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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6.18 00:48

Mr.du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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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GMT 2017년 12월 20일 FM 10:41. 전세계의 온라인 구축망이 끊어지고 각 국에 경보가 울린다.


 GMT 2017년 12월 21일 AM 0:12. 일본 오이타현 부근에서부터 지진이 시작된다.


 GMT AM 7:35. 지진의 여파가 영국 콘월주, 북미 아이다호주까지 손을 뻗는다.


 GMT FM 2:28. 지구에서 99.9999247%의 인간, 83.5172336%의 식물, 98.3333334%의 동물이 죽는다.


 GMT FM 5:10. 대책으로 마련된 기계가 작동한다.


-1


 "생물체 발견. 심장맥박 정상. 호흡 정상. DNA 분석 중. 인간입니다. 현재 이 기계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괴상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 소리의 정체는 옛날 이맘때 쯤, 한 이름 모를 박사의 힘으로 만들어진 4족 보행형의 코끼리를 닮은 로봇 P-2012였다. 박사딴에는 2012년에 종말이 일어난다고 해서 붙인 모델명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구종말은 5년이 더 지나서야 일어나고 말았다.


 P-2012는 작은 체구의 소녀를 들어올렸다. 소녀를 등에 태운 P-2012는 이내 어딘가로 향했다. 로봇은 자세히 보면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람의 걷는 속도보다도 못했다.


 P-2012가 3일 밤낮을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A자 형의 아주 거대한 빌딩이었다. 초경량 합금으로 이루어진 이 빌딩은 인류사상 최고의 금액을 쏟아 부어서 만든, 마지막 걸작이었다. P-2012가 건물로 들어가 가장 가운데에 있는 곳으로 향하자, 그곳엔 또 다른 로봇이 있었다.


 "건강상태 양호, 체중 40kg. 현재 수면중입니다. 현재 이 기계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나에게 건네라."


 P-2012가 상대하고 있는 로봇은 휴머니즘 컴퓨터라고 일컫는, 인간의 사고 회로와 거의 비슷한 회로를 갖춘 로봇이었다. P-2012보다 차세대 모델이었기 때문에 성능은 당연히 위였다. 모델명은 SW-2017. 모델명에 별 다른 의미는 없는 것 같었다.


 "5일 뒤 현재 이 지역에서 비가 내릴 확률 99%입니다. 현재 이 기계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어조가 없는 P-2012의 음성은 조금 남성적이었다. 바깥에서 엄청난 량의 산성비를 맞아서 그러는 것인지, 그 로봇은 계속해서 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SW-2017은 P-2012에게 말했다.


 "수리소에 가라."


 "수리소의 위치를 말씀해주십시오. 현재 이 기계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SW-2017은 P-2012의 다리에 전선을 꽂았다. P-2012는 가만히 서있더니, 잠시 후 말했다.


 "검색 중입니다. 해당 장소로 이동합니다. 현재 이 기계는 수리가 필요합니다."


 P-2012가 계속해서 수리가 필요하다고 읊었지만, SW-2017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SW-2017은 소녀에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SW-2017은 다른 로봇을 시켜 소녀의 옆에 음식들을 가져다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일어났다.


 "으, 으으..."


 3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르는 세월을 잠들었던 소녀가 지금 막 일어났다. SW-2017의 조사범위 안에선 그녀가 유일한 인간이었기에, SW-2017은 진지해져야했다.


 "일단 옆에 있는 것들부터 먹어둬라."


 실패다. 아무리 진지해져도 저 말투에서 더 이상 친절해질 수 없는 게 휴머니즘 컴퓨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로봇의 운명이었다. 소녀는 옆에 있는 음식을 보더니 말했다.


 "신기하다. 편의점에서도 안 파는 것들이네."


 그녀가 음식들을 야금야금 먹어대기 시작하자, SW-2017이 물었다.


 "너의 이름은 뭐지?"


 "내 이름이라고? 알고 싶어?"


