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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귀농국은 나라의 특성상 수도인 메르헨을 제외한 모든 도시, 마을이 시골같은 분위기의 촌락이었다. 어떤 도시는 어투까지 촌락스러웠기 때문에 '시장'을 '저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 완전 소똥냄새 짜증나!"


 유노에게 시골은 모든 악의 근원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런 시골 중에서도 가장 더럽다고 소문난 시골인 '속동최구오(俗洞最舊汚[가장 오래되고 구린 풍속을 가진 마을은 개뿔 소똥최고])에 배정을 받게 되었으니 오늘이 그녀에겐 가장 최악의 날이었다.


 "공주님, 여기입니다요!"


 벌써부터 구쑤한 냄새를 풍기는 사내가 손을 흔들며 유노를 반겼다. 사내의 이름조차도 구쑤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돌쇠라고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돌쇠라고 하옵니다."


 "그래, 여긴 왜 이렇게 소똥냄새가 나는지나 얘기해 보거라."


 "옆집에 사는 맹구가 작년부터 황소 농사를 시작해서 그렇습니다."


 "진심 완전 개 짜증나는 녀석이잖아! 너나 맹구라는 놈이나!"


 "아, 맹구는 아낙네이옵니다."


 "뭔 상관이야!"


 유노는 잔뜩 화가 난 채 집으로 들어가버렸고, 돌쇠가 뒤쫓아가려 했으나 문이 너무 빨리 닫히는 바람에 실패했다.


 "돌쇠 넌 일단 마당에서 쉬고 있어! 금방 나갈테니까."


 "알겠습니다 공주님."


 돌쇠의 예상과는 다르게, 낮 3시에 들어간 유노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나왔다. 꾸벅꾸벅 졸던 돌쇠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고 말았다.


 "어유 공주님 나오셨습니까."


 "그래. 맹구라는 년, 혼쭐을 내주어야겠군."


 "어떻게 하시렵니까?"


 유노는 시골의 이미지에 맞지 않게 화염방사기를 어깨에 이고 있었다.


 "공주님, 그건 안됩니다요! 맹구 처자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필요없어. 이웃집에 피해만 주는 사람은 그렇게 되는거라구!"


 그녀는 돌쇠를 이끌고 맹구의 농장으로 잠입했다. 농장엔 8마리나 되는 황소들이 제각기 잠을 자거나 풀을 뜯고 있었다.


 "좋아. 이제 이 농장은 끝난거나 다름 없어."


 유노는 황소 한 마리의 뒤로 다가가 화염방사기를 겨누며 말했다.


 "하하하, 말라리우스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 맹구의 황소여!"


 그리고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자, 황소의 꼬리에 불이 붙었고, 그것에 놀란 황소가 울부짖으며 농장 이곳저곳을 마구 뛰쳐다니기 시작했다. 위험을 감지한 유노와 돌쇠는 서둘러 농장을 빠져나왔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소란이 잠잠해질 수 있었다.


 "공주님, 방금 그건 범죄입니다요 범죄!"


 "뭔 상관이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데."


 "왕성에선 공주님 말대로 신하들이 따라줬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그런 게 없단 말여유!"


 "더 나불거리면 이 불꽃이 너한테로 갈거야."


 순간 돌쇠의 입이 멎었고, 유노는 그 기세를 힘입은채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잠시 후 맹구가 유노의 마당으로 들어와 소리쳤다.


 "이보쇼 공주님! 댁이 우리 황소한테 장난을 쳤다는 게 사실이유?! 빨리 나와서 말좀 해보소!"


 "내가 했슈 맹구처자."


 "뭐여? 돌쇠 니가 혔어? 무슨 심보로 했는지나 들어보자!"


 맹구는 허리춤에 중세 시대에서나 쓸법한 검을 찬 채 맹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따 그노무 소 응가 냄새좀 안나게 하면 내가 이런 짓도 안했슈! 무슨노무 응가 냄새가 그렇게도 지독한지 나 원, 댁 소들은 몸에 기계라도 들었슈? 먹는 건 풀 밖에 없는데 뭔 냄새가 그렇게 심한 지 나 참."


 "아하, 냄새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다는거여? 고놈 시끼 심보 보소! 닌 이제 죽었다. 나으리! 경찰 나으리!"


 맹구는 마당을 나가더니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이 놈, 이 놈이 제 소에 장난을 쳤습니더, 어떻게 좀 해주이소!"


 "어험. 알겠으니 진정하시오."


 "날 죽이든지 배를 째든지 맘대로 하슈. 늬가 경찰이면 난 국왕이다 인마!"


 경찰은 배를 내놓은 채 버티고 있는 돌쇠를 보더니 마당 문으로 다가가 말했다.


 "문고리가 요기잉네?"


 "뭐, 뭐라구 했슈 방금?"


 돌쇠는 문고리를 두 번 두들긴 경찰을 보며 말했다. 경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자눼을 주이니신.... 유 공주님 암살을 모략하고 이치."


 "요태까지 우릴 엿보고 있었던고야?"


 "물논. 그리고 공주가 집 안에 있다는 굿또... 알고 이치."


 경찰로 위장했던 암살자는 유노의 집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맹구가 막아섰지만 그의 힘이 굉장했기에 맹구는 마굿간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맹구, 맹구 처자! 네 이 놈, 안된다!"


 돌쇠는 맹구가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어 암살자에게 휘둘렀지만, 암살자는 돌쇠의 검을 맨손으로 막아냈다.


 "자눼는 내 계획대로 매질 50대를 포청에 있는 탐관오리에게 맞으라구."


 "니 아니믄 나를 죽이기 전엔 그럴 수 없당께!"


 암살자는 돌쇠을 발로 걷어차 맹구와 똑같이 마굿간으로 던져버린뒤, 유노가 사는 집으로 들어갔다.


 "뭐야 당신은, 숙녀가 사는 집에 노크도 없이 들어와?"


 "날 기억하는가 유노? 예전에 내가 말했었지. 넌 자유의 모미 아니야.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프로도 개속."


 유노는 암살자를 기다렸다는 듯, 종아리에 숨겨놓은 단검 두 자루를 빼들었다.


 "순순히 당하진 않을테다."


 "몸부림 쳐봤자 날 훈분시킬 뿐이야."


 유노가 단검을 암살자에게 던지자, 예상외로 단검이 암살자의 심장에 알맞게 박혀들어가고 말았다.


 "헉, 이게 아닌데..."


 암살자는 검을 손으로 감싸더니 그대로 죽고 말았다.


 "야! 너무 쉽게 죽었잖아!"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돌쇠와 맹구가 다가왔다.


 "아따 공주처자 몸은 괜찮어유?"


 "공주님!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요!"


 "아 몰라. 돌쇠야, 이 녀석을 포청으로 끌고 가 사정을 말씀드리거라."


 "알겠습니다요 공주님!"


 돌쇠는 암살자를 어깨에 매더니 맹구와 함께 포청으로 내달음질치기 시작했다. 유노는 증거인멸을 위해 집에서 직접 훔쳐온 콜라(?)를 뿌려 핏자국을 지웠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 될 뻔 했으나, 귀농공주 유노에게 있어서 이번 사건은 새발의 피에도 못 미치는 일이라는 게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3.02.14 08:35

    궁궐에서 무슨 교육을 받았던겨..ㄷㄷ

     

    잘보고가요~

  • profile
    Specialist 2013.05.17 00:24
    맹구는 허리춤에 중세 시대에서나 쓸법한 검을 찬 채 맹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맹구가 맹구를 노려보는게 되는건가요? 위 부분이 잘못 된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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