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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평소에는 일기같은 것 전혀 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나는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적고 있다.
평범한 일기장도, 노트도 아닌 그냥 초등학생 때 쓰다 남았던 종합장.
줄도 없는 그냥 하얗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종합장에 나는 지금, 한 자 한 자 적고 있다.
'○월 ○일 날씨 흐림.
오늘은 내가 생각하기엔 지금까지 산 날 중 최악이 아닐까 싶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테니까.
그래, 화나는 일. 화나는 일이 나에게 일기를 쓰게 했다.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종합장에 일기를 적어내려갔다.

'나는 그냥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 평범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이유가 단 하나 있다.

나는... 엄마가 안계신다.'
"흐음..."
나는 지우개로 마지막 줄을 지우고, 고쳐썼다.
'나는... 엄마와 떨어져 산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글을 이어 적어갔다.

'아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을 것이다.
때는 내가 유치원, 정확히 말하면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다.
어린이집에서는 나름 친구들도 사귀고, 정말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마도, 지만.
"그땐 생각도 안나는걸-"
나는 잠시 기지개를 켜고, 다시 글을 이어 적어갔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면 늘 엄마와 아빠가 싸우곤 하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난 무서움에 이불 속에 숨어들어가 있었으리라.'
나도 정확힌 모르니까 그렇게 서술하곤, 잠시 연필을 책상 위에 두고 생각을 했다.
잠시간의 생각을 마치고는, 다시 이어 적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셨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를 떠나보내야 했고, 엄마 없이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나는 잠시 슬펐겠지만, 다시 행복을 찾고 예전처럼 돌아왔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매일매일이 즐겁다.'
"오늘 일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나는 중얼거렸지만, 쓰진 않았다.
'나는' (위이이잉)
잠시 쓰다가, 핸드폰이 울렸다.
귀찮아서 무엇인지 보지도 않고 그냥 소리만 끈 채로 그 자리에 도로 놓았다.

'나는 그리고 중학생이 되었다.
물론, 아직 엄마와 떨어져 살지만 주말에 시간이 되면 가끔가다 서울로 올라가서 하루이틀정도 놀기도 하고,
매번 방학때마다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엄마와 함께 대구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다녀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1학년 초였다.
나는 무슨 일로 친구와 말싸움이 붙었고,'
솔직히 말해 친구도 아냐. 그냥 개XX지...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 말을 들었다.
"엄마 없는 놈"
그놈이 내가 진짜로 엄마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정도도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놀라움은 놀라움대로, 화는 화대로 나있었다.
당장이라도 XX하며 욕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싸움이 나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싸움도 잘 못했기에 그냥 속으로 삭혔다.'
그래, 덩치에 안 맞긴 하지만, 난 정말 싸움을 못한다.
이건 이 얘기고, 다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종합장을 한장 넘겼다.

'2학년 초, 가정에 대해 간단히 알아오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과 나누어주신 종이에 내 가족을 받아적었다.
그러나 나는 고민에 빠졌다.
"엄마를 적어야 하나..."
나는 고민 끝에 아빠께 말씀드렸고, 아빠는 나에게 결정하라고 하실 뿐, 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적지 않고 선생님께 할머니와 아빠만 적힌 종이를 드렸다.
며칠 뒤, 선생님이 그 종이에 엄마가 없으니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셨고,
나는 사실대로 아빠와 이혼하셔서 적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적지 않았다고 했다.
속으로 상처는 전혀 받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투로 말씀을 하셨다.'
...나는 행복하니까. 나는 행복하니까.
정말정말 행복하니까 말야. 별로 문제되고, 상처받고 할 건 없다. 지금 당장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걘, 그XX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었다.
바로 오늘 점심시간이었다. 어쩌다 친구와 떠들다가 급식실에서 엉겁결에 식판을 두개 들었고, 하나를 떨어뜨렸다.
나는 밥을 먹기 위해 먼저 앞으로 밥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걔는 또, 나에게 해선 안될 '그 말'을 해버렸다.
"엄마 없는 놈아! 주워 XX!"
한번은 참았다. 그래.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다.
그러나 내가 자리에 앉으러 가고, 자리에 앉을 때 그 애가 쫓아와서 내 대각선 앞에 앉았다.'
"아 씨... 적으려니까 열받네..."
나는 점심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는 또, 나에게 식판을 줍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말을 또 해버렸다.
"엄마 없는 놈아! XX 주우라고! 가정교육 못받았냐? 할머니하고 같이 사니까 그렇지."
나는 그때, 참을 인 자 서른세개도 부족할 정도로 화가 났다.
"아나 XX!"
나는 식판을 들고, 그대로 그자식 위로 엎어버렸다.
"뭐 XX 엄마 없는 놈? XX 그래 나 엄마랑 떨어져 산다!"
나는 그대로 화가 나서 식판을 그대로 내리치며 말했고, 순간 주변이, 급식실 전체가 싸해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할 건 하자? 응? 나 엄마 계신다고! XX 모르는 XX가 말이 많아!"
"뭐 XX아! X나 엄마 없는 XX가 뭐래? 이 XX봐라."
그XX도 한마디도 안지고 그대로 일어났다.
"이XX야, 그런다고 식판을 XX 뒤집냐 XX? 너 오늘 한번 X져볼래? 엄마하고 너하고 같은 세상으로 보내줄까?"
나는 그때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이 XXX야!!!"
나는 그대로 달려들면서 배를 한대 때렸다.
"XX, 뭐, 엄마하고, 같은, 세상? XX, 여기가, 엄마하고, 같은, 세상이다, 이XX야!"
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그XX를 한 대씩 후려치고, 때렸다.
"이 XX가 쳤냐?!"
그XX도 지긴 싫었는지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급식실은 어수선해지고 웅성웅성거렸다.'

정신없이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글을 적어내려갔다.
나는 내가 지금 뭘 쓰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적어갔다.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선생님들이 달려들어 학생과로 끌고갔다.
결국 둘이 같이 싸웠기에 벌점은 각각 5점씩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나에게 욕을 하고, 나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물론, 그XX를 욕하는 선생님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나의 욕을 하고, 나의 험담을 하고, 내 가슴에, 내 심장에, 내 뼈에 비수를 꽂고, 대못을 박았다.
XX, 내가 잘못한게 뭐야?
그 천하의 XX할 XX놈을 먼저 때린 것?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아빠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
XX, 난 아무 잘못 없다고.'

손을 잠시 풀어가고, 종합장을 한 장씩 넘겨가면서 계속 글을 써내려갔다.
"난 아무 잘못 없다고. 난 아무 잘못 없다고..."
툭.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다시 툭.
점점 눈물이 떨어지는 간격이 좁아지더니 이내, 내 눈에선 눈물이 홍수가 되어 넘치고 있었다.
종합장을 벽에 집어던졌다.
이불속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그렇게 밤새,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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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제가 글 쓰는 실력도 부족하고 하지만, 연습작 주제에 가장 잘 나온 글이라 이렇게 올려봅니다.
아무래도 제 또래 아이들이 많이 쓰는 욕 중에서 가장 심한 욕이 아마도 '엄마 없는' 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정말 없지도 않은데, 없는 거나 다름없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떨까 하고 생각하며 써봤네요.
욕설 부분은 전부 X처리했지만, 전부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국 어떻게 해먹어도 안 읽히는 부분이 있긴 하네요. 나중에 수정 처리하던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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