 "난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로봇이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면서 SW-2017이 묻자, 소녀가 말했다.


 "님선."


 "....뭐?"


 알 수 없는 단어에 놀란 SW-2017은 데이터 속에 있는 사전이란 사전을 전부 찾아보았다. 하지만 '님선'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르는 단어다. 무슨 뜻이지?"


 "너 먼저 이름을 말해달라는 뜻이야."


 SW-2017은 '먼저 상대의 이름을 말하라는 요구'라는 뜻을 가진 '님선'을 신조어 사전에 등록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SW-2017."


 그리고 준비해 둔 스피커로 팡파레를 울린다. 빰빠라밤, 바라바라바밤! 이름을 말하면 팡파레를 울리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뭔가 딱딱하고, 이상해. 내가 새로 지어줄까?"


 "난 계속해서 SW-2017로 불려왔다. 하지만 네가 유일한 인간이며, 난 인간의 명령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내 이름을 다시 설정하는 게 가능하다."


 말투가 굉장히 딱딱했지만, 소녀는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SW-2017이 아니라, 음... 미스터 김? 아니지 아니지, 미스터 심슨? 이것도 아닌데... 아!"


 뭔가를 떠올렸는지, 그녀가 웃었다.


 "미스터 데이브레이크가 좋겠다!"


 데이브레이크, Daybreak. 새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SW-2017은 오늘부터 이름도 모르는 소녀에 의해 데이브레이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웃기는 일이었다.


 "데이브레이크라는 이름은 길다. 갖은 의미를 가진 언어로 던(Dawn)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요 없어! 넌 데이브레이크야! 편하게 말해줄게. 데이뷁!"


 "...그래. 그래서 너의 이름은."



 "난 더스크. 더스크 프리즌."


 더스크, Dusk, 황혼, 프리즌, prison, 감옥. 감옥의 황혼. 무슨 뜻인지는 최고의 컴퓨터인 데이브레이크도 알 수 없었다.


 "좋아, 미스터 데이브레이크. 오늘 날씨는 어떻죠?"


 "화산재로 추정되는 것들이 하늘을 가려 인공위성과 수신 불가능."


 "그... 그래. 그럼 바깥에 나가도 될까요?"


 "현재 바깥은 화산재 75%, 질소 12%, 이산화탄소 9%, 산소 4%로 활동 불가능."


 "그럼 난 언제 바깥에 나갈까요!!"


 더스크가 화를 내자 데이브레이크가 말했다.


 "앞으로 2일 후면 화산재의 밀도가 65%만큼 줄어들 것이다."


 "호오. 그보다, 여기 좀 덥네요? 미스터 데이브레이크, 내가 좀 더워. 어떻게 안될까요?"


 그녀는 굉장히 단촐한 복장이었다. 시대가 한참 지난 떡볶이 코트 속에 여러번 수선한듯한 옷이 숨어있었고, 바지는 너덜너덜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데이브레이크는 그녀의 옷차림을 보고 '빈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가 코트를 벗자 데이브레이크가 말했다.


 "목욕하겠는가? 옷은 준비해두겠다."


 "뭐야, 어디선가 많이 본 변태남같아! 목욕하면 안 훔쳐볼거죠?"


 데이브레이크는 변태남을 검색했다. 연관 단어로는 '야라나이카'라던지 '등짝' 정도의 단어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계에게 욕정같은 감정은 없다. 안훔쳐보니까 걱정하지 말고 목욕해라."


 "욕실이 어딘데요?"


 "다리를 보여줘. 전선을 꼽아야 하니까."


 "....그게 될 것 같아?"


 "아 이런. 미안하다."


 데이브레이크의 실수였다. 매일 로봇만 상대하다보니 전선을 꼽아주는 게 더 편했기 때문일까, 그는 다시 말했다.


 "네가 보는 정면으로 쭉 가다가 우회전 하면 표지판이 있을 것이다. 왠만한 것들은 기계들이 해줄테니 마음 놓고 편히 샤워하도록."


