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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환상세계
제 일 중장 ::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기묘한 일 #2
2013.05.28,31,06.01 ; 하늘바라KSND ; 하늘섬 환상세계

 

 문 앞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두 사람의 모습을 한 그림자 중 한 녀석 몸에서 뭔가 길다란 것이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문과 맞부딪쳐서 난 쿵쿵 소리가 문주에 달린 이장 집이라 말하는 문패를 흔들었다. 곧 이어지는 안계세요?하는 변성기 지나 아랫쪽에서 묵직한 매력을 뽐내는 소년의 소리. 그러나 말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야, 비켜봐."
 
 "어떻게 하려고?"
 
 "잔말 말고 보고만 있어."
 
 정지를 명령한 라뮐은 혼자서 뭔갈 중얼중얼 외웠다. 잠시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어느새인가 그녀의 가볍게 줜 오른손 속에서부터 하얀 알갱이가 묘룡묘룡 튀어나오다가 곧 높은 원기둥 모양을 이루더니, 대나무처럼 쑥쑥 크던 그것은 마지막으로 문 쪽을 보는 끝부분에 크다란 덩치를 만들고 난 뒤에 눈부시던 광채가 사라졌다. 그 표면은 마치 나무로 된 것처럼 무광 황토빛에 고동빛 점점이 박혀 있었으며, 뭔가 붉으스름하게도 꽃같이 생긴 무늬가 희미하게 보이는 듯 했다.
 
 "이, 이게 뭐시여? 해머? 이걸로 뭘…, 프란도, 다메요!"
 
 상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소녀는 상당히 묵직해 보이는 망치를 크게 휘두르더니 그대로 한 눈에 봐도 가냘파 뵈는 문으로 던졌다. 콰광쾅쾅콰쾅쾅하는 굉음이 고막을 때렸다. 소리가 저만치 달아나자, 으앗-하고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보는 상인이었다. 그의 눈 앞에는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와 깽판인 상황-이 아니라 문은 멀쩡히 그대로 제 위치를 지키며 제 할 일 하며 있고, 망치는 끝끝내 제 일을 끝내지 못하고 그 앞에 참 곱게도 놓여있었다.
 
 "흠. 이장노 나무와 튼튼데스네."
 
 "뭐래. 잘 봐."
 
 라뮐의 섬섬옥수 속 검지가 모 외계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문에 살-짝쿵 닿자, 어디선가 잘 익은 수박을 쪼개 먹기라도 하는 건지 어쩐 건지, 쩌적 하고도 쩌저적적 뼈 속까지 절로 시원해지는 파동이 덮쳐왔다. 그 뒤를 이어 오는 주자는 하늘 자욱이 일어난 흙먼지 폭풍이었다.
 
 "이게 무슨…"
 
 "이게 무슨은 무슨. 간단해. 임계점이었던 거지. 영어로는 티핑뽀인트. 속에서 갈라지던 게 내가 준 작은 힘을 받고는 아싸리 와르르 한거야."
 
 그러고는 라뮐은 어깨를 으쓱하고 먼저 속으로 홀랑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 했다. 금발은 아닌 노랑빛 머리칼에 트윈테일을 한 동년배, 혹은 약간 연상으로 보이는 소녀가 길을 막지 않았다면 라뮐은 분명 들어가고서, 벌렁 평상에 눕고도 남았을 것이다.
 
 "응?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더니, 있었네?"
 
 "당신들! 으으으, 살면서 이토록 빡쳐보기는 처음이군요."
 
 허리춤에 두손 척 얹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라뮐의 낯을 태우려 들었지만 소녀의 노력은 허사였다.
 
 "그야, 문을 안 부쉈으면 안 열어 줬을 거잖아? 이 마을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는 지 아닌 지는 별로 난 관심 없어. 다만 빨리 이 마을을 뜨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그건 불가항력이었어. 그렇지 않아? 그나저나 네가 이장이 맞아?"
 
 "크응…. 그래도 문은 고쳐놔야 해요! 그리고 이 마을의 이장은 제가 아니라 아버지세요."
 
 "흐응, 보고. 어쨌거나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네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
 
 "아버지는…"
 
 소녀는 말을 잇다 말고 줄 뽑아내어 흘깃 집을 바라보았다.
 
 "지금 편찮으셔요."
 
 "편찮으시다, 이 말이지? 뭐 상관없어. 중요한 건 열쇠니까. 열쇠는 어디 있지?"
 
