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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 으음... 인공피를 쓰지 그러냐. 얼마 전에 나온건데, 진짜 사람 피부랑 똑같아서 일반인들에게도 이식할 수 있는거야. ]


 "1세대 기기라서 조심해야하는데... 아니 무엇보다 피부는 많이 필요없어. 무엇보다 나 퇴직금 3억."


 [ 3어어억????? 3백이 아니라 3억? 퇴직금이???? ]


 믿을 수 없다는듯한 억양이었지만 이해가 간다. 누가 퇴직금으로 3억을 받겠는가.


 [ 이야... 축하한다. 재철이 성공했네! ]


 "이 돌았나 이게. 그래서 견적은 어떻게 되는거냐?"


 [ 1세대 부품 조흔나 비싼데 3억이나 있으니까 그냥 말해도 되겠네. 어디 보자.... ]


 핸드폰 너머로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가 얼마간 들리더니, 그가 말을 이었다.


 [ 최대한 오래가는 부품들로 추렸다. 회선이 60만원, 피부가 110, 메인보드가 550, 그리고 머리카락이 8. 더 필요한 거 없고? ]


 "네 딸이 입었던 옷이나 좀 보내봐라."


 [ 뭐?? 변태냐? 뒤질래? ]


 "아니 새꺄... 안드로이드가 10살짜리 외형이라고."


 [ 아, 음란마귀 껴서 죄송함미다... ]


 "알았으면 좀만 싸서 보내줘. 총 얼마냐? "


 [ 750만원. 22만원은 인건비랑 내 딸내미 옷값이란다. ]


 "후..."


 [ 그나저나 이제 어쩔거냐? 실직자. ]


 "일자리를 알아봐야겠지. 당분간 아르바이트나 할까."


 [ 잡일은 안드로이드들이 다 해버리잖아. 뭘 하겠다고? ]


 "슈퍼마켓 점원이라던가."


 한 4분동안 실소가 이어졌다. 무심코 내뱉었는데도 조금 웃겼다.


 [ 크....크큭.... 점원 한다고요? 네가 점원하면 하루 열 번씩 "사장님이세요?" 소리 들을걸? ]


 "이게 숨질려고..."


 [ 여하튼, 잘 생각해봐라. 조만간 보급형 안드로이드들이 나온대. 그것들은 200만원 정도밖에 안하는 것 같더라? 어어어엄청 싸니까 아르바이트고 뭐고 일자리는 완전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부품이나 빨리 보내줘."


 전화가 끊어지고, 반쯤 수리된 안드로이드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알고보니 기억단자를 안샀다.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문정원. 기억단자도 사야되는데 말을 안했다."


 [ 기억단자? 1세대꺼? ]


 "어. 세카이형."


 [ 큰일났네... 세카이형 기억단자 단종된지 꽤 오래 됬는데. ]


 "뭐?"


 [ 기억단자 없다고. 안팔아 이제. 중고로도 없고... 애당초 세카이형 자체가 엄청 안팔렸잖아. 10대 여자애들만 팔리다가 그나마도 인격인지 도덕인지 때문에 못팔게 됬고... 하필이면 세카이형이냐? ]


 "돌겠네. 호환되는거 없냐?"


 [ 음... 국산 제품중에 아마... '월영' 이라는 거 끼우면 될 것 같은데. 이게 세계 유일로 1세대들이랑 호환되는 2세대 구형 기억단자라서. ]


 "뭐라도 좋으니 그것도 껴줘."


 [ 그래 뭐. 42만원인데... 2만원 DC해줄게. 나 완전 착하지? ]


 "똥먹어."


