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안녕, 자살선생 - 001

by 쵸쵸 posted Aug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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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연애
내 이름? 현유라.

버드나무 유(본래는 류)자에 물이름 라자써서 유라다.

엄마가 버드나무가 늘어지게 서있는 강가를 보는 꿈을 꾸고 나를 낳아서 그렇댄다.

근데 막상 그렇게 정성들여 해놓다가 막상 딸이 5살때 천국으로 가버리면 어쩌잔건지.

아빠는 그 이후에 왠 여자를 데려오면서 새엄마랬다.

그러면서 그런 여자가 집에 한 9번은 들락거렸지만.

결국 아빠랑 나랑 산다.

원래 할머니랑도 살았는데,

할머니도 얼마 전 극락으로 가버리셨다.

엄마랑 할머니가 간 곳이 다른 이유는 엄마는 크리스천이었고, 할머니는 불교신자였기 때문에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근데 더 웃긴 사실은,

우리집이 좀 가난하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어릴때부터 아빠가 그랬다.

근데 어떤 미친새끼가 가난한데다가 에미도 없는 년이라고 했다.

그리고 난 반 미친상태로 놈을 때려줬다.

그게 올해 5월의 일이다.

열여덟의 여름은, 너무나도 아련하다.

놈을 미친듯이 때려준탓에 녀석이 전치 4주 판명을 받자마자 정학먹고 집에 처박혀있다가 지난달 왔더니,

진도도 못나가서 성적이 상위권에서 뚝 떨어졌다.

대학가고 싶었는데.

장학생으로밖에 갈 수가 없다.

근데 이제 그 희망마저도 사라졌다.

...아빠한텐 미안하지만, 나 죽으면 아빠 편해지려나.

아빠가 없는 살림에 주는 용돈은 어릴때부터 차곡차곡 저축해뒀다.

그리고 그걸로 아빠랑 내 명의로 보험들었다.

..내가 이렇게 투신자살하면 아빠는 보험금 받아서 좀 살 만 할 거야.

이 철조망을 넘어서 투신자살할 생각이다.

아마 학교의 돈 많으신 나리들은 보상금이라고 또 아빠한테 돈을 건네주겠지.

그 순간, 내 등을 잡고 옥상으로 들어오는 문으로. 누군가 날 던져버렸다.

다치진 않았지만, 기분 나빴다.


"좀 자살해서 좋은 세상 만들어주려는데 누구야!!!"


"나야. 나도 그렇게 해봤는데, 아프고 힘들더라고."


"...당신이 누군데."


"나? 10년 전, 이 학교로 부임왔다가 부패한 세상에 실망해서 여기서 자살한. 이은랑이다."


"..설마 당신도 선생이야?"


"응."


..선생은 죽어서도 선생인건가?

이 인간은 젊다.

자신의 명예만 생각하는 늙은 선생들과 다르게.


"동정이라면 필요 없어."


"동정이 아냐. 네가 힘들어보여."


학교에서 늘 날라리 취급만 당했던 나를.

힘들어보인다고, 걱정해줬다.


"...자살선생이라고 불러도 돼? 좀 버릇없어뵈지만."


"돼. 어차피 자살한 선생인데."


이렇게, 난 이 유령선생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