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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실례합니다. 알바생 구하신다는 말듣고 찾아왔는데요."


 "아 이런... 죄송해요. 벌써 구해버려서."


 구했다는 알바생이 뭔가하고 봤더니, 안드로이드들이었다. 벌써 양산형 안드로이드들이 도시를 메우고 있는건가? 여하튼, 청음샵은 안타깝게도 실패였다.


 "아 예, 그럼 수고하십시오."


 "네. 따님이 예쁘세요."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직원이 그런 말을 했다. 세카이는 빙그레 웃어보였고, 난 기가차서 말도 못한채 밖으로 나왔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일자리를 한달 전부터 모집하기 시작했으니, 안드로이드던 사람이던 직원이 있는게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선생-님 딸인가보네요오!"


 "필요없거든..."


 핸드폰을 보자, 가장 가까운 곳이 골동품점이었다. 이곳도 역시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꽤 좋은 위치에 있었기에 난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나저나 바다란 건 엄청 크네요오!"


 "응. 크지. 드럽게 커."


 "얼마나 클까요?"


 "우리가 사는 땅보다도 더 커."


 "우와아앙..."


 놀라는 목소리가 꽤 신선했다. 조금 더 걷자, 탁 트인 길로 들어서며 해안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선탠을 하거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바다의 먼 곳에서는 정화작업에 힘쓰고 있는 정화기계들도 몇몇 보였다. 보통의 경우 정화기계는 쓰지 않지만, 이 곳 담해시는 상황이 좀 달랐다.


 "눈에 바다밖에 없는것 같아요!"


 "보기만 해. 안그래도 여긴 바람에 소금기가 있어서 위험한데..."


 중국이 오물을 우리나라 면적만큼만 버리지 않았어도 저런 기계들은 만들어질 이유가 없었다. 중국은 이제 와해되었고, 그로 인한 오염이 확실히 줄었지만서도, 그들이 오염시킨 물은 정화되지 않고 점점 바다를 썩히고 있다.


 푸른 바다는 정화기계를 넘어서면 검게 변한다. 썩은 상어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검은 바다는, 다행히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여긴가보네요오오오-!"


 "어, 어? 그러네. 되게 낡았구만."


 '유화 골동품'이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이 걸려있는게 보였다. 창문넘어 진열대를 보니, 512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라던가, 나팔이 달린 축음기, 그 먼 옛날 가끔씩 들어오던 가수 조용필의 앨범, 심지어 로봇 물고기까지... 추억을 회상하기엔 좋았으나 값은 추억과는 동떨어져있었다.


 골동품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할아버지가 보였다. 로봇은 하나도 없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일할 사람 구하십니까?"


 "허어... 이제야 사람이 오는구먼."


 할아버지는 적당히 기른 흰머리와 흰수염이 중후해보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입은 평범한 와이셔츠가 그 중후함에 멋을 더해주고 있었다.


 "어서오슈. 거기 여자아이는..."


 할아버지는 세카이에게 가까이 오더니, 휘둥그레진 눈으로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이 녀석."


 그리고는, 재미없다는듯이 휙 돌아 카운터로 가버린다. 저 노인에게는 아무것도 속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른인가? 일은 한번도 안해본겐가?"


 "안드로이드 기획 회사에 근무했었다가 권고사직당했습니다."


 "그런 회사는 이제 죽어갈 때거든... 그럼, 그 아이는 어떻게 얻은거지?"


 "한 아이가 버리는걸 줏어서 고쳤습니다. 퇴직금이 좀 많았던지라..."


 "그런건가... 그래, 이력서는 챙겨왔나?"


 난 주머니에서 이력서가 든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이런 풍습은 몇년이 지나도 안사라진다.


 "흠, 흠. 좋아. 내일부터 나올 수 있겠지?"


 "바로 합격인겁니까..."


 "요샌 워낙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자급자족하잖아. 여하튼, 내일부터 나오면 돼."


 수염을 쓰다듬으며, 할아버지는 세카이를 연신 훑어봤다.


 "잘도 고쳤군... 정말 험하게 다뤄졌던 녀석이었는데."


