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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판타지

EP0.시작

 

 

다섯 시간 후, 루카스는 수도의 성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 죽어 갈듯 헉헉거리고 있는 프란츠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뭐 이정도 걸으시고 그러십니까?”

“육체적으로만 봤을 때 당신과 저의 능력 차이는 정말 영웅과 병사 수준인데, 당신 기준에서 저를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고작 다섯 시간 동안 걷고 한때 장군이었던 사람이 헉헉거린다면 곤란한데요. 대륙의 모든 장군은 저런가? 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이왕이면 그런 의견은 내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장군이 아니니까요.”

루카스는 조금 놀랐다.

“장군이 아니라고요?”

“예.”

물론, 직업이 바뀌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가 놀랐던 이유는 단지 프란츠가 담담하게 [이제 장군이 아니니까요]라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대륙의, 그중에서도 특히 이제 대륙 유일의 국가로 남은 더체스트의 사람들은 직업이 바뀌더라도 그 이전의 직업을 자신의 직업으로 여기는 편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강인함>, <꺾이지 않음>같은 하나의 덕목이었는데, 자신의 입으로 바뀐 직업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당신이 선택한 것이란 말입니까?”

더체스트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부분을 생략한 체 말한 것이지만 프란츠 역시 더체스트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말에 함축된 의미를 분명히 알아들었다.

“예.”

그리고 프란츠는 또한 루카스가 할 다음 말을 예측했다. 꺾이지 않음이란 덕목을 버리는 것은 더체스트의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프란츠가 예상한 루카스의 다음 말과 달리 더체스트인이 할 말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말이 루카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 역시나 직업을 바꾸는 것을 혐오하는 더체스트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 맞지 않게도 프란츠는 씩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그냥 우스운 일이 하나 생각나서요.”

루카스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프란츠는 대답해주지 않았고 루카스는 프란츠의 ‘난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문 앞에 다다른 루카스는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기 위해 고함을 질렀다. 거대한 외침이 성벽 위에까지 울렸다.

“돌아왔다ㅡ 문을열어라!”

성문 위의 병사들은 도무지 인간의 목으론 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소음 속에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약간 눈을 치켜 올렸지만 당연히 성벽 밑의 루카스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럼 저는 바로 모이기로 했던 선술집으로 가겠습니다.”

적국 수도로의 잠입 작전을 막바지에 이르러 성공시킴으로 패배의 위기에 몰린 더체스트는 단번에 승기를 잡았고 결국엔 승리했다. 그러나 그런 형식의 승리는 결국 패배와 별 다를바가 없었기에 더체스트의 대부분의 도시는 곳곳이 파괴되어 버렸다. 그런 난속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도시에는 수도 베르렌베르드 역시 포함되었다. 5시간전 보았던 하이덴베르드와는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

 

 

베르렌베르드의 광장

시장이란 대부분의 도시에 있어 심장부에 해당된다. 그 이전 그 어떤 나라의 수도에도 붙지 못했던 이름이 붙은 수도인 도시 수도 베르렌베르드의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체스트의 초대 왕 역시 베르렌베르드의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한 상인이었을 정도-물론 그 사실을 왕국에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이니 그 역할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심장으로 부터 뻗아나간 복잡한 혈관과 같은 시장 구조는 가면갈수록 그 복잡성을 더해가 지금에 와서는 지도없이 길을 찾기조차 힘들 만큼 난잡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열기가 들끓고 감당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활기차게 느껴지는 베르렌 베르드의 시장. 시장의 한 선술집에서 루카스는 잔에 담긴 술을 조용히 넘겼다.

난생 처음 보는 남자의 등에 걸린 살벌한 양손 검을 본 사람들은 감히 그 자리 주위에 다가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용기있는 사람들은 강렬한 시선으로 루카스를 쏘아보고 있었다. 루카스는 혼자왔으면서도 5인석에 앉아있었고 안그래도 혼잡한 선술집에서 5인석 하나를 얼굴도 모르는 사람 혼자 차지해버린 것은 그 혼잡도를 몇배로 상승시키는 일이었다.

주인은 손님들의 시선과 자신의 영업을 위해 루카스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가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루카스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활기찬 인사소리가 들렸다.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장군님?”