 "오랜만에 하는 목욕이다~"


 일어로 이루어진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가 욕실로 향했다. 노래는 신타니 료코의 what a wondeful world였다.


 잠시 후, 목욕을 마치고 데이브레이크의 로봇이 슬며시 놓고 간 옷을 입은 더스크가 홀로 돌아왔다. 홀엔 뭔가 준비를 마친듯한 로봇들이 일렬로 대기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로 향한다. 각자 50L의 석유를 충전하라. 부족해지면 태양열을 사용하라. 조사 10일 뒤엔 돌아와라. 출발."


 P-2012들은 머리에 달린 기다란 팔을 이용해 각자의 몸에 석유를 부어넣기 시작했다. 석유를 전부 충전한 그들은 엘레베이터에 탑승해 밑으로 내려갔다.


 "저 로봇들은 뭐하러 거기까지 가?"


 더스크가 데이브레이크에게 묻자, 그가 말했다.


 "남아있는 인간들을 조사해 DNA를 추출해야한다. 그렇다면 복제 기술로 사라진 인간들을 모두 살려낼 수 있다. 현재는 여성인 너밖에 없기 때문에 복제를 하여도 번식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린 남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흠~ 그렇구나."


 그녀는 구석에 마련된 소파에 앉았다. 편안함이 그녀를 감쌌다. 갑자기 데이브레이크가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이상하다."


 "왜?"


 그녀는 기계들의 안마를 받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은가."


 "가족? 글쎄... 오히려 후회되는 걸. 나조차도 죽지 않아서."


 "왜지? 인간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하나의 동물인데."


 "우린 가난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이브레이크도 그녀의 마음을 읽은 건지, 다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흠,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본 적이 없겠군."


 그는 자신의 모니터 하나를 더스크의 얼굴 앞에 가져다 놓고 TV프로그램을 틀어주었다. 유명했던 개그프로였다.


 "뭐야 이게?"


 "TV다."


 "아니, TV인 걸 누가 몰라!"


 괜시리 화를 내는 그녀의 마음을 한낱 컴퓨터가 알리가 없었다. 아까전에는 운으로라도 맞춘 것 같다.


 한참동안 개그프로를 보던 그녀는 얼마 안 가 배시시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데이브레이크와 함께 꼬박 하루동안을 TV로 지새웠다.


-2


 GMT 2017년 12월 25일 AM 11:00


 "현재 대기는 55% 화산재, 40% 질소, 5% 산소, 5%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기의 성분을 파악해내는 소프트웨어 '대기왕'이 오늘의 대기성분을 말해줬다. 데이브레이크는 W-5543을 치우고 P-2012의 행방을 살폈다. 지열충전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옛날 러시아였던 곳 어딘가에서 그들의 위치가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2일 뒤에 예카테린부르크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편하게 잠을 깨우는 방법 중, 천천히 주위를 밝게 만들면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은 그는 그녀가 자고 있는 침실의 불을 점점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5초마다 1럭스씩 증가하므로 4분 정도가 지나면 일어날 것이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로봇 C-1000을 이용해 테이블에 갖가지 요리를 내놓았다. 오늘의 요리는 한국식 식사인 배추김치, 불고기, 김, 된장찌개, 그리고 밥이었다. 된장찌개와 밥의 조리시간이 길었으므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이 식사를 차리기 어려웠다.


 C-1000이 테이블에 요리를 두고 사라지자, 더스크가 통로쪽에서 몸을 비쳤다. 하늘색 파자마를 어깨가 보이도록 비스듬히 걸치고 있었고, 회색과 노란색이 적당히 섞인 그녀의 긴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눈에 박힌 눈곱을 떼어내는 그녀를 데이브레이크가 반겼다.


 "오늘 아침은 어떤가?"


 "졸려 죽겠어... 그런데 이상하게 쫓기는 듯이 일어나진 않았네."


 "다행이군. 오늘은 한국식 식사다. 기호를 고려해 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배추김치 하나만 넣었다."


