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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게임

"이런 젠장맞을,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게 롤백되고 있어요!"


김민호와 함께 도스창을 보던 남자 직원이 다른 방으로 달려가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민호씨, 무슨 방법이 없는겁니까?"


"예. 일단 6년 전으로 롤백되고 있으니까, 현재 접속해 있는 다섯 명이 전부 2001년으로 갔을겁니다."


"그 다섯 명이 누구죠?"


"이민형, 유상혁, 안형진, 김예진, 그리고..."


"그리고?"


또 다른 직원의 물음에, 민호는 망설이며 말했다. 도스창에 쓰여 있는 플레이어 리스트엔 영어로 쓰여진 이름이 4명 가운데에 존재하고 있었다.


"Who Are You... 라는 녀석이네요. 실명을 쓰고 들어오지 않았으니 바이러스가 아니면 해커에요."


"미칠 노릇이로군... 어? 누가 슬롯에서 나오는데요?"


민호와 직원은 암실쪽을 바라보았다. 암실에서 나온 사람은 김예진이었다.


...


......


시스템이 많이 망가졌는지, 여기저기 비정상적으로 부서진 놀이기구가 보였다.


내 모습은 2007년 그대로였고, 탄환을 맞은 배에서 피가 나오는 것까지 모든 게 똑같았다. 이게 굉장히 아팠기 때문에, 난 배를 움켜쥐고 놀이기구가 아무렇게나 놓여진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여기저기 겹쳐서 말도 아니게 되버렸네."


"너, 넌 뭐야. 넌 누구냐..."


난 장부에 이것저것을 써대는 여자를 발견하고, 곧바로 주저앉아버렸다. 뒤를 보자 내가 흘린 피의 양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백신씨.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눈 앞까지 다가온 여자는, 괴상망측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김...예, 진...."


"땡. 저는 바이러스랍니다. 이 육체를 해킹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죠. 제 근성이 대단하지 않나요?"


생긴 건 김예진이면서도, 그녀는 김예진이 아니었다. 힘이 완전히 없어진 난 그녀를 보는 일도 상당히 벅찼다.


그녀는 완전히 뻗어버린 내 얼굴에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시스템 사상 최초로... 바이러스가 백신을 이기는 순간이 머지 않은 것 같죠?"


"아, 맘대로 해라.... 지겨워서 못하겠다..."


한 가닥밖에 남지 않은 지푸라기조차 놓는 심정으로 말하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조심해서 가시길."


...


......


김예진은 암실에서 나오자마자 김민호를 붙잡고 말했다.


"지금 여기가 몇년 몇월 몇일이죠?"


예진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민호는 그녀를 제대로 붙잡고 말했다.


"진정하세요. 여긴 2020년 4월 3일, 현실입니다."


옆에 있던 직원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민호는 말을 이었다.


"어른랜드라는 곳에서 민형이를 만났나요?"


"네, 네. 당연히 만났죠. 비밀 아지트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상혁이가 머신을 작동시켰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그게, 그게 누군데요?"


"형진이요. 안형진... 그 녀석은 머신을 작동시켰을때 혼자서 아지트를 나갔어요. 전 빛 속에서 그 녀석을 발견하고는 같이 뛰쳐나갔죠. 그리고 아지트의 맨홀 뚜껑이 닫히고는...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요."


민호는 예진이 하는 소리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뭔가... 뭔가가 이상해! 다시 접속해봐야겠어요!"


예진은 그 말을 마치고는 다시 암실로 들어가버렸다. 마치 기다렸다는듯, 직원 몇 명과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민호와 예진이 있던 방으로 들어왔지만, 민호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


......


"뭐야, 왜 망설이는거지?"


눈 앞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예진은 손을 떨며 망설이고 있었다.


"이상하군요. 분명, 접속을 차단했는데..."


난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예진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몸에 완전히 힘이 빠졌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했다.


"으, 젠장, 이런 빌어먹을!"


마침내 그녀는 총을 떨어트렸고, 난 있는 힘을 다해 총을 들었다. 그 때가 되어서야 필요할 땐 나오지도 않는 민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 미안. 방금 정신이 없어서. 예진씨가 재접속했어, 접속에 차단이 걸려있어서 그걸 좀 해결했지.-

-몸 상태가 아주 나빴군. 좀만 기달려.-


"으악! 빨리 해!"


내가 소리치자, 정말로 몸상태가 기적처럼 원래대로 돌아왔다. 난 혼자서 발작을 일으키는 예진의 발을 걸어 넘어트린뒤, 총구를 그녀의 머리에 겨눴다.


"자, 이제 시스템 사상 최초는 아니지만, 백신이 할 일을 하게 됬네?"


"잠깐, 쏘지, 마..."


난 총구를 내리고, 그녀의 배를 힘껏 차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뭔가 검은 게 나왔고, 난 그 검은 것을 밟아 없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녀는 다시 2001년의 예진으로 돌아왔는지, 배를 움켜쥐며 일어났다.


"그냥 많은 일들이 있었죠."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고마워."