선술집의 조그마한 문이 열려있었다. 정중하게 인사한 손님은 남자가 앉은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주인은 일행이 더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발걸음을 돌려 다시 계산대로 돌아갔다.

손님은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못 본 것 같습니다.”

“2년 전쯤이었습니까? 마지막으로 본 것이.”

손님은 뭔가 미묘하지만 바로 눈치챌 수 없는 이상한 점이 방금 루카스의 말속에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초 뒤 그 미묘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런데 어찌 저에게 하대하시지 않는 것입니까?”

“저는 이제 장군이 아닙니다.”

남자의 말에 의해 손님은 몇 시간 전 쯤 루카스가 느낀 것과 똑같은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분명히 루카스는 강제로 장군 직위가 해체되었다. 그런 그의 기분을 헤아려서 그를 장군처럼 대해주려 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상사에 대한 예우로써 물음을 삼켰다.

“이제 같은 팀의 일원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그렇다 해도 당신 대신 율리안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율리안은 주종관계였던 관계가 대등한 관계로 변하는 것에 완전히 무감각한 것에 조금 놀랐지만 그의 원래 성격이 그랬다는 것을 생각했다.

몇가지 생각에 빠져있을때 그는 이자리에 모일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아마 그 사람도 오겠군요.”

"예."

율리안과 루카스는 계속해서 잡답을 나눴다. 선술집의 문이 몇번씩 열리고 닫힌 후에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의 입장은 율리안 보다 조금 덜 정중했고 조금 덜 격식 있었으나 그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음을 율리안과 루카스 모두가 알수있었다. 문을 차듯이 열고 들어온 그는 고개를 숙여 꾸벅 인사하고는 루카스와 율리안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확실히 수도는 평안합니다. 장군님,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선술집이 이리 활기찬지 말입니다.”

"예, 확실히 그렇군요. 하지만 제가 장군이라는 것은 정정해야 할듯 합니다."

들어온 손님은 약간 어리둥절 했으나 이런쪽에서는 율리안보다 판단력이 좋은 편이었다.

"이제 같은 팀이라는 것입니까?"

율리안은 소리내어 웃고 나서 말했다.

“신기합니다. 다시는 못 이룰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들어온 손님 역시 그 말에 공감했다.

“막스씨도 앉으십시오. 그리고 지금이라도 많이 즐기십시오. 한동안 조금 힘들게 지낼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루카스는 바로 설명을 하고 적응훈련을 시작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율리안이 그 이유를 물었을때 루카스는 어리둥절해 하며 대답했다.

“이제 내가 상관이 아닙니다. 그런데 무리해서 시킬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율리안은 약간 우울해진 얼굴로 잔에 술을 따랐다.

“하지만 결국 무리해서 하게 되겠군요.”

“뭐 별로 힘들진 않을 것입니다. 신대륙이라고 해도 이곳보다 추위가 심할 뿐이고 딱히 적응훈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명도 조금이면 끝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수도에서 머무르다가 출발하실 겁니까?”

“약 열흘정도 동안 적응훈련과 설명 과정을 거치고 신대륙으로 출발할 것입니다. 설명과 훈련 모두 내일부터입니다. 오늘은 그간의 일들을 말해주고 술이나 들도록 하지요.”

루카스는 자신이 말해주지 않은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아참. 내일 한사람이 더 숙소로 올것입니다."

율리안과 막스 모두 그게 누구인지 짐작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어리둥절해졌다. 그렇지만 루카스가 팀에 넣은 사람일테니 이번 작전에 꼭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Who's 백조자리

?

아이딜리스트(Idealist)

 

이상주의자

관념론자

  • ?
    백조자리 2010.05.09 00:45

    어색한 부분 지적좀 ~~

  • ?
    Som Worker 2010.05.09 01:12

    점점 좋아지네요 근데 시간이 없어서 다 못읽겠습니다 ㅜ


    내일 찬찬히 읽어볼게요

  • profile
    Lathrion 2010.05.09 19:01

    좋은데요? 1人

  • ?
    쵸쵸 2010.05.09 22:19

    어..엄청난 퀄리티다!!!

  • ?
    축하합니다. 쵸쵸님은 35포인... 2010.05.09 22:19
    축하합니다. 쵸쵸님은 35포인트에 당첨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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