 "열쇠…"
 
 소녀의 시선이 집에서 그들이 왔던 곳을 넘어가면 있는 작달막한 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표정 했던 그녀의 얼굴이 일순 날카로와지나 했더니 갑작스레 미소를 그렸다.
 
 "3년 전 어느날. 이상한 사람이 우리 마을로 왔어요."
 
 "흠?"
 
 엉뚱소리가 시작되자, 바로 딴죽을 걸려던 라뮐의 앞을 상인의 팔이 가로막았다. 라뮐은 눈을 좁히며 상인을 바라보다가 상인이 소녀의 이야기를 재촉하며 '흠'하자 에에라 치워라, 팔짱을 끼고는 우두커니 섰다. 그 덕에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니 말은 웬 놈이 와서 아무도 안 사는 산으로 가서 살길래 너희 아버지가 이장으로서 어떻게 잘 사나 못 사나, 찾아 올라 갔는데 그 정신 나간 놈이 지 연구를 방해했다면서 요상스러운 주술을 써서 지금 이 상태로 만들고 마을에 와서 한다는 말이 '누구든 자신의 연구를 방해하면 조(鳥) 될 것이다'라며 으름장을 놓고는 가버렸다는 거지?"
 
 "예. 이러쿵 저러쿵 말했지만 결론은 그가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거지요. 그러니 그 극악무도한 마법사를 처리해주면 당신들이 원하는 열쇠를 빌려주겠어요."
 
 소녀의 서사시가 끝나고, 그 울림에 제법 감동먹은 상인이 라뮐에게 소곤했다.
 
 "어쩌지…. 그 마법사를 쓰러뜨려야 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 그런 쓸모 없는 일은 사양이야."
 
 라뮐은 한 쪽 입꼬리만 올려서 눈 앞의 당찬 소녀에게 비웃음을 보여주었다. 소녀는 상황이 영 딴판으로 흘러가는 걸 직감했는 지, 뒤로 주춤했지만 이내 정신을 똑바로 차려 비웃음을 온전히 받아내고 똑바르게 라뮐을 응시했다.

 "야채상인아. 솔직히 마법사, 게다가 그냥 마법사도 아니고 극악무도한 마법사를 쓰러뜨리는 쪽보다 눈 앞의 이 가냘파 뵈는 이 아이를 쓰러뜨리는 게 더 쉽지 않겠어?"
 
 "그거야…. 하지만!"
 
 "풋. 소용없어요!"
 
 상인의 말 끝을 재빨리 소녀가 잡았다. 이번에는 좀 반대였다. 소녀의 입꼬리는 아까 라뮐이 그랬던 것처럼 한 쪽이 기분 나쁘게도 올라가있고, 눈에는 승리의 여신이 비쳐보였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라뮐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용없어요. 열쇠는 총 다섯조각으로 나눠 이 섬 곳곳에 묻어놨거든요."
 
 "칫, 가시내 제법 맹랑하네. 뭐 상관없어. 야, 상인! 그냥 이 애 버리고 열쇠를 찾는 편이 낫겠는데?"
 
 "그것도 소용없어요. 후훗. 그 중에 하나는 그 마법사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마을을 나가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그를 처치해야 해요."
 
 "아, 썅. 왜 하필 우리야? 너흰 나갈 생각 한 번도 안했어? 이곳에 온 다른 놈들은?"
 
 "그리고 마을 사람이 왜 저러는지도 궁금하고요."
 
 끝은 소녀와 소녀의 불꽃튀는 이빨털기 속에 가까스로 참가한 상인이었다. 상인의 질문까지 찬찬히 머릿속에 입력한 소녀는 빙긋 다시 한 번 미소를 조각했다.
 
 "그야…. 저희들은 웬만하면 다른 마을로 안가니까요. 또 필요한 게 있으면 대륙 끝 쪽 방향에서 있는 야생섬들에서 구하곤 하니까요. 조각조각난 열쇠는 대륙 중심 쪽으로 가는 문의 것이거든요.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요? 물론 있었죠. 있었는데 다 죽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피하려는 건 그에게 도전하는 이를 도우면 같이 죽였으니까요. 답이 되셨나요?"
 
 "칫…. 이런 거 질색팔색인데."
 
 라뮐은 입이 있는 높이까지 오른손을 들어 검지를 아랫턱과 윗니 사이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대었다. 빌어먹을 앞의 소녀만 보고 있자면 열불이 치솟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여기서 늙어 죽어버리든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든지, 썩을 놈을 혼쭐 내주는 방법밖에.
 
 "너의 아버지가 그 놈의 주술에 맞았다고 했었지?"
 