"고맙긴요. 그보다 빨리 로그아웃을 해야할텐데..."


난 로그아웃을 해보려 했으나, 아직도 불가능 한 것 같아보였다.


그 때, 멀리서 형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들 여기 있었구나!"


"어, 응. 이제 해커를 찾아보자고."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여기저기 비정상적으로 부서진 놀이기구들이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더니 우리 셋의 눈 앞에 표지판이 나타났다.


-용마랜드-


그리고, 멀찌감치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해커는 이미 찾았어!"


유상혁이 용마랜드의 입구에 서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난 무슨 말인가 싶어서 총을 세게 쥐었고, 유상혁은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안형진, 네 녀석이 범인이더군."


"뭐, 뭐? 뭣?!"


"그리고, 진짜 안형진도 아니지."


예진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보였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무슨 소리야'나 '무슨 개소리야!' 밖에는 말 할 수 없었다.


"진짜 안형진은 머신 1호를 가동시켰을때 해킹당했다. 민형씨가 로그아웃하고, 넌 위험요소가 될 것 같은 예진누님과 형진이를 해킹했지."


형진은 말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형진이 아닐 수도 있었다.


"머신 1호를 작동시켰을때 네 녀석이 있다는 걸 알아챘어야하는건데, 너무 늦었더군. 머신 1호는 실패했고 난 2호를 개발했다. 민형씨가 유일한 백신이었지만, 그 땐 나에게도 비슷한 백신 프로그램을 깔아놓은 뒤였기 때문에 넌 우릴 해킹할 수 없었다."


"상혁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왜 그러냐."


"말 안끝났어 인마. 다행히도 내가 만든 기계가 형진이를 각성시켰지만, 이미 그 전에 난 죽어 있었고, 넌 쓸모가 없어진 형진이를 놔두고 예진누님을 사용해서 6년 뒤에 나타난 민형씨를 죽이려고 했지. 머신 2호가 작동하면서 예진누님을 통해 형진이가 죽고, 넌 마지막으로 민형씨만 처리하면 되는 거였어. 하지만 아쉽게도 탄환이 배에 맞았고, 여기로 돌아온 넌 좀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겠지. 제 3자가 민형씨를 리스토어 시키기라도 한다면 해킹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으니까."


형진은 어느새 말이 없어졌다. 난 쥐고 있던 권총을 서서히 형진에게로 옮겼다.


"네 녀석은 Who Are You다. 물론 해킹으로 변장을 하고 있지만."


상혁이 말을 마치자, 민호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바이러스가 딱 하나 남았어. 그 녀석만 처리하면 게임은 끝이야.-


"그래. 내가 바이러스다."


형진이 말했지만, 우린 모두 조용했다. 난 총구를 그의 머리에 겨눴다.


"이 미친 게임도 벌써 막바지로군."


"그래. 막바지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내가 바이러스 모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범인이 너 밖에 없었어. 머신 1호를 작동시켰을 때, 내가 확실히 봤거든."


상혁이 형진의 앞에 멈춰섰고, 난 방아쇠를 당겼다.


-현재 상황을 세이브한 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Y/N-


"좋아. 우리 정모라도 할까."


내가 넌지시 말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Y를 누른 뒤 로그아웃했다.


...


......


"5명 전부 로그아웃 했습니다."


암실 건너편에서 민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헤롱거리는 예진을 붙들고 암실을 나왔다.


예진은 방으로 나오자마자 쓰러져버렸고, 나도 상당히 지쳐있었기 때문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나오자마자 웬 정장을 걸친 사람들 너댓명이 암실로 들어가더니 슬롯을 뽑아 가져가는게 보였다.


"지금 뭔 일이 일어나는거야?"


"압수수색."


그리고 이내 민호가 조작하던 컴퓨터도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방은 텅텅비고 말았다.


얼마 후 예진이 일어나고, 우린 예진을 부축하며 오토나소프트를 나왔다.


"로그아웃하기 전에, 상혁이가 말했는데..."


"예?"


"바이러스가 Who Are You면, 해커는 누구냐고..."


난 그 말에 희미한 웃음을 짓는 것 말고는 달리 해줄 게 없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죠."


한국, 27세, 여성, 정상.


-完-

  • profile
    bluesu1004 2013.01.20 13:34
    끝인가요?
  • ?
    미양 2013.01.20 13:47
    끄읏!
  • profile
    bluesu1004 2013.01.20 13:56
    그렇군요. 잘 봤어요. 근데.. 요즘 사람들이 댓글 달기를 귀찮아 하네요..;아닌가?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1.20 16:34
    오읏... 깔끔한 마무리!

    고생많으셨습니다!
  • ?
    하늘바라KSND님 축하합니다.^^ 2013.01.20 16:34
    포인트 팡팡!에 당첨되셨습니다.<br />하늘바라KSND님은 20포인트를 보너스로 받으셨습니다.
  • profile
    슈팅스타* 2013.01.21 12:51
    잘 봤습니닼ㅋ
    마무리가 깨끗해서 좋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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