 "다행이군~ 오늘은 한국식 식사다~"


 그녀가 데이브레이크의 어투를 웃기게 비꼬아서 말하자, 데이브레이크가 말했다.


 "오늘은 감옥식 식사..."


 "아니야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안하면 되잖아!"


 "앞으로는 조심해라."


 그 딴에는 좋은 협박이었다. 더스크가 맹세를 하자 그는 다시 식사를 내주었다. 생각보다 호화스럽게 차려진 음식을 보자 더스크는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된장찌개라는 것이다. 콩을 발효시켰기 때문에 좋은 냄새는 나지 않지만, 건강에 아주 좋다."


 "으엑. 근데 맛은 또 좋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스푼과 포크를 집어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된장찌개의 냄새도 김치의 향도 익숙해져 어느새 한국사람이 다 되어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그녀의 곁으로 C-1000이 다가왔다.


 "주인님,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원통형 모양을 가진 C-1000의 머리에서 디스플레이 화면이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화면엔 '좋았다', '그저 그랬다', '다시는 먹기 싫다'라는 버튼이 나타났다.


 그녀가 '좋았다'라는 버튼에 손을 대자 디스플레이 화면이 닫히며 로봇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식사 편성표에 반영하겠습니다."


 "특히 그 뭐였더라? 그... 검은 거."


 "김이군."


 "그래, 김. 그게 짭짤해서 아주 맛있었어."


 "앞으로의 식사 편성표에 반영하겠습니다."


 그리고 C-1000은 통로로 사라져버렸다. 데이브레이크가 말했다.


 "오늘은 네가 해야 하는 게 있다."


 "뭔데?"


 "세밀한 건강검진이다. P-2012에 있었을 때 어느 정도의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아직 너의 몸 속에 암덩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너의 몸에 암이 숨어 있을 확률은 88.287%이니 필히 검사를 받아야한다."


 "에휴... 그런데 정말로 암에 걸릴 확률이 그렇게 높아?"


 "그렇다. 건강검진은 예상외로 오래 걸리지 않으니 4층의 검진실로 향해라. 프로그래밍 해 놓겠다."


 "알겠수 데이뷁."


 말을 마친 뒤 그녀는 엘레베이터에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홀에서 안내형 로봇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더,스,크,님. 전 당신을 안내할 로봇인 HN3라고 합니다. 전 의사인 데,이,브,레,이,크,님의 요청으로 인해 당신을 수면실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수면상태에서 모든 검진을 실시할 계획인 것 같았다. 더스크는 로봇을 따라서 수면실로 향했다.


 수면실에 들어오자 로봇이 말했다.


 "침대에 누우시고, 눈을 감은 뒤 속으로 10을 세십시오. 그 뒤 눈을 뜨면 검사가 종료되어 있을 것입니다."


 "오케이 오케이."


 그리고 그녀는 침대에 누운뒤,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2,3,4,5,6,7,8,9,10. 숫자를 전부 세고 눈을 뜨자 로봇이 말했다.


 "현재 시각은 GMT 2017년 12월 25일 오후 3시 0분입니다. 일어나셨습니까? 그럼 이제 홀에 돌아가 결과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오를레앙 의료진들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뭐래는겨..."


 눈 깜짝할새에 4시간이 지나가버리다니, 그녀는 살짝 화가 났다. 로봇과 함께 홀로 돌아가 벽에 난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자, 그녀의 검진결과표가 나타났다.


 -1999년 4월 17일 생, 몸무게 42kg, 키 170cm, 신체나이 13세, 혈액형 - O, 고혈압 없음, 당뇨 없음, 발견된 암은 위이며 말기, 그 외 이상 없음. 혈당이 낮은 편이므로 단것을 섭취할 필요가 있음. 사망추정시각 GMT 2017년 12월 31일 오후 0시에서 2시 사이. 또는 더 빠를 수 있음.-


 "뭐야, 이거 검진이 잘못된 거 아니야?"


