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 청소 미화원 << 4 >>

by one_Som posted Apr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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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안했어요



5 . 어색합니다


이윽고 , 신참들끼리 쓰는 방을 배정받았다.


마치 3년된 신선한 우유를 솥에 삶아먹은 듯한 침묵만이 방에 가득했다. 오히려 침묵이 시끄러울 정도로 어색한 분위기 , 청소 구역을 배정받을 때까지 여기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것인가. 나는 할일이 없어 , 내 머리위에서 떨어질듯한 책장에서 마치 자기가 고대의 신비한 전설의 책인것 마냥 먼지가 쌓인 책을 꺼냈다.


' 그러고보니 , 신입의 방은 청소를 안하는건가 ? '


이렇게 생각할 즈음 , 쩌렁쩌렁 고참을 째진 눈으로 쳐다본 동기가 엄청나게 신경질을 부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방문 고리를 거칠게 열려고 했다. 하지만 방문 고리는 열리지 않았다. 


" 으아아아 !! "


한명은 흠짓 놀라고 , 한명은 멀뚱하게 쳐다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갓 알에서 깨어난 괴수같이 소리를 지르고 나서 , 헉헉 거리던 눈째진이는 , 우리들에게 소리쳤다.


" 난 레펠이다 ! "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소개라니 , 나는 대꾸를 할수가 없었다.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 몰라 ? 레펠이란 이름을 모르냐고 ! 이 멍청한 자식들 ! "


멍청한 자식이라니 , 너무하잖아 , 라고 생각할때쯤 , 나 말고 어떤 소심해 보이는 동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 난 매우 화가 났어 , 그러니 너에게 한마디를 해야겠어 ! ' 라고 말할기세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 멍떵한 댜식 이라니 녀뮤하잔나 ! "


순간 난 웃음을 참을수 없었다. 옆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쩌렁쩌렁의 광신도는 물을 코와 입에서 뿜는 묘기를 부리면서 고맙게도 대굴대굴 바닥에서 구르는 재주까지 디럭스 콤보로 보여줬다.


" 왜우더 ! 니 , 녜가 그리도 우겨? 욲지 마이마 ! "


" 그만웃겨 키이킼 어어 푸핰 , 핡 ! "


나도 웃고 , 쩌렁쩌렁 광신도도 웃고 , 레펠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화를 내는건 혀가 1cm 이하로 추정되는 발음청년만이 화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6 . 악운


웃음때문에 분위기가 그럭저럭 풀어진 우리들은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다. 발음청년은 다행히 뒤끝이 없는 성격이었다. 웃음에도 거의 면역이 된것같았다. 다만 발음청년이 이상하고 꼬인 단어를 말할때는 입에서 먹고있는 물이라던가 침이 나오면서 경이로운 묘기를 전자동으로 부리지 않게 입을 막아야 했다.


" 내 이름은 톨라이즈라고 한다 , 성은 게릴이고 , "


쩌렁쩌렁의 광신도가 자기이름을 소개했다. 톨리즈 라 , tolaez 라고 쓰면 되는건가, 잠깐 , 이거 뭔가 이상한데?


" 냐의 이르믄 야큐첵크 톨렌랑스드 라교 해 "


거참 발음하기 어렵네 , 참고로 톨렌랑스드는 북쪽 피르산맥 출신이라 했다 , 그곳에서는 성과 이름의 구별이 따로 없다고 하는데 …… , 누구나 자기 이름은 발음할줄 아는건가? 하여튼 아까 레펠이라고 자기이름을 소개(?) 한 눈째진 청년이 말했다.


" 난 아까 말했듯이 레펠이라고 한다 . "


" 성씨가 뭔데 ? "


내가 묻자 , 레펠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 그건 곤란하다, 말할수 없어. "


" 그래 , 뭐 , 근데 아까는 왜 갑자기 괴성을 지른거야? "


" …… 미안하다 , 그것도 말할수 없어 , 양해를 , "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는법이니까 , 하지만 궁금하긴 하다. 나는 내 이름도 소개했다.


" 오르카 스피리잔스 ,  "


" 이르믈 보니꺄 , 이굣 도쉬 뚀밖이네 . "


톨렌랑스드가 신기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레펠도 거들었다.


" 도시 토박이는 흔하지 않은데 말이지 , 요즘은 이주가 빈번하니까 , 아니 , 토박이란 이름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것일지도, "


아무튼 이런식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한결 편안해진 분위기에 따라서 편안하게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편하게 마음을 먹자마자 , 먹자마자 …….


쿵 , 쿵 , 쿵


" 나올 시간이다 전사들이여 ! 우리의 적 , 더러움을 파타하자 !! "


이런일이 벌어지는것은 악운이라 말해야 백번 옳은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