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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라KSND ; 검은 소녀와 손바닥들 ; 2012.12.15.~17)

 

 

원인을 알 수 없는 갑갑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기 위해 밖을 택했다. 별시리 육중하지도 않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머릿속에선 그 행위의 필요성에 대해 자꾸만 반문하고 몸뚱아리에선 그 게을러터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의지가 부족했다.

 

쓸모없어.”

 

. 갑갑함이 조금 세어 나왔다. 그러나 오히려 더 속만 끓을 뿐이었다. 억지로 다리를 일으켰다. 신기한 일은 그러자 조금 삐걱이며 조금씩 조금씩 모든 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즐겨입는 흰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드레스를 살짝이 걸쳤다. 그 행위가 무엇일까? 그것이 대체 무어인지, 그 어느 것도 풀지 못했던 답답함이 어느새 산뜻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변화에 가장 신기해 한 것은 자신이었다. 이런 산뜻함은-. 처음일까? 오랜만일까? 마지막으로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빗질해대었다.

 

삐리릭- 하는 전자 도어락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자, 웬 냉기가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왔다. 겨울비 한참 나리다 그쳐서 일까?

 

추워.”

 

작게 허공을 향해 속삭이고선 엘리베이터 리모컨 아래에 있는 역삼각형 동그란 버튼을 살짝 밀었다. 이내 주황스름한 빛이 나고, 우우웅 삐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밖도 이렇게나 추운데 밖은 얼마나 더 추운 걸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숙 훑고 지나가고, 후회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올 걸.

 

열린 엘리베이터의 바닥은 흥건했다. 검은 때 국물이 꼬질꼬질 바닥을 한층 추츱게 만들었다. 비가 그쳤다고 했는데 설마. 설마 또 비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의심이 흥건하게 고였다.

 

아냐.”

 

흰색 삼성 기본 이어폰을 꺼내 귀에다 꼈다. 손은 화면 위에서 멈칫, 아래 위를 공중에서 헛손질로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엔 아래에 있던 카가미네 린과 메구포이드 구미의 노래인 인비져블을 선택했다. 이윽고 에피타이져로 띵동하는 전자 피아노 음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지나가고, 본격적인 강렬함이 시작되었다. 그래, 이 곡을 선택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카가미네 린과 하츠네 미쿠의 파뮬라비던스는 너무 몽환적이니까. 지금의 이 우울함을 악화시킬 터였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쇠우리는 열리고, 달려나와 김맻혀 흐린 유리문을 밀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꼭 감은 눈이 휘둥그레 열렸다. 예상외로 밖이 아파트 안보다 오히려 더 따뜻했다.

 

고개를 들어 왼쪽을 바라보았다. 자그마한 백화점을 뒤로 펼쳐진 2250분 경 한밤중 새벽하늘. 회색빛의 하늘이었다. 반대 오른쪽에는 저기 저 나무들 너머에서 반짝이는 파란빛이 있었다. 어쩐지 미래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그 색은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 빛을 따라 들어가자 작은 흰 계열의 정사각형 타일이 다닥다닥 붙어 원형으로 생겨진 광장이 나타났다. 처음 보았다. 1년 좀 안 되게 사 내가 모를 정도였다면. 내가 그동안 너무도 내 주변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았다는 사실의 반증일까?

 

첫인상은 기괴하다였다. 광장 그 주변을 지키는 빛나는 기괴한 장식물들. 눈이 소복 내린 듯, 되는대로 전깃줄을 이리 휙 저리 휙 척척 걸쳐놓은 듯한 광경은 폐허를 연상시켜서 괴기스러운 느낌을 세상 만신에 뿜어대고 있었다.

 

어쩌면 이리도 성의 없이.”

 

가운데서 머뭇머뭇 휘돌다가는 시계 방향으로 크게 걸어 공포스러움마저 스믈스믈 기어오는 광장에서 벗어나 돌아오던 차에, 광장 외가가 끄트머리 길 양변에 벤치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야트막한 공간엔 두 개의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 중에서 광장 쪽으로 나와 있는 의자. 그 의자는 좀 전 내리던 비를 다 맞고 축축히 물방울들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옆의 의자도 그러려나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그 의자는 비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혹시나 광택 때문은 아닐까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보았지만은, 그 어디에도 촉촉함은 엇었다.

 

이상하네.”

 

뭔가 이상스럽고 사소하지만 어색한 느낌이 머리 안에서 울려 퍼졌다. 한 쪽 의자가 비를 맞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은-.

 

왜 이 의자는 저 지붕 안에서 쫓겨난 것일까?”

 

의자는 원래 앉으라고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거나 더운 날이어도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하려면 지붕이나 차양 아래에 두는 것이 그러한 의자의 본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위화감은 그런 효율성의 문제에서부터 나왔으렷다. 아니, 효율성을 떠나서 더 깊은 곳에서 조금씩 차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조금- 씩 조금- . 뭔가 부정적인 부저를 자꾸만 울리고 있었다. 차별-?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닌 차별에 대한 욕구-? 의자를 인간이라 하고 지붕을 안전함을 보호해주는 요소? 아니면 한 집단을 결정하는 요소에 놓는다면? - 오바다.

