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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월 모의고사
작성자: 하늘바라KSND
하늘바라KSND ; 4월 모의고사 ; 2012.04.10

 

 

 시험치는 날이 꾸물꾸물했다. 아주 옛날 이런 날씨에 초등학교때 반에서 1등을 했던 사실에 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기뻐했었지만, 이미 효과가 없음을, 경험을 바탕으로 뇌 속에 기록되어 있었다. 묘한 불안감에 그저 하늘의 시컴무리한 구름들을 응시했다. 언제나처럼 정확히 7시 21분에 신호를 받아서 24분에 창원시청 노타리를 돌아서 25분에 교문앞에 딱. 번호순으로 띄엄띄엄 놓여진 책상에 책가방을 걸어 놓고는 앉았다. 하필이면 8번이라 튀어나온 사물함이 뒤에 받쳐서 넉넉치 않은 공간에 구겨 앉을 방법밖엔 없었다.

 

 "좁다, 좁아! 내 자리는 왜 이렇게도 좁은 건지."

 

 더 끔찍한 사실은 앞으로 남은 8개월 내내 시험칠 적 마다  이곳에 앉아야 한다는 사실. 그러나 이내 좁은 곳에 적응을 해 버리고는 아침 영어듣기대비 영어듣기 시간이자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머리를 책상에 처박고는 눈을 붙쳤다.

 

 그러나 이내 들리는 담임 선생님의 아이같은 목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8시 50분. 시험시작까지 10분 남은 시점에서 채 가시지 않은 피곤을 쫓아내어야 했다. 비몽사몽 1인칭인지 3인칭인지, 전혀 구분을 못하고 멍하니 앞만을 바라보았다. 드르륵 당일 교과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OMR카드가 퐁당퐁당 건너왔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을 책상에 정자로 놓고는 두 색 볼펜 하나와 2012학년도 대수능 컴퓨터용 사인펜을 꺼내어 필통을 가방 속에 집어 넣었다. 시키는 대로 막 써넣고는 다시 시험을 알리는 종이 치자 날아오는 물수제비. 드디어 시작이었다.

 

 '집중이 안돼.'

 

 어제 1시까지 애니나 보면서 탱자탱자 놀아버린 탓일까? 몸이 지쳐버렸는지 검은 것은 글이요 흰 것은 종이라라는 그 옛날의 명언이 비웃듯이 스쳐지나갔다. 전교1등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하나 쌓이고, 이내 다른 걱정들이 펑펑 눈 내리듯 쏟아 부었다.

 

 '안돼!'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글자에 집중하자. 글자에.

 

 시계를 흔들리는 동공으로 간신히 쳐다보고, 다시 잿빛의 똥종이를 쳐다보기를 수십 번. 마지막 마킹까지 확인을 하고서 몇 분이 지나자, 종이 쳤다. 가까스로 그 좁은 공간에서 책상을 앞으로 밀어서 일어나서는 하나 둘 종이들을 내 카드 밑에다 넣었다. 선생님에게 넘겨드리고 뒤돌아 본 내 자리에 모여있는 참새들. 나의 시험지가 정답지라도 되는 것인양 맞춰보는 건지 챗점하는 건지 재잘거렸다. 그 속에 들어가 시선을 받기 부담스러워 교실 입구에 서서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다 보았다.

 

 10년이라도 지난 것처럼 흐른 10분뒤에 예비종이 울리고는 다들 자리에 앉고 앞으로 다가온 수리 영역 시험에 대해 조잘조잘조잘조잘. 나 또한 속으로 긴장긴장 조잘조잘.

 

 예상외로 잘 풀렸다. 풀고나니 35분 쯤 남아서 다시 풀어보다가, 의외로 막히는 열 일곱번째 문제에 10분을 날리고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OMR에 마킹을 시작했다. 마킹을 끝내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울리는 종. 아이들이 몰려오고, 이번에는 채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그들의 중심에 섰다. 다가오는 J에게 안녕하고 그의 시험지를 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나의 실수에 그만 지켜오던 가면을 깨고 말았다. 대경실색으로 풀다 풀다 풀리지 않는 문제에 기가 차서 머릿속으로 다시 계산해보았지만, 나오지 않는 답. 만약 그의 말이 맞다면, 총 12점이 까진다. 이번엔 1등급이 나오지 않을거란 생각에 쉽게 씌여진 시의 어느 구절처럼 한 없이 침전했다. 친구따라 매점에 갔을 적에도, 점심을 먹으려 줄을 섰을 때에도, 분명 마음에 담지 않아야 다음 외국어 영역을 잘 칠 수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분명 3월에는 내가 틀리었다고들 해도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때의 난 중학교 내신 22%의 그저 그런 학생이었으니까. 결론적으로 그 문제는 내가 옳았지만.