 "네. 그리고 3년 째…."
 
 "어디 한 번 보도록 하지. 이렇게 보여도 꽤 마법에 일가견이 있으니 말이야."
 
 소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놀라움을 구현했다. 그러나 곧 라뮐을 수상쩍게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냥 숨 한 번 뱉아내고는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들어와요. 내키지는 않지만…."
 
 방안은 콩보다 조금 더 컸다. 전문적인 솜씨로 짓지 않아 이곳 저곳 모난 곳이 많았지만 오래 살아서인지 집안 자체엔 온기가 맴돌고 있어 편안함이 손님을 맞이했다. 벽에 붙어있는 장들, 장들, 장들. 그 가운데 이부자리, 그 위에 중년 조금 넘어 보이는 분이 미동도 안하고 누워있었다. 머리 맡에 그 딸이 앉고 그 옆을 라뮐이, 마지막으로 상인이 않았다. 결과적으로 라뮐이 중년 남성 배 근처에 앉은 꼴이 되었다.
 
 "주술이라 그런 건지…. 외진 마을이라 의사가 없어 상비약 조금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써봤지만 소용 없었어요. 에고, 울 아버지."
 
 "으응. 그렇단 말이지? 어디 한 번 보지."
 
 라뮐이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어내었다. 소녀 아버지의 배 위 30cm정도 위에서 손바닥이 배를 보았다. 그 손바닥으로 일전에 본 동글동글한 가루들이 살랑살랑 모여들었다. 소녀는 그 광경이 신기한 지 눈을 떼지 못하고 그저 둟어져라 보고 있었고 상인은 이미 질렸는지 눈동자를 이리로 저리로 굴리고 있었다. 한참을 왔다갔다 하던 손이 멈추고 마침내 빛이 꺼졌다.
 
 "이건!"
 
 "뭐요? 심각한 거에요?"
 
 "으음. 심각하다고나 할가. 상당히 조화가 깨졌지."
 
 "조화라니요?"
 
 "것까진 알 필요 없고, 어쨌거나 여러가지 이유, 여기선 아마 그놈의 술수로 양의 기운이 너무 높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렇게 앓게 되신거지."
 
 "그럼 그 양의 기운인가 뭔가 하는 걸 낮추려면 뭘 해야 한단 말이에요?"
 
 "돈."
 
 "예?"
 
 소녀의 반문에 라뮐은 가슴 부근으로 팔을 굽혀서는 엄지와 검지를 말고 나머진 쫙 펼쳐내었다.
 
 "돈 말이야. 돈 몰라?"
 
 "이런 촌구석에 돈이 있을 리가…."
 
 "에이, 그럼 말아. 누군 흙먹고 사는 줄 알아?"
 
 라뮐의 기행에 소녀는 물론이요, 상인까지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지 라뮐을 바라보고선 말을 잇지 못했다. 상인이 라뮐의 어깨를 흔들어보았지만 어찌나 샘이 깊던지 퐁퐁 샘솟는 욕심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소녀가 좋은 생각이 나기라도 했는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럼 좋아요. 울 아버지를 낫게 해주면 열쇠 조각 네 개의 행방을 알려줄게요."
 
 "에이. 그런 처음 그놈 잡는 대가가 아니었는지? 게다가 열쇠야 찾으면 그만이고 말이야. 보니까 꽤 위독하던 것 같던데…."
 
 "위, 위독? 아니 지금 남의 목숨가지고 장난 치시는 거에요? 너무 하네요, 정말!"
 
 "내가 무슨 놈의 영웅이라고? 지금 난 수중에 땡전 한 푼 없는 지경이다, 이 말씀이야. 싫으면 그 마법사놈에게 가보던가. 상인아, 가자."
 
 "잠깐!"
 
 껄쩍지근한 표정으로 일어서려던 상인을 막은 건 소녀였다. 상인의 눈에 비친 소녀의 눈가에는 물기가 서려있었고, 두 뺨이 붉은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있었기에, 상인은 한층 더 무거워진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숙식 무료 제공해줄게요. 어때요? 이제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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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정지합니다.

 

@허걱 시나리오본은 좀 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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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님과 함꼐하는 하늘섬 환상세계 시나리오 작성 중.

자세한 경과는 이야기 연재란에서.

 

Lighna형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D.A 시나리오 작성 중.

프로젝트 D.A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projetd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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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96년생)

성별 : 남

사용툴 : VX

주요 활동 : 소설쓰기, 댓글, 뻘글, 글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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