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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공포/미스테리/추리/스릴러

번역 : 최경란

출판사 : 책세상

(지금은 문학동네에서 편집된 죽음이란 이름으로 같은 번역본을 팔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이 책을 고책방에서 사게 된 이유는, 그 때 한참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뜨거웠고, 나는 그의 표절이라는 행각과 그 이후의 대응에 큰 실망을 했던 차에, 외국에서는 표절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꽤 오랬동안 책을 묵혀두었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꺼내보았다. 사실 이 책을 읽은 것은 단순히 묵혀놨던 책을 읽으려는 의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어제, 논문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거기에 간행지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문지사의 이번 가을호 계간지에 실린 신경숙 표절 좌담회를 읽었었다. 거기에 장 자크 피슈테르의 표절이라는 작품이 짧게 언급되었었고, 그래서 그 내용이 아주 궁금해진 측면도 분명 있었다.


 우선 내가 가장 놀랬던 것은 번역의 상태였다. 내가 외국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번역이 썩 좋지 않아서 읽고 있자니 거슬리는 부분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표절의 번역은..! 그 물흐르듯 읽히는 문장이며, 표현이 우리나라 작가가 쓴 작품같았다. 마치 작중의 주인공이 번역을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래서 정말 문장에 방해받지 않고 글 자체를 잘 느끼게 해준 최경란이란 번역가님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가장 중요한 내용적인 측면을 다루기에 앞서, 우선은 그의 문체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물론 번역본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해서 그의 문체라고 하기에는 일정 부분 한계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내가 좋아하는 문체였다. 가령 마이크의 숲이 벌목된다는 표현같이 독특한 단어선택이라던가, 심리묘사로 진행되는 이야기등. 내가 지향하는 문체였기에 더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은 초반부에는 대체로 역순행적으로 진행하다 점차 시간의 순서로 진행되는 형태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라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유년의 이야기에서는 각각의 인물이 서로의 매력을 뽐낸다. 작 초반부에 나타난, 다 큰 어른은 솔직히 독자입장에서 약간은 모난 두 사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은 침울한 성격의 한 소년과 반짝반짝 빛나는 또 다른 소년. 그리고 조금쯤 탄 듯한 피부를 가진, 뺨에는 푸른 문신을 새긴 소녀까지 엮인 이야기라면 어떨까?(절대 이 소녀의 외형이 취향직격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홀리듯 빠져버리는 과정과, 폭정을 일삼는 소년, 그리고 조금쯤 순수한 동시에 열정이 가득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한 사랑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우리가 각 캐릭터를 인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셋 다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동시에 제멋대로인 소년, 니콜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캐릭터는 카이첼의 클라우스 학원이야기의 알렉스와도 꽤 닮았는데, 어쩌면 내가 그 책을 읽었기에 좀 더 쉽게 니콜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수용하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생각도 들었다.

 캐릭터 말고도 이집트라는 공간도 꽤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알렉산드리아에 가봤을 때 기억하는 것은, 포대(?)를 제외하고는 현대식 건물뿐이 없지만, 그보다는 따뜻한, 건조한, 그리고 그곳의 모래가 주는 분위기가 나에겐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작가는 1차세계대전의 알렉산드리아 풍경을 생각하고 썼을 테지만, 주 배경이 유적이고, 베두인족이 나오기도 하니 상관없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고..

 

 이쯤해서 유년기 시절은 마치도록 하고, 현재로 돌아오도록 하자. 사실 범행을 준비하는 모습이나 심리는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흥미로운 것은 그 발상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표절의 두 가지 측면이다. 우선은 첫번째. 글을 상품으로 보는 측면이다. 문지사는 글을 상품으로 보는 것을 경계했지만, 어쨌거나 법적으로 접근하려면 저작물로 봐야하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난 생각한다. 작중에서는 흥미롭게도 작가가 그 전에 그 작품을 접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와는 무관하게 그냥 진품 감정을 하고 땅땅 판결 때렸지만, 실제로는, 아니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작품의 유사성이 있더라도 작가가 이전에 그 작품을 접한 적이 없다면 무죄로 선고한다. 아니, 애초에 보지도 않고 베낄 수는 없는 일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신경숙도 전혀 우국을 본 적 없다고 이야기한 것일테고.. 그런데 작중의 니콜라는 여기서 완전히 멘탈이 나가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자신은 표절을 하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니콜라를 자살에 이르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 베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이다. 나는 이것을 꽤나 중요시 여기는데, 애초에 의식적으로 베끼는 인간은 이런 자존심이고 뭐고 없으니까 나는 어떻게든 치웠으면 좋겠다. 그것도 작가랍시고 일단 카바치고 보는 꼴보면 솔직히 눈꼴시렵다. 그래도 글자 한 자 한 자에 짤랑 소리나는 장르판이면 몰라도 일반문학판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어버버하는 것보면 짜증난다. 글은 상품이 아니니까 법대로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변명만으로 손 놓고 있는 건, 결국 자기들이 쌓아올린 일반문학판을 제 손으로 엎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비평중심이라매? 양질의 글을 뽑아서 전체적인 문학의 수준을 높이고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등단제도니 하는 것을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입을 닫고 있으면. 댐으로 강을 막아 호수를 만들어 깨끗한 물로 정화해놓고는 그 안에 누가 오물을 버리는 것을 관리안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문학권력이라는, 어쩌면 정확하지도 않고 기분도 나쁠만한 이야기가 붙어버린 것은 바로 그 비평가들이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안하고 둥개둥개하고 있으니까, 그럴듯한 음모론이 도는 것 아닌가.

 하긴 뭐  그 이전에 무엇이 정말로 '표절'인 건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니까, 어쩌면 정말로 '처벌'이라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원한 심판을 받는다는 말같은 걸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예전에 봤던 게 무의식 속에 남아 그대로 나와버렸다는 사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표절문제가 어려워지는데,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싶다. 첫번째는 기시감이다. 무의식 중에 그렇게 완벽한 형태로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분위기를 내는 장면이 존재한다면, 자기가 쓰고나서 읽어보면 어? 이거 본 적 있는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두번째는 능력의 한계이다. 한 문장 정도는 분명 어느정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러문장을 무의식에 완벽하게 담아놓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을때 -문장을 중요시하는 편이지만-분위기로 기억하는 편이라, 정확하게 문장을 무의식적으로 적는 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있을법도 하지만 생기기 어려운, 약간은 궤변에 속하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모르겠다. 오랑우탄이 키보드를 두드려서 로미오와 줄리엇을 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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