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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죽이자~ 죽이자~ 어서 빨리 죽이자~ 우리 들은 악한 언데드~ 어서 빨리 죽이자~”

 나는 신이 나서 살벌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스승의 방으로 향했다. 제국어를 다 못 배운게 마음에 좀 걸리지만 어차피 그건 별로 크게 상관도 없고. 배우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이니까.

 그보다는 내 존재가 드러나는 것이 더 마음에 걸린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도 없다고. 그러니 그냥 마음 편하게 죽이는 것이 훨씬 좋다.

 뭐 조금 마음속에 찝찝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머리에 파이어볼 한 방이면 고통도 없이 끝날 테니까.
 
 잠깐, 게다가 얘를 죽이면 시체가 나오잖아? 그걸 이용해서 내 친구들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스켈레톤이라던지 좀비라던지? 만드는 방법은 일단 이론상으로는 전부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 외로운 날들도 끝이다! 이거 일석이조잖아? 어떻게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지.

 좀비로 만들까 스켈레톤으로 만들까 고민하며 스승의 방으로 향하는 나에게 문득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얘 혹시 문 잠그고 자는 거 아냐?

 문을 억지로 열려면 파이어볼 한 방 쯤은 날려줘야 될 테고 그럼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아무리 멍청한 아이라도 눈치를 챌 테고 그러면 뭐 죽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저분해지겠지.”

 나는 스승의 방문 앞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이 잠겨있진 않나 조심스럽게 밀어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문은 스르륵 밀렸다. 이런 조심성 없는 귀여운 녀석 같으니. 나는 잠들어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근데 얘를 어떻게 죽일까? 나는 소녀의 머리맡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파이어볼을 머리에 한 방 펑? 근데 좀비나 스켈레톤으로 만들려면 기왕이면 시체가 멀쩡한 것이 좋은데, 심장에다 다크 에로우를 한 세네 발 날릴까? 아냐 활달한 좀비를 만들려면 심장이 멀쩡해야 해. 아 그냥 전염병같은 것으로 죽는 게 제일 좋은데. 그냥 목을 졸라 죽일까? 아냐 그건 너무 지저분해 질 것 같아.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문득 소녀가 몸을 돌리며 잠꼬대를 했다.

“우응……. 엄마아……. 엄마.……. 이 나쁜 놈들, 안 돼……. 우우…….”

 잠꼬대를 하는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아롱아롱 맺혀 있었다. 

 문득, 소녀를 죽일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하아. 어째서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소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일을 겪은 건지. 참. 일단 오늘은 편안히 자라. 내 참. 이 주문을, 알고는 있었지만 써먹을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 트렝퀼리티(평온), 마인드폴, 캐스트, 액티베이트”
 
 내 말라비틀어진 손바닥에서 연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소녀의 머리를 감쌌다. 이 주문은 정신을 평온하게 만드는 주문으로 실험체를 안정시키거나 할 때 쓰는 주문인데. 뭐 악몽을 꾸거나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슬프게도 나는 꿈을 못 꾸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렇게 싫은 기억으로 고통 받을 바에는 나처럼 아예 꿈을 못 꾸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아. 그나저나 얘를 살려둔다고 한다면 먹을 것을 구해와야겠지. 

 다음날 아침, 근처의 온 숲을 뒤져 토끼 한 마리를 산채로 잡아온 나는 서둘러 소녀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 얼른 일어나. 네가 먹을 걸 찾아왔다고.”

“으음 쩝, 뭐에요. 오랜만에 기분 좋게 자고 있는데?”

“침 닦고, 어서 이거 먹어. 진짜 힘들게 잡은 거다.”

나는 파닥거리는 토끼를 소녀에게 넘겨주었다.

“꺅! 이게 뭐에요.”

“토끼. 힘들게 잡은 거야. 아직 살아 있어. 빨리 먹어.”

“맙소사? 이걸 어떻게 먹으라구요!”

“음..? 씹어서 먹으면 되지 않아?”

 이후 약간의 아주 긴 다툼이 있은 후에 나는 도살과 요리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소녀는 탁자에 앉아 보들보들한 입술에 기름칠을 하며 나에게 투덜댔다.

“아우 싱거워. 소금 없어요 소금?”

“소금이란게 하얀 가루지? 잠깐만 기다려봐. 이거 아냐?”

“우웩! 이건 상한 밀가루잖아요!”

“그럼 이건가?”