 "저희 오를레앙 의료진의 검사결과 중 오류가 난 적은 10억건 중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주저앉고 말았다. 복부에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위암이었다.


 "데이터를 데,이,브,레,이,크,님에게 전송합니다. 5...."


 "잠깐, 잠깐! 위암 말기라는 정보는 지워. 사망추정시각도."


 "위암 말기와 사망추정시각의 정보를 지웁니다. 3,2,1. 데이터를 데,이,브,레,이,크,님에게 전송합니다. 5,4,3,2,1. 전송되었습니다."


 예상외로 HN3는 순종적이었다. 임무를 마친 로봇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더니 이내 전원이 꺼져버리고, 그녀는 엘레베이터에 탑승해 1층으로 내려왔다. 데이브레이크가 그녀의 정보를 읽어가고 있었다.


 "나 왔다!"


 "4시간만이다. 그런 높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너의 몸엔 암덩어리가 발견되지 않았다. 축하한다."


 "난 항상 건강하니까 말이야!"


 더스크가 웃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모니터 하나를 그녀에게 들이대며 말했다.


 "점심은 네가 선택해라. 중화, 서양식, 동양식.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군."


 "오오, 그럼 난 오랜만에 우리나라요리."


 서양식 버튼을 누르자 이전에 봤던 C-1000이 나타나 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식사는 스테이크와 와인 한 잔, 마늘바게트 조각 두 개, 스프 한 그릇이 나왔다.


 "와인은 다량을 섭취할 경우 뇌에 좋지 못한 영향을 초래한다. 대신 한 잔 이하를 섭취할 경우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몸 속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활성산소를 지워주는 효능이 있다."


 "흐음. 난 미성년자인데 술이 괜찮으려나."


 "인간의 몸은 16세에 전부 성장하게 된다는 결과가 2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괜찮으니 마셔도 된다."


 "그렇겠지? 그럼 잘 먹을게."


 "그러고보니 오늘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것 같군. 밖에 눈은 아니지만 하얀색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네가 원한다면 이 홀의 한 부분을 이용해 바깥을 보여줄 수 있다."


 "좋을대로 하세요~ 아우 써!"


 의자에 앉아 테이블과 밀착한 그녀의 앞에 있던 벽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벽엔 바깥의 풍경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산에 조용히 화산재가 내리고 있었다. 나무와 다른 풀들이 죽어있고, 곳곳에 동물의 사체로 추정되는 것이 화산재로 덮여 보이지 않았다.


 "지금 바깥은 저렇다. 모든 생명들이 죽어버렸지. 내 임무는 저 생명들을 전부 살리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이겠네."


 "그렇다. 저 생명들을 모두 살리려면 약 8억 3885만 시간이 필요하다. 환산하면 약 1500년이다."


 "그 때까지 살 수 있어?"


 "우리 기계들의 수명은 자재가 허락하는 한 무한하다. 다행히도 난 그 자재를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이 무한하다는 얘기였다. 바깥의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를 마친 그녀는 C-1000에게 감상평을 내리고 데이브레이크에게 말했다.


 "데이브레이크."


 "왜 그러는가 더스크."


 "나도 죽겠지?"


 "이 세계에서 죽지 않는 생물은 없다. 얼어 있어도 노화는 천천히 진행된다."


 "그런가..."


 갑자기 둘은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10분간의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중 성공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통계학적 결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이제 다 죽었잖아. 사람은 나 밖에 없을텐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미안하다. 난 너에게 벌써부터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됬어. 난 괜찮아. 갑자기 혼자라는 사실이 와닿으니까... 기분이 울적해."


 그의 모니터가 더스크에게 다가갔다. 더스크가 모니터를 보자, 그는 모니터에 내용을 출력했다.


 -I will with you-


 "너와 같은 인간은 아니지만, 너와 함께 할 것이다. 네가 죽으면 난 혼자가 되어버리니 죽지 않도록 노력해라."


