡수되지 않았다. 마력은 딱 스승이 확장해준 나의 마력 홀 크기만큼만 들어왔다. 대략 클레스로 따지면 3클레스 비기너 정도였다. 스승이 거의 7클레스에 다다른 6클레스 마스터 수준이었으니까 엄청난 마력이 내 몸을 타고 그냥 흘러 사라진 것이었다.

 아참, 그리고 클레스에 대한 것은 나중에 마법을 수련하면서 깨달은 것이었다. 나는 어둠의 마나, 불의 마나와 조합이 좋았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빛의 마나와의 궁합은 최악이었다. 신성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나는 낮에는 책을 읽고 밤에는 마법 수련을 하며 지냈다.

“다크 애로우, 플레임 애로우”

검은 화살 두 발, 불화살 한 발이 내 주변에 둥둥 떠올랐다.

“타깃 온, 런칭”

내가 뿌려둔 마력의 실을 타고 날아간 화살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나무에 박혔다. 나는 불만족스러웠다.

“너무 느리고 복잡하고 위력도 약해, 클레스가 올라가면 위력도 강해진다지만……. 가장 빨리 시전할 수 있는 주문도 3절(주문-타깃 온-런칭)이라니.”

 나는 잠시 마력 호흡(뭐, 그냥 숨쉬는 척이라고 하자. 실제 숨을 쉬지는 못하니까.)을 한 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문을 시전했다.

“인파워드 다크 스피어”

“코어, 액티베이티드”

“리모트, 온”

“마나, 인파워드”

“런칭, 인바운드”

 구멍만 송송 나 있던 나무는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창을 맞고 박살이 났다. 위력은 만족할만하지만 주문을 포함하면 9절이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내가 다음으로 연구한 것은 정령술이었다. 정령술은 시전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빨리 포기했다. 왜냐구? 아무리 봐도 정령계가 아닌 다른 곳(예를 들어 지옥이라던가 지옥이라던가 혹은 지옥이라던가)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무언가 이상한 것(내 전 모습의 미니어쳐 같은 것이 몰려나오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파이어 볼로 태워버렸다.)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마 이 부정한 몸으로는 정령계와의 연결이 아예 되지 않는 것이겠지.

 뭐 이 문제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그러고 보니 주변에 파리가 너무 날리는 것 같은데. 아 그렇군. 내 몸이 썩어가고 있구나. 나는 방부 처리에 관한 법을 배워 내 몸에 적용시켰다. 좀 몸이 뻑뻑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뭐 냄새도 안 나고(아마도…….) 벌레도 안 꼬일 테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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