 "아십니까?"


 "손창혁이랑 내가 일본에 갔었을 때, 그 녀석이 아들에게 선물한다며 사갔던 녀석이지. 그 땐 금발이 아니라 푸른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얼굴이 그대로라 알아볼 수 있었어."


 "선생니임- 이 아저씨--는 누구-죠, 죠오?"


 "뭐야, 몰라보는게냐?"


 그의 얼굴에 쓴웃음이 묻어났다.


 "그 아들놈은 인성이 험해. 얠 너무 험하게 다뤄서 내 신세를 진게 몇번인지도 모를거야."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봤을때도 발로 뻥뻥 차고 있었으니까요."


 "그런가... 사람은 안바뀌는구먼. 일단 가보게."


 "예,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세카이에 대해 확실히 뭔가를 하는 사람이었다. 우린 인사를 드리고, 골동품점을 나섰다.


 꽤나 빨리 붙어버려서 얼떨떨해지고 말았다.


 "선생니임! 이제 바다로 가나요오?"


 "안가... 안갈거야. 여기서 가을까지 일하다가, 다시 직장 알아봐야겠다."


 "직자앙?"


 "그래. 직장. 그나저나 슬슬 점심때네."


 "오늘은 외식이네요오!"


 "외식? 아, 그래 외식. 시장에 가면 먹을만한게 있겠지?"


 "전 오늘따라 스테이크 먹고 싶어요오!"


 하루정도는 괜찮으려나 싶어, 우린 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시장에 스테이크를 팔지는 의문이었다.


 시장으로 가는데, 세카이가 신이 났는지 앞장서서 달려나갔다. 진짜로 무슨 딸아이를 가진 기분이었다. 재밌는 점은, 내가 이런 기분을 느낄 때마다 저건 로봇이라고 되뇌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니 정을 붙일 필요가 없다며 내 자신을 합리화했다.


 시가지로 들어서면, 동분서주하고 있는 미라이가 보였다. 그런 미라이가 들어간 집 밖에, 고장난 안드로이드 한 기가 내놓여져있었다.


 "오오, 로봇이다아!"


 "야... 니도 로봇이잖아."


 "네에? 그럼 제가 어떻게 이렇게 웃을수가-"


 "알았어. 사람해라 사람해."


 "헤에- 그나저나 이거 별로 낡은 것 같지도 않은데요오?"


 "그러네. 작동시키면 켜질지도."


 그 때 트럭이 나타났다. 폐기할 안드로이드들을 수거하는 트럭이다. 이 트럭이 안드로이드를 수거하면, 주인은 3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트럭에 달린 팔은, 세카이 옆에 있던 안드로이드를 꽤나 거칠게 붙잡더니 짐칸에 대충 넣어버렸다. 안드로이드는 곧 녹아서 재활용되겠지만, 다루는 방식이 참 고전적이라고 생각했다.


 "저 로봇 어떻게 되는거에요오?"


 "로봇들이 들어가는 목욕탕에서 목욕좀 하고, 다시 와서 일하지."


 난 괜히 어두운 내용을 말해줄 이유를 못느껴, 좀 추상적으로 말해보았다.


 "목욕탕을 가는데 저렇게 아프게 해도 되는거에요오?"


 "저렇게 보여도 별로 안아프대."


 "우와~ 저도 저거 해주세요 저거!"


 "분명 허리가 승천할거야... 아, 저기 있네. 아웃백..."


 내가 손으로 아웃백을 가리키자, 한참동안이나 트럭을 바라보던 세카이가 아웃백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뭔 생각을 한걸까.


 "스테이크 하우스... 좋네요오! 빨리 빨리!"


 그렇게 우린 아웃백으로 들어갔다. 뭔가 기분나쁜 느낌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로봇과 레스토랑을 가는 남자라니...


 하지만, 이런 점이 싫지는 않아지고 있었다. 이런 로봇과 매일을 함께해도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나도, 이 세상도 싫어졌다.



---


 멘바크... 4대 읍읍!

  • profile
    하늘바라KSND 2015.04.11 00:13
    로보트 물고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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