 "바보."


 그리고 더스크는 실없이 웃기를 반복했다. 바깥은 화산재가 멎은 지 오래였다.

 

 -3


 GMT 2017년 12월 26일 FM 0:00


 "현재 대기는 60% 질소, 15% 화산재, 15% 산소, 10% 기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늘은 한 시간이 늦은 기상이다. 오늘이 되어서야 데이브레이크는 공중에 뜬 인공위성과 접촉했다. 인공위성을 통해 알아낸 정보로 유추해 본 결과, 지구엔 더스크 외의 다른 생물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늘도 좋은 아침-"


 더스크가 홀에 모습을 비쳤다. 어젯밤에 데이브레이크와 부루마블을 오래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늦게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좋은 아침이군. 내일이면 밖을 볼 수 있다."


 "좋네! 그보다 오늘은 뭘 먹어?"


 그녀는 음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브레이크는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에게 말했다.


 "실험용 음식 팩이다. 맛과 질감은 기존 음식과 똑같지만 수납공간의 축소화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아주 이상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테이블에 C-1000이 몇 가지의 팩을 놓고 물러났다. 의자에 앉은 그녀는 '빵'이라고 적힌 봉투를 뜯으며 데이브레이크에게 말했다.


 "맛없기만 해봐."


 "보장할 수 있다."


 건조한 빵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자, 빵이 침을 머금고 제대로 된 빵으로 돌아왔다. 더스크는 놀랐다.


 "신기하다! 이것은 무엇인가!"


 "실험용 음식 팩이다. 만족했다니 다행이군."


 "실험용이지만 완벽하다. 앞으로도 좋은 음식 부탁한다... 윽."


 그녀는 갑작스레 복통을 느꼈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고 눈앞이 연신 아찔해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봉투를 들어 마른 빵을 입에 전부 담기 시작했다. 빵이 한꺼번에 부풀어올라 그녀의 뺨은 다람쥐의 그것처럼 변하고 말았다.


 "왜 그러지? 맛이 없는가?"


 "아, 아니. 먹을만 한 걸. 그냥 빵보다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 후 복통이 서서히 사라지자, 그녀의 몸에서 많은 땀이 쏟아져나왔다. 데이브레이크는 그녀에게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다.


 "체내에서 뭔가 이상이 생기는 것 같군. 음식 팩을 수정해야겠다."


 "아니야, 음식은 완벽해. 목욕이 하고 싶은데, 준비해 줄 수 있지? 오늘이 그... 마법의 날인 것 같아."


 "알겠다. 욕실로 가면 옷과 로봇들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언제나 고맙다."


 "말투 따라하지마라, 2분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앳된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욕실로 향했다. 데이브레이크는 P-2012들의 위치를 파악한 뒤, 그들에게 다른 임무를 내리기로 했다. 앞으로는 공중 기동 로봇인 W-2016이 이들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그는 더스크에게 생긴 문제가 생리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혹시 모를 체내 기관의 이상을 진찰하기 위해 점심 음식에 카메라를 넣기로 했다. C-1000에게 시키자, C-1000은 알았다며 조리실로 향했다. 그 쯤 되자, 더스크가 나왔다.


 "목욕은 만족스러웠는가?"


 "아주 많이 좋았는데, 로봇들이 너무 음란하잖아!"


 "그러면 그것들은 기계 지옥으로 보내버려야겠군."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고!"


 "애매하군."


 더스크는 뭔가 화려하지도, 그렇다고해서 단촐하지도 않은 옷을 입은 채 어제 점심부터 열려진 창문을 바라봤다. 푸른 색의 상의엔 'LOST'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져있고, 긴 치마엔 체크무늬가 수수하게 날염되어있었다.


 "내일은 나갈 수 있다니, 기대되는 걸."


 "오늘은 뭔가 하고 싶은 게 없는가?"


 "글쎄, 이런 장기휴가는 처음이라서... 딱히 없는데."


