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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소모임에도 N은 있다 - 완

by 미양 posted Mar 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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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SF

첫번째 릴소의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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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5


 생각보다 굉장히 큰 저택. 그 옆엔 초라할 만큼 작은 집이 하나 있다. 집 안에선 한 여자가 커피를 뽑으며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책의 이름은 '글쓰기 소모임에도 N을 넣자'. 굉장히 옛날에 쓰였고 인기조차 없는 소위 아마추어들의 합동 소설이었다. 그런 소설을 읽으면서 그 여자는 여주인공 아딜이 자신과 닮았음을 느꼈다.


 "아딜... 내 이름하고 같아."


 아딜은 커피를 뽑고 자신만의 작업실로 향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30대 후반은 되어보이는 남자가 같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남자는 깨끗하게 사라져있다.


 그녀는 은빛의 머리를 건성으로 묶고 작업을 계속한다. 고전 콘솔 게임을 가상현실게임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그녀는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굉장한 세월을 낭비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딜 님. 내일 프로그램 시연회가 있습니다.]


 "오케이. 다른 계획은?"


 [오늘 저녁 9시에 렌달 님의 장례식이 있습니다.]


 "알겠어."


 그녀의 주머니에서 울리던 소리는 그렇게 멎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만든 프로그램을 애용하던 USB 디스크에 저장한 뒤,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비록 낳아주시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준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그녀는 '진 렌달'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하염없이 보았다. 관에 담긴 렌달의 시체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곳에 주저앉았다.


 "아빠는... 말이야."


 그녀는 울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정말 멍청해. 70년도 넘게 같이 산 나보다 멍청해."


 근처에 사람들이 없었기에 그녀는 대놓고 말하는 게 가능했다.


 "솔직히 손톱 빠질 때 굉장히 아팠다니까? 게다가 이식용 시체들을 으스러트리는데 얼마나 귀찮았다구!"


 그녀는 어느새 일어서 있었다. 모든 게 렌달을 죽이기 위한 그녀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자기 스스로 말하는데 아주 심취한 모양이었다.


 "잘 있어 물주양반~"


 그러고는 장례식장을 나선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난... 이겼는데... 왜 눈물이 나는거지? 기쁨의 눈물일까?"


 그렇게 밤은 점점 깊어지기만을 반복할뿐, 해가 뜨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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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맛 완결...


 이젠 용사의 모험 2012.v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