 

반대편도 혹시 그러나 싶어서 오른편을 봤을 젠 좀 더 기묘함을 느꼈다. 지붕 속 두 개의 벤치. 지붕 밖 하나의 긴 의자.

 

잡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조금 더 앞으로 갔다. 광장과, 국제 예술 어린이집인가 하는 기묘한 어린이집과, 110동과 또 다른 동으로 가는 네 개의 길이 한데 모이는 그 곳 가운데엔 나무가 꼿꼿이 서 있었었고, 거기에서 조금 더 간격을 띄워 동그랗게 붉은 벽돌담이 감싸고, 그 속은 흙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다시 그 나무를 중심으로 다른 더 큰 동심원 원주를 따라 다시 벽돌담이 감싸는 형태의 작은 쉼터가 있었다. 그 배경으로는 상남동의 불빛이 하늘 가득히 모여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이 연출돼있었다. 분명 평소라면 평범한 검음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안개가 잔뜩 끼어 상남동 빛을 안개 속 물방울들이 산란시켜 더욱 밝아 보이는 것이겠지. 하늘, 물방울. 하늘, 물방울- 하니, 그리고 배경 앞에서 주인공 마냥 당당하게 뻗은 겨울나무를 보고 있자니, 재미난 생각이 들었다.

 

뿌리? 하늘 깊게 자리 잡은 뿌리 같네. 뿌리는 물을 흡수하고 그 아래 줄기로 물을 보내어 가지가 있는 땅속까지 전달하는 메카니즘으로 생각하면 될까? 그렇게 보니 나무가 꼭 하늘과 땅 사이를 벌리고 있는 것만 같네.”

 

제법 그럴 듯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저 하얀 안개를 배경으로 서 있기에?

 

귀에선 아직도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한 곡 반복으로 설정해두어서 지금도 쭉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계적인 목소리. 자연을 난 좋아한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인 것이 싫지만은 않다. 언젠가 처음 접했을 땐 분명 그들이 기계음이라는 것, 그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싫어했었는데. 얼토당토 안하는 이유는 금방 무너지기 마련인 것일까. 그보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것을 모두 좋아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상반되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연산하며 동심원 속을 시계방향으로 몇 번이고 돌아보지만, 애초부터 결론이 없는 문제인 것인지도 몰랐다 생각을 그만두었다.

 

2305분 경. 이제 집이다. 아니, 우리 라인 입구다 아무런 생각 없이 계단을 하나 둘 오르려다 흠칫, 발이 멈췄다. 두 장의 유리문, 그 중 왼쪽 유리문에는 고통의 아우성이 틈틈이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들 사이에 다닥다닥 나있는 손도장에는 급박하고 무서움이 한 마니 한 마디마다 가득 새겨져 있었다.

 

꼬맹이들 장난이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이것이 마치 어느 스릴러 영화나 미스테리 물에 나올 것만 같은 정신 이상자 범인의 기묘한 행각일 것만 같았다. 풍겨져 나오는 비정상적인 기운 때문일까.

 

혹시 다른 문도?’

 

장난 반. 시간은 많았기에 한 번 쯤 해볼 만한 연구소재였다. 게다가 1-2라인 문에서 3-4라인 입구까지의 거리가 그리 먼 것도 아니고. 가볍게 걸어 좀 더 오른쪽에 있는 3-4라인 입구 앞에 왔다. 그 곳에는 역시-, 아니 그 손바닥 자국이 있었다? 수는 확실히 적었지만 분명 손바닥 자국은 찍혀있었다.

 

그럼 이 옆에도?’

 

탁탁탁. 좀 더 오른쪽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손도장은 없었다. 다만 나를 향해 싱글싱글 미소 짓고 있는 스마일 마크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을 뿐이었다.

 

아마 5-6라인에 사는 꼬마의 장난일 것이다. 그러니 1-2라인터 시작해 쭈욱 오른쪽으로 그림의 개수가 줄어들었지. 그래, 그럴 것이다.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럼 어디, 나도 이 유쾌한 장난에 끼어들어 볼까?”

 

잽싸게 오른쪽 문을 밀고 들어가서 왼쪽 문에다 오른쪽 손바닥을 통-.

 

어라? 물방울이 여기가 아니라 밖에 맺혀 있었네?”

 

왜 안이라 생각했을까? 다시 한 번 오른쪽 문을 밀고 나와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반투명해진 유리 위에 찍혀있는 무수히 많은 손바닥들. 그 틈 사이에 오른쪽 손바닥을 계속해서 가져다 대었다. 수줍은 미소가 그려진 얼굴을 쭉 따라가 도착한 손 끝에는 막 이슬에 다다르기 직전의 손이 있었다.

 

? 그런데에-. 내 키 높이만한 위치에도 있잖아?”

 

어쩌면 단순한 장난이 아닐지도 몰랐다. 누군가도 나처럼 오늘 밤 원인 모를 답답함과 감감함에 찬바람 쇠고선 집에 오는 길에 이 문과 문득이 맞부닥쳤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도장을 찍었다. 꾸욱. 손을 뗀 그 자리는 선명하게 빛나며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가 언뜻언뜻 보였다. 옆에서 또각또각- 하고 두런두런한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얼른 오른쪽 문을 밀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답답함도, 갑갑함도 없는 가벼운 발걸음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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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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