 "이 소동이 일어나기 전에 무슨 일을 했지?"


 더스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로서는 이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마침내 더스크가 입을 열었다. 무거운 말투였다.


 "어머니는 사창가에서 돈을 벌었고, 아버지는 자살하셨어."


 "왜 자살했지?"


 "돈이 없으니까, 밥값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고 돌아가셨대. 유서에 그렇게 써져 있었어."


 "그렇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어머니는 거의 사창가에서 살다시피 하셨고, 나와 동생은 어머니가 오지 않으실 땐 굶었었어. 결국 동생이 막노동을 나갔지. 그리고 그 때, 지진이 일어났어."


 갈라진 틈으로 동생이 빠지고, 어머니는 그녀에게 달려오다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셨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다 무너지는 집에 갇혀버렸다고, 그녀가 말했다. 데이브레이크는 한동안 조용했다.


 "그러다가 기적적으로 이렇게 살았네? 뭐 좋은 게 좋은거지 뭐!"


 "괜한것을 물어본 것 같군. 난 네가 좀 더 화려한 인생사를 살았던 것으로 추측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탁한 회색빛의 화산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추측이네. 내일은 그곳에 가보고 싶은 걸. 앞으로는 못 볼 것 같으니까."


 "운송기를 대기시키겠다."


 "괜시리 고맙다."


 "따라하지마라."


 깔깔거리며 그녀가 웃자, 데이브레이크는 난처해졌다. 내일을 위해서 전용기를 대기시켜야겠다고, 그는 스케쥴표에 입력했다.


  -4


 GMT 2017년 12월 27일 AM 9:00


 "현재 대기는 78% 질소, 21% 산소, 1% 기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새벽에도 굉장히 심한 고통이 엄습했었다. 홀에 모습을 비친 더스크의 얼굴이 심히 창백해져 있었다.


 "안색이 굉장히 안좋아보이는군."


 "안좋은 꿈을 꿔서 그래."


 "그럼 정신 건강을 위해서 식단을 바꾸겠다."


 "그러지 않아도 좋은데..."


 잠시 후, C-1000이 차려진 음식을 거두고 다른 음식을 가져왔다. 바나나 5개와 우유 한 잔, 그리고 샌드위치 두어개였다. 별모양으로 잘려진 샌드위치가 언뜻 완벽하게 보였다.


 "이 음식들은 대뇌에 도움이 된다."


 "그래? 고마워."


 그녀는 테이블 앞에 앉아 바나나 껍질을 까며 창문을 보았다. 날씨는 아주 맑았다.


 "이 환경은 오래지나지 않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왜?"


 "태양열이 오존층을 뚫고 지구의 모든 것을 불태울 것이며, 구름을 포함한 모든 수증기와 물은 지구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하늘이 항상 어두워지고 땅은 항상 불타거나 절대 0도를 유지하겠지."


 "그런..."


 "3일 뒤엔 그 일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이 말하던 지구종말이라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지구의 종말이 3일 뒤면 그녀의 눈 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 데이브레이크가 말했다.


 "비행기를 대기시켜놨다. 프로그래밍 해뒀기 때문에 말만 한다면 1시간 이내에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흐음. 대단한걸."


 더스크에게 코트와 부츠를 신긴 그가 말했다.


 "바깥 온도는 현재 -3도다. 그리고... 조심해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조심할 게 뭐가 있어? 걱정하지 말라구. 그럼, 갔다올게."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내려가더니 소독과정을 거치고 곧바로 바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바깥은 데이브레이크의 청소기들이 화산재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앞에 비행기가 있었다. 비행기에 탄 그녀는 문을 닫고 말했다.


 "미국의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의 아치 관문으로."


 비행기는 말없이 세인트 루이스로 향했다. 물론 그녀도 더 이상 말이 없었다.



 GMT 2017년 12월 27일 FM 10:00


 밤. 엄청난 량의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청소기들은 오랜만에 터져버릴 정도로 엔진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더스크와 함께 갔던 비행기가 돌아왔다. 비행기 안에 더스크는 없었지만, 데이브레이크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3일 후의 종말에 대비하기로 했다.