 여하튼 그렇게 기억단자의 구매까지 마치자, 내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帰る世界の中、あなたのそばであなたを見て、あなたの言葉を聞いてくれる、世界で唯一の仲間。

 セカイ


 일본에서 세카이형 안드로이드가 나왔을 당시의 TV 광고였다. 여섯 개의 세카이형 안드로이드가 나와 한 여배우와 함께 웃고, 울고, 식사를 하며 한가족인것마냥 지내는 광고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무서운 광고다. 한 명의 사람과 여섯 개의 로봇이 한 집에서 살다니... 여하튼, 광고에서처럼 거의 완벽하게 사람의 형상을 가졌던 모델 세카이는 이족보행부터 감정을 표현하는것까지 모든 게 사람이었다. 심지어 생식기까지 구현해버렸기에 당시 일본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전에도 생식기가 있던 안드로이드가 없던 건 아니었으나 10세 모델이라는 게 문제였다. 10세, 20세, 30세, 남, 여, 총 6종류의 기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0세 여성형 모델이 불티나게 팔린 건 그것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카이로 인한 논란이 퍼져가자, 9년 전 전세계적으로 '인간'같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개발을 중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법안이 통과되는건 순식간이었고 세카이 이후의 2세대 모델들은 이족보행을 하지 않은채 바퀴로 굴러가거나, 귀에 부속물등이 장착되어 이질적으로 보이게끔 바뀌었다.


 이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전력이 조금밖에 없었을 녀석이 갑자기 기동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세카이형 안드로이드들은 기동시에 광고했을때와 똑같은 음악이 송출된다.


 마지막 세카이라는 부분에서는, 로봇도 입을 우물대며 말한다. 기동이 무사히 끝났다는 뜻이다.


 "세-카-이!"


 "뭐야 너, 전력이 얼마 없을텐데."


 무엇보다도 멋대로 기동해버렸기에 조심해야했다.


 "안녕, 내 이름은... 세, 세, 세, 세카- 이이이이이이--"


 세카이라는 이름은 기본값이었다. 이전 주인이 제대로 설정하지 않은 듯 싶었다. 세카이가 민머리로 방긋 웃으며 말하는게 굉장히 석연찮았다.


 "으휴..."


 "네 이름, 이름, 이름은, 뭐-------니?"


 세카이의 머리에 검은 김이 뿜어져나왔다. 과열이다. 난 서둘러 주머니에서 디버그용 리모콘을 꺼내 세카이를 멈췄다. 웃던 표정은 다시 평범하게 돌아오고, 눈을 감아버렸다. 모든 안드로이드가 종료시 이렇게 인형처럼 되어버린다. 다행히도, 로봇은 안전하게 종료된 것 같았다. 여태까지는 뜬 눈으로 아무렇게나 꺼져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리모콘에 달린 모니터를 보니, 날짜가 10년 전 1월 1일에 맞춰져 있었다. 기억단자의 손상에 의한 데이터 포맷이 일어난 것 같았다. 남아있는 데이터가 없는걸까 싶어서 보려고 했으나, 남아있는건 콘솔에나 기록하는 로그 뿐이었다.


 가장 최근의 로그를 보면, variable added. master.dependence 라는 문장만 연속으로 300줄이 출력되어있었다. 로그는 쓸 데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으나, 마지막 can't move! 'pose.begging()' was skipped. 가 상당히 거슬렸다. 비는 동작까지 구현되어 있다니... 이 회사는 정말로 사람을 만들 생각이었던건가.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난 일단 목욕부터 하기로 하고, 갈아입었던 옷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난, 모든 일을 내 손으로 직접해야 성이 풀린다. 간단한 형태의 샤워머신조차도 내겐 필요없다. 구식의 샤워기, 수도꼭지, 욕조, 세면대, 칫솔까지... 모든 게 샤워머신에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싸게 팔리는 것들이었다. 필요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희소가치를 증가시키다니,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부탁이니까 싸게 팔았던 물건은 그냥 싸게 팔란 말이다. 3만원이면 사는걸 20만원으로 올리지 말고.


 목욕을 마치고 다시 방으로 나오자 초인종이 울렸다. 그렇게 좋은 집은 아니었으나, 작업 특성상 초인종을 달수밖에 없었다. 초인종을 친 사람이 누군가 확인해보니, 3세대 이동특화형 안드로이드 미라이였다.


 "속달입니다. 속달을 두글자로 하면, 속. 달. 입니다. 재밌는 유머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이 미라이의 특기였다.


 "무슨 속달이지?"


