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안녕, 자살선생 - 004

by 쵸쵸 posted Aug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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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연애

"선생!! 나 62점 맞았어!!"

 

 

"잘했어. 자, 이제 과거사나 들려줄까."

 

 

"첫사랑 얘기 해줘! 첫사랑!"

 

 

"으..으잌..."

 

 

"첫to the사랑!!"

 

 

"알았어. 근데 조금 암울해."

 

 

"괜찮아!"

 

 

"내 첫사랑은 조금 웃긴 놈이었다."

 

.

.

.

.

.

 

[은랑의 과거 - 첫사랑]

 

 

"헤이 이은랑! 수학숙제 했냐?"

 

 

"읰. 안했음!"

 

 

"미친놈.. 수학교사 지망생 앞에서 그러면 못 써!!"

 

 

"니가 물어봤잖아, 윤개화!!"

 

 

"아 참. 그렇구나."

 

 

"여튼, 교실가서 도와줄테니까 후딱해!!"

 

 

윤개화. 그 애가 내 첫사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시골에서 전학와서는 당돌하게

 

 

'제군들 안녕! 윤개화라네! 잘 부탁한다!'

 

 

라고 한 마디 던졌다.

 

그날 이후부터 친구로 지냈고,

 

수능생의 힘든 환경,

 

선생들의 무관심과 폭력.

 

그 모든것을 수다 하나로 견뎌냈다.

 

그리고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사범대의 합격 결과가 나오던 날.

 

3개월동안 준비해뒀던 계획으로 자살을 해버렸다.

 

그리고 떠나보내고서야 깨달았다.

 

그애가 내 첫사랑이었노라고.

 

사실 그날은 그애의 생일이었다.

 

선물해주려고 금은방 하는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겨우 오르골을 만들었다.

 

그애가 좋아하는 금색이랑 빨간색으로 만든다고 비싸다는 금이랑 루비를 미친듯 써서 세공했다.

 

아버지한테 얻어맞아가면서 만들었다.

 

다 만들고 선물해주려고 할 때,

 

그날 그애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애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재수를 했다.

 

사범대에 합격하던 그날.

 

난 개화를 묻은 강에다가 소리쳤다.

 

 

"야!! 바보 윤개화!!! 내가 너 대신 수학선생 돼 준다!!! 거기서 잘 놀고 있다가 나 가면 꼭 인사해라!!!"

 

 

그리고 그 날. 오르골을 팔아넘겼다.

 

8년 후, 죽어버리고.

 

10년 후. 왠 당돌한 녀석을 만났다.

 

그놈과 똑같은.

 

[회상 끄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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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생도, 개화라는 그사람도.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

 

 

"그러게 말이다."

 

 

"더 안들려줄꺼야?"

 

 

"70점으로 올려오면 더 들려줄께."

 

 

"..치사하긴."

 

 

"치사한게 아니야!!"

 

 

"헹. 째째하긴."

 

 

"안 째째하다니까!"

 

 

선생을 놀려주긴 했지만,

 

개화라는 여자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 해도 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