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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은행나무


 일전에 윤이형 단편집 리뷰에서 윤이형 작가의 작품은 정말이지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에 읽었던 개인적 기억 또한 그랬지만, 문득 이런 류의 느낌을 내가 그냥 우울하게 받아들이는 것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윤이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윤이형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그윽한 생각의 자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작품들이 깊은 생각을 담고 있지만, 카이첼처럼 다른 작품보다 조금더 자신의 생각을 날로 들어내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 그러나 카이첼 작가의 작품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인데 반해 윤이형 작가의 작품이 이토록 우울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윤이형 작가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그 자체에 집중해서 글을 쓰기때문이 아닐까. 뜨기 위해 발을 휘젓지 않으면 가라앉아버리는 오리처럼, 글을 쓰는 것도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한 없이 무거워지고 우울해지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윤이형 작가가 다룬 것은, 뒤에 붙어있는 작가의 말에도 있다시피 '기억'이다. 그 중에서도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다 잊어먹고 끝만 기억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우선 여기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작가는 이 사람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무언가를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해놓았다. 그 첫번째 이유는 어떠한 것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령 작품에 나온 것처럼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분명 언젠가는 착한 적이 있었을테고.. 그의 인생 전부를 보지 않고, 단순히 그 악행만으로 그를 나쁜 놈이라고 낙인 찍을 수 있는냐? 혹은 만인에게 칭송받는 착한 사람이 지금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그를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나 지금의 뜨거운 커피는 분명 미지근, 차가운, 그리고 내일 쯤엔 그냥 갈색 액체가 되고 말 이 커피를 단순히 한 단어 '커피'라고 묘사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우선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행동이 행동으로 대체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그 첫째고 시간은 불연속적인지, 연속적인지 하는 문제가 그 둘째다.

 단순히 모든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조차도 나는 이렇게 생각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언젠가 착한 일을 한 적도 있는 나쁜 놈. 나쁜 짓을 한 적 있는 착한 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행동과 -행동을 합쳐서 나온 결과.행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과연 옳은 '개인적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작가의 말또한 일리가 있다. 어떤 행동과 어떤 행동을 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분명 주관적인 평가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주관성의 칼날을 들이밀어야 하는 곳은 그 행동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개인적 기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수없이 많은 팔레트의 칸이 나뉘어져있어서 그것을 합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억으로 부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팔레트가 알록달록한 것 그 자체가 개인적인 기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건 여담이지만, +행동과 -행동을 그냥 합쳐버리는 세태에 대해 잘 묘사한 디시 카연갤 만화가 있었는데, 제목과 작가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분명 일정량의 착한 일을 하면 그 양에 어울리는 소원을 들어주는 무언가하고 어떤 꼬맹이하고, 착하기로 소문난 누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꼬맹이가 누나랑 놀 시간을 달라는 소원을 빌려는 것 같았고 그 누나는 누군가를 죽이는 소원을 빌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시간이 연속적이고 불연속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앞서 말해서 팔레트는 행동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었다면, 커피 이야기는 시간 이야기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측량하는 시간은 불연속적이지만, 실은 연속적인 시간을 우리가 쉽게 사용하기 위해 재단한 것에 불과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분명 세 시간 뒤의 커피는 미지근한 커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두 시간 오십 구분의 커피도 미지근하고 오십 팔분 오십 칠분 ----- 이렇게 연속적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지금의 커피도 미지근한 것이 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간과 온도는 반비례한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는 낮아진다는 이야기) 그래서 언젠가 서프라이즈에서 나왔던 이야기처럼, 기억을 잃지 않는 사람은 금붕어처럼 눈을 깜빡일때마다 달라지는 세상에 경탄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비교할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경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눈을 감는 순간 생기는 시간의 간극동안 변하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그 간극이 한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된다면 어떨까? 이들에게 느껴지는 세상을 어떤 단어속에 우겨넣기는 분명 단어는 너무나도 비좁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개인적인, 즉 주관적인 기억을 가질 수 없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불연속적으로 재단하는 이유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어떤 물체를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작 중에서 주인공이 하는 생각은 마치 지금은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죽을 사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그 어느쪽도 동시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거북해 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건 만고 내 생각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것이랑 다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주인공은 실은 모든 걸 기억하는 게 아니라 과잉기억증후군...-어쩌면 과잉회상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직관적일지도 모르겠다-이니까, 아 모-//// 써놓고 나니까 조금 착각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나간 것 같은데, 여튼 그렇다.


 잘 잊는 사람은, 그거 같다. 지옥불반도인? 너만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빼애액! 그렇게 중요순위에서 밀려난 기억은 당연히 지워지는 것이고.. 다시 말해 평범이다 평범. 평범하니까, 신경쓸 필요 없다, 중요하지 않다... 이것 또한 주관성을 상실한 것인데, 주변이 어떻든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 책, 사랑 이야기다. 나로서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지도.. 아니 엄밀히 말해서 이해 못했다. 왜 남자는 약을 먹어서 평범해지려고 했었던 건지, 색인으로 잘 정리된 파일들이 왜 문제 였는지.. 약을 먹고 그 여자를 조금씩 잊어가기에 그 여자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문득문득 기회가 될 때마다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면, 별로 보고싶지 않을까? 마지막에 메일을 주고 받는 부분에서, 여자 또한 기억을 하고 있다고 첫 문장을 시작하면서 끝냈는데, 그것이 나에게 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를 한다. 다시말해서 모든 일이 다 끝난 그 시점에서 소설이 시작되는 형식. 그런데 사실 중간에 과거에 푹 빠져있다가 나와서 액자식이라고 해야할 지 역순행적 구조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겠다.

윤이형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디지털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것이다. 가령 주인공의 과잉기억증후군의 표현을 웹사이트처럼 표현했다던가, 생활 속에 등장한 '유투브'라던가... 76년생이시던데, 오히려 나보다 더 디지털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것 같다.


사실 읽기 힘들었다. 조금의 난독 증상..이 있었는데, 이게 소설책을 안 읽다가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 주인공의 천재적인 기억력을 묘사하기 위해서 많은 정보들을 빠꼼히 나열해서인지는 모르겠다. 가끔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데, 흐므흠.. 잘 모르겠당..


묘사하니까 생각난 건데, 전에 동생이랑 이야기하다가, 동생이 '작가가 묘사한 건 중요하니까 묘사한거야'란 느낌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충분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지금은! 작가가 특정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묘사했을 수도 있잖아! 하고 반박해줄 수 있을 듯!

나중에 내키면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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