“에퉤퉤. 이게 무슨 맛이지? 으, 알겠다. 이건 뼛가루잖아요? 대체 왜 이런 게 있는 거죠? 잠깐, 그보다 이거 무슨 동물의 뼈인가요?”

아마 사람일걸. 뭐 모르는 게 좋겠지.

“아 이거구나. 찾았다. 야 이거 한번 먹어봐.”

“아. 이거 맞아요. 소금.”

 소녀는 토끼구이 소금에 찍어 먹으며 엄청난 속도로 구운 토끼 한 마리를 토끼 스켈레톤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히야. 배부르다~ 맛있게 먹었네.”

 나는 먹는다는 것을 못하기 때문에 소녀의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그래도 우는 얼굴보다는 지금 같은 얼굴이 보기는 좋군. 소녀는 손가락에 묻은 기름까지 쪽쪽 빨면서 나를 지~ 하곤 바라보았다.

“뭐야 또.”

“마법 가르쳐 줘요!”

“엉?”

“어젯밤에는 내가 제국어 가르쳐 줬으니까. 오늘 아침은 당신이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줄 차례에요.”

“아 그렇지.”

“뭐에요, 잊고 있던 건가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실 어젯밤에 너 죽일까 말까 고민하느라 바빴거든.

“아냐. 아냐 물론 기억하고 있었지.”

 근데 뭐 나라고 마법을 가르치는 법을 알 리 없다. 나는 정신 차리니 3클레스 비기너였고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일주일은 걸린다는 마력 느끼기도 시도하자마자 곧바로 느껴졌는걸 뭐. 근데 어째 점점 커진다는 마나 홀은 조금도 커지지 않고 있지만. 게다가 4클레스 급으로 가는 데도 오 년이나 걸렸고. 그리고 4클레스가 된 것 같은데도(주문을 무리 없이 쓸 수 있으니) 마력은 전혀 늘지를 않고…….

 이거 내가 가르쳐도 되는 거 맞아? 아무래도 나 야매같은데? 야매 언데드 마법사. 뭐. 일단 책을 그대로 읽어주면 별 탈은 없겠지. 나는 소녀를 끌고 내가 항상 수련을 하는 요 근방에선 마력이 풍부한 포인트로 향했다.

“일단 여기에 편하게 앉아.”

“앉았어요.”

“그다음에 눈을 감고.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느낀다는 기분으로 심장 박동에 맞추어 숨을 쉬어 봐.”

“알겠어요.”

“그걸 마력이 느껴질 때까지 계속해.”

“잠깐만요. 마력이 느껴진다는게 뭐죠?”

“어 그러니까 그게 바람이 부는 것 같은 건데 설명하기 힘드네, 아무튼 심장에 차가운 기운이 쓱 하니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들 꺼야. 그게 마력을 느끼기 시작하는 거야. 근데 되는 사람도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다니까. 별 기대는 하지 마.”

“알겠어요. 한 번 해 볼게요.”

 소녀는 진지하게 명상에 들어갔다. 나도 소녀 옆에서 마력 수련을 시작했다. 사실 마나 홀이 전혀 커지지 않는 나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일과였던지라.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명상했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진지하게 명상을 하고 있던 소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뭐야? 마력을 느낀 건가? 얜 혹시 천재?

“너 설마?”

소녀는 조금 부끄러워했다.

“맞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실 량이 좀 적었단 말이에요.”

“그래도 그건 대단한 거야 시작한지 하루도 안 돼서 마력을 느끼다니”

“네? 마력이라뇨?”

“응? 마력을 느낀 거 아냐?”

“아뇨, 배가 고파서요. 점심 먹을 때인데,”

“뭐라고. 아침에 많이 먹지 않았어?”

소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며 소리쳤다.

“우웃……. 그..그전날 저녁도 안 먹었잖아욧! 사실 그전전날도 아무것도 못 먹었다구요!”

“아이고 알겠어. 그러니까 토끼 같은걸 더 잡아오면 되지?”

“우우.. 네.”

“근데 이걸 하루에 몇 번씩 해야 해?”

“두..두번이면 충분해요.”

근처에 토끼는 씨가 마르겠군. 아이고. 이 근방은 안 그래도 짐승도 드문데.

“두 번씩이나?”

“두 번 밖에에욧!”

“아무튼 알겠으니까 소리 좀 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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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mesis님 축하합니다.^^ 2013.03.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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