 GMT 2017년 12월 28일 AM 5:00


 정찰을 갔던 P-2012들이 돌아왔다.



 GMT 2017년 12월 30일 AM 9:00


 하늘에 구멍이 생기고 점점 커져나간다. 데이브레이크는 냉각장치를 가동시켜 건물이 받는 모든 열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 때 점심 식사에 넣었던 카메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포착했다. 이미 커질대로 커져 현재의 의료기술로도 복구가 안되는 수준의 암덩어리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더스크를 보내야 했었다.


 그 뒤로 그는 틈이 날 때마다 더스크와의 추억을 리플레이했다. 아쉬움 때문이었다.



 GMT 2217년 3월 1일 FM 9:20


 건물의 자재가 떨어져 나가지만 금세 복구한다.



 GMT 17201년 9월 14일 AM 2:59


 로봇 C-1000이 낡아서 죽는다. 어차피 쓰임새가 없기에 데이브레이크는 그 로봇을 묻어준다.



 GMT 45581년 1월 1일 FM 5:42


 건물 내 대부분의 로봇이 부품 손상으로 인해 사멸한다.


 오존층이 복구되자, 데이브레이크는 얼마 남지 않은 로봇으로 수송선을 만들어 우주에 방치된 수분들을 끌어온다.



 GMT 45981년 2월 4일 AM 1:20


 예상보다 1월 3일정도 늦게 모든 수분을 끌어온다. 바다가 재생성되고 풀이 자라기 시작한다. 데이브레이크는 수집해놓았던 동물들의 DNA로 복제 동물들을 수없이 만들어내 바깥으로 풀어낸다. 인간도 이에 포함된다.



 GMT 46948년 4월 1일 AM 5:33


 초신성에 맞아 건물의 고층부분이 붕괴되고 그곳에 남아있던 로봇들이 전멸한다. 지하자원을 사용하면서 데이브레이크는 연명한다.



 GMT 49923년 11월 2일 FM 1:20


 더스크와의 추억 리플레이 70억번째를 기념한다. 건물에 이끼가 심하게 끼는 바람에 흔적조차 찾기 힘들고, 데이브레이크의 사고 회로도 슬슬 위험해져간다.



 GMT 50000년 1월 1일 AM 0:01


 인간들이 데이브레이크를 발견한다. 언어까지 영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기계는 뭘까요?"


 "모르겠군요. 교수님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희들....은....."


 "기계가 저희들의 말을 하고 있는데요?"


 "이럴수가!"


 인간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가 말했다.


 "후세의 인간들이군... 501세기를 축하한다."


 "다, 당신은... 대체 얼마동안 사신겁니까?"


 "얼마 되지 않았다. 47983년은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니었다. 그녀와의 추억을 70억번밖에 재생하지 못했으니까."


 그가 말을 잘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인간들이 그를 박혀있던 땅바닥에서 뽑아줬기 때문이었다. 사고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그는 제대로 말할 수 있었다.


 "난 2017년에 제작되어 모든 생물들과 너희, 인간들의 DNA를 저장한 뒤 45981년 2월 4일에 너희들을 다시 재생시켰다. 그 뒤의 일들은 초신성에 건물이 무너졌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그런...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는 단어는 고생한 사람을 향해서 하는 말이다. 난 사람이 아니다."


 그의 사고회로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사고회로가 말썽이군. 과거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라. 인간들이여."


 "잠깐, 마지막으로 당신의 모델명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그의 사고회로도 이제 마지막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계를 끌어내며 그가 말했다.


 "알려줄 것 같으냐. 님선."

 

 End


---


이걸 여기다가 올렸던가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6.18 23:42
    본적이 있던가. .? 없던가? 아리까리 하지만 새로우니 그닥 관계 없겠죠.


    잘보고갑니다! 한 편의 드라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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