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에르시온 -2화

by SCUD posted Sep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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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까마득한 과거, 현재를 순간이라고 부를 만한 긴 세월의 관점에서도 그것은 까마득한 과거였다.

 

그 때 그 곳엔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천계인이나 마계인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인간, 인간, 인간. 똑같은 세월의 반복, 또 반복.

 

 

 성격, 개성, 권리, 의무, 지능, 사회 등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당한 세계.

 

오직 본능만을 쫓는 인간. 그것을 평가할 잣대가 없었기에 자신들이 추악하다는 것조차 몰랐었던 그 세계.

 

그 질리도록 단순한 세계 속에서 신이라고 불리우는 어떤 의지는 천계와 마계를 만들고, 차별화된 가치관을 지닌 새로운 두 종족을 만들어낸다.

 

 

 그 새로운 두 종족은 끊임없이 인계에 간섭한다.

 

그 결과 인간은 선과 악, 바른 것과 그릇된 것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그 중 인간에게 선이라는 가치관을 심은 종족은 천족이었고,

 

그 종족을 대표하는 자, 티리엘은 대천사의 지위로서 자신의 상황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마계인들이.. 어쨌다고요?"

 

 

 궁금했기 때문에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되묻는 경우에 그 의도는 확인하기 위해서와 부정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의도가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 같지는 않았고, 따라서 부정하고 싶어하는 대천사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일리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무거운 침묵만을 유지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되물었던 쪽이었다.

 

 

 "우리에게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 포악한 마계인들과 달리, 우리는 싸움을 업으로 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위대한 세피로스께서는 우리를 그렇게 창조하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의 의도를 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우리를 시험하는 것만 같군요.

 

 창조되기를 그렇게 창조되고, 또한 그에 헌신하며 따르는 것이 우리의 긍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의 의지에 반하라는 뜻이라고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군요.

 

 우리는 우리의 신께 버림받은 것일까요..?"

 

 

 일리나는 이번에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였다. 아까와의 이유와는 본질적으론 다르지 않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 상대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노력하고, 천계인들에 한하여 그것은 더욱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잠깐의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일리나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마계인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질 리 없는 소망이란 것을 일리나는 잘 알았다.

 

그리고 그 심정을 잘 아는 티리엘이 말을 이었다.

 

 

 "세상은 넓습니다. 극소수의 마족들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앞으로 근미래 혹은 먼 미래라도 전쟁은 확실히 일어날 것입니다."

 

 

 티리엘은 잠시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말하였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위대한 세피로스의 의지를 한 번쯤 어겨야 할 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여 어느정도 힘을 키울테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기점으로 많은 수의 천계인들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린 아마 패배하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인계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입니다."

 

 

 티리엘은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고, 그 덕분에 일리나에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해석할 시간이 주어졌다.

 

잠시 눈을 감고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였다. 아니, 더 자세한 표현을 하자면 그녀는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개인이 부정한다 한들 진실이 변하진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는 쪽을 택하였다.

 

 

 그녀는 꽤나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만큼 그것은 효과적인 표현이기도 하였다.

 

 

 "세상이.. 악으로 물들어 버리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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