 "문정원님이 보내셨습니다. '핵이나 맞고 죽어라' 라는 이름의 소포입니다."


 문짝만큼 커다란 상자에 담겨서 온 소포를 아무렇지도 않게 드는 미라이의 도움으로, 방에는 거대한 물건이 하나 늘어났다.


 "착불, 790만원입니다."


 그리고 손을 내미는 미라이. 난 카드를 꺼내 손바닥 가운데에 파여진 흠으로 카드를 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라이는 승인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소포를 열자, 소포가 문짝만큼 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세카이에 쓸 부품은 10% 정도의 면적만을 차지했고, 나머지가 전부 옷이었다. 대체 이 놈은 딸에게 뭔짓을 한걸까. 스물이 되자마자 "나! 결혼한다! 로리를 내 손으로 키울거야!" 라며 결혼할 때부터 알아챘어야했다.


 세카이의 몸을 뜯어내자, 사람의 장기들과 거의 똑같게 배치된 인공장기들과 회로, 메인보드가 나타났다. 메인보드에 연결된 기억단자는 두동강이 나있었고, 인공장기 여기저기에 고철파편들이 박혀있어 수리가 생각보다 힘들 것 같았다. TV를 켜놓고, 작업에 착수한다.


 TV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쫒기는 내용의 버라이어티 쇼가 방송되고 있었다. 최후의 승자는 여자였지만, 조금 비겁한 수를 썼기에 별로 탐탁치는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이 지났고, 세카이의 내부 부품과 회로들이 전부 고쳐졌다. 회사에 다니며 배운 지식을 퇴직하자마자 써먹다니, 기구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리가 마쳐지는 듯 싶었으나, 기억단자가 역시 문제였다. 몇몇 부분이 제대로 끼워지질 않았는데, 구세대 단자만이 제대로 호환될 것 같았다.


 일단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었으므로, 뜯어낸 몸을 다시 붙인 뒤,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린 사지들의 수리를 시작했다. 왠지 심심해져서 세카이의 전원을 킬까 했지만, 분명 고통을 느껴서 소리칠 게 뻔했기에 좀 더 참기로 했다.


 버라이어티 쇼가 끝나면, 동물들이 날뛰고, 다른 행성에 대한 정보가 나오고, 날아다니는 신발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는 게 나왔다. 별 감흥이 없었기에 TV에는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좀 조용히 해... 전력도 안넣었는데 왜 시도때도 없이 켜지고 난리야?"


 "하--헤헤--- 좋은 아침입니다아-- 손창혁씨이---- 규현이랑 놀, 놀---러갔다 올게요-----"


 모르는 이름들이었다. 아마도 이전 주인들의 이름이 아닐까 싶었다.


 "싫어요--- 하지마세요---- 이렇-------게 배웠어요----------"


 이렇게 혼잣말을 듣는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팔다리를 수리한 뒤 다시 끼울 때까지는 그냥 헛소리나 들어보기로 했다.


 10년간의 기억들 중 일부를 조금씩 조금씩 읊는 세카이의 목소리는, 갈수록 미안해요와 죄송해요가 늘어가고 있었다. 신형 안드로이드와 쌈박질까지 한 모양이다. 그렇게 혹사당하면서도, 부품이 이 정도로만 부서졌다는게 용할 따름이었다.


 팔다리를 다시 붙인 다음 재부팅하자, 세카이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세카이!"


 그녀가 광고 음악과 함께 발랄하게 일어나버렸기 때문에, 충전을 위해 연결해놓은 선이 풀러지고 말았다.


 "안녕! 내 이름은 세카이, 네 이름은 뭐니?"


 "하아... 예전 기억은 없-"


 "좋은 이름이구나!"


 "뭐? 뭐라고?"


 갑자기 내 말을 인터셉트 해버리는 바람에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그럼 하아야, 앞으로 잘 부탁해!"


 "아니 좀... 내 말좀 들어-"


 "일단 밖으로 나가볼까?"


 내 손을 잡아채더니, 또 다시 홀딱 젖게 할 셈인지 밖으로 나가는 그녀였다.


 라고 해도, 옷도 안입힌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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