 

 2학년들의 줄 덕분에 10분만에 후루룩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와구와구 입에 괴이한 덮밥을 먹고는 나와서 교실로 직행했다. 선생님들께서는 5분남았다며 아이들을 닥달했지만, 10분 전에야 겨우 급식을 받은 이들이 그렇다고 그 순식간에 다 먹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실실 비웃으며, 교실로 들어온 순간 종이 쳤다. 이것이 5분 남았음을 알리는 예비종. 신관과 구관 거리가 한 1~2분 걸린다고 보았을 때 상당한 오차였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가 가득히 불러왔고, 습기가 가득찬 공기덕에 피부가 끈적끈적거리어서 짜증이 솟아났다.

 

 '외국어를 저번처럼 다 맞아야 이번에도 1등을 할 수 있을텐데.'

 

 이과생인 주제에 가장 자신있어하는 영어. 시험지가 넘어오고, 듣기평가가 시작되었다.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라,그랬던건지, 아니면 결과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말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못하고 맴돌았다. 그래도 어찌어찌는 22번까지 있는 듣기를 치뤄내고, 글로 가득한 문제를 보았다. 다행이 이번은 저번 부산시교육청의 것보다는 쉬웠다. 슥슥 체크를 한 번하고 시계를 한 번보고 10분이 거의 다 되어서 45번 장문 문제까지 완료한 뒤에야 검은 줄을 찍찍 그었다.

 

 그리고 남은 지망. 국어국문학과가 제일 먼저 들어왔지만, 엄마의 눈과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의 눈을 생각해 써 넣은 1지망은 항공우주학과. 2지망은 컴퓨터 공학과. 그리고 3지망을 국어국문학과를 찍었다. 자신의 의견보다 외양을 중요시 여기는 나의 모습에 언제나처럼 쓰게 비웃었다.

 

 종이 땡 치고 시험지를 거둬 냈다. 이제 남은 하나는 탐구. 예전부터 자신있고, 요즘에 또 재미있는 생물과 화학을 하리라고 다짐했던 3월달의 그것을 오늘에서야 이루어 냈다. 중학교시절의 문제처럼 박스에 넣고 옳은 것을 모두 고르시오. 동그라미와 가위를 연신 반복하며 시험지를 더럽혔다. 중학교때 범위에서 나온다는 그 말을 애초에 믿진 않았지만, 그래도 무슨 기대라고 했었던건지 공유결합 어쩌고저쩌고 비열 어쩌고저쩌고가 나오자 기세가 한풀 꺽기었다. 그 어느 때 보다 길었던 시간이 끝나고 다가온 챗점의 시간.

 

 둥둥둥둥둥둥하고 그 어느 고대의 전쟁을 알리는 북처럼 속에서 진동이 울렸다. 하나하나 챗점해감에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결국은 지난번과 달라진게 없었다. 난 누구의 말을 믿고선 최저의 기분을 느꼈던 것일까?

 

 4시가 되고, 같은 건물을 쓰는 3학년들의 모의고사도 끝나자 모두들 청소시간임에도 우르르 밖에 나가서 철봉을 타고 놀았다. 힘이 넘치어 턱걸이를 하고 노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바람을 느꼈다. 시원한 바람. 마침 굵은 빗방울들도 후륵 쏟아졌다. 옆에 만개한 벚꽃잎이 휘날리고 이상한 기분 좋음을 느꼈다. 한 문제 틀렸다고 우는 소녀의 기분을 알겠어서 나오는 웃음일까? 아니면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중압감에서 해방되어서 나오는 웃음일까?

 

 후두륵 내리던 빗방울은 시원스레 내리지 못하고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이제 이 끈적대는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생각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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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안녕하세요 하늘바라 KSN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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